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인공지능 (3)
"그 수는 어떻게 두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커제 九단의 경우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는데.... 설마 진짜로 장생을 노리고 형을 만드신 것입니까?"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습니다. 두다보니 장생세를 만들 수 있는 수가 두 군데 눈에 들어왔을 뿐입니다.
결국 그 수 뿐이었다는 것이죠. 알파고를 물리칠 방법은. 비기는 것.
간혹 영화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AI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노린 공격. 제 딴에는 그런 공격이었던 셈이죠.
실제로 그 수를 받은 알파고의 반응은 놀랍게도 그 무한한 장생을 이어가는 것이었기에 인간인 제 입장에선 실패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이세석 九단의 인터뷰가 실시간으로 기사로 바뀌어 매 순간 순간 업데이트 되어 가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 우연과 필연이 겹친 셈이네.
- 우연이라고 해도 여기서 그 대국을 보는 사람들 전부가 못보고 있던 수인데, 그걸 내질러 장생을 만든건 이세석의 실력이지. ㅇㅇ
- 딥마인드 놈들 이렇게 판 빅 날 줄 몰랐던듯... 아직도 알파고쪽 해설 인터뷰가 안나오네.
- ㄹㅇ 백만판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게 장생이니까.
- 인류는 승리했다....!!
- 어!? 기계 앞잡이 나왔다! 마이크 잡는데!?
그렇게 사람들의 환호 속에.
데미스로부터 사전 스캐닝 결과를 전해들은 아자황이 마이크를 집어들더니 말을 이었다.
"이번 알파고의 대국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저희 자체 스캐닝 결과... 알파고의 자체 기보 100만판중 판빅 사례는 없었고, 비긴 사례 또한 어떤 룰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였습니다.
또한 자체 학습시킨 기보들에는 판빅이 있었습니다만...
알파고는 이번 대국, 이세석 九단의 61번째 수를 읽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다만, 저희로서도 기뻤던 점은 알파고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본격적인 인공지능 보급뒤가 아닌 인공지능의 탄생 시점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세석 九단의 그 한수에 존경과 사랑, 감사를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자황의 말이 끝나자....
- 이상, 기계제국 대변인 아자황의 성명발표가 있었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아자황... 저 양반 공돌이중의 공돌이던데... 아마 6단이라는 이유로 여기 나왔다가 영원히 고통받게 생겼네.
- 급 진지 빨아 미안한데, 저 뒷말 보면 좀 느낌 쎄 하지 않냐?
- 뭐가?
- 인공지능 보급전에 약점을 발견해 다행이라잖냐.
- 그게 뭐. 당연한 말 아니냐? 미쳤다고 바둑용 인공지능을 그 큰 돈을 들여 만들겠어. 당연히 다른 사업으로도 뻗어 나가겠지. 그냥 통상적인 발언에 별...
- 지금은 우리 세석이 형님이 인공지능을 박살냈다는 거에 의의가 있는거임. 그것도 장생으로 AI에게 오류를 심어주면서 말이야....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진짜.
- 뭐 완전한 승리는 아니고... 비긴거니까. 한 봉인쯤 되겠네.
- 그럼 알파고 약점 나왔으니 다음 대국도 기대해 볼만 하겠네.
- 그건 아닌게... 알파고는 이번에 장생세를 습득해버림. 이번 대회 기보도 학습대상으로 삼는다고 했으니.... 그리고 이번 무승부 결과도 입력이 되어버렸지. 그러면 다음에는 이런 일을 피하려 들게 분명함.
사람들은 저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며 아자황의 발언을 저들끼리 해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의문을 낳았지만, 태준은 물론이고, 유니버스의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대답해주지 않은채 다음날 5차 대국이 열렸다.
"이세석 九단, 이번에는 비기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난 4번기에서 그간 최강으로 인식되며 경악을 안겨주었던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났으니 이세석 九단의 선전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이세석을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열린 대국.
그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를 가져가자자
- 알파고, 한국기원 명예 九단 되다.
- [포토] 단증 받는 알파고와 그 개발자들...
(실제로도 미리 준비한 것이지만) 미리 준비했다는 듯 알파고의 명예 9단 면장이 수여되면서 이 거대한 행사의 막을 내렸다.
...
..
.
"일단 행사는 끝이 났지만...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이번 대국의 본질은 기술 시연이었으니까요."
"예. 데미스. 진짜는 지금부터죠. 바둑을 넘어 그 범위를 점차 확장시켜나가려면..."
태준의 말처럼.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기에 태준은 이번 행사로 모인 그룹의 최고위급 임원들을 모아둔 채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의문들도 어느정도 해소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심을 기대로 바꿔야 합니다."
"알파고 쇼크가 생각보다 크군요."
"그럴 수 밖에요. 일단 앤은... 한국 기원에 일반 서버 수준으로 스펙을 낮춘 알파고 서버를 구축해두고 보도자료도 돌리는 것을 시작으로... 언론플레이 들어가주세요."
"알겠어요."
그렇게 앤에게 언론플레이를 주문한 태준은 곧장 고개를 돌려 데미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데미스. 데미스는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알파고의 기본 구조를 플랫폼화 할 준비를 하세요."
"플랫폼...화요?"
