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우주산업 (5)
우주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대기권을 돌파할 수 있는 추력
대기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내구성
그리고 안정적인 통신
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통신이었다.
우주선에 쓰이는 전자 부품들의 경우 대기권 돌파시의 추력과 대기권 밖 온도차, 그리고 우주방사선을 버티기 위해 신뢰도가 높은 부품을 쓰게 되어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부품이라 함은...
"1980년대 중반에나 쓰일 법한 컴퓨팅 파워로 저 정도의 통신을 구현했단 말이야!?"
고도미세공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실리콘 대신 사파이어를 쓰는 라드하드(Rad-hard) 규격의 반도체를 의미했다.
그리고 이런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현용 반도체들과는 달리 너무나 낮은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었기에)
당연히 통신부터 갖가지 시스템을 전부 80년대 중반(사실 이 조차도 중국에서 안전을 도외시 해가며 상당히 끌어올린 수준이었다.)의 것으로 구성해야 했다.
이것을 익히 알고 있던 중국의 과학자들은 스페이스 X에서 구현한 이 통신 품질에 놀라 나자빠질 수 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안 그래도 항천국에서도 난리인가 봐. 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 선명한 통신을 해낼 수 있었냐고... 파견 나와있는 우리 쪽으로도 연락오고 난리야."
그리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통제음성의 품질에 놀라는 것을 넘어 저 기술을 어떻게 구현한 것인지 궁금해 미치겠다는 얼굴을 한 중국의 과학자들은...
- 도킹 성공. 수리 미션 진행 시작.
- 타이머 세팅. 1H. 건투를 빈다.
"QULAB쪽 기술이겠지 이건?"
"그렇겠지. 원래 CDMA개발로 시작한 연구소잖아. 거기."
자신들의 공식 미션이 진행되는 가운데에도 스페이스 X가 보여준 통신 품질에 대한 분석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놀라움은....
"최근 중국측과 스페이스 X측이 공개한 톈궁 수리보수 미션 영상 속 통신 품질이 이슈입니다.
중국 국가항천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팔콘 1과의 동기화를 위해 스페이스 X측에서 통신 설비 일부를 교체하였고 그에 따라 스페이스 X측이 사용하는 별도의 통신망을 사용해..."
- 영상 봄? 작정하고 아예 통신 품질 비교를 올렸더만.
- 선자오 기존 통신 수화음은 거의 뭐... 잘 안잡히는 라디오 수준이던데?
- 스페이스 X가 누구꺼인지 알면 놀랄 것도 없지. 김회장 본인부터가 통신사업하는데 그걸 그냥 냅뒀겠냐. 당연히 좋은걸로 갈아끼우겠지.
- 스페이스 X 공식 발표는 안 뜸?
- 아직 안뜸. 어쨌든간 이번 톈궁 미션은 중국 주도로 하는거고, 스페이스 X는 발주 받아서 하는거니까.
- KTJC 주주들 또 신나서 난리치겠네. 주가 또 올랐잖어.
- 이래서 주갤놈들은.... 눈에 주식밖에 안 보이냐 ㅋㅋㅋㅋㅋ 이제 민간 단위 우주시대가 코앞인데.
- 그러니까 돈을 더 벌어야지. 죽기전에 우주 한 번 나가보려면.
- 엌ㅋㅋㅋㅋ 반박불가
- 그나저나 저 기술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면 어쩌려고 선자오에 스페이스 X는 통신설비를 교체해준거야? 그냥 들어만 봐도 몇단계는 뛰어넘은 기술일텐데.
- 안그래도 종토방에서 그 말 하던데.. 뭐 발표 하겠지.
- 발표 떴다! https://www.vplanet.com/watch?v=12aa2311B341
톈궁 미션이 성공적으로 마쳐지고 민간에 발표가 되고 난 이후
들불처럼 더 많은 이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태준은 이에 맞춰 스페이스 X와 유니버스 네트워크의 공식 발표를 진행했다.
"톈궁 미션은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었습니다. 팔콘을 이용한 첫 유인발사 미션이었을 뿐만 아니라, 톈궁이라는 거대한 추락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미션이었죠.
