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인공지능 (1)
"어떻습니까?"
보고서를 받자마자 조비서와 영국으로 넘어온 나는 옆에 선 유럽바둑기전 아마추어 챔피언이자 동시에 QULAB 딥 마인드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 아자 황의 질문을 받았다.
"이게 알파고 자체 기보라는 말이죠?"
"예. 회장님께서 조언해주신 대로 앱솔루트 제로 딥 러닝을 응용해 자체 강화학습 시킨 기보입니다.
물론, 규칙을 스스로 습득해야 하는 만큼 리셋 포인트(규정외 행동을 했을 경우 재 학습을 유도하는 포인트)를 촘촘히 짰습니다."
"확실히 인간과 둔 바둑이 아니라는 티가 확 나네요."
내 대답에 아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역시 '기적의 기보'를 만들어낸 분의 안목은 다르군요. 데미스가 그 기보를 보여줬을 때는 믿지 못했었는데...
그 기보를 보시고 바로 알아채시는 걸 보니.. 이제야 좀 실감이 가는군요.
예.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화점 근방에서 시작하는 점은 거의 유사하지만 98%의 확률로 3의 3에서 시작하더군요.
포석 역시 기존에 알던 정석과 많이 다르구요. 심지어...."
그렇게 아자 황이 기보중 하나를 추가로 건넸고, 그 기보를 본 나는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건.. 천원(바둑의 가장 정중앙 화점)에서 시작한 겁니까?"
"예. 강화학습중 나온 가장 예외적인 기보인데... 32만번째 학습부터 갑자기 천원에서 시작해 변으로 가는 진행을 보이다가 40만번째에 돌입하면서 이 진행이 사라졌습니다."
"기보들을 보니.. 마치 바둑의 발전과정을 배속으로 돌려보는 느낌이군요. 온갖 시도를 다 하며 경험치를 쌓아가는...."
"하하... 그 말씀대로입니다."
그렇게 기보를 살핀 나는....
"그럼 한 번 둬 볼까요?"
"지금 바로 내부 링크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링크에 접속하시면 바로 두실 수 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국을 해 보았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알파고와 두어본 나는...
"졌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패배를 인정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좋은 대결이었습니다. 과연.. 회장님이시군요."
그 말에 어느새 회사로 돌아온 데미스가 아자황의 옆에 서 박수를 치며 말했고, 그 말에 나는 두 사람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알파고 스타일이 좀 바뀐 느낌입니다."
"예. 일전 베타고 때와는 많이 다를 겁니다. 베타고는 큰 승리를 노리고 들어갔지만... 회장님께서 추천하신 앱솔루트 제로 딥 러닝 방식을 채택한 알파고는 승리의 질 따위는 따지지 않게 되었거든요."
"한 마디로 어떤 상대가 나와도 승리만 하면 된다는 기조로 변했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들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완성품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예. 공식발표 하시죠. 아. 그 전에."
그렇게 태준은 알파고를 쓱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다큐멘터리부터 하나 찍읍시다."
"다큐멘터리를요?"
"예. 아자황 연구원을 필두로 알파고가 어떻게 개발이 되었는지를 우선 찍은 다음....
그걸 V플래닛에 공개하고 데미스. 당신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식으로 가죠."
"도전장은 누구에게...."
"역대 최정상의 기사에게 던져야겠죠."
그 말에 데미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가 누구인지 떠올리려 애쓰는 표정이었지만,
아자황은 달랐다.
그 스스로가 (바둑의 불모지 유럽바둑연맹 소속이긴 했지만) 아마 6단의 기사였다 보니 당연히 알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세석 九단 말씀이십니까?"
"예. 그 사람과 붙는 것으로. 사전 조율은 다 해두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이야 좋겠지만... 과연 이세석 九단이 두려 할까요."
"일단 프로인 만큼 대국료와 상금을 높게 잡으면 내키지 않더라도 안할 수는 없을 겁니다.
내키지 않아 할리도 없고요.
