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모빌리티 혁명 (4)
일론을 싣고 UDDC로 온 내가 한 일은 지금 생산되어 실험중인 꽤 많은 전기차와 자율주행기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종 단계까지 이제 한 걸음 남은 수준입니다. 자... 그럼 직접 시승해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그렇게 뭐에 홀린 듯.
내가 차려입혀준 옷가지들과 구두를 신고, 나를 따라 UDDC의 여러곳을 누빈 일론은 여정의 마지막 장소.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에 다다라서야 내게 말을 이었다.
"... 회장님이 대단한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것들을 제게 보여주시는 겁니까?"
한결 공손해진 말투에 나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생산라인의 전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 본 것들. 전부 당신의 상상안에 있던 것들 아닙니까?"
다분히 전생의 일론이 이룬 업적을 의식하고 건넨 말.
그 말에 일론은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잘 나갈때 주제도 모르고 했던 인터뷰에서... 분명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죠. 예. 맞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는 꽤 많은 돈을 벌었고, 또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기업인들이 꿈꾸던 것들을 이뤄내며 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지요."
그 말에 일론은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의 그 유니코인에 진 사람 중 하나기도 하지요. 제가."
"페이팔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X.com도 그렇고요. 실제로 사업 자체도 저보다 빨랐지 않습니까?"
"... 이미 망한 사업입니다."
"예. 이미 망했지요. 하지만 일론. 아직 당신이 망한건 아니지 않습니까?"
내 말에 일론이 나를 빤히 보자 나는 말을 이었다.
"일론. 당신의 사업은 망했지만. 당신의 꿈을 내게 팔 생각은 없습니까?"
"꿈... 이라니요."
"한때 당신이 꾸던 꿈 말입니다."
내 말에 일론은 살짝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제 꿈은 너무 공상에 가까운 것인데요. 돈도 많이 들겁니다."
"돈은 괜찮습니다. 지금도 벌고 있고, 앞으로도 벌테니까요."
"회장님은 기업인이 아닙니까? 어째서 지나가듯 말한 제 인터뷰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돈도 안 될 일들인데....
아니 그 보다 그 인터뷰는 어떻게 보신 겁니까?"
일론의 질문과 지적은 타당했다.
'만약 내가 전생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일론을 찾아오지도... 아니 일론이 망할 일도 없었겠지.'
내가 경험한 전생의 기억.
그리고 일론이라는 사람의 특징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고, 파격이었다.
'실제로 지금 조비서의 표정을 보면 영...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말이지.'
나와 처음부터 함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업이 커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민영의 밑에서 성장해온 조비서조차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으니...
일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나 역시 마땅한 답변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말이지.'
그럼에도 나는 일론의 질문에 그럴듯한 답을 해주었다.
리더는 때때로 답이 없는 질문에도 답을 내놓아야 하니까.
"우선. 인터넷은 전부 우리 유니버스를 통해 움직입니다. 당연히 아무리 오래된 인터뷰라도 알 방법은 있습니다.
하물며 내가 구상하던 사업을 먼저 채가 사업화 한 인물의 인터뷰인데 안알아봤을까요."
그렇게 내 급조된 대답에 일론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종용하듯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런 일론의 표정을 보며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상상이 공상이라 보지 않습니다. 외려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아이템이라 보고 있지요."
"돈을 벌 수 있는...?"
그 말에 나는 과거 일론이 행한 사업들을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사업과 섞어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우주관련 사업. 일론 당신이 말한 대로 화성에까지 갈 생각은 아직 없지만, 당장에라도 돈이 되는 사업인 것은 확실하죠.
위성망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고 우리 통신망을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나는 유무선통신사업을 담당하는 다국적 통신기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나로서는 이 사업에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지요."
내 말에 답이 되었는지 일론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번재. 야인으로 지내며 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디트로이트에서 개발되고 생샨중인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나는 UMG라는 중간 지주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모빌리티 사업을 담당할 그 회사 아래에는 한국의 대현 자동차는 물론이고 드론관련 기업도 하나 만들어두었죠.
