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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32화 (3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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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 유령의 탄생

함교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언제나 알바트로스함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관리하던 관제인격이 활동을 멈추자 전황이 순식간에 최악이라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EMP를 맞은 것과 다르게 함선 시스템 자체는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시스템 자체가 망가진 건 아니니까요.”

“아니, 차라리 EMP가 낫지요. 알바트로스함의 전자 방어 시스템은 완벽하니까요.”

병기는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발전하는 법이고 모든 병기에 전자기기가 동반되는 우주전에서 EMP가 개발되고 또 거기에 대한 대비책이 개발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알바트로스함에서 EMP에 얻어맞아 망가질 만한 전자기기는 기껏해야 개인이 쓰는 가전제품 정도로, 전략적인 성능을 가진 전자 기기에는 의무적으로 전자 방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지니가 폭탄이 설치되어 있던 수급의 기가스 천둥룡을 EMP로 무력화시켰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조종사의 동의를 얻고 전자 방어 시스템을 해제시켜 놓았기에 가능했던 일일 뿐 공격의 수단으로 EMP를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모르겠군요. 아무리 비인 녀석들이 막간다고 해도 리전까지 동원하다니. 이 정보가 연합측에 전해진다면 반드시 제재가 들어올 겁니다. 이런 부담을 지면서까지 알바트로스함을 공격한다는 건…….”

“나를 노리는 것이겠지.”

부함장인 나탈리의 말에 조용히 있던 세레스티아가 입을 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의 전투복을 걸치고 금색으로 치장된 화려한 분위기의 돌격소총을 들고 있는 그녀는 평소에 쓰지 않는 금테 안경을 쓰고 루비가 박힌 귀걸이와 11개의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화려한 목걸이를 비롯해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장착하고 있었다.

전투복과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꾸밈이었지만 이것이 그녀의 전투태세였다. 평소 절대 꺼내지 않는 물건들이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확실히 황녀라는 이름은 크지.’

어디 그뿐인가?

세레스티아는 전 우주적인 명성을 떨치는 아티스트이자 인기 아이돌이었다. 그녀의 무대를 보기 위해 몇 개의 은하를 넘어서는 걸 감안하는 광팬들이 있을 정도여서 다른 황자나 황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정상이 아냐.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너무 커.’

물론 황녀라는 이름이 크기는 하지만 그녀가 다음 대의 후계자인 것은 아니다.

그녀의 영향력은 거대하지만 그건 스타로서의 영향력일 뿐 그게 무슨 실질적인 힘인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를 납치해서 얻게 될 엄청난 악명과 보복. 불이익은 또 어떠한가?

‘녀석들이 아무리 멍청해도 황녀님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일 리 없어.’

테케아 연방은 너무나 인간을 증오해 인간들의 국가라면 이유 불문하고 적대했다. 교류 역시 극히 제한적이었고 전쟁을 벌인다면 포로조차 잡지 않고 모두 살해하거나 인체 실험에 사용할 정도인 것이다.

그야말로 무조건적인, 타협 따윈 없는 적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어떤 인간의 세력과 만나더라도 적대국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테케아 연방과 적대하는 국가는 몇 개 안 된다.

문제는 거리였다.

‘만약 녀석들이 황녀님께 해코지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수십 개가 넘는 은하에서 온갖 녀석들이 몰려들 거야. 아무리 테케아 연방이라고 해도 그걸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지.’

우주는 넓다.

그렇다. 단지 그것이 문제였다.

그 끝도 없는 우주라는 공간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고위 문명의 존재들조차 감히 전체를 지배하겠다는 야욕을 품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것이 바로 우주였다.

테케아 연방은 비인들의 연합치고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봤자 우주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지성체인 인간의 세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때문에 적대하고 있는 국가라고 해봐야 근접한 은하를 차지하고 있는 몇 개 국가 정도인 것.

하지만 만약 대우주적인 스타, 세레스티아를 해치게 된다면?

