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우주산업 (4)
일주일전....
"그리고 간만에 김회장을 만나봐야겠어. 자네도 그 자리에 동석하게 될 걸세. 물론 김회장은 모르게."
후진타오 주석의 말에 별실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태준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던 장커첸은 태준과 대화를 마치고 나자마자 말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들었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내 보기에 김회장의 제안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미 답을 정해놓고 내뱉는 말에 장커첸은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하는지,
아니면, '공산당원'으로서의 '당'과 '수령(주석)'의 견해에 동조해야 하는지.
그 찰나의 순간 동안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스페이스 X는 사립 우주기관중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낸 곳입니다. 김회장의 발언의 진위를 물으시는 것이라면 분명 주석께 말씀드린 내용 그대로일 것입니다."
장커첸 말에 후진타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ISS와의 도킹을 통한 ISS 기여분 확보 및 국제 우주프로그램 참가 가능성이 있단 말인가."
"그것 역시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X의 출현으로 주요 우주기구들간 느슨한 연맹체 구성이 가능해진데다,
각 기구의 상위 기관인 각국 정부의 민간 발주 역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구에 여러대의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국의 독자 우주정거장 보다는 단일화된 하나의 우주정거장으로 통제를 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공산당원'으로서의 견해를 '전문가'의 입장에서 포장해 말한 장커첸은...
'물론 허울뿐인 이야기지만... 이미....'
"좋군. 아주 좋아. 김회장은 역시..."
만족스럽게 웃는 후진타오를 보며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사고를 숨기는 것은 책임이 아닌 회피이니,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나아가 중국의 영속적인 우주탐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당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한다.
대국으로 굴기하는 것은 세계에 대국으로서의 책임과 본을 보인다는 것인 만큼...."
장커첸은 후진타오의 선언이 있자마자 곧바로 책임자로서 선자오를 미국으로 옮기게 되었다.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말이오?"
"예. 여기 보시면 최종 3단 분리 엔진과 결합이 안되지 않습니까? 이를 일단 우리쪽 부품으로 교체를 진행하고, 작동테스트를 해본 뒤에..."
그리고 그 곳에서 장커첸은 예상치 못한 복병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내 듣기로 당신네들이 개발하는 궤도 우주선도 소유즈 기반이라 들었는데 결합부는 다르다는게 말이 되오?"
"아시다시피 저희는 SI 기본단위를 쓰는 국가가 아닙니다. 설계 자체를 미국 단위계로 진행해 호환이 안되는데다....
소유즈 기반이라곤 해도 소유즈가 언제적 소유즈 입니까? 벌써 50년 전 소유즈 입니다. 더 좋은 기밀 방식과 도킹 방식이 있으면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정론을 내뱉는 일론의 말에 장커첸은 한숨을 내쉬다 이내 뭔가를 떠올린 듯 말을 이었다.
"허면 개보수 이후에는 어찌되는 게요?"
그의 말 속에 들은 생각.
'개보수를 통해 장착된 선자오를 가져가면 그 자체로 스페이스 X의 기술을 빼먹을 수 있다.'
그것을 모를 일론이 아니었기에 일론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원상복구 해드립니다. 당연히.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저희 사정으로 임의로 형태를 바꾸는 것인 만큼.. 저희로서도 최대한 원상태로 돌려드릴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 말에 장커첸은...
'이 자들... 결코 기술은 넘기지 않겠다고 작정했군.'
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캡콤(CAPCOM; Capsule Communicator - 지상연락관)은 누가 쥐게 되오?"
"일단 발사를 스페이스 X에서 진행하는 만큼, 그리고 추가 통제요소가 있는 만큼 저희가 쥐게 되지만, 궤도 진입 이후 도킹, 그리고 수리까지는 중국 국가항천국에서 쥐게 될겁니다."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가 있던 탓인지, 장커첸은 이어진 일론의 설명에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나마 핵심 통제는 우리쪽에서 할 수 있으니 다행이군.'
"알겠소. 그럼... 개보수 과정에서 우리 엔지니어의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오."
그렇게 장커첸이 물러나자 일론은 영어와 어색한 한국어, 그리고 스페인어까지 섞어가며 스페이스 X의 사원들에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주어진 시간은 한 달. 그 안에 우리는 선자오의 모든 설계를 알아냅니다.
전기는 물론이고 안에 들어간 반도체 부품은 뭐가 있는지, 통신 시스템은 뭘 쓰는지까지 전부 복제해내는 겁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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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론의 정기 보고를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다른 기술은 둘째치고 재진입 기술이 문제였는데... 잘 확보했다니 다행입니다."
"대놓고 실험해 볼 수는 없으니 당분간은 시뮬레이팅만 해야겠지만요."
"예. 최대한 모르는 척. 그저 추가 부품만 단 척 해서 속여 넘겨야 합니다."
"그건 KOTEC의 요원들이 잘 활약해주고 있습니다. 회장님 직속 경호를 맡았던 1팀이 상상이상의 실력이더군요.
중국 측에서 보낸 요원들도 현재까지 우리가 뭘 하는지 알아채지 못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론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태준은 수화기 너머 일론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곤 말을 이었다.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재진입 기술의 경우 응용하면 ICBM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인 만큼, 중국측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확인의 확인을 거듭하려 들겁니다."
그렇게 일론의 고삐를 다시 한 번 잡아챈 나는 전화를 끊고 조비서에게 말했다.
"조비서."
"예. 회장님."
"잘 하면 죽기 전에 우주여행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흐르고, 중국의 선자오를 실은 팔콘 1의 발사날이 다가왔다.
그 자리에 참석한 나는 장커첸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론을 볼 수 있었다.
