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61화 (161/200)

161. 혁신의 시대 (2)

태준이 진행하는 사업들은 여전히 승승장구했고.

태준이 만든 질서, 아니 어쩌면 플랫폼 사업을 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예정되어있었을지 모르는 플랫폼의 규칙.

그것을 따르지 않는 사업은 도태되어 사라져갔다.

- 은행권, 수수료 인하 정책에도 사람들 발길 뚝.... 유니버스로 몰리는 돈들

- 유니코인 안 받는다던 편의점 업계, 결국 유니코인 직접 결제로 방향 선회.... 리테일 사들 반등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태준에 대한 칭송은 멈출줄 몰랐다.

- 김회장 문제점이라고 해봐야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라고 해도 사실상 일방적인 시혜관계 아님?

- 사실상 정부 뒤처리 다해준거지. 동남아금융위기 발 외환위기때도 당시 김회장이 단타쳐서 막았고,

지금 북한 통해 들어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도 김회장이 중재해서 된거고.

근 10년 정부 업적이 전부 김회장이 뒤봐줘서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임.

- 그래서 그런가 요새 딱히 정치권이 싫어할만한...? 때릴만한 사업들만 하는데도 딱히 태클이 안 걸리는 건가?

-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어쨌든간 인터넷 자체를 장악해버린 유니버스넷이 한국기업인데 그걸 때리는게 아니라는 국가적 분위기도 한 몫하는 듯.

한국인의 자랑이 되어버린 유니버스넷에 더해,

스마트폰 시장을 처음 열어 여전히 그 시장을 사실상 장악중이라는 점,

그에 더해 반도체 시장에서도 (완벽하진 않지만)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

객관적 실적이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 KTJC우는 진짜 평생 들고 가야할 주식임. 뭐랄까... 사실상 국제시민권이랄까?

- 국제시민권 드립 좀 웃겼다... ㅋㅋㅋ 근데 공감. 들고만 있어도 연금을 주고... 성장성이 꺾이지도 않았고.

- MSFT(마이크로소프트의 티커)나 INTC(인텔의 티커), 알파벳(구글의 모회사)처럼 세금 안 내려고 꼼수부릴법도 한데 그런거 하나 안 쓰고도 이정도 성장이니 미워할 수가 있나.

- 오죽하면 주주들이 지난 비대면 주총 스트리밍에서 댓글로 그랬잖냐.. 'Please DIDS!!'라고

- DIDS가 뭔데?

- 예전에 애플이 80년대 만들어서 구글이 작정하고 마개조한 완벽한 절세기법 있음.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라고, 본사 소재지에 법인A를 설립하고,

본사A에서 자회사B를 버뮤다나 바하마에, 자회사 C를 네덜란드에 각각 세운 다음

버뮤다/바하마에 세운 자회사 B가 다시 아일랜드에 자회사 D를 세워서 그 자회사가 A로 부터 지식재산권 사용권 구매한 다음에 해외에서 D를 운영한다고 신고하고,

자회사 C는 다시 자회사 E를 아일랜드에 세운다음에 자회사 D로부터 A가 위치한 국가 외의 지식재산권 사용권을 구매한 다음에,

진출하고 싶은 국가에 전부 E아래로 유한회사로 자회사를 세우면,

각국 세법에 따라 A만 소재지에 위치한 국가에 세금 내면 땡임.

100% 전세계에서 먹히는 건 아닌데, 일단 주요 시장에는 이게 다 먹혀서 어지간한 IT기업들은 다 이거함.

- IT기업만 해?

- ㅇㅇ 이게 먹히는 게 아일랜드 세법 때문인데. 구조가 복잡해서 글로 설명하긴 어려우니까 한번 찾아봐. VP(비디오플래닛)에 설명 잘 해놓은 영상 있으니까. 지재권이랑 해외사업 관련 아일랜드 세법이 구멍투성이라 써먹을 수 있는 거라는게 핵심임.

세금도 잘 내고,

배당도 잘 하면서,

여전히 성장동력을 잃지 않은채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컸다.

그리고 이런 기업을 일궈낸 태준의 이미지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사태 이후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금관문화훈장에 김태준."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태준을 '한국의 문화산업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여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에 이르렀다.

자연히.

이런 태준의 행보와는 달리....

- 이번 레몬사태(레몬자산운용이 일으킨 대규모 금융사고)에 피해자 대표....

- 사성전자가 QULAB을 상대로 일으킨 사상 초유의 산업스파이 사건에....

다른 대기업들이 보여주는 추태까지 더해지자 태준의 인기는 식을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

"후. 열사의 사막에서 있다 이렇게 한국에 돌아오니 좋군요."

전 대현전자 사장이자, 현재는 대현그룹에서 발령대기(라는 이름의 휴가)를 받아 놀고 있는 정현민이 태준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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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다기에 처더러 차를 준비하라 했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뜬금없이 귀국인사차 들르겠다는 정현민을 앞에 앉혀두고 차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하하. 사막에서 온지 얼마나 됬다고요.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그러자 정현민이 씩 웃으며 너스레를 떨고는 말을 이었다.

"사모님께 팔 꺾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중동에 가셨다는 이야기는 정영주 회장님께 들었습니다."

"예. 가서 많이 배웟지요.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라 술 구하기도 힘들어서 인생 중 가장 맑은 정신으로 보낸 나날이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해서... 진짜 귀국인사차 들르셨을리는 없고...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가?"

그 말에 정현민은 씩 웃으며 내게 명함을 하나 내밀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제가 대현차를 맡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명함을 받아든 나는 정현민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후계구도가 그렇게 흘러간 겁니까?"

