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200화 (에필로그) (200/200)

200. 에필로그

존재하는 것에는 끝이 있다.

- 유니버스 네트웍스, 정리 사업 발표... 2G, 3G 한번에 정리.... 7G를 위한 주파수 확보가 목적

- 유니버스 원, 단종 확정과 동시에 신제품 '유니버스 렌즈' 발표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글라스의 시대를 넘어 '렌즈'시대 다가오나... 몸과 합쳐지는 IT기술

압도적인 입지를 자랑하던 태준의 은퇴가 그러했듯,

태준이 만든 역사와 기술, 혁신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수명을 다하여 역사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의 파도 속에 쓸려내려나는 것 만은 아니었다.

- 뉴욕현대박물관 (MoMA), 유니버스 원 단종 기념 유니버스 전 모델 전시 개최... 잉센 허트만 관장, "인류사 최대 혁신을 일으킨 제품이자,산업디자인적 관점에서 미적 아름다움이 탁월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미래세대에 전해야 할 유산으로 선정."

- 과학기술부 선정 21세기 한국 10대 발명, 8개가 QULAB에서 나와...

태준이 진두지휘해 만들어진 기술과 제품은 유산이 되었고,

- UEP, 자체제작 영화 및 드라마 명작 100선 무료 공개 결정...! 아카데미 수상작 13편, 에미 수상작 23편 포함.

- UEP 그래미 베스트 앨범 발매 직후 빌보드 top 100 중 절반 줄 세워... 다시 돌아온 복고 열풍... 1020세대의 마음 흔든다.

태준의 후원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은 대중문화를 넘어 고전이 되었다.

그렇게 인류사 그 자체를 바꿔놓은 위대한 기업인 김태준은...

- 김태준 전 유니버스 회장 자서전 '불만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미래를 낳는다' 100만부 돌파.

- 웹소설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의 진짜 작가는 '김태준' 본인이었다! 김태준, '자전적 의미의 소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는 독자에게 맡기겠다.'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유니버스넷 인물검색에 저서항목이 추가되었네요?"

"전 기업인, 작가라는 태그도 생겼지. 뭐 유명세로 팔아치운 거긴 하지만 기분은 좋네."

민영의 말에 답한 태준은 속으로...

'나도 전생에는 문청의 꿈이 있었거든.'

전생 아주 깊숙한 곳 이제는 흐릿해지다 못해 풍화되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낡아버린 꿈을 떠올림과 동시에...

'그리고... 내 전생을 누군가 기억해줬으면 하기도 했고.'

입밖으로는 낼 수 없는 소설의 '본 목적'을 다시 되새김질 하며 웃음지어보였다.

그 웃음에 민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전생 이야기는 사실이예요?"

"완결치고 내가 작가라는 걸 밝히니까 다들 그거부터 물어보더라? 심지어 지난번 유니버스 비대면 주주총회에서도 그 질문이 나와서 원이가 난감해했다던데."

"어...?! 왜 말을 빙빙 꼬아요? 진짜예요?"

그렇게 민영이 소설 속 내용이 사실인지 추궁하자 태준은 어깨를 들썩이며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그 인터뷰 봤어요. 봤는데... 자기 부인한테도 안 알려주는건 좀 이상하잖아요?"

"이상할 것도 많다. 애초에 환생이니 하는걸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 말에 민영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안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솔직히 툭 터놓고 이야기해서 회장님이 한 일들이 뭐 하나 평범한게 있어야지요."

그 말에 태준은 너스레를 떨며...

"평범하지 않은 걸 나도 아니까 그렇게 쓴거야. 읽는 분들도 감정이입하시라고. 나름 작가인데 그런거 하나 계산 안하고 썼을까."

장난스럽게 답해주었고, 그런 태준의 너스레에 민영은 질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어후... 재수 없어. 네네. 베스트 셀러 작가이신데 어련하시겠어요."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을 던지고 일어나는 민영을 본 태준은 슬쩍 민영을 안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진짜라고 하면 어쩔 생각인데?"

"어쩌고 할게 뭐 있어요. 진짜가 아니라는데."

"만약에. 만약에 진짜라면."

그 말에 민영은 슬쩍 고개를 돌려 태준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고생했다고 말해줬겠죠?"

"그게 다야?"

"그리고... 그 전생의 부인이 누구인지도 물어봤을테고요."

그 말에 태준은 민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전생에도 너였겠지."

그 말에 민영은 대뜸 표정을 바꾸고는 '퍽'하고 태준을 치며 말을 이었다.

"이 양반 또 거짓말하고 있네? 소설 쓰면서 는건 거짓말하고 능청부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됐어요. 어차피 진짜도 아닌데 물어 뭐 해.

이따가 모임에 갈 준비나 해요. 난 샵에 가서 머리 하고 올테니까."

그렇게 태준의 품에서 벗어나 청담동 미용실에 갈 채비를 하는 민영을 보던 태준은 민영을 처음 보던 때를 떠올렸다.

...

"...옆에 계신분은 누굽니까? 오오와다 사장."

"아, 제 통역 겸 이번에 지시하신 경비업체 인수건으로 알게된 분입니다. 최민영씨라고...."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대뜸 친구부터 보내놓고 와서는 한다는 말이 일이야기니? 밥 부터 먹어."

...

