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65화 (165/200)

165. 혁신의 시대 (6)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 KTJC를 설립하시겠다고요?"

"예. 그러니 각 KTJC에서 출자 준비해주시고, 지분 정리 부탁드립니다."

"예... 뭐 그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갑자기 유럽진출은 왜..."

"유럽에 사들일 기업이 있습니다."

"유럽에요? 패션부문을 강화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뇨. 장비업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일단은 단순 진출로만 포장해서 들어가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주 역시..."

"예. KTJC-N, KTJC-I 전부 A,B 두 종류 우선주 발행하세요. 그리고 각국에 있던 현지 유한회사들은 정리해주시고요."

태준의 말에 오오와다가 빠르게 법인 설립과 지분 정리, 그리고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의 우선주 상장절차까지 마치자 인터넷은 불타기 시작했다.

- 드디어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 전략을 쓰려는건가?

- 그건 아닌 듯. 이번에 상장하면서 공개된 지분 구조를 보면 세금 회피용이 아님. 외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에도 본사 세금을 내게 되는 구조라...

- 별도의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겠지. 김회장 성격에 이제와서 비난의 씨앗을 심을 리도 없고.

- 오히려 난 원 댓글에 한 표를 주고 싶은데? 이제 눈치 볼 국가가 없으니 이참에 싹 정리해서 세금 안내고 장사하려는거 아닌가?

- 그건 우선주 쥐고 있는 주주들 입장이 그런거 아닐까? 우선주 쥐고 있는 입장에선 세금비용이 줄면 배당이 느니까.

- ㄹㅇㅋㅋ... 사주는 세금내려는데 우선주 주주들은 세금 안냈으면 좋겠다고 항의하는 꼴이라니....

그리고 그렇게 인터넷이 이번 KTJC 추가 설립에 불타는 동안,

- [단독] KTJC-J, 대규모 인수합병 선언... 일본 중소소재부품기업이 모여 만든 '전일본소재그룹(JMG)' 전격 합병....! 유래없는 규모의 지분교환 계약...KTJC 일반주 1+ 우A 4+ 우B 5: JMG 50

- KTJC 일반주, 이번에도 무상증자 해 JMG지분 50% 확보했지만 타격이 없는 이유... 김태준 회장의 사재 덕분?

- 김태준 회장, 사실상 돈주고 JMG지분 50% 산 꼴... "내 꿈을 위해 일반주주와 우선주주에게 손해끼칠 수는 없어...."

KTJC에서 일본의 중소소재부품기업들이 한데 모여 결성한 그룹 JMG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 연막이었나보네 유럽 진출은. DIDS 전략 외쳤던 놈들 다 어디감?

- 그와중에 김태준 회장 발언 멋있지 않냐? 내 꿈을 위해 일반주주와 우선주주에게 손해끼칠 수는 없다...

증자분 전부 인수한 뒤 거래하고 남은건 각국 KTJC 순환출자분으로 넣는 이유가 그거라니....

-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일본 중소소재부품기업들은 전부 유니버스 소속 된거임?

- 50% 먹었으니까 그렇게 되는거지. 이제 JMG는 KTJC 시리즈 전부 1%씩 먹고, 거기다 우선주도 왕창 받았으니... JMG주주들 좋겠네. 가만히 있어도 배당 오지게 받을듯?

- 일본 혐한 새끼들 또 개거품 물고 지랄하겠네... ㅋㅋㅋㅋ

- 나 일본 사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더라. 이번에 QULAB이 일본에도 연구인력 넣는다고 유니버스 대학교 일본 캠퍼스 옆에 대규모 부지 사들였거든? QULAB-J도 지사로 설립하고.

JMG에서 가지고 있던 특허, 기술 전부 QULAB-J로 이관되서 연구개발 계속하고 JMG 소속 공장들은 QULAB 특허 기술을 최저가에 전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완전히 축제분위기던데?

거기다 덤으로 특허 판매 대금도 JMG로 들어와서 (물론 주식 50%는 유니버스 그룹꺼니까 반값이긴 하지만) 일본 혐한 새끼들 입하나 뻥끗 못하고 있음.

