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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10화 (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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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 이상한 오락실의 최첨단

[원일 고등학교]

[인간 사냥꾼 이경은]

“…….”

하나님.

“왜 그래? 안색이 어두워.”

“에? 나? 아니, 별로.”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았다.

윽, 오버했어. 이상하게 여길 거야.

과연 경은은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으니 단지 느낌일 뿐이다. 뭔가 더 생각하지는 않겠지.

“흠.”

“왜?”

“아니, 별로. 아, 그런데 영민 선배가 네 형이라는 거 진짜야?”

“응. 왜?”

의문을 표한다.

이 여자는 또 왜 우리 형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물론 형은 대단한 미소년으로 여자라면 누구라도 관심가질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가 관심을 가진다고 하면 아무래도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녀는 무려 인간 ‘사냥꾼’인 것이다!

세상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마도 3~40명 죽이는 게 다일 텐데 무려 100명을 죽였다고?

그건 광기나 뭐, 그런 문제가 아닌 좀 더 본질적인, 그래, ‘능력’의 문제다!

대체 이 평화로운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100명씩이나 살해하고 들키지 않을 수가 있지? 그보다 근처에 살인사건 관련 뉴스 같은 것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거야?

“흠… 하지만 별로 안 닮았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

정말 그렇다. 나랑 형은 그, 뭐랄까, 기본 골격부터 다르니까.

별로 안 닮은 형제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건 장동건이랑 지상렬이 형제라는 거나 마찬가지 상황(물론 그렇다고 내가 지상렬처럼 생겼다는 건 아니다)인 것이다.

사실 뭐 친형제가 아니니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말해주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나이를 생각하면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별로 비밀이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떠들고 다닐 만큼 유쾌한 내용도 아니니까.

“그 영민 선배 말이야, 휴일엔 뭐 하고 지내?”

“직접 물어보시죠. 형은 친절하니까 다 대답해 줄 거야.”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히 답했지만 마음속은 조마조마하다. 만약 다른 여학생이 같은 질문을 했다면 그냥 대답해 줬겠지만 그녀가 물어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는 위험신호가 울리고 있다.

왜 형의 주말 계획을 궁금해하는 거지?

형한테 반해서 고백하기 위해서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저기 있잖아, 너 나 싫어해?”

“내가?”

직설적인 질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윽, 이 녀석 눈치가 빨라.

하지만 목숨이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표정 연기는 완벽.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경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아닌가? 귀찮아하는 건가?”

“내 성격이 원래 이래서 그래. 형 소개해 달라는 사람도 많아서 곤란하기도 하고.”

“그렇겠네. 너희 형 잘생겼으니까.”

거기까지 말했을 때 선생님이 들어온다.

나로서는 참 고마운 타이밍이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모범생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경은은 선생님의 시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까.

과연 그녀는 앗 뜨거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어제는 첫날이라 넘겼으니 진도 나간다. 1학년 때는 놀았을지는 몰라도 이제 너희도 2학년이니까…….”

조용조용한 목소리와 함께 수업이 진행된다.

언제나 똑같은 하루. 그 어떤 변화도 없는 나날이다.

내 나이 또래의 학생 중에는 이런 매일을 진저리 칠 만큼 실어하는 녀석도 있을 테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겹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대부분이겠지.

그러나 나는 이런 매일을 사랑한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진학하고,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일을 찾아 취직하고, 그리 아름답거나 대단하지 않은 여자라도 좋으니 나를 사랑해 주는 여인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

딩동댕동~

1교시, 2교시, 3교시, 4교시, 점심시간.

무료한 수업 시간과 시끌시끌한 쉬는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다행히 경은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녀석은 인기가 많아서 쉬는 시간마다 몰려드는 녀석들이 많으니 일일이 거절하고 나한테 오기도 애매하겠지.

그리고 수업이 끝났다.

-아, 대하야?

“수업 끝났어?”

-응. 아, 그런데 하교라면 미안. 친구들하고 약속 있는데.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형의 목소리에 코끝을 긁었다.

흐음… 그러고 보면 형 요새 묘하게 친구들하고 노는 시간이 많아졌단 말이야.

물론 형은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었지만 본인 스스로는 사람 사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말하자면 좀 내성적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요새 들어서는 왠지 활동적이고 뭘 하든 만사 즐거워 보인다. 매일매일이 우울한 나에 비하면 그야말로 행복한 하루하루인 것이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

“뭐할까나.”

그다지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잠시 고민한다.

물론 이대로 집에 간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집에 가봐야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온라인에 접속해 전략 게임이나 대전 게임 같은 걸 하겠지.

물론 그런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슬슬 지겹다. 무엇보다 이기기만 하는 게임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아빠랑 해보자고 할… 아니, 그건 아니다.”

순간 떠올린 생각을 지운다.

아서라. 이건 내 최후의 보루다.

이것마저 져버리면 정말 난 회생 불가능의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

이기기만 하는 게임은 의미가 없다고 한 주제에 무슨 소리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지면 졌지 이것만큼은 아버지한테 지면 안 된다.

“아차, 그러고 보니 오락실 생겼었잖아?”

게임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재석이 자식이 마법소녀 같은 이상한 여자애를 데려오는 바람에 매일 하던 대전 게임밖에 못한 상태에서 나와 버렸다.

뭔가 커다란 상자 안에 들어가서 하던 특이한 형식의 오락기도 많았는데.