이 시나리오 통해 우리는 텐궁을 바다로 빠뜨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RCS, 자세 제어 시스템을 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빠르게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통상적으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은 수 년이 걸리지만, 이번 미션의 경우 중국 국가항천국의 선발된 인력을 바로 미션에 투입함으로서 기간이 단축되었고,
뿐만 아니라 미리 준비되어있던 팔콘 1의 발사일정을 조정해 한 달 만에 발사와 도킹, 그리고 수리까지 완전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중국의 궤도우주선 선자오를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팔콘과의 도킹을 위한 개조, 그리고 팔콘과의 연속된 통제를 위한 통신 시스템 개선 작업,
그에 더해 현장 우주비행사들과의 교신을 위한 통신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공식 발표영상에서 통상적인 미션 브리핑을 마친 일론은 이어 발표의 본 목적인 통신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 중 가장 획기적인 개선점이라고 하면 바로 통신입니다. 우주에서의 통신은 이론상으로는 방해물이 없어 매우 손 쉬운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통신을 가능케하는 우주방사선과의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반도체가 그러하죠.
이에 저희 유니버스 그룹에서는 QULAB과의 협업을 통해 스페이스 X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이 라드하드 사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며 진행된 일론의 발표는 지루할 법도 했지만, 많은 이들이 일론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다.
- 역시 QULAB 외계인 고문한다더니 아예 안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터 재설계 했구만.
- 반도체 설계도 설계지만, 반도체 패키징도 전과는 완전 다른가보네. 방사선을 반도체만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닌데.
- 아직 본론은 안 나온거지?
- ㅇㅇ. 지금은 유니버스 홍보 중. 반도체 우리가 짱짱맨 소리 하고 있음.
그렇게 기술적인 부분의 설명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모두가 기다리던 발언이 일론의 입에서 나왔다.
"... 그렇게 만들어진것이 지난 기간 쏘아올려진 시험 위성들이었습니다.
현재 궤도상에 안착되어 있는 시험 위성은 총 30여개로 현재 지구 전체를 커버하고 있으며,
이번 미션에 사용되어 이슈가 된 통신방법 역시 시험위성들이 만든 메쉬네트워크에 직접 전송하여 통신한 것입니다."
그렇게 담담한 목소리로 일론의 설명이 나오자...
- 미친. 그럼 그게 전부 위성통신이었다는거야?
-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방법이긴 함. 어차피 우주로 나가면 텅 빈 공간으로 봐야하니까 광통신 효율이 100%에 가깝게 나올거고,
그렇게 위성에 직접 연결해서 지상으로 쏴주기만 하면 훨씬 더 좋겠지. 위성으로 방송도 하는데 뭐.
- 음질이나 해상도는 그렇다 치고, 지연시간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지연시간도 상당히 적었다며!
일론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던 과학자들이 나서서 해당 기술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었고,
그 질문을 본 일반인들 역시...
- ㅋㅋㅋㅋㅋ 공돌이 새끼들 놀라는 것 보소.
- 진짜 외계인 고문한거 아냐? 그룹 이름도 유니버스에... 각 사업부문에는 전부 플래닛 달려있고, 거기다 메신저 프로그램 이름은 앤서블이잖어.
- ㄹㅇㅋㅋ. 심지어 김회장이랑 김회장 와이프는 늙지도 않음. 진짜 외계인 고문한 걸지도.
(과학자들이 던지는 질문의 심각성은 인지하지 못한 채) 서로 웃고 떠들며 음모론을 농담처럼 떠드는 지경이 되었다.
그런 반응을 전달받은 일론은 그런 과학자들의 질문에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기술에 대한 부분은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여러분들께서 이번 미션에 사용된 통신 시스템을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조속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에 대해서는 직접 써보시고 판단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용해 볼 수 있다고? 그게 무슨... 잠깐 위성통신이랬지? 설마 위성 스케쥴표랑 네트워크 접속 권한을 내어준다는 건가?
- 일부 과학자들만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거겠지. 설마 일반 공개를 하겠어?
일론의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폭발하던 그때.
일론의 뒤에서 배경처럼 깔려있던 대형 스크린에...
STARLINK
Universe Networks / Space X / Universe-net
라는 거대한 로고가 나타나며 일론이 말을 이었다.
"스타링크. 이것이 여러분이 사용하시게 될 미래의 무선통신 서비스 입니다. 위성 접시가 있다면 지금 당장 앤서블에서 접속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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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론의 발표 이후.
세계는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 내놓은 최신형 위상배열식 안테나입니다. 이를 설치하면.. 약간의 구동과정을 거친후 짜잔 바로 인터넷이 연결되죠.