말 한번 잘못 내뱉었다가 이번 계약 재무성 승인 안나서 파토날까봐. ㅋㅋㅋㅋ 지들도 아는거지 이게 얼마나 빅딜인지.

다시 한번 유니버스 관련 모든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진짜 연막으로 삼아... 태준은 은밀히 일본으로 이동해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니콘을 파시는 건 어떻습니까?"

일본으로 이동한 태준이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총리관저도,

타케미치가 있는 국회도 아닌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요회(재벌 해체 이후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계열사장단이 모이는 사교회)'였다.

약속도 없이 단기필마로,

금요회가 열리는 이와사키 야노스케 사저에,

그것도 사장단 오찬이 열리는 둘째주 금요일에,

쳐들어온 태준을 본 미스비시 그룹의 사장단은 껄끄러워 하면서도 태준의 위치와 영향력이 만들어내는 위압감에 어쩔 수 없이

일본인들이 자랑하는 오모테나시를 보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자리에서 태준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그들이 대접한 스시 한 조각을 먹어치우고는 대뜸 미쓰비시 그룹의 광학사업부 일체를 담당하는 '니콘'을 팔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런 제안에 미쓰비시 그룹 임원진들은 식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벙찐 표정을 지어보이며 침묵했고,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 멤버들의 침묵에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ASML과 지지부진한 특허전쟁을 하고 있는데다... 해당 특허 기술은 시장에 도태되기 일보 직전이지요.

거기다 주력이던 카메라 사업은... 애석하게도 우리 유니버스 원이 출시함과 동시에 수익이 수직 낙하했지요.

남은건 방송용 카메라와 기자들이 쓰는 전문가용 카메라 정도인데.... 미쓰비시 입장에서도 계륵이지 않습니까?

한대에 백만엔부터 천만엔이 넘는 고가장비라곤 해도.. 팔리는 양도 소량이니 뭐 사업적 이득도 없을테고....

전문 영상쪽, 그러니까 영화 업계에서는 니콘장비를 거의 쓰지도 않으니 메인 스트림도 아니지 않습니까?"

태준의 지적에 미쓰비시 그룹의 임원진들은 침묵을 지키다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럼 그 대가로 JMG에게 했던 대로 주식이라도 줄 생각이오?"

"주식을 원치 않으신다면 현금으로 바로 드리죠. 그 돈이면 다른 사업에 더 확실히 투자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주식으로 받으시겠다면...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이고요. 이제는 우선주만으로 명실 상부한 세계 1위 기업이 바로 우리 유니버스 그룹이니... 망할 걱정은 안하셔도 좋습니다."

"왜 하필 니콘이오? 김회장 당신 말마따나 니콘은 계륵인데."

그 말에 태준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비웃듯이

"닭갈비를 좋아해서...?"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재미가 없는 농담인가보군요. 다들 정색하는 것을 보니....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사서 어디에 쓸지까지 알려줄 의무는 없지요. 아, 물론 우리 회사의 주주가 되신다면 알려드리겠지만..

아직 현금으로 받을지, 주식으로 받을지 결정하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태준의 말에 미쓰비시의 임원은 정색을 하고는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태준을 바라보며 화를 삭이듯 말을 이었다.

"팔겠다는 결정을 한 것도 아니오."

그 말에 태준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결정하긴 힘들겠지요. 그 빌어먹을 네트워크 출자로 엮인게 한 두 개가 아닐테니. 그럼 저는 이만 캐논으로 가보겠습니다.

아무쪼록 후요 그룹보다는 빠르게 결정했으면 좋겠군요."

"캐논에도 제안을 할 생각이오?"

"예. 캐논과 니콘. 둘 중 하나만 살 생각입니다. 어차피 둘 다 독일제 카메라 배껴서 성장한 광학기업들이고... 막말로 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으니까요.

거기다 후요 그룹은 은행계 게이레츠(계열; 미군정의 재벌 해체 이후 등장한 일본의 기업집단의 한 형태, 재벌과는 달리 족벌체제가 아니지만, 서로간의 친소관계를 이용해 상호 출자하여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미쓰비시 역시 게이레츠 중 하나이다.)이니...