거기다 로봇 업체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럼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남은 것은 뭐가 있겠습니까?"
"배... 항공....."
"그리고 우주선이죠. 배와 항공은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나 드론과는 달리 거대 구조물로 그 구조가 복잡하니 전문 기업을 인수하는게 아닌 이상 도입이 힘드니 패스.
남은 것은 우주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주선 역시 복잡하긴 마찬가지 입니다만."
"예. 하지만 아직 민수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큰 장점이 있죠. 게다가... 국가 단위로만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경쟁이 없고,
자연히 그 기술 역시 '스푸트니크 쇼크'와 함께 찾아온 냉전기 우주전쟁기에서 횡보하고 있지 않습니까?
선박이나 항공과는 달리 따라잡기엔 오히려 수월합니다."
내 설명에 일론은 물론, 옆에서 시립한채 듣고 있던 조비서까지 홀린 표정으로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당신의 꿈이 터무니 없는 돈 낭비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통신분야도. 우주선 분야도 모두 한데 엮인 사업이라는 점에서 나로서는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더군요."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킨 것에 만족하며 말을 마쳤다.
그렇게 내 말이 끝이 나자 일론은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직접 하셔도 될 것인데... 어째서 저를 끌고 오신 겁니까? 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일론. 당신도 사업을 해봤으니 알겠지만... 사업가들 사이에 그런 인간적인 감정이 통합니까? 하물며 나는 금융업에서 시작한 사람인데요."
"그러니 여쭙는 겁니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 비합리성에 기반한 추측이 아니라면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요."
그 말에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의 꿈을 사면 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예?"
"당신은 오랜 시간 우주사업을 꿈꿔왔었죠. 실제로 페이팔이 성공하면 전부 팔아치우고 로켓을 쏘아올리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그랬으니...
그 말인 즉,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주로켓을 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일을 해야하고 관련 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여러가지로 고려한 것이 많았겠지요. 그리고 그 고민과 연구의 시간은 나보다 길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굳이 내가 직접. 전문분야도 아닌 일에 시간을 쏟아부어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말에 일론은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내게 말을 이었다.
"과연.... 이제 이해가 갑니다. 회장님께 중요한 게 무엇인지."
"예. 그리고 제게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일론 당신에게는 중요한 것이겠지요. 예컨데... 당장의 삶을 개선하는 일이라거나.
꿈을 이루는 일이라거나. 내게 그 꿈을 팔면, 당장의 삶은 물론. 그 꿈을 직접 이루는 일까지 전부 당신의 손으로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물론, 그 꿈의 소유권은 내게 있겠지만."
...
..
.
"일론이 왜 필요한지는 알겠습니다. 실제로 회장님과 면담 이후 일론과 대화를 나눠보니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겠고요.
하지만... 일론 한명은 몰라도, 일론과 함께 창업했다 망했던 이들까지 전부 끌어안으시다니요.
고작 사람하나 얻자고 이렇게까지 하시는 것은 좀..."
그렇게 일론의 빚을 한순간에 갚아주는 것을 넘어 일론을 위한 기업.
'스페이스 X'(일론이 직접 이름 지은 우주 관련 사업체로 전생과 같은 기업이었다.)를 만들어 UMG에 넣은 뒤 그 자리에 일론을 앉히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그 안에서 조비서는 걱정어린 말로 내게 말을 해왔고.
그런 조비서의 말에 나는 조비서가 말하는 '페이팔 루저'들이 내 전생에서는 어떻게 불렸는지를 떠올리고는 희미하게 웃음지으며 생각했다.
'페이팔 마피아'
전생에 페이팔이라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이베이에 팔아먹은 일론의 팀원들을 통칭하는 이 말은 당시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말이었다.
