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33화 (3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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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유령의 탄생

내가 대전쟁에서 얻은 최고 스코어인 12억 8,000만 점은 황금성좌 골드리안을 타고 얻어낸 것이다.

난 그 단 한 번의 시도로 전장을 초토화하고 상대방의 테라급 전함 [징벌]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뭐, 전투 자체가 치트 친 것처럼 시시해지는 바람에 다시는 하지 않았지만 말이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아래 기체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5억 이상의 점수를 낼 수 없었다. 상위 기체로 갈수록 낼 수 있는 스코어의 수준이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사실 그건 기체의 성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용할 수 있는 어빌리티의 숫자 때문이다.

좋은 어빌리티가 여러 개 갖춰진 기가스에 탑승하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지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넌 기본 어빌리티 몇 개야? 초월기 빼고.

콰득!

질문하며 초진동 블레이드를 측면에서 덤벼들던 기가스의 겨드랑이 사이로 찔러 넣는다. 그리고 슥슥 가볍게 칼집을 내고 휘저어 팔을 떼어낸 후 다시 빙글 돌아 녀석의 몸으로 몇 개의 탄환을 막아내고 이어 나머지 팔다리를 잘라낸다.

[으으! 뭐야! 이게 뭐야!? 너 누구냐!?]

-전쟁터에서 적한테 너 누구냐는 뭔 소리야. 바보도 아니고.

어차피 영체(靈體)나 다름없는 상태인 내 말은 아레스밖에 못 듣는다는 걸 알면서도 중얼거린다. 물론 그렇다 해도 움직임이 멈추지는 않았다.

콰득! 카각!

적 기가스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반항했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다.

도마 위의 꽃게가 위협적으로 집게를 딸깍거려 봤자 능숙한 요리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다리를 잘라내고 등껍질을 따버리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녀석의 사지를 절단하고 시스템을 정지시킨다.

녀석이 몸을 우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좌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힘을 역이용하면서 오히려 더 빨리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그때쯤 멍하니 있던 아레스가 답한다.

-…기본 어빌리티라면 3개지.

-엑? 성급보다도 적구나. 초월기가 지분을 많이 먹나 보… 웃차.

중얼거리다 달려드는 골렘 녀석을 밟고 뛴다. 그리고 어빌리티를 발동한다.

은신.

내 모습을 놓친 녀석이 마구잡이로 괴상한 기운을 뿜어댔지만 나는 허공을 밟으며 한쪽에 있던 의자 위에 먼지처럼 가볍게 내려섰다.

3.5미터에 불과한, 기가스 중에서는 극소형이라고 할 수 있는 R-13과 다르게 11미터나 되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궤적이 한정적이다. 예상될 만한 장소로 돌아다니면 은신이고 뭐고 얻어맞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운이 좋아.’

대전쟁을 셀 수 없이 플레이하고 그리하여 수많은 기체를 타보면서(적기도 많이 타봤다)많은 어빌리티를 경험했다.

개중에는 흔하디흔해 이 기체에도, 저 기체에도 있는 어빌리티도 있고 단 한 개의 기체에만 존재하는 희귀한 어빌리티도 있었다.

‘3대 어빌리티가 다 들어있는 기체라니.’

관통, 은신, 저격.

그러나 아무리 대단하고 유니크한 어빌리티가 있다 하더라도 난 이 세 개를 가장 높이 쳤다.

쓸데없이 화려한 어빌리티보다는 이 세 개가 가장 효율이 좋다는 걸 수많은 싸움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관통+은신 콤보나 관통+저격 콤보는 정말 살인적이다.

퍼엉!

“크아악! 이 비겁한 인간 놈이!!”

초진동 블레이드를 들고 관통 어빌리티로 적을 처치하다가, 그대로 은신하며 빠지면서 이번에는 저 멀리에서 아군을 향해 폭탄을 날리려는 녀석에게 역시나 관통 어빌리티가 걸린 저격을 날려준다.

나는 항상 공격 중 실드 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 전부를 공격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투 시간의 절반 이상 동안 100% 대 0%라는 극단적인 공방력을 유지한다. 기급의, 아니, 어쩌면 개인화기에도 단 한 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안 맞으면 그만 아닌가?