“그럼 가보지, 뭐.”

망설임 없이 가방을 챙겨 하교한다.

주변은 하교하는 학생들로 북적북적 거리는 상태. 우리 학교는 지나칠 정도로 넓기 때문에 교실부터 교문까지 10분 이상 걸린(교사들은 자동차를 타고 교내 주차장까지 이동한다)다는 게 좀 문제라면 문제지만 교문까지의 도로 옆에 가로수들이나 정원수들이 잘 자리 잡고 있어서 풍경은 꽤 괜찮다.

게다가 도로에 심어진 나무는 모조리 벚꽃으로 봄마다 열리는 벚꽃 축제는 이 지역에서도 상당히 큰 축제일 정도로 유명하다.

“…응?”

하지만 그러다가 멈칫한다.

시야의 외각 부분, 그러니까 벚꽃 가지 사이로 축구공만 한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약간 빛나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중앙에는 카메라 렌즈 비슷해 보이는 게 달려 있다.

“여, 어디 가냐?”

“아, 재석아.”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정면을 보았을 땐 이미 그 괴상한 물체는 사라지고 없다.

잘못 본 건가?

“어제 일 사과하려고 하는데 교실에서 왜 안 나와, 자식아. 거 미소녀 소개시켜 준 것뿐인데 삐져서는.”

“시끄러워. 미색에 홀려 친구를 팔아먹는 놈이 무슨… 그런데 교실에서 왜 안 나오냐니? 사과하려고 하면 네가 오면 되잖아?”

다른 반이라고는 해도 고작 옆 반일 뿐이다. 이 녀석이 그렇게 게으른 녀석도 아니고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 녀석인데 사과하고 싶으면서도 교실에도 안 찾아온단 말인가?

하지만 어색하게 웃는 녀석의 모습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응? 아, 아니, 별로. 너희 반은 풍수지리학 적으로 나한테 안 맞는 그런 게 있어서.”

“…….”

동민이군.

하긴 이 녀석은 성질도 있고 평소 단련도 제법 하는 천부적인 싸움꾼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언제나 차분하게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동민을 눈에 밟혀할 수밖에 없는 성격.

생각해 보면 한 번 동민이 녀석을 도발했다가 다음 날 [죽다 살아난]이라는 칭호를 달고 왔던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군.

간신히 다른 반에 걸려서 신 나하고 있을 게 눈에 보이는구나.

다만 난 여전히 같은 반에 걸려 절망적이지만.

“뭐, 어쨌든 미안하게 됐다! 아, 거참 미소녀 소개시켜 주고 원망받아야 하는 현실이 억울하지만 네놈의 특이한 인생을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

“그게 사과냐?”

황당해서 헛웃음 지었지만 딱히 크게 화가 나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지금 마법소녀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외계인이지.

“그나저나 그 가방은 뭐냐?”

어쩐 일인지 재석이의 한쪽 어깨에 어중간한 크기의 가방이 걸려 있다.

물론 학생이 가방 메고 다니는 게 뭐 이상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는 개인 사물함이 상당히 크고 안전한 편이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참고서 등의 개인 물품을 거기에 놓고 다닌다.

만약 하교할 때 가방을 가지고 가는 녀석이 있다면 뭔가 개인적으로 옮길 물건이 있는 녀석이거나 그게 아니면.

“설마… 학원 가냐?”

“엉엉엉엉. 상기시키지 마. 젠장, 내가 어쩌다…….”

당장에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그의 모습에 황당해한다.

“아니, 뭐, 고등학생이 학원 가는 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갑자기 왜?”

“1학년 기말고사 죽 쒔을 때 어머니랑 아버지가 단단히 벼르고 계셨던 모양이야. 적어도 100등 이내에 들지 못하면 3학년 때까지 계속 다녀야 해.”

“안 가면?”

“용돈 끊기고 카드 동결. 아, 우리나라 교육이 이래서 안 돼! 성적표 하나로 인간을 평가하다니!”

억울하다는 듯 소리치고 있긴 하지만 재석이네 부모님 심정도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 솔직히 저 녀석이 알아서 공부할 성격은 죽어도 아니니까.

물론 안 할 놈은 학원에 보내든 가정교사를 붙이든 안 하게 마련이지만 부모님 마음은 또 그렇지 않으리라.

“어쨌든 열심히 해라.”

“엉엉엉.”

징징대는 녀석에게 손을 흔들며 교문을 나선다.

교문 앞에는 수십 대의 차량이 즐비하게 서 있다. 학생들을 학원이나 집으로 태워 가기 위한 차량들이다.

개중에는 부모님이 직접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운전사들이 운전하고 있다.

“부잣집 자제들이란 말이지.”

그리고 그 부잣집 자제 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물론 우리 집안은 전혀 부자 가문이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부자다.

솔직히 말해 우리 아버지는 어느 집에서 태어나든 결과론적으로 부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만약 국가에서 우리 아버지의 전 재산을 모조리 몰수한 다음 저 멀리 중동 국가나 북한 같은 곳에 던져 놔도 아버지는 금세 부자가 되어버리겠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중동 국가나 북한 같은 곳에 떨어지면 아버지는 정권을 뒤집고 국가원수가 되어버릴 분이다.

뒤틀린 시스템을 두고 볼 성격도 아니거든.

‘그나저나 기분…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묘한 기분에 주변을 둘러본다.

특이한 감각이다. 마치 누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외계인 녀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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