무려 30년은 더 된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린 태준은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진짜 너였겠지. 이름도 배경도 모두 다른데 같은 사람처럼 외모도, 나이도, 성격도 똑 닮은 널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오죽하면 전생의 처에 대해 따로 찾아보기까지 했을까... 그런 사람은 없었지. 다른 모두가 다 있는데.

이번 생에서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렇게 혼잣말을 한 태준은 이내 푸근한 얼굴을 하고는 모임에 갈 채비를 했다.

...

..

.

"그래서 내가 그때... 여기 손사장을 붙잡고 그랬지."

"손사장이 가만히 당하고 있을리가 없을텐데?"

"뭐...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미 전세가 완전히 기운 상태였으니까요."

"하긴.. 그러고 보면 회장님 참... 왕년에는 엄청 독하게 사업하셨지."

그렇게 모임에 참석해 타케미치와 오오와다, 그리고 손의정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던 태준은 머쓱하게 웃으며 손의정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 때는 미안했습니다."

"뭘요. 회장님은 회장님 일 하신 것 뿐인데요. 세상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즉에 알아서 유니버스 산하로 들어왔을 겁니다."

태준의 사과에 손의정이 손사레를 치며 너스레를 떨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오와다가 손의정을 놀리듯 손가락질 하며 말을 이었다.

"그랬다면 TFC 의석도 더 받았겠지."

"하하하하하하. 맞네."

그렇게 왕년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을 말없이 구경하며 만족스럽게 웃던 태준에게 오오와다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소설로도 성공하셨고. 원이도 몇 년 뒤면 회장직에 오를텐데. 사돈께서는 이제 뭐하실겁니까?"

"문청의 꿈도 이뤘고, 자식도 다 키워뒀고, 사회 환원도 계속 하고 있으니..."

"있으니?"

그렇게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에 태준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손자 재롱이나 보면서 지내야지요."

"하하하. 제 손자이기도 하니 태어나면 너무 독점하진 마세요."

"어차피 바로 아랫층에 살지 않습니까?"

"그래도요. 딸까지 원이한테 뺏겼는데 손자까지 뺏기면 너무 서글프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그렇게 한참동안 옛날 이야기와 실 없는 농담을 주고 받던 태준과 태준의 동료들은 슬쩍 창밖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벌써 해가 지는 군요."

"나이가 드니 시간도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직도 마음은 한창때 같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

세월의 무상함을 한탄하는 말들.

그 말들을 듣던 태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다들 할 만큼 했잖습니까."

태준의 말에 오오와다는 피식 웃으며

"할 만큼 했지요. 누가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바람에 엉겁결에 같이 달려서 여기까지 왔으니."

라고 말했고, 손의정은 허탈하게 웃으며,

"엉겹결에 같이 달린 사람은 그나마 낫지. 저는 강제로 손 붙들려 달려왔습니다."

라고 말하며 태준을 바라보았다.

그런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던 타케미치는...

"같이 달리고 싶었던 사람도 있는데 배부른 소리들을 하는 구만."

이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말을 들은 태준은 떨어지는 해를 보며...

"그래도. 이렇게 결국 도착점에서 만나 함께 쉴 수 있으니 참 다행이지요.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음료수가 든 잔을 들고 외쳤고 그 어색한 몸짓과 말투에 다들 피식 웃고는 잔을 부딪혔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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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태준은 모임의 여운을 느끼며 차창 밖 흘러가는 풍경을 내다보았다.

"무슨 생각해요?"

그렇게 한참을 차창 밖을 보던 태준은 민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랄까.. 너무 행복해서.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지금이 꿈이 아니기를 바랐어."

"이제야 은퇴를 한 사람처럼 말하네요. 은퇴한지도 꽤 되었으면서."

"함께 달린 사람들을 오랜만에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지. 추억에 자극을 받아 그런걸지도?"

그 말에 민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쉴 줄 몰라서 그런거죠. 내내 일했잖아요. 은퇴하고도 글쓰고, 연재하고..."

"그런가...?"

"그런거예요. 나도 한동안 그랬는데요. 옛 생각에 취해서 멍하게 있었는걸요."

"당신 말이 맞을지도."

"평생을 달리기만 했으니까요. 회장님도 저도."

그 말에 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다른 일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일을 찾지 말고 놀거리를 찾아요."

"놀거리?"

"그동안 못본 드라마도 있고... 영화도 있고. 많잖아요. 놀거리는."

민영의 말에 태준이 잠시 고민하고는....

"그럴까 그럼?"

씨익 웃으며 말했다.

"김기사."

"예. 회장님."

"이제 그만 퇴근하게. 차키는 나 주고."

그렇게 김기사가 어색한 몸짓으로 인사하고 사라지자, 태준이 앞좌석에 옮겨타며 민영에게 말했다.

"그 동안 밀린 데이트나 할까?"

"어디갈껀데요?"

그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 민영이 기대된다는 듯 묻자 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

"어디든 좋지. 남산에 가 자물쇠를 걸어도 좋고... 아니면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가 가까운 곳으로 떠나도 좋고."

그 말에 민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당신이 데려가고 싶은데로 가 봐."

"처음 듣네. 당신이라는 말. 말 놓은 것도 처음이고."

"이젠 회장님이 아니라 내 남편이니까."

"결혼한지 30년이 다 되어서야 남편으로 인정받다니... 거 참. 그럼 꽉 잡아."

그 말과 함께 태준은 웃으며 옆자리를 툭툭 쳤고, 옆자리로 옮겨탄 민영은 태준의 손을 잡은채 태준과 함께 서울의 빛나는 밤거리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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