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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29화 (2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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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 각성(覺醒)

[승리의 가능성은 1%도 없다고.]

“젠장!”

이를 갈며 몸을 돌려 작업실로 뛰쳐나간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이 배에서 탈출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 작업실을 나서다가, 마주 달려오던 녀석들을 발견한다.

“크륵! 선원을 발견했다! 따라가면 더 있을 거야!”

“한 분대 빼서 다 죽여 버리고 우리는 함교로 향한다!”

소리치며 달려오는 한 무리의 괴물은, 실로 기묘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외양을 가진 생물들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세레스티아나 레이나 등 우주선에서 근무하는 외계인들을 보면서 ‘이게 뭐가 외계인이야 그냥 인간이지’라는 감정을 느껴왔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누가 봐도 외계인인 것이다.

“맙소사.”

특이하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외양이다. 굳이 힘들게 설명을 하자면…….

‘스파게티 같다.’

그렇다. 굳이 스파게티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대충 면(?)종류의 형태에 불그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

마치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 뭉친 것 같은 외향을 가진 그들은 자신의 몸을 이루는 촉수 중 수십 가닥을 서로 뭉쳐 바닥을 디디고 다시 수십 가닥을 서로 얽어 세 손가락의 손을 네다섯 개씩 만들어 총화기를 장비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있는 눈.

내 머리통만 한 커다란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살기는 쓰라릴 정도로 따가워 마주하는 것만으로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신을 제압당했다거나 염동력 같은 것에 묶인 것은 아니다.

단지 녀석의 살기가, 그리고 그 살기가 그려내는 나의 죽음이 공포가 되어 심장을 억누르는 느낌이다.

물론 나름대로 멘탈이 강한 나는 이내 그 살기를 떨쳐낼 수 있었지만, 이미 상황은 늦어 녀석이 인간이 들기에 애매한 직선 형태의 화기로 나를 겨누고 있다.

“죽어라, 더러운 인간.”

으르렁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이를 악문다.

당연하지만 마주하고 있는 총구를 피해갈 재주가 나에게는 없다. 나는 동민처럼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람처럼 보호막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그렇게 죽음을 마주한 그 순간.

퓨웅!

내 뒤에서 뿜어진 빛줄기가 녀석의 눈을 관통해 버린다.

녀석의 커다란 눈은 뇌의 역할도 같이 하는 것인지 그 한 방으로 커다란 덩치가 단숨에 무너져 버린다.

“킈르르! 무슨 일이야!”

“기계병이다!”

“죽여!”

그리고 그 모습에 뒤에 있던 다른 병력들이 나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한다.

나는 기겁해 소리쳤다.

“닫혀라!”

쾅!

평소 기기깅 하고 천천히 닫히던 문이라서 속이 터졌었는데 놀랍게도 지금은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닫혀 버렸다.

닫히는 기세가 얼마나 빠른지 나를 향해 달려오던 비인 중 하나가 문짝에 끼어 즉사했을 정도다.

“하아… 하아… 죽는 줄 알았네. 고마워, 지니!”

내 뒤에서 광자총을 쏜 것은 작업실 한쪽에 대기 상태로 있던 메탈 바디(Metal Body)였다.

기계들의 문제점을 볼 수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보조하기 위한 지니의 분신체라고 할 수 있는 그것.

그러나 그녀는, 아니, 어째서인지 위장을 하지 않아 그냥 마네킹처럼 생긴 메탈바디는 나를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 아가씨는 지금 바빠서 이런데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아레스?”

[그래. 아무리도 죽어버릴 꼴이라 도와줬다. 그런데.]

메탈바디의 몸을 잠시 제어 중인 아레스는 뭔가 꺼림칙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왜 전신의 보물창고가 네 녀석의 말을 듣는 거지?]

“보물창고?”

녀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문을 표했을 때였다.

콰쾅! 쾅!

