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반 고흐 1화
프롤로그
통증이 등에 이르러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거늘 무슨 미련으로 아침을 맞이했는지 모를 일이다.
의식이 끊어질 것 같다.
그저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담배에 불을 붙이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형!”
동생 테오가 다급히 들어섰다. 헐떡이는 모습을 보니 적지 않게 놀란 듯하다.
고맙고 미안한.
사랑하는 동생과 눈을 마주할 수 없다.
“왔냐.”
“어떻게 된 거야! 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답할 수 없다.
날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녀석에게 차마 내 몸에 직접 총을 쏘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저 씁쓸히 웃으니 녀석이 담배를 빼앗았다.
“지금 담배나 피울 때야? 대체 왜! 왜!”
말하는 태도를 보니 이미 주치의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듯하다. 그랬으니 파리에서 이곳까지 단숨에 왔을 테고.
“나는 왜 이렇게 제대로 하는 일이 없을까.”
죽는 일마저 말이다.
씁쓸하게 내뱉은 말에 녀석이 손을 뻗었다.
“대체 왜 이래! 속상하게!”
옷자락을 쥔 테오의 손이 심히 떨렸다.
지금 보니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
안색도 좋지 못하고.
건강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모두 못난 형 때문이리라.
아무 걱정 없이 살았던 그 시절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잘 될 거라고 했잖아. 로제 씨처럼 형 알아보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대체, 대체 왜 그랬어!”
테오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절규한다.
어쩌면 그 말대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년 앙데팡당전에 전시한 <아이리스>와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제법 좋은 평을 받았으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근데, 근데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거냐고!”
말한다고 해결될까.
더는 붓을 들 수 없는 나를.
네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 세상 모든 사람이 이해하지 못해도 너만은 날 받아들여 줄 것이다. 보담아 줄 것이다. 품을 것이다.
하지만 네겐 아들이 있고 아내가 있지 않으냐.
네 건강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내가 짐이 되어서는 안 되리라.
“그제, 밀밭이 아름답더구나. 황금이 녹아내린 것 같았어.”
추수를 기다리는 밀밭이 아름답게 넘실거렸다.
오늘 밤에도 달과 별이 저 황금 같은 밀밭처럼 빛나겠지.
달과 별. 등불. 밀밭.
해바라기. 해바라기. 해바라기.
내일 아침 태양은 보지 못할 듯싶다.
“형. 형!”
아득해지는 시야 너머로 테오가 다급히 소리친다.
울먹이며 쉰 목소리로.
울지 마.
목소리가 안 나온다.
“안 돼. 안 돼! 이러면 안 되잖아! 일어나 봐! 좀!”
사랑하는 테오. 내 동생아.
부디 슬픔은 가슴에 묻어두길.
“형! 형!”
이럴 수밖에 없었던 못난 날 용서해 주길 바란다.
사랑한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