요새 힘이 많이 빠지기도 했고요. 캐시 플로우 개선을 위해 캐논 정도는 던져줄 용의가 있겠지요.

캐논 입장에서도 20년 저금리로 침몰해가는 후요 산하에 있느니 우리 유니버스로 오는 편이 좋을 테고요."

그렇게 태준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미쓰비시 임원 중 하나가 혼잣말인지 태준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린 미끼라는 말이군..."

그 말을 바로 캐치한 태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요. 확실한 제안입니다. 캐논 대신 니콘에 먼저 와 제안한 것은...

전학생이자 편입생이긴 해도 어쨌든간 우리 KTJC도 일본의 5대 자이바츠 중 하나이니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먼저 왔다고 생각해주시지요."

"하... 어처구니가 없군. 조센진이 자이바츠라니... 뿌리도 혼맥도 없는 것들이...."

"뭐.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일본에 혼맥도 없는데 기자들이 그렇게 분류하는 건 좀 웃기긴 하더군요.

다만,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로 보시죠. 돈을 보는데 자꾸 다른 색안경 끼우다 후회해서 울지 마시고.

그럼 전 이만. 후요 쪽에 가봐야 해서..."

그렇게 태준이 남은 스시를 테이블 옆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와사키 야노스케 사저를 떠나자...

"니콘을 팔라니... 앓던 이를 빼주겠다고 온 손님으로 봐야할지..."

"번 돈을 요새 일본 기업을 사들이는데 쓰고 있다더니... 우리한테까지 올 줄 은 몰랐습니다."

"조센진 답지 않게 전범기업 운운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진짜로 진지하게 살 마음이 있는 듯 한데... 어쩔 생각이오?"

"원한다는데 팔죠. 어차피 김 회장 말마따나 니콘 수익이 좋은 편도 아니고... 시장내 입지도 그리 좋지 않지 않습니까?"

"반도체 식각장비 쪽은 아직 그런대로 나가고 있지 않나?"

"그 쪽도 이미 오란다(네덜란드의 일본명)의 ASML에 먹힌지 오래입니다. 거의 같은 기술을 쓰는 캐논하고 경쟁중인 판국이니.. 차라리 넘겨주고 돈을 받아 오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저들끼리 계산기를 두들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제안을 받은 후요 그룹 역시 계산의 정도는 달랐지만 결국 비슷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게... 니콘을 쥐고 있는 미쓰비시의 심장부와 후요의 심장부에 태준이 던진 제안이 파문을 일으키며 하나의 결론을 내던 그 때,

태준은 일본의 두 게이레츠 집단 방문을 마치고...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니콘에 캐논까지. 인수하는 것으로. 재무성 승인 가능하겠습니까?"

".... 독과점 문제가 있습니다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소니부터 파나소닉, 올림푸스, 펜탁스, 후지필름... 일본에 카메라 업계가 이 정도로 방대한데 독과점 운운이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총리?"

타케미치의 주선 아래 일본의 모리 총리를 만나 사전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다.

태준의 말에 모리 총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허나... 니콘과 캐논은 단순히 카메라만을 다루는 회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못해주겠다는 겁니까?"

"JMG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JMG때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꽤 많이 배려해드린 것으로 아는데요. JMG 소속 회사들은 QULAB의 특허를 최저가로 받아 쓸 수 있게 된 것. 기억 못하십니까?"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렇게 태준이 압박해 들어가자 모리 총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변명할 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 모리총리의 모습에 태준은...

-씨익.

언제 그랬냐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뭐... 총리의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넘겨주면 연달아 일본의 기술을 탈취당한 무능한 총리로 낙인찍힐까 두려우신 것이겠지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태준이 새로운 제안을 내밀자....

"이렇게만 해주신다면....! 재무성 승인은 물론 원하시는 다른 사업도 저희가 적극 돕겠습니다!"

모리총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준의 손을 붙잡고 감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런 총리의 태도에 태준은...

'원숭이가 따로 없군. 조삼모사... 아니 조삼모사조차 되지 못하는 부스러기를 가져가는 것도 모르고... 쯧쯧...'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큰 형뻘은 되는 일본 총리를 비웃고는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