한국기원과 개인적 관계는 좋지 않더라도 일은 일이니. 한국기원이야... 도리어 좋다고 하겠죠. 안 그래도 바둑 인기가 점차 줄고 있으니 외려 반길겁니다.
바둑 역사상 최대의 이벤트로 꾸며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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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 자루가 썩어 없어지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게임.
바둑.
그 바둑을 향한 열정은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 놀이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일본을 거쳐 세계로 나아갔습니다.
바둑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바둑 때문에 토혈을 하며 쌓아온 정석.
그것을 무너뜨릴 AI가
현대 기술의 총 본산 QULAB의 한 연구실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QULAB 딥 마인드 연구소의 연구팀장 아자 황입니다."
아자 황의 나레이션을 시작으로 시작된 다큐멘터리 '바둑의 신'은 알파고의 개발 과정부터, 알파고의 개략적인 학습 원리.
그리고 알파고와 대국하는 사람들(태준, 아자 황, 데미스, 유럽바둑연맹 소속 기사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클라이막스로 끌고갔다.
그렇게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아자 황과 데미스가 동시에 나타나 한 목소리로...
""바둑 볼모지. QULAB의 작은 해외 분소에서 태어난 알파고는 이제 바둑의 총 본산.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세계 최강자들이 모여있는 괴물방. 한국기원.
그 중에서도 역사상 가장 강한 기사.
이세석 九단에게 도전합니다.""
도전장을 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은 배경과 함께....
유니버스 딥 마인드 챌린지
Universe DeepMind Challenge Match
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이를 본 사람들은....
- 바둑 AI 만든다고 발표한게 얼마 전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만든거임?
- 그 와중 김태준 회장 뭐임... ㅋㅋㅋ 해외 출장가서 바둑두고 있었나보네.
- 지루할 까봐 김회장 얼굴 팔이 한 거 보면 PD가 뭘 좀 아네.
- ㄴㄴ. 절대 그런거 아님.
아마 3단으로서 보자면 김태준 회장 실력 개 쩌는 수준임.
다큐 세부 설명에 링크 들어가보면 알파고가 자체적으로 만든 기보 10개랑, 김회장 기보 2개, 아자황 기보 3개, 거기에 유럽 연맹 프로 二단 판 후이 기보 하나 다운 받아 볼 수 있는데...
그거 보고 진짜 혀를 내둘렀다. 거의 뭐.. 알파고 기보 다음 수준으로 고차원적인 기보였음. 기력으로만 놓고보면 프로급임.
- 인증 없으면 뭐다?
- 아마단증. JPG
- ㅈㅅ
- 논문은 또 어떻고. 논문 보면 진짜 미친 수준임. 원래부터 QULAB 발표 논문은 거의 학계 논문급 취급이긴 했는데... 벌써 사이언스지에도 실렸더라.
사이언스 지 선정 올해의 연구 top10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듯.
- 이세석 九단하고 두고 싶다고 마지막에 그랬는데... 과연 성사 될까? 이세석 성격에 한국 기원이 시킨다고 고분고분 들을 리가 없는데.
- 김회장이 알아서 다 하겠지. 별 걱정을 다한다. 유니버스에서 안되는거 언제 발표한 적이 있기는 함?
- 스페이스 X쪽 있긴 하지... ㅋㅋㅋㅋ 김회장 취미 사업이자 초 고액 폭죽놀이.
- 그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봐야지. 한 두번 실패했다고 벌써부터 폭죽 취급은 좀....
- 응. 그거 물로켓이야.
- 여기서 이세석 九단이 이기면 진짜 개 쩔겠다. 그럼 진짜 레전드 찍는거 아님?
- 역으로 바둑에서도 '딥블루' 사태 나서 폭망할 수도 있지.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태준이 기획한 딥 마인드 챌린지 기전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몰아 태준은....
- 유니버스 딥 마인드 챌린지 기전. 한국 서울에서 열린다?
- 도전장 받은 이세석 九단.... 참가 고심 중.