적은 전력으로 적을 압도하려면 칼날 위에 서 춤춰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정상적인 전력이라면 수급 하나로 수급 잡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애초에 이런 건 위험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콰득! 콰득! 펑!

문자 그대로 허깨비처럼 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만큼 적의 전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그런데 공격을 위해 막 몸을 드러낸 순간 열 개 정도 되는 칼을 든 스파게티 녀석이 덤벼들었다.

“합!”

기합과 함께 돌진한다. 거리가 상당했지만 생물체인 주제에 스포츠카의 제로백을 압도하는 기세로 가속해 나를 향해 돌격한다. 당연히 나는 견제사격으로 몇 발 쏴주었지만.

카가캉!!

-…어이가 없구먼. 칼로 쳐내?

황당해한다.

대전쟁으로 외계를 처음으로 접한 내 입장에서는 이런 초인… 아니, 능력자들이 상당히 어색하다. 그나마 판타지 계열 게임들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미래병기를 뛰어넘는 존재라는 것 자체가 볼 때마다 깬다고 해야 하려나?

뭐, 어쨌든 접근을 허용했다가는 곤란해질 게 분명한 만큼 녀석의 머리 위 면발을 향해 한 발 쐈다.

캉!

눈이 아닌 다리를 노리는 것에 당황한 녀석이 순간 움찔하며 가장 가까운 칼로 막아낸다. 그러나 그 동작 자체를 유도하고 사격했던 난 당황하지 않고 대각선 아래로 내려가듯이 두 발 더 쐈다.

캉! 캉!

그리고 그것으로, 녀석의 3번 검과 6번 8번 검을 들고 있는 면발이 꼬였다.

시야를 전체로 넓히지 못하고 급한 대로 주변의 검으로 탄환을 막았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큭? 윽? 뭐, 뭐라고?”

당황해 팔을 푼다. 자신의 몸을 꼬아 손 모양으로 만드는 종족이 몸이 좀 꼬였다고 부상을 입을 리는 없지만… 그렇게 세 개의 검이 묶이면서 한순간 방어에 구멍이 뚫렸다는 게 문제다.

퍽.

그리고 그 빈틈을 따라 철갑탄을 박아준 후 앞으로 구르며 한쪽으로 실드를 집중했다.

카가가가강!

기습적으로 쏟아진 탄환이 실드에 충돌해 빗겨 나간다.

사실 수급 기가스의 실드 정도는 충분히 뚫어버릴 정도의 염(念)이 담긴 탄환들이었지만 회피가 빨랐던 데다가 빗겨냈기에 실드가 깨졌을 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아, 좁아 뒤지겠네. 우주전이면 벌써 다 조졌는데.

투덜거리며 광자탄을 쏘아낸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온몸을 중화기로 둘둘 두르고 있는 딜로포사우루스 녀석이 쌍권총을 투두두! 하고 쐈다.

퍼버벙!

그리고 날아가던 광자탄이 허공에서 요격당한다.

-오, 대단한 사격 실력이군!

대단하다는 듯 탄성을 터트리는 아레스에 반해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 이젠 별…….

다시 한 번 광자탄을 뿌린다. 딜포사우루스 녀석은 역시나 요격했지만, 광자탄 중 하나가 허공에서 흐릿하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요격을 무시하고 날아가-

-별 해괴한 짓을 다 하네.

퍼억!

붉은색의 볏이 달려 잇는 머리를 그대로 박살낸다.

“크윽!? 이런 미친! 케인?”

“미치광이 케인을 일반 광자포로 잡았어?”

적은 물론이고 아군까지 당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알바트로스의 승무원들도 바보는 아니었던지라 적의 전력이 급감한 틈을 놓치지 않고 총공격을 시작했다.

머리에 커다란 보석이 달린 골렘 같은 녀석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뭔가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이미 녀석의 부하는 내가 다 쓸어버린 상태였기에 녀석은 이도 저도 못하고 공격을 막아내기만 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렇게 묶인 녀석을 보며 나는 천둥룡의 등에 달린 포대를 조작했다. 기잉 하는 소리와 함께 포대가 오른쪽 어깨 위로 장착된다.

라이트닝 캐논.

이 기체의 이름이 천둥룡이 된 이유다.

“큭! 이런!”

콰드드득!