문 너머에서 폭음이 울린다. 밖에 있는 병력이 안으로 침입하려는 모양이었으나, 폭음이 무색하게도 거대한 금속문은 진동조차 하지 않는다.

벽 너머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이 문 왜 안 부서져!’

‘포격에도 견딥니다! 이상한 힘에 보호받고 있습니다!’

‘중요 시설인 모양이군.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우리는 함교로 향한다!’

잠시 몇 번 더 굉음이 울려 펴지다가 이내 인기척이 멀어진다.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문 근처로 다가가자, 한심하다는 듯한 아레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멍청아. 적들이 떠난다고 말해주니까 그걸 믿고 나가려고 하냐? 지금 문 열면 니 머리에 예쁜 구멍이 뚫릴 거다.]

“응? 하지만 인기척이.”

[멍청한 놈.]

순간 시야가 변한다. 아레스가 다시 전신의 눈을 나에게 건 것.

어느새 나는 문 밖에 서 있었다. 언제나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지나치는 복도는 적막하기만 하다.

-뭐야 아무도 없… 이런.

그러나 그러다 벽에 바짝 붙어있는 녀석들을 발견한다.

놀랍게도 이 스파게티 같은 녀석들은, 자신의 몸을 풀어내 양탄자처럼 펼쳐낸 것이다. 실로 교묘한 방법이었지만 벽 한쪽이 평소와 달리 붉은색이 되어 있었기에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봤군.

-아, 응. 깜빡 속을 뻔했어. 저 면발 같은 몸을 설마 저런 식으로 풀어낼 수가 있다니……. 설마 저 녀석들 몸을 다 이어서 몇 십 미터 짜리 긴 뱀처럼 만들 수 있는 거 아냐?

그리고 그 몸의 양 끝에는 총이 들려 있다. 아레스의 말대로, 만약 내가 멋모르고 문을 열었다면 머리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봤군, 이라는 말은 단지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그렇군. 스스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건가. 뭐 하는 녀석이지?

중얼거리는 아레스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 이 상태, 그러니까 아레스의 전신의 눈이 가동한 상태는 일종의 유령 상태와도 비슷해서 벽도 투과할 수 있고 의식하는 것만으로 장소를 이동할 수 있다. 이왕 녀석이 사용해 준 이상, 주변 상황이라도 파악해야겠다.

“모두 조심해!”

“제기랄, 대대 병력이 들어왔어! 완전히 작정했군!”

알바트로스함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적들은 각양각색이다.

내가 봤던 스파게티 녀석들도 있었고 무슨 골렘처럼 비슷한 바위로 만들어진 녀석들도, 문어 비슷한 형태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정말 명백하게 비인(非人)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외양들이다.

‘동민은, 보람은 어디 있지?’

의식을 집중해 둘을 찾아낸다.

녀석들은 거주구역에 솟아오른 격벽 사이에서 쏟아지는 탄환을 막아가며 전투를 하고 있었다.

“으, 너무 역겹게 생겼어요.”

“거기에 악의와 살의가 심각한 수준이군. 타협이 불가능하겠어.”

둘은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향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함께 싸우고 있었다.

게다가 수호결계반이라는 소속에 걸맞게 보람의 방어 능력은 실로 대단했고, 동민의 능력은 공격 쪽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둘의 호흡은 상당히 괜찮았다.

쾅!

온몸으로 전기를 뿌리며 멧돼지처럼 돌진한 바퀴 모양의 비인이 보람의 결계에 충돌해 멈춰 선다.

원래 그의 역할은 적의 전열을 엉망으로 헤집어 후에 이어질 아군의 돌격을 돕는 것이지만, 중전차를 넘어서는 돌진력으로도 희미한 결계 하나를 넘어설 수 없었다.

“오느라 수고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으로 동민이 다가서 허공에 손을 뻗는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는 마치 마술처럼 생수 한 통이 나타났고, 동민은 그것을 비인에게 뿌렸다.

쩌저저저적!!!

