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93화 (193/200)

193. 우주산업 (3)

태준이 돌아가고.

장커첸은 황급히 중난하이로 들어가 해당 사안에 대한 보고를 했다.

"미국으로 선자오를 옮기라 했다고?"

"예."

"그건 우리 기밀이 아닌가?"

"...그게 기밀인 것은 사실인데..."

그렇게 김태준 회장의 말을 똑같이 들려준 장커첸은 마저 말을 이었다.

"... 실제로 그 말도 맞는 말입니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그다지 진보된 것은 없으니.... 기껏해야 소재 정도일텐데... 사실 그 마저도 대체 소재가 많은지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로켓하나 빌리는 것도 제대로 못하나?"

"로켓을 빌려오려고 해도 상대가 그 조건이 아니면 빌려주질 못하겠다고 하니... 거기다 애초에 로켓을 빌리는 것도 저희 측이 아쉬운 부분이라..."

그 말에 후진타오는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던 후진타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 고치면. 제대로 제어는 가능한가? 톈궁(天宮)."

"바다로 빠뜨려 폐기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현재 시뮬레이션 결과는?"

"최악의 경우 서울과 베이징, 차악이라고 해도 황해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바다에 빠질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만..."

"그 시뮬레이션 결과는 전했고?"

"전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까지 전하게 된다면... 우리 우주기술력을 의심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문 밖으로 새어나가 국내에 소문이 퍼질 경우 민심이 이반될 수 도 있는지라."

그 말에 후진타오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짓했다.

후진타오의 손짓에 장커첸은 들고있던 서류를 내밀었고, 후진타오는 그 서류에 서명해주며 말을 이었다.

"반출 허가는 내겠지만... 어떻게든 기밀이 흘러가는 것은 막아야 하네.

김회장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 쪽에서도 알아서 잘 막아주겠지만... 미국 놈들 집 안으로 들어가는 만큼...."

"예. 잘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간만에 김회장을 만나봐야겠어. 자네도 그 자리에 동석하게 될 걸세. 물론 김회장은 모르게."

"예."

------

그렇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기다리던 나는 후진타오의 부름에 오랜만에 중난하이로 들어오게 되었다.

"오랜만이군."

"평안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자네 덕에 계속 평안할 수 있었는데... 아랫사람들이 자꾸 실수를 해서 말이지."

중국 국가항천국의 실수를 언급한 후진타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실수 없는 발전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실수를 쌓아 성공으로 가는 것이지요."

"그 말도 맞는 말이야. 해서 내 이리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김회장을 급히 불렀네만.... 진정으로 선자오를 미국으로 들고가야만 하겠나?"

다급하긴 다급했던 모양인지 후진타오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그 말에 나는 장커첸에게 했던 말을 반복하며 말을 이었다.

"로켓 자체를 중국으로 들여와도 되겠지요."

"헌데..."

"시간이 많다면 말이죠. 아시다시피 저희 로켓은 1단 발사체를 재사용하기 위해 추진체 회수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통제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전용 규격장치들을 중국내에 설치를 해야하죠.

이를 설치하고 운용준비까지 마치는데에만 아무리 빨라도 2년이 걸리는데... 톈궁(天宮) 1호가 그 때까지 버티지는 못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후진타오는 정치인 답지 않게 인상을 찌푸렸다가 말을 이었다.

"실례. 워낙 상황이 엄중한지라... 허면, 이번 건은 어쩔 수 없이 선자오를 미국으로 보내 쏘아올린다 치고,

앞으로는 어찌할 생각인가?"

"앞으로라면 어떤...."

"만약에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주를 한다고 한다면. 우리측에 스페이스 X의 발사장을 지을 생각이 있냐 이 말이네."

후진타오의 후진 없는 풀 악셀 발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차를 마셨고, 후진타오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자오를 내줄테니 자기들한테도 뭘 달라... 이거군. 당연히... 줄 생각은 없지만... 어느정도는 어르고 달래 놓아야 발목을 잡히지 않겠지.

이번에야 저들이 다급한 상황이니 진짜 협조요청을 해왔지만, 상황이 나아진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견제하려 들테니까.'

그렇게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한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중국에도 지을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저와 주석님과의 관계가 보통 사이는 아니니까요."

그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띈 후진타오가 이내 내 말에 '하긴 했었다'는 표현을 생각하고는 의문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긴 했었다니... 그 말인 즉,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예."

"어째서인가?"

"중국 법을 보니 우주개발 사업은 국가 사업으로 되어있더군요. 일반 사기업인 저희로서는... 법인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막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단념했습니다."

그 말에 후진타오는 다급한 표정으로 뭐라 말을 이으려 했고, 나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는 재빨리 그의 입에서 뭐라 말이 나오기 전에 말을 이어나갔다.

"해서... 그 대안으로 한국의 항우연과 계약을 맺고 동아시아권에서의 영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만...

죄송하게도 결정을 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선자오를 들고 가게 된 것입니다.

항우연의 나로도기지를 저희측이 쓸 수 있도록 개보수한 이후에는 동아시아권의 발주는 모두 나로도기지에서 할 예정이고요."

그렇게 '니들 법 때문에 무산된걸 탓하지 말라'며 후진타오의 입을 막은 나는 이어서 달래기에 들어갔다.

