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일상 (5)
"아버지가요?"
"그래. 그러니까 간단하게 옷 입고 나와."
마치 미국 텍사스를 옆동네 가듯이 말하는 민영의 말에 원은 당황했지만 이내...
'로켓 발사를 한 번 쯤 보고 싶긴 했어... 마코 누나도 오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마코 누나도 와요?"
"마코? 마코도 아마 부르시지 않았을까? 마코 지금 미국에 있잖아."
"알겠어요. 바로 준비할게요."
"우리끼리만 가는 게 아니라, 연구진들하고 당첨된 유니버스 캠퍼스 내 당첨된 학생들 전원이 갈거니까, 행동거지 신경써야한다?"
"네에."
그렇게 원이 준비를 하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가자 민영은 슬쩍 방문을 보고는 바로 유니버스 원을 꺼내 태준에게 전화했다.
"회장님. 원이가 마코도 오냐는데. 혹시 부르셨어요?"
"아. 마코는 지금 미국에 있던가?"
"따로 부르지 않으셨으면..."
"데려와. 좋은 구경인데 놓치면 아깝지. 거기다... 원이도 마코를 좋아라 하고. 마코도 원이 잘 챙겨주잖아."
"알겠어요. 그럼 앤한테 연락해보고 그리 바로 가는 걸로 할께요."
"아.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수행비서는..."
"예. 안 그래도 전화 끊내고 바로 안비서 출장준비하라고 연락하려고 했어요."
"오케이. 알았어."
그렇게 전화를 마친 민영은 피식 웃으며,
"남자들끼리 의리가 아주 끈끈하네. 서로서로 연애사업도 챙겨주고."
농 섞인 혼잣말을 던지고는 곧장 전화를 걸어 말을 이었다.
"안비서. 지금 바로 텍사스 스페이스 X로 갈거니까 준비해줘요."
"네. 이사님. 안그래도 조이사 전화 받고 준비중이었습니다."
"인원 선발은 다 되었어요?"
"예. 말씀하신 조건에 따라, 연구원들과 현재 석박사생들, 그리고 교수진들은 당장 출국가능한 인원들 전부 동원했고,
학생 견학의 경우에는 학내 서비스 앱에 푸쉬 알림으로 출국 가능 인원 및 신청인원 모집중에 있습니다.
학생 견학 인원은 내일 아침 바로 텍사스 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조치중에 있고요."
"깔끔하네요. 사흘 뒤 발사니까. 일정 잘 맞춰서 진행해줘요."
...
..
.
다음 날.
"원아!"
"마코누나!!"
먼저 도착한 원이와 마코는 신이난 표정으로 서로 인사하고는 스페이스 X를 구경하며 돌아다녔고,
그 모습을 본 태준과 오오와다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 참.... 저 두 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늘 싱글벙글이네요."
"아기때부터 같이 붙어다니며 컸으니까요. 마코가 오브라이언 가 후계자 수업 받으러 가기 전까지는 학교도 같았고요."
"그야... 경호문제 때문에 그런 것이었죠. 뭐 그게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준다면 좋은 일이지만요."
그렇게 오오와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태준이 슬쩍 장난기 섞인 얼굴로 오른 손을 들어 얼굴 앞 허공을 휘휘 젓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원이가....이게 되잖아요. 마코도 앤 사장 닮아서 장래가 기대되고요."
자식 자랑인지 뭔지 알 수 없는 태준의 농담에 오오와다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너무... 노골적인 말씀이 아닌지."
"노골적이라기 보단 순수한 것이죠. 외모보고 좋다고 하는건 인간 본능에 가까운 것이니까."
그 말에 오오와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놀고있는 원이와 마코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하긴. 저 애들이 서로 집안 조건이나 그런 것 보고 저렇게 어울리는 것이었다면... 더 씁쓸한 일이겠군요."
"아쉬울 것 없는 애들이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젠 머리가 굵어졌으니까요. 그런거 따지고 들 나이가 되어도 저 두 아이들은 그럴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태준과 오오와다가 시답잖은 논의를 하며 두 아이들을 지켜보던 그 때,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온 민영과 앤이 두 사람에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요?"
"애들 노는 것 보고 미래를 생각했지."
"회장님도 참. 이제 고등학생인 애들 두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민영이 태준의 대답에 핀잔을 주자 앤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말을 이었다.
"민영, 보통 있는 집안에선 둘 중 하나야. 아주 어린 나이에 빠르게 결혼 시켜버리거나, 아니면 나처럼 일하다 한참 늦게 결혼하거나.
태준 생각도 전혀 이상한 건 아니라고."
"그건 그렇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이죠. 아직 애 같은데."
그 말에 태준이 박수를 짝 하고 치고는 커피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뭐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우리 어른들이나 늙어서 급한거지."
태준의 정리하는 말에...
"음..."
"크흠..."
"어..."
세 사람의 표정이 태준에게 모여들었다.
그 어색한 시선에 태준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자, 앤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태준."
"예. 앤."
"태준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는데... 이번 건은...."
"음?"
그렇게 앤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뒤이어....
"그래요. 회장님. 누구 때문에 이렇게 늙었는데. 잔뜩 부려먹고, 일에만 미쳐서 밍기적대고...!
어후. 아직도 결혼할 때 생각하면...."
민영이 다시 한 번 잔소리를 날렸고,
그런 잔소리에 태준이 오오와다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 시선 사이로...
'오오와다 이사...'
'저도 이번 건은 못 도와드립니다.'
태준과 오오와다의 무언의 말이 오갔고, 태준은 그런 오오와다의 반응에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간신히 스페이스 X측과 조비서의 서포트로 잔소리 지옥(이라고 해도 귀여운 수준이었지만)에서 빠져나온 태준은 보고를 듣고는 조비서의 어깨를 툭툭쳐주며 말을 이었다.