그들이 평생 본 적도 없는, 수백 수천 광년 거리에 있는 은하에 존재하는 단체들조차 [적]이 되어 몇 년이고 우주를 날아 그들에게 찾아올지 모른다.

물론 리전을 끌어들인 것도, 세레스티아를 죽인 것도 들키지만 않으면 되겠지만 세상에 비밀이라는 게 없는 법인데도 기어코 일을 벌였다는 것은.

“그래, 맞아. 그만한 대가가 있기 때문이지”

“네?”

생각에 잠겨 있던 부함장 나탈리는 난데없는 세레스티아의 말에 깜짝 놀라 반문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세레스티아가 말한다.

“나에게 아버지께서 맡기신 보물이 있어. 아마 녀석들은 그걸 노리는 걸 거야.”

“황제 폐하께서…….”

나탈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보물이 뭐냐는 뻔한 질문은 굳이 하지 않는다.

세레스티아의 부친이자 현 레온하르트 제국의 황제인 앙겔로스 3세는 생각이 깊기로 유명한 현왕(賢王)이다. 테케아 연방이 초월자까지 동원해서 빼앗으려 할 정도로 귀한 보물을 황녀에게 넘겼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쿵-!

그리고 그때 폭음이 울려 퍼진다.

사실 폭음은 한참 전부터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그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3차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차단벽은?”

“부수고 넘어오고 있습니다! 완성자 이상의 검객이 강력한 마법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알바트로스함은 수동 모드로 조작되고 있었다. 함교에 위치한 조종사들은 비상시 수동 조종법 역시 마스터하고 있는 엘리트였으니 설사 지니가 침묵했다 해도 알바트로스함이 완전히 침묵해 버리는 일은 없는 것이다.

다만 한순간에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함선과 주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자폭장치만은 가동할 수가 없다. 함선이 주요 행성에서 폭파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는 걸 막기 위한 안정장치였다.

[사람]의 판단보다 [기계]의 판단을 더 신뢰한다는 건 역설적인 이야기였지만, 포섭도 회유도 불가능하며 절대로 원칙을 어기지 않는 것이 바로 관제인격이라는 존재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소장님의 상황은 어떻지?”

“그 망할 공룡 놈이 카메라를 전부 차단해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만 여전히 묶여 계신 걸로 추정됩니다.”

“죽으나 사나 우리끼리 막아야 한다는 말이군.”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패색이 짙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알바트로스함의 주력은 이미 움직인 상태고, 그 전투에서 패했다. 이미 전황 자체가 암담한 상황인데 남은 병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통신 상태는 어떻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급한 대로 메시지 캡슐을…….”

쾅!

그때 한쪽 벽이 폭발하며 강렬한 열기가 함교를 덮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더불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의 공격이었지만 최고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전투원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두두두두두!!

콰광!

광자포가 빛을 뿜고 염(念)을 담은 철갑탄이 쏟아진다. 그리고 기가스에 탑승한 이들이 앞으로 나선다.

에너지로 이루어진 역장이 허공에 떠올라 미리 허가받지 않은 모든 투사체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수류탄과 유탄이 암기처럼 날아다닌다.

그야말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 상황이었다.

“후, 아주 저것들이 함선을 다 부수기로 작정을 했나 보군.”

세레스티아는 황금빛 사자 문양이 새겨진 돌격소총을 들고 호흡을 골랐다.

다른 이들은 황녀인 그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말에 기겁했지만, 그녀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적들에게 사로잡혀 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천현일 소장이 없는 이상 여기서 내 전력이 가장 높을 것 같다는 말이지!”

파앗!

마치 영상을 빨리 재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세레스티아의 몸이 함교로 쳐들어오던 적들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반사적으로 사격한 몇 개의 탄환이 그녀를 노렸지만, 그녀의 몸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에서 증발해 버렸다.

두두두두두두!!!!

탄환을 쏟아낸다.

다른 병사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공격이었지만, 세레스티아가 쏟아내는 탄환의 위력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역장을 관통해 지나갔다.