- 한국 기원.... 바둑 인공지능의 발전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은 인간에 견줄 수 없을 것, 시합 개최 자체는 '환영'
보도자료를 쉴 새없이 뿌림과 동시에
Universe DeepMind Challenge Match
2015. 6. 6.
더 플러스 호텔
온오프라인 매체를 불문하고 집행하며 흥미를 관심으로, 관심을 기대로 바꿔갔고...
그렇게...
"딥 블루 이후 세기의 대국이 이곳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메인 뉴스에 보도될 만큼 크게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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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당일.
내 집으로 쓰는 더 플러스 호텔 최상층 스위트 룸에서 나는 대국 중계를 하는 V플래닛의 영상을 틀어놓은 채 민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들어간 돈에 비해 큰 이슈가 되었으니 회장님으로서는 성공이네요."
"뭐... 그렇지."
"그런데 왜 그렇게 긴장하고 계세요?"
"혹시 모르니까?"
"데미스도 그랬다면서요. 절대 질 일은 없다고. 대부분이 알파고의 승리를 점치던데... 그런데도 불안하세요?"
그 말에 나는 전생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전생에는 딥 마인드라는 이름 앞에 구글이 붙어있던 그 경기.
그 경기에서 이세석 九단은 4:1로 패배를 했다.
그리고 이세석 九단은 그 이후 '인공지능을 이긴 최후의 기사.'로 역사에 기록이 되었지만....
'알파고는 약간 모양이 빠지게 되었지. 그래봐야 티끌 수준의 것이지만....'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챠량은 물론, 대부분의 분야에 적용해야 할 인공지능의 기반이 될 알파고에 패배라는 기록이 남는다면... 인공지능 도입이 늦어진다.
아니... 도입이 된다고 해도 고장이나 오작동 우려를 늘 품게 되겠지. 그래선 안 돼....절대로.'
그런 내 입장을 모르는 민영으로서는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지, 내 떨리는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되겠죠."
그 말에 나는 그저 웃음을 지어보이며 tv화면을 바라보았다.
...
..
.
그렇게 5일에 걸쳐 진행되는 승부가 시작되고...
1국... 알파고 승리.
2국... 알파고 승리.
3국... 알파고 승리.
3일째까지 (태준이 알고 있는 역사대로) 전부 알파고가 승리하며 기전의 전체 승리를 가져가자.
전 세계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멘트들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유니버스가 바라는 미래는... 테크-디스토피아?! 바둑마저 정복한 인공지능...
- 동양의 신비 바둑, 서양의 합리와 과학에 먹히다.
- 인간은 이해 못하는 수? 대부분의 프로기사들...'대체 저길 왜 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기사들과 함께...
- 아자황. 저 기계 앞잡이 놈...!
- 기계 앞잡이 ㅋㅋㅋㅋㅋㅋ
- 알파고가 전승하면 진짜 인류는 끝이다 끝. 기계에 사육당하는 미래가 될 거임.
- 기계에 사육당하는게 아니라 유니버스에 사육당하는 거 아님?
- 그러네.. 알파고는 유니버스 꺼니까.
- ㅋㅋㅋㅋ 그렇게 보면 지금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 것도 아님? 우리나란 사실상 우주공화국인데... KTJC 우선주 없는 사람도 없잖어.
- 사성주주는 피눈물 흘린다 ㅠㅠ
- 네가 선택한 개잡주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유니버스에 지배만 당하면 다행이지. 네 직장도 다 없어진다. 사육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님.
저마다 절망적인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 속에서 태준은....
"드디어 4국인가... 여기가 진짜겠지. 이세석 九단이 여기서 이기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대중들이 뭐라하건. 무조건 완승으로 끝내야 해. 무조건.....!"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그리고 그 기전에 알파고의 손 역할을 하는 아자황 보다도 더 긴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문제의 4국이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세석 九단. 착수했습니다. 이미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된 이번 기전의 4국. 인간의 자존심을 건 이세석 九단의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