지금 제가 있는 곳은 놀랍게도. 태평양 한 가운데 입니다. 실험을 위해 배를 빌려 이곳까지 온 것인데요.
레이턴시는... 무려 20-50 msec... 어지간한 광통신 인터넷 보다 빠릅니다.
발표 직후 각 Vper들이 파라볼릭 안테나를 사용한 결과를 많이 내놓았었는데요. 역시 전용 안테나로 접속한 결과는 다르네요."
일론의 발표 직후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 내놓은 위상배열식 안테나를 활용하여 시험에 나선 Vper가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 유니버스 네트웍스, 기지국 개선 작업 돌입.... 자사 위상배열식 안테나를 추가하여 접속망 다각화.
- 위상배열식 안테나를 통한 위성 인터넷 접속... 광통신 인터넷보다 빠를 수 있는 이유.
- 유니버스 네트웍스, 해저 광케이블 인터넷은 서브 접속용으로 조정... ISP업계에서 도는 위성-유선 혼합 통신망 유행.
- 해저케이블의 시대 저물다, 해외접속을 위해 위성으로 몰리는 통신사들.
유니버스는 물론 많은 ISP(인터넷 서비스 공급자; 통신사)에서도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스타링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오지에서도 안테나만 있으면 인터넷 끊길 일은 없네 이제.
- 미국 프레퍼들은 벌써 자기 집에 안테나 쌓아두고있더라.
- 김회장 중국 한 번 도와주고 뽕을 제대로 뽑는구나.
- 지금은 안테나만 사면 베타기간 중 접속 무료니까. 당장 돈 벌이는 안 되지 않을까?
- 안테나 값만 799달러인데?
-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수요 없지. 미국이나, 러시아에서는 많을 듯.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2G도 기지국 없어서 안터지는데가 태반이라 땅 넓은 국가는.
- 엄밀히 따지면 우리도 이제 위성인터넷 쓰는 상황이긴 함. 기본적으로 해외서버는 해저망 대신 스타링크 위성망 사용하니까. 개선 작업도 그래서 하는거고.
- 그래 봐야 한국에는 유니버스넷 서버 있어서 체감하지도 못하지만 ㅋㅋㅋㅋ
인터넷 공급자들의 공급자로서 입지를 다진 스타링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케슬러 신드롬 (인공위성들의 연쇄 충돌로 인해 우주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을 것이라는 이론)을 걱정해야 합니다.
스타링크를 위해 스페이스 X가 초기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50개였는데... 그 발표가 있은지 고작 1년도 안되는 사이 벌써 인공위성이 300개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지요. 당장 이 속도라면 내년이면 떠있게될 스타링크의 인공위성이 2천개를 넘어가고, 내후년이면 1만개를 돌파하게 될 겁니다.
스페이스 X가 3단 추진체까지 25%의 확률로 회수할 수 있게 되면서 발사 비용이 매우 저렴해진 탓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스페이스 X측에서는 저궤도 소형 위성이기에 추락시 전부 연소해 사라진다고 하지만. 후발 주자들이 문제입니다.
스페이스 X를 이기기 위해 더 높은 고도로 쏘아올리기 시작한 윈웹이나, 인마셋등의 업체들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스타링크에 대한 우려, 나아가 위성통신 그 자체에 대한 우려 역시 매우 커져가고 있었다.
물론...
- 응. 김회장이 1회 TFC에서 우주쓰레기 치운댔어.
- 걱정할거면 그 전에 김회장이 뭘 하는지 부터 좀 알고 떠들어라.
- 그렇게 위성통신망이 걱정이면 다 막아야지 왜 스타링크만 가지고 난리?
태준이 일전에 선제적으로 발표했던 우주쓰레기 관련 발표 덕분에 해당 우려는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를 만든 두 주역.
태준과 일론은....
"이게 우리쪽에서 개발한 궤도 우주선입니까?"
"예. 선자오를 통해 얻은 자료들을 토대로 자체개발했습니다. 이름은... 드래곤 1입니다.
발사체 회수 프로그램을 응용해 낙하산 없이 궤도 재진입후 자체 엔진으로 회수 가능하게 설계했습니다."
"디자인이 선자오보다 세련되어져서 좋군요."
스타링크에 대한 건을 뒤로하고 민간 최초의 궤도 우주선이 될 드래곤 1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백악관에도 한 번 찾아가긴 해야겠군요. ISS와 도킹을 해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