"아주 훌륭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조비서."
"별 말씀을요."
"조비서도 하루 빨리 결혼하세요. 안비서 노처녀 만들지 말고."
"하하.. 또 최 이사님께 한 소리 들으신 겁니까?"
"화제가 그리로 튀어서 말이죠."
그렇게 조비서가 보고를 하기 전까지의 상황을 들은 조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도련님도 혼담을 가볍게라도 논의할 때가 오긴 왔군요."
"예. 매번 일에 미쳐 살아선지 애 크는 것도 제대로 못보고 그럴 때가 왔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할아버지가 제게는 서자라지만 나름대로 호의를 베푼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 아들들에게 못준 사랑을 제게 대신 준 것일 수도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나 제게는 좀 무르셨으니까요."
"할아버지...시라면 김두혁 회장 말씀이십니까?"
"예. 지금이야 우주의료원에 계시지만요."
그 말에 조비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원이 도련님 대학까지 가는 것은 보고 혼담을 진행하실텐데... 아직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뭐. 그야 그렇습니다만...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고, 저도 결혼이 늦은 편이니 가능하면 빠르게 진행하고 싶다는게... 제 욕심입니다."
"하하... 원이 도련님께서 좋다고만 하시면 바로 결혼 시키실 기세군요."
"허허 웃지만 말고 그러니까 조비서도 빨리 결혼하세요."
태준의 말에 조비서가 고개를 슬쩍 웃음짓고는 말을 이었다.
"뭐... 최 이사님도 그렇고, 앤 사장님도 그렇고, 심지어 오오와다 이사님조차도 동의하신 내용이지만... 우리 그룹이 워낙 바쁘잖습니까.
저도 회장님 수행하느라 바쁘고요. 그나마 최근에 나아진 감이 있지만... 별도로 시간을 내기에는...."
"혼담 오가면 말만 해요. 말만. 어떻게든 시간은 내줄테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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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페이스 X로 후발대까지 모두 도착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그럼. 견학과정은 모두 마치고, 지금 바로 발사전망대로 이동하죠."
사람들을 이끌고 직접 견학과정 전부를 관장한 일론의 말과 함께 로켓 발사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발사 전망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온 일론은
일찌감치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발사통제실에 가족들과 함께 들어와있던 나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갑자기 견학을 준비하셔서 놀랐습니다."
"스페이스 X에는 미안합니다. 안 그래도 발사 준비때문에 바빴을텐데."
"발사야 늘 준비하는 것이니 바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사람을 대하는게 좀 편하지 않아서..."
"그런 것 치고는 잘 하던데요."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견학은 왜..."
일론의 말에 나는 슬쩍 원이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 아이가 제게는 행운의 부적같은 거라서요. 이번 발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랄까요.
그런 김에 겸사겸사 다른 사람들의 기도와 응원의 힘도 빌리고 싶었습니다."
내 말에 일론이 슬쩍 원이를 보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하긴. 세계 전부를 장악한 이름인데. 부적도 저만한 부적이 없겠지요. 그럼 저도 그 부적 믿고 바로 발사 통제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해주세요."
그렇게 일론이 사라지고...
통제실 주위를 둘러싼 스피커에서 일론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발사 10분전. 내부 동력 가동."
"내부 동력 가동 시작했습니다."
"FTS(Flight Termination System; 비행종단시스템) 발사 준비 완료."
"올 시스템 그린."
"체크. 엔진 점화 준비."
그 목소리에 원과 마코가 발사대 상황을 중계하는 영상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가능 할까요?"
"원이랑 마코. 너희가 여기 있으니 가능할거야."
"어제 들었는데 스물 일곱개의 엔진을 동시에 점화시켜야 한다던데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러고도 자세 제어가 될 수 있어야 한대요.
심지어 이미 발사한 뒤의 로켓까지도요."
원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렵다고 생각하니?"
"듣기만 해서는요."
"실제로도 어려울거다.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되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면 그 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계속 뒤쳐지게 되는 거니까.
그렇기에 늘 된다고 믿어야 하는거야. 의문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거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그 뿐이니까."
그 말에 원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CDMA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을때 처럼요? 몇번이고 실패한 끝에 개발했다고...."
"음?"
"학교 수업시간에 배웟어요. 사회 교과서에 정보통신사회 파트에 아버지 나와요."
그 말에 나는 볼을 긁적이며...
'그건 미래기술 테크를 배껴와서 카이스트 공돌이들을 갈아댄 결과지만....'
"거 참... 죽기도 전에 교과서에 실리다니. 그래. 맞다. 이론 상 된다면 안 되는 건 없으니까. 그 때 처럼 지금도 될 때까지 하면 되는 거야."
'애한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지.'
대충 뭉개듯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발사 5분전."
발사 5분전을 알리는 일론의 목소리가 통제실을 울림과 동시에...
통제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발사 1분전."
그리고 그 침묵이 점차 달아오르더니...
"5"
"4"
"3"
"2"
"1"
"발사. Universe-Space X : Falcon 1. 비행 시작."
라는 일론의 목소리와 함께...
-쿠쿠쿠쿠쿠쿠쿠
발사대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거리의 통제실.
그리고 그 통제실을 둘러싼 수 많은 인파를 뚫고 낮은 진동음이 거칠게 통제실을 울렸다.
그리고.... 얼마 뒤.
"1단 발사체 분리. 자세 제어 돌입. 회수 프로토콜 가동....
2단 발사체 분리. 자세 제어 돌입. 회수 프로토콜 가동....
1단 발사체 회수 성공. 1단계 마일스톤 도달. 축하합니다."
이라는 말이 일론의 음성대신 시스템 어나운스로 나오자...
""""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내 귓전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