"예. 현재 원 OS처럼 누구나 알파고의 기본구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두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치질에 우리가 당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바람을 빼두자는 것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 OS의 버추얼 비서 앨리스 역시 알파고 엔진으로 바꾸는 작업도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태준의 추가 요구가 이어지자... 데미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잠깐... 그 말씀은..."
"예. 인공지능 도입을 준비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아직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 않습니까."
슬쩍 튕기는 데미스의 의도...
'우리는 우리 연구만 하고 싶은데요?'를 모를리 없는 태준이었지만.
그럼에도 태준은 모른체하며 말을 이었다.
"알파고는 강인공지능입니까?"
"그건 아니죠."
"그럼 괜찮습니다. 특정 목적에만 한정되어 있으니 공포는 금방 사그라들겁니다. 거기다..."
그렇게 앤을 가리킨 태준은 데미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앤이 언론플레이도 병행할테니 이미지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우선은 제품 별로 별도의 알파고 서버를 만들어 각 제품의 사용자 이용패턴을 학습시키는 것을 목표로 작업에 들어가죠.
거기다... 이를 유니버스 101의 자율주행에도 적용할 수 있게끔 학습도 시키고요."
그 말에 데미스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이었다.
"설마... 회장님. 저희는 연구자율성을 보장받은...."
태준이 끝까지 모른체 하며 일을 진행시키자 데미스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지만....
"예.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대한이라고 했지, 무조건이라고 한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들은...."
"아뇨. 이건 빠르게 해야합니다. 초장에 빠르게 보급해서 최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나은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다른 곳에서 먼저 강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우리의 성공은 말짱도로무인거 잘 알잖습니까 데미스."
태준의 말.
그 안에 담긴 핵심.
'강인공지능 개발 1등만이 살아남는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이 핵심에 데미스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범용 인공지능... 소위 강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종다양한 학습정보가 필요한게 사실이긴 하지.... 하지만...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는 않군.'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팀원들과 적용가능한 모델들을 대상으로 개발에..."
그렇게 데미스가 '인수당한 이상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태준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자, 태준이 무슨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말을 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이. QULAB 전체 연구소에 TF팀 모집공고 내시고, 필요하다면 별도의 개발 연구원을 추가로 모집해서 굴리세요."
"예...?"
"딥 마인드는 QULAB에서는 AI쪽 선봉장인데... 왜 허튼일을 합니까? 딥마인드에서는 메인스트림 개발을 이어나가야지요."
태준의 그 말에 그제야 태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데미스는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말을 이었다.
"아... 그런 것이라면..."
"예. 그 정도라면 알파고에 대한 핵심정보만 신규 연구자들에게 가르치고 여러분은 연구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작전 회의(라기 보다는 태준의 진두지휘였지만)의 결과대로....
- 유니버스 그룹, 알파고 미니 서버 '바둑템플' 한국 기원 기증..... 한국 바둑의 발전에 초석이 되길 기대.
- 알파고, 일반에 코어 엔진 공개.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한 큰 결단"
- 알파고, 두려워 할 필요 없다?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의 차이.
앤의 언론 플레이가 진행됨과 동시에....
공고 : [QULAB] AI DEV팀 모집
데미스 역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순수한 알파고를 가지고 유니버스 각 제품에 적용시킬 개발팀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보는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파고를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들의 인식 속에 박아넣기 시작했다.
- AI 개발팀 새로 또 뽑더라?
- QULAB 관계자 말에 따르면 내부에서도 인력 재배치중이라고 하더라.
- 진짜 들리는 소문 처럼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전부 알파고를 넣으려고 하는 건가?
- 00년대 AI마케팅이랑 똑같은건데 반응은 천양지차네.
- 그때야 AI가 아니라 무슨 매크로로 눈 속임하던 거니 그냥 웃고 넘길 수준이지만...유니버스 알파고는 찐 AI니까 그렇지.
- 그래봐야 가르친거 하나밖에 못하는 거 아님? 기사에도 약인공지능? 뭐 그런거라던데?
- 유니버스 기기들도 가르친거 하나만 잘 하면 되니까... 뭐 금방 들어가겠네.
- 지금까지야 아무 문제가 없는데... 여기서 유니버스가 멈추겠냐는 거지. 바둑이야 게임이니 그렇다 치고,
지금 유니버스가 만드는게 각종 가전부터 통신기기, 심지어 차까지 만드는데..
거기 전부 AI가 들어간다고 하면.. 그 자체로 영화 속 빌런 AI탄생기랑 똑같은데?
-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지. 그거 오려면 아직 멀었다. 강인공지능이 인간과 동등한 사고 능력이라며. 그게 뭐 쉬운줄 아냐?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고효율인데.
- 멀기는 개뿔. 유니버스 이제 창립 35주년인데. 카폰에서 스마트폰, AI까지 만드는 대기업임. 그 발전 속도만 놓고 보면 40주년엔 분명 AI개발 성공한다.
그렇게 인공지능에 대한 갑론을박과 함께 유니버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양극단으로 갈라지던 그때.
태준은 청와대로부터 온 밀서를 받아들고는 말을 이었다.
"거참 자기들 좋은 일에도 이렇게 느리면... 하여간... 작년 연말에 선물로 준 걸... 이제서야. 쯧.
뭐 그래도 타이밍은 좋았네. 이거면 더는 우리가 인공지능 개발한다고 해도 더는 딴지 거는 사람들이 없겠지."
- 여야합의 완료. 노동계 역시 물밑 협상 완료. 내일 본격 발의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