대하가 R-13에 타 획득한 어빌리티 [관통]과 같은 계열의 힘이었다.

“크아아악!”

“뭐, 뭐야, 저 계집은! 죽여!”

세레스티아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비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엄폐물 뒤로 숨으며 돌격소총의 탄창을 분리해 적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파지지지직----!!!!

전격의 폭풍이 몰아치며 접근전을 벌이려 달려들던 비인들이 새카맣게 구워지거나 감전되어 쓰러진다.

그러나 비인들 역시 작정하고 온 것이었던 만큼 이내 화기가 안 먹힐 정도의 강자가 등장한다.

카가강!

12개의 검을 든 비인, 대하가 스파게티라고 부르던 파렌타 족의 고수가 등장해 모든 탄환을 쳐내 버린다.

검을 강화해 직접적으로 탄환을 쳐버리고 있으니 방어 관통의 힘은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칫! 무슨 칼을 그리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녀!”

“…같잖은 소리를 하는군.”

파렌타 족의 검술 완성자이자 특수전사인 카르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당연히 아군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노리고 수없이 많은 총탄과 에너지탄이 쏟아졌지만 그 어떤 공격도 12개의 검을 넘어서지 못한다.

파밧!

파렌타 족의 본모습은 뱀처럼 기다란 몸을 가진 무척추 동물에 가깝지만 일반적인 생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근력과 자신의 몸을 서로 묶어 매듭을 지어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의 유연성으로 자신의 형태를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스스로의 몸을 엮어 이족보행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고 사족보행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다만 그들의 두뇌이자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눈 때문에 뱀 같은 형태로 바닥을 기는 일은 잘 없다.

쩌정! 쩡!

검술이라고 하지만 파렌타 족의 검술은 다른 종족의 검술과 판이하게 다르다.

12개의 검이 마치 채찍 끝에 달린 칼날처럼 자유롭게 공간을 넘어서고 검마다 공격 범위가 제각각이니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12개의 검이 동시에 휘둘러지면 마치 검의 폭풍이 몰아닥치는 듯 암담한 기분에 빠지는 것이다.

[조심하십시오!]

순간 위기에 처한 세레스티아를 구하기 위해 기가스 중 한 대가 광자포를 쏟아내며 카르에게 달려든다.

장교 기체인 수급 [꿰뚫는 수사슴]이었다.

쿵!

엄청난 위력을 가진 몸통 박치기가 카르의 검과 충돌한다.

당연히 적이 피할 거라고 예상했던 알렉스 대위는 네 개의 검으로 자신의 돌격을 막아낸 카르를 보며 기겁했다.

상대의 전력이 그가 상정한 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영혼의 완성을 위하여!!”

[이런, 맙소사! 하운 유파의 마스터……?!]

콰자작!

경악하며 물러서려 하는 꿰뚫는 수사슴의 몸을 여덟 개의 검이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온갖 방어 시스템과 강력한 특수 장갑에 둘러싸인 수급의 기가스였지만 카르의 검은 마치 식칼로 종이 박스를 썰어내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꿰뚫는 수사슴을 넝마로 만들었다.

문자 그대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물러나!”

그렇게 외치며 세레스티아가 땅을 단단히 디디고 돌격소총을 정면으로 겨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는 그녀를 비웃었다.

“어처구니없군. 그따위 장난감으로…….”

“그래, 그 장난감 맛이나 보시지!”

콰과과과가!!!!

순간 [포격]이 쏟아졌다.

농담이 아니라 전투기나 대형 기가스에나 장착되는 고구경 광자포가 소형 화기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큭! 이게 무슨!?”

카르는 12개의 검을 벼락처럼 휘둘러 포격을 막아냈지만 그 와중에 네 개의 팔과 거기에 들려 있던 검까지 잃어버리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의 전투력은 급감.

그러나 용맹한 전사였던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이를 악물며 다시 반격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카르, 이 녀석! 이렇게 시간을 끌다니 모르네님한테 경을 치고 싶어!?”

