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85화 (185/200)

185. 재단 설립 (1)

대개 재벌 총수들은 인문학 책을 즐겨읽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문학 팔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진짜로 인문학을 통해 부자가 되는 비법을 얻는다거나 하지 않았다.

"역사 속 실수를 확인하고,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죠."

"그럼에도 실수는 나오지 않습니까?"

"나오죠. 그럴때 필요한게 바로 사상입니다."

태준의 말 처럼.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역사 속에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저지른 실수를 피해가는 것을 목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미래지식으로 여기까지 온 태준 역시.

과거 인물들이 거쳐간 역사를 보고, 과거 인물들이 내놓은 해결책과 사상을 탐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는 물론 미래지식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그 탐구의 결과로 내놓았던 것이 바로 KTJC협정이었다.

"KTJC 협정을 내놓을 때도. 이 책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렇게 태준이 읽던 책을 내려놓으며 말하자 다음 일정을 위해 태준을 데리러 온 조비서가 의문을 숨기지 못하고 질문해왔다.

"저희야 회장님께서 세우신 전략대로 움직이면 그 뿐이긴 하지만.... 이렇게 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회장님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주요 10개국 왕실과 정부에 일반주 지분을 내주었으니 더는 공격받을 일이 없을텐데요."

"그 일반주를 대가로 받아온 것도 있지 않습니까? 돈이라던가... 사업이라던가. 거기에 명예까지 가져왔죠.

왕실이 있는 영국, 네덜란드, 태국, 브루나이의 로열 워런티도 가져왔고요."

"그건 새발의 피도 안되지 않습니까?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런 사소한 사업들은 정략적 이유에서 받아챙기신 것이지 않습니까."

조비서의 지적에 태준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딱히 큰 도움이 되지 않죠. 하지만 덕분에 유력자로부터의 공격은 피할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큰 대가를 지불하고 각국 유력가문들과 유력자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했으면, 공격 우려는 없을텐데....

어째서 이런 일까지 하시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서요."

그 말에 태준은 웃으며 슬쩍 책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조비서는 영화 좋아합니까?"

"영화요?"

"예."

"... 좋아하지만 자주 못보죠. 바쁘니까요."

그 말에 태준은 슬쩍 다른 곳을 쳐다보고는 못들은 체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좀비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좀비영화에서 보면 좀비들이 생존자들에게 막 달려들지요. 그게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아십니까?"

".... 글세요.. 어느 나라의 전설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대답이지만... 그건 조금 피상적이군요. 정답은... 분노한 민심입니다."

"분노한 민심... 이요?"

"예. 좀비들의 공격 수단이 이빨인 것은 가진 것 없는 민중의 마지막 저항을,

좀비들이 사람을 물어 뜯는 것은 민중의 굶주림을,

좀비의 전염력은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분노를 상징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 좀비들이 공격하는 대상은... 일반적으로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들이죠.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평화를 누리는 자들의 일상은 굶주리고, 분노한 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좀비의 거친 분노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좀비를 때려 죽인다...?"

"는 것은 하수의 생각이죠. 좀비를 만들지 않으면 되는겁니다.

좀비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는 해독제를 만들면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 해독제라는 것을 지금 이 사안에 대입한다면,

'모두와 이익을 나누는 것이겠지요.'

이번 협정은 그런 차원에서 이뤄지는 협정입니다."

태준의 말에 조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태준의 대응이 너무 과민하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 대부분은 회장님을 존경하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참 된 기업인이라면서요.

분노를 할 일도 없거니와 설사 분노한다 한들 그 타깃이 회장님께 향할 일도 없습니다."

"분노를 한 뒤에 대응하는 것은 늦죠. 아니... 사실 이미 살짝 늦은 감도 있습니다만..."

그 말에 조비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일단 서명한 이후에 이 이야기는 마저 하도록 하죠."

"예. 그럼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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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정부와 유니버스 그룹, 그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네 개 단체가 모여 협약식을 갖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상생경제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김대기 경제전문기자가 보도해드립니다."

"오늘 낮 더 플러스 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상생경제 협약식에서 정부와 유니버스 그룹,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대표자들이 협약문에 서명했습니다.

서명과 함께 기자들에게 공개된 협약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KTJC 협정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상생경제 협약식'이라는 이름으로 체결되자 여론은 충격에 휩싸였다.

- 협약문 전문 보면 장난 아니던데? KTJC의 일반주 전부를 전부 별도로 설립된 재단에 비과세 증여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이거 완전....

- 자리는 확실히 지키겠다는 거지. 상속문제로 쪼개진 대기업이 어디 한 둘이 아니니까.

- 유니버스 그렇게 안봤는데... 역시 유니버스도 재벌은 재벌이구나.

- 협약문 제대로 읽은거 맞음? 비과세 증여 대신 일반주 배당금의 85%는 무조건 재단에서 선 수취해서 복지사업에 쓰기로 했잖어.

거기다. 재단 내 발언권은 주식 비율로 하되 노동권은 별도의 사외이사직을 두기로 했고. 누가 봐도 유니버스가 꽤 많이 넘겨준거 아님?

심지어 노동 수호 항목은 완전 유니버스 입장에선 손해잖어.

거기다 재단에서 회장임명권도 가지는데... 그것까지 보면 유니버스가 많이 양보한거지.

거기다 자기 지분도 줄였잖어. 그래도 40퍼 후반이라 영향력은 막대하지만...

