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혁신의 시대 (10)
- ASML-유니버스 포토리소그라피 사업부(구 니콘SCI/캐논SE) 합병, 반도체 장비시장 일원화..... 독점 우려
- ASML-유니버스 포토리소그라피 사업부 합병.... 합병 후 사명은 USML (Universal Semiconductor Materials Lithography)로 결정
- ASML까지 품은 유니버스 그룹... 독점체제 굳히나
- USML, 유니버스 소속인 것은 맞지만, 경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 소유-경영 분리, 김태준 회장이 먼저 제안.... '주주들은 김태준 회장 경영체제 바라...', 독점 논란은 여전...
"회장님께서 예상하신대로 너나 할 것 없이 독점우려를 표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비서의 보고에 남은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나는 조비서가 비서팀을 총 동원해 정리해 온 언론기사들을 받아보았다.
"역시.... 그 와중 네덜란드는 다른 의미로 시끌시끌하군요."
"예. 회장님께서 초장부터 뿌린 선물이 효과가 있었는지 네덜란드 쪽 만은 옹호기사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네덜란드 왕실에서는 베아트릭스 여왕이 직접 우리 유니버스 공장 부지를 둘러보고는 왕실 조달 허가증(Hofleverancier)를 내려주며 보호에 나섰습니다."
"로열 워런트를 받았단 말입니까?"
"예. 정확히는 내려주기로 결정했다... 정도일 뿐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직 보고도 드리지 않았던 것이고요.
게다가 해당 허가증이 내려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KTJC-N에만 해당하는 것이라.... 큰 이득은 없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원칙적으로는 KTJC-N의 직접 지배를 받는 USML과 유니버스 반도체 공장 이 둘만 해당 인장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상징적인 행위일 뿐이죠."
"아무리 상징적 행위라지만 일반 소비재도 아닌 제품에 로열 워런트라니 네덜란드 정부도 우리 선물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군요."
"예. 법까지 개정해가며 내려주는 것이니까요."
"법을 개정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말에 조비서는 슬쩍 보고서 몇장을 넘겨 한 기사를 보여주고는 말을 이었다.
"여기 보시면 상세한 내용이 나와있습니다만, 간추리자면...
원래 네덜란드 왕실 조달 허가증은 100년 이상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여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 추가 조항을 신설하여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핵심 산업을 이끄는 국내외 기업에도 부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개정조항에 의해 이번에 선정된 기업이 바로 KTJC-N인 것이고요.
물론 외국기업의 경우 해당 인장을 네덜란드 내에 위치한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상품에만 인장을 붙일 수 있으며 최저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인장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제한이 붙지만...."
"KTJC-N은 네덜란드 기업이지요."
"예. 해서 KTJC-N에는 그런 제한 조건이 없이 KTJC-N의 생산품이라면 전부 붙일 수 있습니다."
"흐음...."
설명을 들은 나는 네덜란드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내게 던지는 압박을 감지하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거 참. 이 사람들 진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의도가 빤해서 우스웠습니다."
"의도라니요."
"어찌되었건 조달 허가증을 받았으니 왕실인장을 써도 되고, 자연히 마케팅의 차원에서 우리도 이걸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머리를 쓰는 겁니다."
"그게 무슨...."
"외국 기업에 인장을 줄 수 있게 개정을 했다면, 구태여 KTJC-N이 아니라 유니버스 그룹 전체에 줄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그런데 굳이. 억지스럽게 법을 바꿔놓고, KTJC-N에 이 인장을 부여했다? 의도가 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잘...."
그 말에 나는 조항 하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2항에 해당하는 기업은 기업 로고와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만 인장을 붙일 수 있다."
"그건 네덜란드 입장에선 당연하지 않습니까?"
"예. 당연하지요. 최저 생산량도 당연합니다. 인장을 받은 것이 외국 법인이라면 당연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네덜란드 국내 법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구태여 이런 조항을 신설해 인장을 수여하겠다 한 것은... 다른 의도도 있다고 봐야겠지요.