“캬하하! 아직도 죽일 녀석이 잔뜩 남아 있다니 기쁘구나!”

그때 부서진 벽 쪽에서부터 한 무리의 비인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낸다.

온몸에 중화기를 둘둘 두른 공룡족, 머리에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보석이 박혀 있는 암석 괴인, 그리고 그 둘을 따르는 다수의 비인들.

최선을 다해 방어 프로그램을 수동 작동하며 주변 상황을 파악하던 나탈리가 신음한다.

“미치광이 케인, 성벽의 월리……. 이건 대체……. 분명히 터크 여단장님이 부대원들과 함께 상대하러 갔었는데.”

하늘거인 기갑여단의 여단장 터크 대령은 조종사이자 전투 마법사인 존재로 알바트로스함에서 천현일 소장 다음의 전력을 가진 존재이다.

그 스스로의 전력도 전력이지만, 그는 알바트로스함의 유일한 인급 기가스 [나폴레옹]의 조종사였기에 지금까지 무수한 전투에서 승무원들을 구해왔다.

“뭐? 큭큭큭! 이 노인네 이름이 터크였나?”

온몸에 중화기를 둘둘 두른 공룡족 케인이 웃으며 한 손을 들어 올리자 함교에 있는 선원이 모두 숨을 죽인다.

그의 손에는 혀를 빼물고 있는 노인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연대장님!!! 이런 개자식들이!!]

하늘거인 기갑여단의 중대장 중 하나로서 그와 수많은 전장을 함께 해온 알렉스가 분통을 터뜨린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앞으로 뛰쳐나갈 수는 없다. 병사로서의 본능이 그의 발을 붙잡는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에서 이성을 잃었다가는 그대로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했나…….”

그리고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세레스티아는 긴 청발을 다시 한 번 질끈 묶으며 돌격소총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금색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쌍권총을 꺼내 들었다.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몇 개의 비밀스러운 단어를 외우자 그녀의 내면에서 힘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황족으로서의 힘.

물론 그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초월자까지 포함된 적을 어쩌기는 힘들 테지만, 그렇다고 곱게 죽거나 잡혀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이잉-!

그런데 그때 주변 조종기기들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투에 참여할 능력이 안 되는지라 웅크려 있던 몇 명의 조종사가 놀라 소리친다.

“지니가 다시 가동했습니다!”

“현재 부팅 프로그램이 실행 중입니다!”

“뭐?”

함교에 있는 승무원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리전에 의해 동결된 관제인격이 무슨 수로 스스로를 수리한단 말인가?

그러나 상황은 마냥 좋지 않아서 적들 역시 알바트로스함의 관제인격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큭! 인간놈들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관제인격이 깨어나고 있다!”

“빨리 다 쓸어버리고 최심부로 향한다! 관제인격 녀석이 자폭 코드를 입력하면 우린 물론이고 모르네 님까지 죽어!!”

상황을 파악한 케인과 월리가 지금까지의 여유를 버리고 살기를 피워 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들의 뒤에 있는 다른 비인들의 반응이 없다.

“이 머저리들이 지금 뭐 하는…….”

고함을 지르며 돌아섰다가 멈칫한다.

상당한 숫자였던 그의 부하가 모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한쪽 팔이 없는 푸른색의 기가스가 서 있었다.

-왠지 오늘 내가 타는 기가스는 죄다 외팔이인 느낌이 들지만… 운이 좋아. 그냥 이게 있다는 게 생각나서 고른 건데 OP기체였다니.

-OP? 그건 또 뭐냐?

-오버파워드(Overpowered). 사기 기체라고.

“뭐, 뭐야 천둥룡? 분명히 작동이 멈춰서 두고 왔었는데? 아니, 그보다 내가 아닌 다른 녀석이 천둥룡에 탔다고?”

천둥룡의 원래 주인인 알렉스 대위가 경악성을 내뱉었지만 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그의 앞에 있는 강자들이었다.

-놀아볼까?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팟!

천둥룡의 모습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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