자신을 조준하는 포신의 모습에 목숨의 위협을 느꼈는지 골렘 녀석이 오른팔을 뻗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박살 나 굴러다니던 주변 기기와 부서진 벽의 파편이 나를 향해 몰려왔다.

그러나 어림없다.

팟!

공간을 넘는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온갖 물건이 압축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상관없는 일.

나는 망설임 없이 검지를 움직였다.

콰릉!

그리고 벼락이 친다. 그걸로 전투는 끝이었다.

기이잉…….

천둥룡의 작동이 멈춘다.

한계까지 혹사당하고 있던 아이언 하트가 수면 모드로 들어간 것이다.

-…뭐야. 이 기가스 왜 안 움직이지? 통제도 안 먹는데?

-에너지가 떨어져서 그래. 어빌리티를 펑펑 써대는데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지. 다른 기가스였으면 한 번 더 갈아야 했을지도.

거의 대부분의 공격에 [관통] 어빌리티를 걸었다.

뭐, 유효타가 안 될 공격에는 어빌리티를 걸지 않았는데 내가 날린 공격 대부분이 다 유효타라는 게 문제였다.

어디 그뿐인가? 은신도 시시각각 걸고 저격도 몇 번이나 쐈다. 사실 지금쯤이면 딱 떨어질 거라고 예상해서 마지막 공격은 관통 달린 광자탄이 아니라 라이트닝 캐논으로 한 것이다.

“알렉스 대위! 천둥룡에 탄 게 누구지?”

“그, 글쎄요. EMP에 맞아서 정비실에 두고 왔는데. 아니, 그보다 이건 천둥룡이 낼 수 있는 전투력이 아닙니다!! 심지어 관제인격도 없을 텐데 이게 대체?”

당황하고 있는 천둥룡의 원주인의 모습을 보고 녀석에게 더 알아낼 게 없다고 판단한 듯 두터운 검은색 뿔테 안경에 양복을 입고 있는 누님이 나, 정확히 말하면 내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천둥룡에게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늘씬한 몸매의 미녀라고 할 수는 있었지만 나이가 좀 있는데다가 눈꼬리가 올라가 있어서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외모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알바트로스함의 부함장 나탈리라고 합니다.”

-아레스, 연결 해제시켜 줘.

-알았다. 잠시만.

아레스의 대답과 동시에 시점이 넓어진다. 내 정신이 천둥룡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떠오른 것.

그런데 그때였다.

“헤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청발의 미소녀와 눈을 마주친다. 함교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얼굴, 세레스티아였다.

-…봤어?

무심코 중얼거리자 나를 빤히 바라보며 세레스티아가 입을 벙긋거렸다.

역시.

입술을 읽는다. 그녀는 벙긋거리며 말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거기까지 읽었을 때 배경이 급변한다. 아레스가 연결을 안전하게 종료한 것이다. 눈과 과 귀를 덮고 있었던 디스플레이가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열려진 아레스의 머리통 안에 있었다.

“…뭐였지.”

장갑까지 벗은 후 좌석에서 일어나면서 세레스티아의 눈을 떠올렸다. 그녀는 언제나 아름다웠고 반짝이는 눈 역시 매우 예뻤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녀에게서 느낀 것은 불안함이다.

그녀의 악동 같은 미소에서 일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갈 것 같은 불안함을 느꼈다.

[왜 그래? 몸에 문제라도 있어?]

“아니… 그냥 팔이 좀 아파서 힘이 안 들어가네. 관제인격에 대해서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잘한 걸 다 직접 하려니 죽을 맛이구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격렬한 전투를 몇 번이고 했더니 양손이 덜덜 떨린다.

기본적으로 조종 방식 자체가 양손을 다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체력 소모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는데 거기에 관제인격이 보조해야 할 일들까지 같이 하려니 엄청난 속도로 양팔과 손가락을 움직여야 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까 그 리전 녀석 때문에 관제인격들이 다 잠들어 버렸으니.]

“네가 해줄 수는 없었어? 일단 너도 관제인격이잖아.”

[이미 원격 제어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관제인격 역할까지 하라니……. 차라리 뇌파 조종 방식으로 세팅할 걸 그랬군.]

투덜거리는 녀석의 목소리에 고개를 흔들었다.