돌진이 막혔기에 다시 몸을 돌리려 했던 비인의 몸 한 부분이 쏟아지는 생수와 함께 얼어버린다. 그리고 동민의 몸이 순간 흐릿해졌다.

콰작!!!

“크아아아악----!”

몸 한부분이 깨져 나가자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동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의 상처에 손을 쑥 집어넣는다.

“다행히 피는 흐르는군.”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버둥 치던 비인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어간다.

놀랍게도… 동민은 녀석의 몸 안에 손을 꽂아 넣음으로써 녀석의 피 자체를 얼려버린 것이다.

제아무리 괴상한 외계인이라 해도 생명체인 이상 몸 안의 피가 얼어붙는데 살아남을 수는 없는지 이내 움직임이 완전히 멎어버리고 만다.

“제법이군. 정비관 호위로 오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전투력인데? 완성자에 이른 결계사에 4종류가 넘는 복합 능력자라니.”

“언니도 대단해요! 언니같이 강력한 소드 마스터는 처음 봤어요.”

“언니 아니다. 중대장이다. 그리고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 검술 완성자다.”

콰득!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대검을 벼락처럼 휘두르자 아군을 향해 돌진하던 스파게티가 분쇄기에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조각조각 나 버린다.

검을 휘두른 건 한 번뿐이었지만 검을 따라간 둥그런 검풍에는 수십 개가 넘는 검격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중대장님! 일단의 무리가 벽을 파괴하며 함교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적의 추가 병력이 배에 진입했다고 지니가 알려왔습니다! 방어시스템을 최대한 작동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더불어 적의 전자공격이 가해지면서 지니의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쏟아지는 보고 중 희소식은 단 하나도 없다.

실로 암울한 상황이었지만 중대장이라 불리는 여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배를 통째로 파괴하면 될 텐데 왜 위험을 무릅쓰고 함선 안으로 침투하는 거지? 설마 배를 나포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함장님이 배 안에 있는데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우주전에서 적의 함선을 나포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함선에 타고 있는 이들이 배와 함께 침몰하는 것을 두려워 항복한다면야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인간 포로를 살려두지 않기로 유명한 비인들을 상대로 알바트로스함의 승무원들이 항복할 리가 없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이 저항조차 할 틈도 없이 몰아붙인다면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알바트로스함에는 초월자인 천현일 소장이 타고 있지 않던가?

“적들 중에 초월자의 모습이 확인되었나?”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테라급 함선에 초월자급 적이 직접 돌입할 리가 있겠습니까? 막말로 저희가 자폭이라도 하면 초월자라도 살아남는 게 불가능할 텐데요.”

테라급 함선인 알바트로스에는 마찬가지로 테라급의 아이언 하트가 존재하며 거기서 생산해 내는 에너지는 감히 측정할 수가 없을 정도다.

어지간한 도시를 뛰어넘는 크기의 함선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완벽하게 충당할뿐더러 언제나 여력이 남아 행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포격과 태양과 같은 항성에 몸을 담그더라도 3일 이상 쾌적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실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테라급의 아이언 하트가 아니던가?

지금이야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싸우고 있지만 만약 패전이 확실시된다면 지니는 교전수칙에 의거 망설임 없이 자폭시스템을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테라급의 아이언 하트가 폭주해 영자폭탄으로 화(化)한다면 행성 하나 정도는 통째로 날아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아이언 하트가 폭주할 때 거기에 근접해 있다면 설사 그 대상이 초월자라 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주변의 마나를 엉망으로 만드는 영자폭발에 휘말리면 공간이동도 뭣도 불가능하고 강기막 같은 상위 에너지조차 그리 길게 유지할 수 없으니까.

블랙홀에서 조차 살아나온다는 믿을 수 없는 전례가 여럿 존재하는 것이 바로 초월자라는 괴물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테라급의 영자폭발에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인 것이다.

-상당히 불리한데…….

-승산이 없다는 내 말은 허투로 들었나?

