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77화 (177/200)

177. 위대한 도약 (3)

살트셰바덴 협약.

그것은 스웨덴을 '유럽의 병자'에서 북유럽 복지 선진국으로 만들어준 합의였다.

1938년 이뤄진 이 협약은

- 기업의 오너들은 보유주식을 상속세와 증여세 없이 재단에 출연하는 대신 고용을 지킨다.

- 노동자는 자신들의 대표들(노동조합)을 이사회에 보내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회사의 어려움을 분담한다.

- 정치권은 오너 가문에게 특혜를 주는 대신 세금을 받아 노동자들의 복지유지 및 개선에 힘쓴다.

라는 거대한 틀에서 이뤄졌고, 이는 겉보기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딜이었다.

기업인에게는 '노동자의 잦은 파업'을 방지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경영권을 영구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이 되어주었고,

노동자에게는 어떠한 경제적 풍파 속에서도 '자신들 몫의 고용분'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줌과 동시에,

정치권에는 '표 구매의 근본이 되는 복지'를 실행하기 위한 재정확보의 가능성을 열어준 협약이었으니

'모두의 만족'이라는 해설도 틀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이 그럴듯해 보이는 협약을 이뤄낸 당시 스웨덴의 노동자들과 정치권들은 자신들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대원칙 하나하나에 기업인들의 이익(특히 태준과 같은 거대 기업의 이익)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 기업의 오너들은 보유주식을 상속세와 증여세 없이 재단에 출연하는 대신 고용을 지킨다.

는 첫번째 원칙에서부터 그러하다.

통상, 기업의 오너들이 가지는 주식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세금을 매길때 상속 당시의 가치로 계산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거대한 상속을 세금 한 푼 없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엄청난 특혜였다.

비록 기업인이 가진 재산 처분권을 빼앗고, 재단을 통해 경영권과 월급만을 챙길 수 있는 것이지만,

거대 기업의 오너들의 경우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는한 주식을 팔리도 없으니 이는 단점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또한, 두번째 원칙인.

- 노동자는 자신들의 대표들(노동조합)을 이사회에 보내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회사의 어려움을 분담한다.

이 원칙조차 기업인들의 이득이었다.

노동자들을 이사회에 들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노동자도 '경영주체'로서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노동자를 단순한 '사용인'이 아닌 '경영인'으로서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 사용인', 다시 말해 '노동력'이라는 회사 생산성의 도구로서 사용되는 노동자를 책임 없는 자리에서 책임 있는 자리로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분산되고 '외주화 된' 책임을 받아든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파업'등과 같은 일을 행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세번째.

- 정치권은 오너 가문에게 특혜를 주는 대신 세금을 받아 노동자들의 복지유지 및 개선에 힘쓴다.

라는 항목은 기업 그 자체에 '절세' 혜택을 가져다 준다.

우선 '세금' 이라고 되어있지만, 이 원칙에서 어떤 세금을 어떤 명목으로 어떻게 수취할지는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틈이 나온다.

실제로 이 '살트셰바덴 협약'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발렌베리 가문의 경우에는

상속세 폐지,

황금주 허용,

낮은 실효법인세

이 세 가지를 받아챙기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분담금(기부)'을 기부(배당이익의 50%에서 최대 85%까지 재단을 통해 기부)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기부를 할 경우 세액공제 대상이 되지만,

이 살트셰바덴 협약을 가입한 기업의 경우 그 기부의 방식과 종류를 불문하고 그것이 기부로만 분류되기만 하면 무제한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세계 1위의 초거대 기업의 모기업 KTJC를 가진 태준의 입장에서 매우 달콤한 제도였다.

'일단 우선주로 우군도 상당히 많이 만들어놓은 상태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연기금에서도 KTJC의 우선주를 대거 가지고 있지.

즉, 다소 무리한 제안을 정부에 해도 당장에 유니버스를 망하게 할 만큼 흔들지 못한다는 뜻.

거기다... 그간 사업을 하며 책잡힐 일도 없었다. KTJC에 있는 기업은 물론이고 유한회사로 진출한 국가에도 절세 없이 세금을 냈으니....

책을 잡으려야 잡을 수 없겠지.

물론 KTJC가 들어가있는 국가들에 매출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전부 강대국과 내 모국이니 어느 국가도 내게 태클을 걸지 못했지. 여기서 KTJC판 살트셰바덴 협약만 각국에 만들어둔다면...