“중요한 전투였는데 익숙지 않은 조종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지. 키보드만 바뀌어도 컨트롤이 망하기도 하는데 너무 큰 모험이야.”

기가스를 조종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존재하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매직 핸드(Magic hand)이다.

매직핸드는 내가 대전쟁을 플레이하면서 학습한 방식으로 조종석에 앉아 장갑을 낌으로써 두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오래 전부터 많은 조종사가 사용했다고 하는 종류.

그러나 이 방식은 오직 인간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애초에 기가스라는 것 자체가 인간들의 발명품이었던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런 조종 방식은 손이 잘 발달하지 않은 타 종족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이 배의 함장인 천현일 소장에게 매직 핸드 방식은 매우 불편할 테고 빛의 정령처럼 손발도 없이 빛 덩어리만 존재하는 연구소장 니단 같은 존재들은 아예 조종 자체가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뇌파 조종 방식이다.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아이언 하트에 염파를 쏘아내 조종하는 이 방식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체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조종실의 크기도 혁신적으로 줄어들고 직접 손을 움직이는 매직 핸드 방식보다 더 많은 기교를 사용할 수 있다 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조작 난이도가 상당한데다 정신력의 소모가 크기 때문에 장시간 운행에는 불편하다고 했었지.

[그것도 아니면 파워 아머 방식은?]

“양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전신을 다 움직이라고?”

그리고 세 번째 방식이 바로 파워 아머(Power armor)이다.

이것은 기가스 조종법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금세 적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가스를 마치 갑옷처럼 입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건 4미터 이하의 크기를 가진 소형 기가스뿐이고(물론 가끔 예외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직접적으로 움직임을 취하게 되는 만큼 사용자의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 육체 강화 계열 능력자들이나 사용할 수 있다.

[지휘실에서 알바트로스함에 탑승한 모든 승무원들에게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현 시간 부로 모든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승무원들은 부상자 구출과 파괴 피해 지역 복구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때 작업실을 통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의외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당황했다.

왜냐하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공룡족 초월자 녀석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녀석을 잡았나?”

[그럴 리가. 녀석이 발악했으면 거주구역을 넘어 여기까지 박살났을 거다. 상황이 영 안 좋은데다 알바트로스함의 관제인격이 살아났다는 사실에 전략적인 후퇴를 한 거지. 천현일 소장하고 싸워서 지면 망하는 거고 이기면 알바트로스함이 자폭해 버릴 테니까.]

이런저런 전력이 많이 있다지만 여전히 알바트로스함 안에 있는 최강 백병 전력은 천현일 소장이다. 만약 천현일 소장이 없었다면 저 모르네라는 녀석이 이 고생을 하지도 않았겠지.

초월자를 상대로 그 아래 전력은 별다른 소용이 없으니 다른 전력이 열심히 싸워서 이긴다 해도 천현일 소장이 쓰러지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비초월자들이 초월자를 죽이려면 기가스나 전투기, 혹은 함선을 타고 장거리에서 말려 죽여야지 지금처럼 함선 내부로 초월자가 침투해 버리면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이라 하면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우주로 추방한 다음 원거리에서 죽이는 정도인데 초월자도 바보가 아닌데 그리 쉽게 당해줄 리가 없다.

‘아무리 나라도 초월자를 상대하기는 어렵지. 성급을 타도 힘들어 보이던데.’

초월자란 생명체인 주제에 전함을 초월하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때문에 아무리 조종을 잘해봐야 헛수고.

관통 어빌리티고 나발이고 뭔 공격도 안 통하는데 컨트롤이 무슨 소용인가?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인 것이다.

[아, 그나저나 너 괜찮은 거냐?]

“음, 뭐가… 아하.”

녀석의 말에 담긴 뜻을 읽고 헛웃음을 짓는다.

나는 오늘 [전쟁]에 참가했다. 그리고 수많은 적을 죽였다.

설사 그 대상이 외계인이었다 하더라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정상이겠지.

그러나 난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네.”

[괜찮다고?]

“그래 이상할 정도로 괜찮아. 이게 그 무시무시하다는 게임 감각인가.”

전쟁 중에 셧 다운 당하는 거 아닌가 하고 내심 헛웃음을 짓는다.

심지어 나는 아직 미성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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