"예. 형님들이야 예전부터 해온 가락도 있고, 그룹에서 각각 맡아온 일이 있지만, 저는 계속 그룹내 저니맨만 했으니까요.

빈 껍데기라도 받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빈 껍데기라니요. 우리나라 점유율 1위 기업 아닙니까. 대현차가."

"허울 좋은 1위지요. 바로 턱 밑으로 아세아, 대룡, 수성까지.... 다 고만고만한 상태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요.

그룹내에서도 적자만 간신히 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사장님이 대현차를 전자에서 보여주신 혁신으로 이끄시다보면 앞으로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정현민이 차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농담도 잘 하십니다. 혁신은 김회장님이 하시는게 혁신이고... 제가 하던 건 어린아이 장난질이지요."

"그렇게..."

"거기다."

정현민의 자괴감이 살짝 묻은 말에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려던 찰나.

정현민이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 놓으며 말을 이었다.

"최근에는 정말 회장님과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구나... 하고 느끼고 있던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정현민이 할 말이 무엇인지 예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은채 그저 정현민의 말을 기다렸다.

"이번 사성에서 일으킨 산업스파이 사태.... 잘 정리는 되었지만, 사실 완벽하게 정리되진 않았지요.

특히... 유니버스의 로드맵이 유출된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고요."

"... 저희로서는 씁쓸한 이야기였지요."

"회장님으로서는 씁쓸한 이야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상당히 절망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완전히 망해가는 전자가 아닌 차를 받게 되었다 들었을때 만세를 불렀는데...

직후 여의도 골목길 사이에 도는 유니버스 그룹 중장기 로드맵에 '전기차' 항목이 있었을때 느낀 제 심정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 말에 나는 정현민을 향해 웃으며...

"차 분야에서는 제가 초보인데요. 서로 멋있는 경쟁을 해봅시다."

라고 말했지만.

정현민은 그런 내 말을 들은체 만체 하며 말을 이었다.

"경쟁이 될 리가 있겠습니까."

"너무 그렇게 자괴감 갖지 마시고...."

"경쟁이 될 리가 없지요. 내연기관이라면 그간의 노력이 의미가 있겠으나... 전기차라니.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는 것 아닙니까.

거기다... 회장님이 전자쪽에서 보여준 그 IoT 연계성.

그걸 생각하면 우리 대현차는 서서히 고사될 수 밖에 없다는 것쯤은 제 나쁜 머리로도 잘 알겠더군요.

설사 고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종속상태를 면치 못해 사실상의 하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정현민의 담담하면서도 절망섞인 말에 나는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정현민의 말을 들었다.

"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일군 이 기업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래 내 자식에게, 아버지가 일군 이 부와 대현이라는 간판을 넘겨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점차 말이 이상하게 튀는 정현민을 보며 나는 방 문 한쪽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민영에게 술이라도 가져오라 말하려 했지만...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

대현자동차의 운명을 회장님께 맡기는 편이 더 낫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하청이 될 운명이라면, 아예 한 집안 식구가 되어 함께 더 큰 시너지를 내보자.

그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어진 정현민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원래 하려던 말도 잊은 채 정현민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에 정현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압니다. 상당히 이상한 말이라는 것.... 하지만 저로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중동에서도 회장님이 만든 유니버스 원이 흔하게 쓰인다는 사실을.

심지어 불안정한 정세 때문에 월급을 받자마자 바로 유니코인으로 바꾸는 중동지역 사람들을 보면....

회장님이 이뤄낸 혁신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혁신을 이룬 사람과 '악연'이나마 인연을 갖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지.

회장님은 모르실겁니다.

그렇게 몇년 보내고 돌아와 회장님과 경쟁하지 않는 분야에 안도하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장님과 경쟁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다,

이 안 좋은 머리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고 기뻐한 저를 봐서라도,

그리고 저희 아버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제 '이상한 제안'을 꼭 좀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정현민의 간곡한 읍소와 함께 내 앞에 남겨진 것은 정현민이 가져온 '대현자동차 인수 합병안'이라는 서류뭉치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놀란 감정을 감추지 못한채 정현민이 남긴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 대현자동차의 인수를 통해 유니버스 그룹은 중장기 계획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으며, 대현자동차 역시 기존과는 다른 시장에 올라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어 상호...

그렇게 인상적인 부분에 마크를 남겨가며 정현민이 가져온 서류를 훑어본 나는 서류의 맨 마지막에....

- 대현그룹 회장 정영주

최종 보고까지 완료가 되었음을 뜻하는 정영주 회장의 서명을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 정회장님까지 동의했다고? 이 굴욕적인 계획서를...!?"

그렇게 생존과 미래를 건 대현자동차의 러브콜을 본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보고서 뒤 별첨문서를 보고는

".... 잠깐... 이건...!?"

다시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1] 차세대 대체에너지 자동차 1안 : 전기 자동차 (133차 보고) 1991-2009

[비1] 차세대 대체에너지 자동차 2안 : 수소 전기 자동차 (2차 보고) 2006-2009

"이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전기차는 물론이고 수소 전기 자동차까지 연구 내역과 그에 대한 보고를 담은 서류를 보자 나는 눈이 돌아가 그 문서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보고들을 쭉 읽어본 나는....

"다행히 우리쪽과는 방향성이 다르네... 잘 하면 시너지가 나겠어. 거기다 수소전기차라니... 이건 아예 우리쪽은 고려도 하지 않았던 방향인데...?"

곧바로 유니버스 원을 꺼내 정현민이 건넨 명함을 보며 전화를 걸었다.

"정사장님. 이 결심. 진짜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대현이라는 간판만 지켜주신다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정현민의 목소리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진행해보죠. 조만간... 이번에는 제 쪽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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