'팔란티어(빅데이터 분석 기업)의 피터 틸,
링크드인(비즈니스 SNS)의 리드 호프먼,
옐프(로컬 비즈니스 파인더)의 제러미 스토플먼까지
페이팔에서 나온 이들이 전생에 일으킨 사업이 몇 개인데... 그 사람들을 덤으로 끼워준다는데 놓칠 수 없지.'
그렇게 조비서의 말을 트리거 삼아 전생의 기억을 곱씹은 나는 조비서의 걱정어린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일론과 대화해봐서 알았겠지만. 일론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그와 함께 일했던 이들이라고 보통 사람들이겠습니까?
그런 이들을 품에 넣고 지원해 그것들 중 하나만 터져도 나로서는 이득입니다. 들어간 돈이라고는 고작해야 15억밖에 안되지 않습니까?"
"그 뒤에 통화는 왜 빼먹으십니까? 15억 달러입니다. 한화로는..."
"예. 큰 돈이지요. 하지만. 이들 전부를 손아귀에 넣은 것을 넘어 이들이 제게 빚진 돈을 다 갚을때까지 묶어 둘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이득입니다."
"빚을 다 갚고 성공궤도에 오르면 각자의 사업에 15%씩 지분 주시기로 한 것은 왜 빼먹으십니까?"
"주는게 아니라 파는거지요."
"그냥 파는게 아니라 스톡옵션이지 않습니까. 이미 망해버린 사람들인데... 너무 과한 대우입니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대우를 해줘도 싼 겁니다. 실제로 피터의 경우에는 알바를 하면서 빚을 갚는 중이었지 않습니까?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채 도망친 일론도 품에 안았는데, 피터라고 품에 못 안겠습니까?"
"후... 그야 그렇지마는....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지라..."
조비서의 말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말을 이었다.
"뭐... 미국에서 과소비를 했지만. 영국은 좀 사정이 다르지요. 조비서의 혈압이 더 오를 일은 없으니 다행이네요."
"어차피 회장님께서 회장님의 돈을 쓰시는 것이니 제가 혈압 오를 일은 아니지만... 주주들은 다를겁니다.
분명 페이팔 루저들에 대한 말이 나올테니까요."
"그래서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팔지 않는 겁니다. 움직임에 방해받을 게 뻔하니까요. 우선주 주주들에게는 설명만 하면 되니 그나마 좀 낫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게 조비서의 헛웃음을 들으며 미국 대륙을 통으로 넘고, 대서양을 너머 한번에 영국에 도착한 나는 조비서와 함께 데미스 허사비스가 설립한 딥마인드 사무실 앞에 다다랐다.
"여깁니다."
"흠... 엄청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보다 작군요."
"그래도 런던 시내에 사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 만난 일론보다는 나아보이는 군요."
"뭐... 일론은 홈리스였으니까요."
"개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뒤의 일론은 사짜느낌 물씬 나는 사람이던데요."
"그게 일론의 원래 모습이지요. 뭐... 사업이 그렇지 않습니까? 잘되면 사업. 안되면 사기. 사기꾼과 사업가는 한 끗차이입니다."
내 말에 헛웃음을 지은 조비서는 슬쩍 딥마인드의 간판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DeepMind Technologies - Hack the World.... 밑에 붙은 표어를 보니 여기도 약간 불길한데요. 그 한 끗차이 방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긴 진짜 안심해도 됩니다. 이곳의 리더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물론이고, 동업자인 셰인 레그나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학자 타입이니까요.
Hack the World...라는 표현은 그냥 보면 광오해 보이기는 한데..... 프로그래밍 처음 배우면 하는 'Hello, world!' 구문을 비튼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다면 안심입니다만...."
"그럼 들어가죠."
그렇게 조비서와 함께 대뜸 딥마인드에 쳐들어간 나는 로비를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말을 이었다.
"데미스 지금 안에 있습니까?"
"어...어...!? 당신은.... 예... 예? 예. 있습니다. 예."
내 말에 나를 알아본 직원이 놀란 표정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은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데미스와 면담. 가능하겠습니까? 딥마인드 인수 건으로 찾아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