여태 상장도 안하고 전부 자기자본으로만 사업해온 김회장이 그렇게까지 한 건 엄청난 양보지.

- 이게 정상 반응이지. 원 댓은 하나만 보고 씩씩대는 거 보니 분노조절장애인듯.

- 난 이걸 성사시킨 정부가 더 대단한데? 노동계도 그렇고 이걸 받을 줄이야...

- 노동계야 안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 아니지. 이걸 받으면서 유니버스에 한해서는 파업을 안하겠다 선언한 셈이 되었으니 신기한거지... 노총은 원래 파업으로 꿀빠는 애들인데.

- 애초에 노동계 파업은 유니버스에서 거의 없었기는 함. 대현쪽 빼고. 대현이야 워낙 강성이라... 근데 이걸 받았다라.... 노동권 수호 항목 때문에 받은건가?

- 어찌되었든 이번 건으로 유니버스는 정부랑 동업자 관계가 되었네. 정부에선 세금 적게 매기는 대신 유니버스에 복지쪽으로 외주준 셈이고.

- ㅇㅇ. 정부는 유니버스에 영향력 투사할 수 있는 공식 루트 파고 덤으로 작게나마 배당도 받아가니.

대부분의 여론은 충격적이라면서도 동시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재계는 달랐다.

"유니버스가 이렇게 나와버리면... 다른 그룹들은 어쩌라고."

"돈 많은게 죄는 아니잖아! 합법적으로 번 돈을 왜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거지? 이래서는 꼼짝없이...."

재계의 입장에서 유니버스의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 정부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춰진데다 일종의 처벌에 가까운 것으로 비춰졌기에 언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지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다만....

"과연... 김회장. 보통이 아니군. AI 시연 이후에 바로... 이번 건으로 AI에 대한 반대여론도 한 순간에 뒤집히겠군.

정부는 물론이고 노동조합까지 끌어들여서 AI의 소유권을 나눠가진 셈이 되었으니.... 거기다. 알파고 코어 엔진을 공개한 것도 그렇고..

적 대신 아군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해... 사실상 국민 모두가 유니버스를 작게나마 소유한 셈이 되어버렸어.

그것도 그냥 소유가 아니라 원한다면... 의사 표현이 가능한 진짜 소유....

이렇게 나오면 유니버스의 성공이 곧 국민 전체의 성공으로 비춰지고... 이는 곧... 유니버스 그룹 전체에 국가가 락인(Lock-in)되는 효과가 생긴다...."

사성의 이진휘와 같이 태준의 전략을 눈치챈 이들은...

"그렇다면...! 우리도 이 협약에 후발주자로 가입을 해야겠지. 어차피 우리야 연기금이 쥐고 있는 주식도 많으니...

최비서. 지금 당장 긴급 주주총회 열고, 협약 가입을 의제로 올려.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나중가서는 우리 제품만이 아니라 회사 자체가 배척당한다."

"알겠습니다."

"협약 가입을 원치 않는 이들의 주식은 회사 명의로 매입 소각하는 것으로..."

발빠르게 해당 협약에 가입하려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태준은....

"한마디로 작은 이득을 내주고 큰 이득을 취한 셈이 되는 거군요."

"그렇죠. 우리의 인사권, 경영권, 의결권 일부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부 넘겨주고 그들을 우리 편으로 만든 셈인겁니다.

그렇게 우리편이 된 사람들은 우리의 AI도 우리의 플랫폼도 우리의 사업도 부정적으로 보지 않겠죠.

특히 AI쪽은 이미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잘라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늦은 감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거군요."

"예. 사전에 미리 처리를 한 뒤 AI를 발표했다면 지금처럼 걱정은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그렇다면 발표를 늦추는 방법도 있었지 않습니까?"

"그 사이에 언제 누가 치고 나올지 모르니까요. 모든게 그렇지만.... 신산업은 더더욱 주도권을 먼저 잡는 자가 이기는 법이니."

조비서에게 아까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설명해주며 말을 이었다.

"이제야 좀 감이 잡히십니까?"

"예."

조비서의 시원한 대답에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할겁니다. 조비서도 이번에 생긴 재단의 이사직으로 자주 나가야 할 테니까요. 무려 재단에서 0.2%의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발언권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공부를 해둬야겠지요."

그 말에 조비서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저야 뭐... 회장님의 의견에 따라가면 되는데요. 실질적으로 재단에서 논쟁을 할 수 있는 세력은... 각국 정부와 대현가 사람들.... 그리고 일본의 JMG와 노조정도겠지요.

그 마저도 JMG는 그 자체로 파편화 되어 있으니... 회장님의 결정이 곧 재단의 결정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분석은 꽤 날카로웠네요."

"주식 비율만 놓고 보면 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닐겁니다. 노조와 우선주 주주들에 쥐어준 특별발언권 3%씩이 있으니... 모든 결정을 제가 좌우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도 안되고요.

브루나이야 내일... 아니면 당장 오늘이라도 이 협약을 준용하겠다 나설테니 걱정은 없지만.

주요 강대국들은 약속을 했다고 해도 간을 보겠지요. 그들이 놀라서 발을 빼는 일이 없도록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지요.

그래야...."

그렇게 태준이 말을 멈추자 조비서가 슬쩍 태준을 보았고.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야 온전히 우리 유니버스가 그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으로 종국에는.... 모든 산업의 길을 유니버스로 통하게 만들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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