한심하다는 아레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의식적으로 무시한다.

정말 승산이 없을 리가 없다. 정말 없다면 만들기라도 해야지 절망하기에는 빠르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레스. 아까는 어떻게 메탈 바디를 제어한 거야? 게다가 지니의 허락이 없다면 잠금장치가 풀리지 않는 총기까지 사용하다니.

-그냥 간단한 어빌리티다.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고, 주인이 없는 대부분의 병기를 제어할 수 있지.

-조종사가 없어도 어빌리티를 쓸 수 있단 말이야?

기가 막혀서 되묻는다.

어빌리티(Ability)란 조종사가 기가스나 함선에 있는 아이언 하트에 염(念)을 투사함으로써 발현되는 능력으로 조종사는 조종술과 함께 이 능력이 탁월해야 뛰어난 조종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조종사의 존재 목적이나 다름없는 어빌리티를 기가스가 그냥 혼자 써버린다고?

아니, 그러고 보니까 전신안 같은 것도 어빌리티였던 모양이다.

-쯧쯧. 신급 기가스를 뭐로 생각하는 거냐? 아쉽게도 초월기는 이미 발동한 걸 유지하는 것 정도가 한계고 사용자 어빌리티는 이미 사라져 없지만 자체 어빌리티라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하다. 특히나 만병지왕은 방어기제가 없는 대부분의 병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메탈 바디 따위가 아니라 기가스라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지. 그뿐이 아니라 나는…….

또다시 아레스의 자랑 타임이 시작된다.

요 녀석은 덩치에 안 맞게 자랑하는 걸 상당히 즐겨 하는 성격이라서 놔두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놓는 편.

다만 그게 허세가 아니라 다 리얼이라는 게 문제지만 나는 오른손을 들어 녀석의 말을 막았다. 전장에 새로운 적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음? 뭐야 저게. 포로인가?”

“누구 저 여자애 아는 사람 있어?”

“선원 목록에는 없는 녀석인데. 하지만 저 녀석들 편이라기에는 몰골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수급 기가스였다. 그러나 기가스라면 아군에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그건 새로울 것도 없는 상황.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그 기가스가 마치 사나운 짐승을 다루듯 끌고 나온 소녀의 모습이었다.

…여자애?

그것은 작은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개목걸이를 한 채, 전신을 쇠사슬로 결박당해 있었다.

그것의 긴 머리칼은 그것의 키보다도 길어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다.

키이이잉--! 철컹! 촤르륵!

그리고 그때 사방에서 온갖 방어병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온갖 종류의 자동병기와 수십 개가 넘는 메탈 바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뭣!? 지니 뭐하는 거야? 그것들은 적들이 더 들어온 다음에 꺼내야지!”

[아닙니다! 위험합니다! 공격하세요! 당장 저 괴물을 죽여야 합니다!]

“뭐? 괴물이라니 지니 너 왜 그래? 정확히 말해줘야.”

중대장이라 불리던 여성이 의문을 표했지만 지니는 상관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모습을 드러낸 자동병기와 포탑들이 함 내부가 박살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기세로 탄환과 미사일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메탈 바디들이 광검(光劍)을 들고 적에게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소녀의 입이 열리는 것이 먼저였다.

[아-------!]

외침이었다. 뇌를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러나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슬프고 애절한 외침.

그리고 그 외침 한방에 상황이 급변했다.

기이잉…….

탄환을 쏟아내던 자동병기가 모두 작동을 멈추고 침묵한다.

광검을 들고 적에게 돌진하던 메탈 바디들이 아름다운 무희의 모습에서 무색의 본체로 돌아가 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이, 이게 뭐야. 지니? 지니? 괜찮은 거야?”

“악 뭐야! 전장 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됐어!”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에 모두 당황해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자신 때문에 벌어진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목줄에 끌려 뒤로 빠져나간다.

아군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리… 전(Legion)! 저 쓰레기들이 드디어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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