'인장을 써서 전 세계에 홍보를 하고 싶다면, 생산 기지를 네덜란드로 옮겨라'라는 신호입니다.
물론 반도체 공장을 네덜란드에 세워줬기 때문에 고마워 하는 것도 있겠지만.... 반도체라고 해봐야 결국 최종 소비재도 아닌데... 인장 마케팅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 설명에 조비서가 놀라며 품에서 유니버스 원을 꺼내 내게 넘긴 보고서의 사본을 쭉 읽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 과연. 생색을 내면서 더 큰 걸 요구하는 일종의 미끼로군요."
"예."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유럽권에 생산기지를 두기도 해야 하니, 기왕 이렇게 된 것 스마트폰 공장 정도는 추가로 지어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군요."
"그럼 그 공장은...."
"예. KTJC-N 산하로 두고, 왕실 납품인장 붙여서 파는 방식으로 가죠. 물론 네덜란드에서 확정된 이후에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렇게 USML의 인수로 촉발된 여론 중 가장 소소한 것을 처리한 나는 가장 문제가 될 '반독점규제'건을 꺼내들었다.
"법무팀에서는 분석 다 됬습니까?"
"예. 아무래도 반독점규제는 피할 길이 없어보인다고 합니다. 특히 인텔과 TSMC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데다,
사성도 한국과 유럽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우리 유니버스의 독점 문제를 적극 문제삼을 것이라 천명한 상태인지라...."
"미국 지사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로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로비를 하고 있는데다.... 정치권에서도 향후 경제 패권에 핵심으로 반도체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반독점법 관련해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합병승인이 난 상태지요?"
"그렇습니다."
"예상했지만, 결국 키는 미국이 쥐게 되는 군요."
내 말에 조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여기 법무팀이 올린 보고서입니다. 말미에 해결책으로 두 가지 안을 제시하긴 했는데.... 어느 쪽이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결론입니다."
조비서의 말에 나는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로 가 해당 내용을 읽어보았다.
"ATI (Anti-trust Immunity, 반독점면제, 실질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며, 경쟁을 막지 않으나 외형상 독점형태인 경우에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시켜주는 제도. 대표적으로 항공사간 코드쉐어를 들 수 있다.)
이건 이미 쇼핑 플래닛 건으로 인증을 받아서 어렵고....
다른 한가지 방법은... 원 OS API공개를 통한 반독점 회피 사례처럼... 반도체 장비 건에 대한 특허를 최저가에 공개하는 방안이 있다라.... 흠....."
"그 어느 것도 쉬운게 아닙니다. 특히 장비 특허건은 USML에서도 반대하고 나올 것이 뻔한 상황이라...."
".... 일단은 ASML을 완전히 인수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업 효율화를 위한 그룹 편입이라고만 주장하는 수 밖엔 없겠군요.
어쨋든간 ASML의 최대주주이긴 해도 완전 지배도 아니고 남은 70%의 주식을 다른 주주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수 밖엔 없겠어요."
내 말을 그대로 유니버스 원에 옮겨담은 조비서는 품에 유니버스 원을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방금 말씀하신 방향까지 포함해서 법무팀에 논리개발을 주문하도록 하겠습니다. USML측에도 최대한 협조하도록 공문을 보내놓고요. 법무팀이 또 갈려나가겠군요."
조비서가 무심코 던진 말에 나는 법무이사 최민영이 아닌, 아내 최민영을 떠올리고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민영이한테 한 소리 듣겠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 말에 조비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미국 출장 잡을까요? 어차피 미국쪽 청문회도 곧 나가셔야 하는데...."
그 제안에 나는 솔깃했으나... 애써 그 제안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와이프 무섭다고 도망갔다가는 후에 뒷감당이 더 안될테니까요. 집에서 잘 하는 수 밖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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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ASML의 최종 인수 절차가 끝이 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수에 대한 최종승인이 나온 2011년 12월.