"다만, 중국의 국가항천국의 높은 기술력에 대해서는 저희 스페이스 X의 연구진들도 익히 알고 있는 바, 현재 각 우주기구와 맺은 연구 협약을 확대할 생각이 있습니다."

"연구협약? 그 정도로는...."

그렇게 내 달래기에 후진타오가 아쉽다는 표정을 대놓고 지어보이며 추가적으로 뭘 더 요구하기 위해 입을 열었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뭔가 부족하지요. 하물며 국가단위 최초 발주처인 중국의 국가항천국인데 더 나은 대우를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추가적인 제안을 드려볼까 합니다."

내 말에 후진타오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소파에 몸을 묻었고 나는 그런그의 표정을 보며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임과 동시에... 허울뿐인 제안을 해야 해.

다행히 상대는 기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 속여 넘길 수 있다.'

차를 마시는 그 찰나의 시간동안 차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중국은 현재 독자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톈궁(天宮) 공정도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고요."

"그렇지."

"그 텐궁 공정에 저희 스페이스 X가 참가하겠습니다. 한국의 항우연이야 나사쪽이 주도하는 미국의 프로젝트에 낄 생각이지만,

저희 스페이스 X는 항우연과는 별개의 기업일 뿐이니 참여하기에도 좋구요."

내 말에 후진타오가 의구심 섞인 눈초리를 보내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런 그의 시선을 흘려넘기며 말을 이었다.

"사실 중국이 독자개발에 들어간 것은 어디까지나 주요 선진국들의 견제 때문이지 않습니까?

각국 우주기구들과의 연구 협약을 맺은 준 우주기구로서의 스페이스 X가 텐궁 프로젝트에 가세한다면, ISS와 같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준하는 위상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그렇게 내가 말을 하다 말고 멈추며 공손히 두 손으로 후진타오를 가리키고...

"주석님의 정치적 업적이 되겠지요.

화평굴기가 틀렸다고 주장하며, 돌돌핍인(咄咄逼人;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이니 하는 강성 분자들의 기세를 다시 한 번 꺾어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시진핑같은 강성분자가 또 다시 이곳 중난하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여기에 더해... 최종적으로 어느정도 완성된 텐궁과 ISS를 결합한다면 기존의 ISS가 가지고 있던 입지와 지분을 중국과 저희 스페이스 X가 각각 사분지일씩 가져올 수도 있구요.

물론 저희 쪽에서는 중국에 붙어먹었다고 비판을 받겠지만... 그 부분은 저희가 감수를 해야할 부분이겠지요."

그 말에 후진타오는...

- 짝짝짝

"하오(好)!!"

박수를 치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그 모습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씩 웃어보였다.

그렇게 후진타오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나는 추가적인 전략을...

"그러니... 이를테면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 것이지요."

"대인의 풍모라..."

"사고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는 뉘앙스로 발표를 하는 겁니다. 그리하면 분명 주석님과 각을 세운 파벌에서는..."

"책임발언이 나오겠군."

"예. 그 책임 발언을 하는 이들에게 강하게 나가는 겁니다. 물러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세상 그 누가 사고와 실수를 드러내려 하겠는가! 라는 식으로..."

...

..

.

꽤나 긴 시간 설명했고, 그 설명까지 모두 들은 후진타오에게...

"역시. 김회장 자네는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군. 도덕적 명분과 권력을 놓치지 않는 완벽한 한 수. 잘 빌리겠네."

"주석께 지모를 빌려드린 것이 아닙니다. 형님께 아우가 지모를 '드린 것'이지요."

"하하하. 맞네. 맞아. 자네는 내 공명이니 형제나 다름 없지. 하하."

칭찬을 들으며 중난하이를 빠져나와 서울로 돌아갔다.

그렇게 서울로 돌아오고 한 주쯤 지났을까.

"중국의 국가항천국에서 톈궁(天宮) 1호의 오작동을 파악하고 사고 원인에 대해 공식발표를 했습니다. 발표된 문건에 따르면..."

TV에는 중국 국가항천국의 톈궁(天宮) 1호의 오작동에 대한 속보로 도배가 되었다.

".... 이에 중국 지도부에서는 긴급 인민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수습을 논의하였습니다."

"사고를 숨기는 것은 책임이 아닌 회피이니,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나아가 중국의 영속적인 우주탐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당을 중심으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한다."

VCR을 통해 후진타오의 연설 일부가 공개되던 그 때,

"스페이스 X쪽으로 국가항천국의 발주문서가 도착했습니다. 차기 텐궁공정에 대한 발주까지 포함한 계약서랍니다."

사전에 조율한대로 중국 국가항천국의 발주가 스페이스 X측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조비서를 통해 들어왔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비서를 통해 받은 문서를 검토하고는...

- 씨익.

씩 웃으며 유니버스 원을 꺼내 들었다.

"일론. 문서는 받아보았죠?"

"예. 선자오를 우리쪽 기지로 보내겠다는 문서도 받아보았습니다."

"선자오를 받아보는 즉시 도킹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분석에 들어가세요. 우리쪽도 유인우주선을 만들려면 그 자료가 필요할 겁니다."

"예. 안 그래도 궤도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좋은 샘플이 손에 들어왔군요.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일론과의 전화를 끊은 나는 다시금 후진타오가 나오는 TV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이었다.

"开动了(잘 먹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