세금은 물론이고, 언제고 들어올 수 있는 유니버스에 대한 공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거기다 발렌베리와 같은 존경심은 덤이지.'

그렇게 정리를 마친 태준은 '후대'

그리고 '유니버스의 영원한 존속'을 준비하기 위해

KTJC판 살트셰바덴 협약,

정확히는....

-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달성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안

이라는 정식명칭을 가진 'KTJC 협약'의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

그렇게 태준이 KTJC 협약을 놓고 초안을 작성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태준이 뿌려놓은 씨앗들은 계속해서 자라나 숲을 이루고 있었다.

- [블룸버그] 유니버스 생태계, 당신의 일상을 책임진다.

- 유니버스넷 고객 잡겠다. '유니버설 로그인 api' 탑재 열풍

- KTJC 진출도 안한 이탈리아도 유니버스 탑승.... 오는 3월 1일 부터 유니버스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대민행정 가능해져...

그리고 그 숲에서 다종 다양한 업체들이 서로의 파이를 늘리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숲에서 유독 빠르게 성장하는 나무가 있었으니.....

"좋았어....! 이거면 유니버스에 인수제안을 거는 것도 가능하겠어."

"우리도 이제 부자 되는 건가!?"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파는게 더 좋지 않을까? 공장이라도 알아보고...."

바로 유니버스 벤처스의 지원을 받아, QULAB의 특허를 저가에 사용하여 새로운 초소형 음성인식센서와 스피커의 통합모듈을 만든 차고 기업 '뉴 이어스'였다.

"어차피 유니버스에 올라타지 못하면 망하는 세상인데다, 여기서 추가로 자금 지원 받아서 만들면 결국엔 유니버스 지분이 더 늘어나서 어차피 먹힐게 뻔하잖아.

그러니 그냥 빠르게 지분 팔아버리는게 답이지. 기술째로 팔면 사업화는 유니버스에서 알아서 해줄꺼고."

그러나 그렇게 큰 나무들도,

애초부터 태준이 노린대로

유니버스라는 숲 속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스의 숲의 일원이 되기를 선택했고.

그렇게...

- 유니버스 그룹, 올해만 134개의 벤처기업 인수.... 신기술 확보도 좋지만...

- 유니버스 그룹에 속하길 원하는 벤처들... 유니버스 벤처스의 달콤한 함정

유니버스는 자신들이 연구하지도 않은 분야들까지 계속해서 먹어치우며 점점 거대하게 성장해 갔다.

그리고 그럴 수록, 태준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적을 늘리는 짓인데.... 안할 수도 없고."

"일단은 처음 내세운 조건 대로 인수를 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한 차례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고요."

"테라노스 건이군요. 다행히 우주병원 산하 교수진과 연구팀이 그게 사기라는 것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인수하고 손해를 뒤집어 쓸 뻔했지요."

"예. 테라노스의 경우에야 본질적으로 사기 기업이었으니 해당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정상적인 기업의 인수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됩니다."

"거 참... 알아서들 클 것이지 왜 그렇게 우리 유니버스에 못 들어와 안달들인지... IT 서비스 관련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제조업체들은 알아서 클 수도 있을텐데...."

"우리쪽이 값을 후하게 쳐주는 것도 있거니와... 우리쪽에 매각후 그 매각 대금으로 다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위장 연구팀'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태준은 작성중인 'KTJC 협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더 빨리 일을 진행해야겠군요. 법무팀 검토는 어디까지 되었습니까?"

"현재 작성하신 부분까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문제가 없다고 회신해오긴 했는데...."

말 끝을 흐리는 조비서의 말에 태준이 슬쩍 인상을 쓰자, 조비서가 마저 보고를 이었다.

"의외로 브루나이법, 베트남법쪽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브루나이? 거긴 왜요."

"아무래도 술탄이 지배하는 국가이다 보니... 법이 계속해서 제 멋대로 바뀌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상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 쪽 법인을 옭아매려고 하는지라..."

"그 부분은 직접 술탄과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야 겠군요. 베트남도 마찬가지 문제입니까?"

"예. 유사한 문제입니다."

"유사하다라... 정확히 어떤 문제입니까?"

"몇 년전 네덜란드에 설립한 저희 법인을 보고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베트남 측에서 법을 하나 제정한 것이 원인입니다.

베트남에 속한 모든 법인은 다른 국가의 법인에 20.57%이상의 배당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 특별법을...."