태준은 예상한 대로 반독점규제에 대한 건으로 미국 의회의 강도높은 청문회와 지루한 법원 싸움에 휘말려 있었다.
"미스터 킴. 마지막 발언하세요."
"저희 유니버스 그룹은 USML, 구 ASML의 최대 주주인 것은 맞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효율과 혁신을 위한 것일 뿐, '경쟁 없는 독점'을 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USML이 유니버스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현재도 별개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른 경쟁사, 예컨대 사성과 인텔의 경우도 USML에 각각 3%, 1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대만의 TSMC까지도 USML의 지분을 2%가량 취득했다는 점을 보시면 이는 결국 실질적으로는 독점이 아님을 아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리에 동석한 USML의 사장 에릭 뮤리스의 사전 발언에서도 밝혀진 사실이지만,
USML의 액침노광장비는 USML의 자체 특허와 함께 유니버스의 QULAB의 특허가 함께 쓰인 제품입니다.
그리고 그 제품은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요. 합병이 없었다면, 서로간의 경쟁과 특허권 분쟁으로 인해 반도체 업계 전반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니버스 그룹은 QULAB이 보유한 특허에 한해서는, USML을 비롯하여 산하 기업들과 같은 조건으로 다른 기업들에게도 제공할 용의가 있으며, 또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USML을 비롯한 산하 기업 모두의 동의를 얻은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니버스 그룹은 경쟁을 저해하는 독점이 아닌, 경쟁자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독점상태로 보아야 하며,
자연히 미국이 정한 그 어떠한 법도 위반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QULAB은 혁신의 텃밭으로서 언제나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태준이 보여준 연설과....
- 김태준 회장, 미국 의회 발언 화제...'QULAB, 혁신의 텃밭으로서 모두에게 열려있어...'
태준이 들고간 선물로 인해
- USML, 미국에 법인 설립한다.... 반독점법 피하려는 유니버스의 선물인가?
생각보다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싸움의 결과로 태준은,
- 미, 'QULAB 등에 ATI지위 부여.... 혁신의 텃밭으로 기능하길 기대...'
- USML, 반독점규제 피했다. 주가는 하늘 위로...
QULAB을 비롯한 유니버스 대부분의 서비스(원 OS, 유니버스넷 등)에 ATI지위를 부여받게 되어 미국 내에서 더는 독점문제로 골머리를 썩지 않게 되었다.
물론, ATI 지위를 받음과 동시에...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책임도 다 해야 했기에...
- KTJC, 유니버스 벤처스 설립.... 벤처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사회적 책임 다해...
- QULAB, 특허사용권 구매 문의 폭증... 유니버스 벤처스 소속 기업은 유니버스 그룹 내 기업과 동등한 조건으로 특허사용권 획득 가능해...
추가적인 지출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막았으면 싸게 막은거지. 벤처 스타트업 역시 지원이라곤 하지만, 거저 하는 것도 아니고, 지분 매입하면서 해주는 건데..."
회사 자체를 사실상의 '기업 플랫폼'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기에 태준은 불만은 커녕 이러한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결국 조금만 지나면... 모든 신생 기술 기업은 전부 유니버스의 영향력 아래 있게 되는 셈이지....후후..."
그렇게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혁신' 그 자체를 말 몇 마디와 약간의(라곤 해도 법무팀을 갈아넣은) 품을 들여 통째로 손에 넣은 태준은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소재-장비-부품-하드웨어-서비스로 이어지는 라인도 전부 완성했고...
신생기업들에 대한 확고한 영향력도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건 유통에.... 모빌리티 사업이랑...."
남은 사업들을 살피던 태준은 유통 및 모빌리티 사업이라고 쓰여진 항목 아래....
- 은퇴 준비
라고 써넣고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내 은퇴 준비 뿐이네. 원이가 서른 되기 전에는 완벽하게 끝이 나있어야 하니... 20년도 채 안 남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