"급하게 준비하긴 했어도 실패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저희 스페이스 X의 입장에서 실패는 어디까지나 추진체 회수에 대한 것이었을 뿐 궤도 진입 자체는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요."
"믿겠소."
"그리고 여기. 이 키를 중국 국가항천국에 전달해주시죠."
"이게 뭡니까?"
"선자오 통제 코드입니다. 1단, 2단, 3단에 이어 선자오까지 통신 시스템을 통합하느라 일부 통신 접근망을 원 OS 기반으로 수정했습니다.
여기 이 코드는 통제 코드이고, 여기 이건 접속용 주파수, 그리고... 여기 함께 드린 USB는 통제 프로토콜 프로그램입니다.
보안 문제가 있을테니... 빠르게 전달해 보안 검사를 통과해야 일정이 늦어지지 않겠지요."
"알겠소."
그 대화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일론의 미소를 본 나는 헛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기다 또 무슨 함정을 파뒀나보군.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기 좋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고 내게 다가오자 나는 뻔하디 뻔한 치하의 말과 응원을 건네고는 통제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윗단 사무실로 올라갔다.
"발사준비까지는 얼마나 남았답니까?"
"약 6시간 뒤에 발사랍니다. 그 시점에 쏘아 올려 추락하는 텐궁과 선자오를 도킹 시킨 뒤, 수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리일지... 아니면 추가설치일지..."
그 말에 조비서가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리쪽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천천히 추락하고 있다고 해도 어쨌거나 추락하는 중인 물체에 뭔가 추가 설치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테니까요."
"중국이라면 무리라도 필요하다면 시도할 겁니다. 일전에 말했던 제안. 중국측 답변은 답아 왔습니까?"
"예. 작전 성공 이후 궤도 정상화 단계까지 온 시점에서 홍보를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성공만 한다면이야 그만한 자랑거리가 없을테니까요."
"예. 그 쪽에서도 성공하면 V플래닛을 통해 이번 작전에 참여한 비행사들의 수트캠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하니... 거는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통제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내가 통제실을 보고있던 그 순간.
유니버스 비화망을 통해 하나의 파일이 도착했다.
- [사후결재 요망] 중국 국가항천국에 넘긴 통신 프로토콜 프로그램 관련 건 ; 일론 머스크
그 파일을 본 나는 슬쩍 주위를 살핀 뒤 조비서에게 방 문을 잠그라 신호하고는 파일을 열어보았다.
그렇게 보고서 파일에 써진 내용을 본 나는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함정은 함정인데... 더러운 함정은 아니었네. 아니, 함정이라기 보다는... 기를 꺾는 수준인건가?"
"예?"
내 혼잣말에 조비서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자 나는 승인 버튼을 누르고 유니버스 원을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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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발사 시작이지?"
"예."
"중난하이에서도 중계를 볼 수 있나?"
"항천국에 연락해 중계선 따오라하겠습니다."
"부탁하지."
그렇게 후진타오의 명이 내려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TV가 설치되었고,
- This is CAPCOM speaking...
후진타오의 집무실에 후진타오 본인은 생전 본적도 없는 일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지루하게 팔콘의 모습과 자잘한 소음.
그리고 알아는 듣겠으나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로 가득찬 영어 대화를 지나...
- Remote Control Initiating.
후진타오가 기다리던 발사 시간이 다가왔다.
- 5.
- 4.
- 3.
- 2.
- 1.
- Launch. Mission Start.
그렇게 우렁찬 소음과 함께 팔콘이 선자오를 싣고 하늘로 떠나자, 후진타오는 집무실 책상 한켠에 '인테리어'를 빙자해 가져다 놓은 포대화상을 보며 손을 까딱까딱 거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엄청난 소음과 함께.
1단 분리체가 발사장 옆에 준비된 착륙장에 내려않고 뒤 이어 2단 분리체까지 내려않는 모습이 미국에 있는 카메라를 통해 찍혀 대륙을 건너 후진타오의 TV에 비춰졌다.
"...허허.. 엄청 나긴 엄청나군. 매 발사 때 마다 발사체를 회수하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아끼는 건지..."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영상을 본 후진타오는 헛웃음을 흘리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발사된 선자오의 궤도진입 소식을 기다리던 후진타오의 귓가에....
"궤도 진입 성공. 통제 전환 요망."
"통제권을 스페이스 X에서 중국 국가항천국으로 이관한다."
"이관 완료. 현재시각 이후로 작전 2단계 완료시점까지 주취안에서 통제한다."
너무나 선명한.
마치 바로 옆에서 말을 하는 것만 같은 우주비행사와 기지간의 교신 내용이 들려오자 후진타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부터 시작이군."
그렇게 후진타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무렵.
주쉬안 우주기지의 중국 요원들은 물론이고...
스페이스 X의 텍사스 우주기지에 있던 중국인 요원들은 경악성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수신된 목소리가 너무 선명한데?"
"뭐야 대체 이건 어떻게 된거야? 우리가 원래 알던 통신수준이 아닌데?"
"통신망을 교체했다더니... 이래선 완전 수준이 다르잖아. 수준이."
"통제모니터 슬쩍 보고 왔는데 지연시간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야. 저 정도면 사실상... 2G급 이상... 3G급 미만의 통신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그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라디오 통신...일 리는 없고... 설마 우주에 기지국이라도 세웠다는 거야 뭐야...!?"
그렇게 중국인들의 경악성을 멀리서 지켜본 일론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태준에게 치켜들었고,
태준은 통유리창 너머에서 신이 난채 엄지를 치켜든 일론을 보며 옆에선 조비서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스타링크 필드테스트를 이런식으로 한다라... 참. 예나 지금이나 과감하다니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