"20.57%면 딱 네덜란드에 설립한 법인까지만 인정하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해서 저희 비서실에서 내부적으로 베트남 법인을 없앨 경우 생길 파장과 이득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조비서가 올린 보고에 태준은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진짜 너무 커져버렸어. 어떻게든 유니버스를 주저앉히려고 작정한 이들이 너무 많으니원....

브루나이는 뭐... 협조를 많이 해주기도 했고. 실제로도 잘만 구슬리면 괜찮지만... 베트남이 문제야.

도이머이니 뭐니 해도 결국 공산주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거지.... 아니... 어쩌면 내 호의를 '호구짓'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이 협약이 맺어지기 전에 베트남을 내쳤다가는 다른 국가들에게 불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으니....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태준은 이내 한 가지 해결책을 떠올리고는 조비서에게 말을 이었다.

"또 출장을 나갔다와야 겠군요."

"준비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유니버스 인프라 아래로 석화기업 하나 인수준비 하세요."

"석화기업이라면 어디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가장 만만한 곳 하나 있습니다."

그렇게 태준이 대답하지 않은채 미소를 지었고.

조비서는 자기도 모르게 오소소 돋는 소름에 팔을 이리저리 쓸어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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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 오랜만이구나. 이 노인네 언제 죽나 하고 찾아온게냐?"

"그럴리가요."

그렇게 내가 찾아온 곳은 내 전생의 악연이자, 현생의 출발점인.

김두혁 회장의 평창동 고택이었다.

"그럼, 내 가진 것 전부 다 네게 빼앗기고 이리 누워있는 꼴 구경하러 온 게로구나."

그렇게 누운채로 나를 보며 말하는 김두혁 회장이었지만 여전히 그 목소리의 생기 하나 만큼은 잃지 않은 그를 보며 나는 준비한 선물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찾아올 필요도 없었지요. 저기 홈 캠 안보이십니까? 저거 유니버스 제품인데."

그렇게 내가 소름돋는 농담을 던지자 김두혁은 나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하. 원리원칙 다 지키는 네가 퍽이나 저걸로 감시를 하겠다."

"재미 없었습니까?"

"재미 없었다. 이놈아."

그렇게 김두혁 회장과 농담을 주고받은 나는 슬쩍 김두혁 회장 옆에 놓인 스툴을 끌어 김두혁 회장 가까이에 놓고 앉은 뒤 말을 이었다.

"뭐... 지난일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살려다보니."

"... 이놈... 약올리러 온 게로구나. 네가 그리 내 속을 긁는다고 내 속이 긁혀질성 싶으냐."

"그럴리가요.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일단은 이래 뵈도 태균의 전부를 물려받았으니. 감사인사도 드리고 싶었구요."

내 말에 콧소리를 내며 내 말을 비웃은 김두혁 회장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거.. 가져온 선물이나 꺼내봐라."

"술이었습니다. 몸이 이렇게 좋지 않으신 줄 알았다면 가져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달라는 게다. 술 한 두잔 먹는다고 더 붙어있을 목숨도 아니니."

그 말에 나는 포장을 뜯어 술을 따라주고는 말을 이었다.

"교동법주입니다."

그렇게 내가 따라준 술을 한번에 들이킨 김두혁 회장은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사업은 잘 되고?"

"잘 됩니다."

"자식 사업은?"

"그 쪽도 잘 됩니다. 증손주 못 보셔서 아쉬우십니까?"

"아쉽지 그럼."

"언제 한 번 데려오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제안드릴게 있습니다."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은 빈 술잔을 털어내며 내게 술잔을 내밀고는 말을 이었다.

"맨 정신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겠지. 어디 말해봐라."

그 말에 나는 김두혁 회장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태균물산 석화 사업부 아직도 가지고 계시죠?"

".... 석화까지 내놓으란 게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태균가와의 인연을 인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제 피가 통하는 집안이니 살려드릴 생각입니다."

"... 뭐?"

그렇게 되묻는 김두혁 회장의 떨리는 시선에도 나는 흔들림 없이 내가 원하는 바를 말했다.

"태균 물산 지분 전부. 각국 KTJC 일반주 0.5%와 우선주 1%로 사드리겠습니다. 이제 그만 제 밑으로 들어오시죠.

저도 석화가 필요하고. 할아버님도 자손들 미래는 생각해야 하니 좋은 딜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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