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비트코인 (2)
사토시 나카모토.
원 역사에서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컴퓨팅을 활용한 획기적인 위변조 방지기술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진한 왜색때문에 일본인으로 오해받고는 했지만...
"실상은 일본인... 아니 그가 어느나라 어느민족인지 아무도 모르지."
실상은 그가 누구인지, 일본인인지 아님 기타 다른 나라 사람인지,
혹은 개인인지 단체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태준이 회귀하여 돌아온 현 역사에서도
(동시기의 유명세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비밀로 붙여져 있었다.
"하나 확실한 건 누군진 몰라도 일단은 아나키스트적인 면모가 있다는 점이겠지. 탈 중앙화를 꿈꾸는 것을 너머 완전한 개인간의 연합을 꿈꾸니까.
문제는.... 개인은 그렇게 선하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집단의 힘을 너무 경시하고 있어.
뭐... 사토시가 그런 헛꿈을 꾸던가 말던가 나로서는 이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만."
태준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을 비웃으며 혼잣말을 내뱉고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내놓을 비트코인에 대한 논문을 기다렸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다음 논문을 기다리는 사이.
태준은 조비서에게 호언했던 파격발표의 초안을 작성해 넘겼다.
"... 이대로 진행하실 겁니까?"
"예. 물론 당장하는 것은 아니고, 준비만 해둘겁니다. 물론 그 전에 발표부터 해야겠지요.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표한 그 어줍잖은 논문이 더욱 파급력을 갖기 전에."
"그럼 사전 발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모든 자회사를 다시 재정비한다는 발표부터 할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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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의 모회사 KTJC-K는 유니버스 그룹 명의로 그룹의 중대사항을 발표하던 기존의 관례를 깨고 모회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그룹 개편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러한 그룹 개편은 향후 통섭의 시대에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고, 그 성장을 기업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KTJC-K의 발표내용을 분석해주실 경제전문기자 백현섭 기자를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백현섭 기자. 이번 KTJC의 발표 어떻게 보셨는지요."
"이번 발표는 그간 중구난방으로 퍼져있던 모든 사업부를 정리하여 완벽한 하나의 생태계를 갖추게 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등장한 SPS(Star-Planet-Satellite)구조는 그간 안개속에 쌓여있던 유니버스의 사업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 것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그룹 아래 핵심 사업인 전자, 컨텐츠, 금융, 유통, 인프라라는 별들을 관리하는 중간 지주사가 있고,
그 지주사 아래로 각각의 사업들을 관리하는 행성들이 놓인 형태로 정리된 내용이 이번 자회사 개편안의 핵심이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도 나왔다던데요."
"예. 최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불상의 인물이 쓴 논문으로 촉발된 플랫폼 독점체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는데요.
SPS구조의 마지막 S를 상징하는 세틀라이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자료화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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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S는 바로 위성. 즉 세틀라이트 입니다.
우리 유니버스 그룹과 함께하는 관계사들을 상징하는 이 위성들은 유니버스 그룹의 플랫폼 내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저희의 지분 투자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넥스트 게임즈'가 될 수 있습니다만...
구태여 이런 특수한 케이스를 들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수만의 관계사들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쇼핑플래닛에 입점해 계신 사장님들이야 말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와 함께하는 관계사 모두에게 저희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 파워를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저희 유니버스 안의 자원을 함께 사용하여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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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면을 보니 확실히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을 의식한 개편으로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정보 독점에 대해 직접적인 인정이나 사과는 없었지만, 개방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함으로서 간접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비판이 가라앉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 입니다. 시장내 평가도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개편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동시에 '비상장원칙'이 유지되는 한 유니버스 그룹이 내는 모든 수익은 김태준 회장과 그 측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한 편으로는 김태준 회장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런 혁신들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수의 주주가 있는 것 보다,
현재의 김태준 회장 유일 체제가 낫다는 의견도 있어 그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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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표에 이어 언론보도까지 이어지자마자,
유니버스 그룹으로 뭉뚱그려져 불려졌던 태준의 기업들은
태준이 만든 개편안에 따라 보다 간결한 구조로,
온전한 그룹의 형태로 개편이 되었다.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최종 지주사 아래,
인적자원과 기술을 관리하는 유니버스 R&D,
거대인프라 (통신, 가스, 건설, 인터넷 자체)를 관장하는 유니버스 인프라,
그 거대 인프라 위에서 움직이는 사업들을 분야별로 묶어둔 유니버스 컨텐츠, 유니버스 금융지주, 유니버스 리테일의 5개 중간 지주사를 둔 이 구조는 번잡스럽게 엮여 있던 태준의 사업구조에 투명성을 보장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소프트방코는 완전히 갈기갈기 찢겨나가
통신부문은 유니버스 인프라 산하 유니버스 네트웍스에,
잡지와 박람회 부문은 유니버스 컨텐츠에
개발 인력은 QULAB과 SPS전략에서 예시로 든 넥스트게임즈와 유니버스넷 등지로 흡수당해버렸다.
그렇게 자회사들이 정리되자 태준은....
"그럼 최종적으로 KTJC들의 상장을 추진해야겠군요."
유니버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사 유니버스의 진정한 주인인 KTJC의 상장을 추진했다.
그렇게 KTJC의 상장이 태준의 입에서 나오자 KTJC가 진출해있는 7개국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보조화폐로 승인이 되어 태준이 서비스로 세워둔 법인이었다.)
는 청약열풍에 휩싸였다.
- 이번 KTJC 7개국 동시상장 발표 봄?
- 그거 안본 놈이 어디있겠냐. 연신 뉴스에서 떠드는데.
- 사토시인지 뭔지하는 일본 놈은 하여간 뭣도 모르면서 글싸대더니 꼴 좋네.
- 사토시 지적은 아직 유효하다. 유니버스가 모든 것을 삼키는 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 이번 신주발행상장은 사실상 김태준 회장의 의결권엔 아무 영향도 못주는 우선주들 뿐이니까.
- 그건 한국에 차등의결권이 없으니 그렇게 된거지.
- 그러니까 하는 말임. 애초에 같은 주식을 가졌으면 의결권도 같아야 하는거 아님?
-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애초에 비상장원칙을 유지하면 개인한테 이득 안 나눠줘도 되는 건데? 발표 못봄? 최소 배당률 3.5%로 유지한다잖어. 자기들이 쥔 의결권 있는 배당은 0.5%로 줄이고.
- 하여간.. 하도 난리쳐서 우선주라도 준다 그러면 감사하게 받아들 것이지... 그 멍청한 머리로 의결권 달라고 떼쓰네...
- 저렇게 떼 쓰는 놈도 이번에 우선주 받아보겠다고 청약 넣었을듯.
- 그게 유니버스 안티하는 인간들 특징이지.
유니코인에 돈 넣어두고 카드플래닛 발급 카드로 경제활동 하면서, 매번 유니버스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기어와서 유니버스 욕하는...
- 그런 모순도 이겨내는게 유니버스 안티들이다.
태준의 상장, 정확히는 KTJC 시리즈의 우선주 발행건을 통해 몰려든 돈을 본 태준은 씩 웃으며 논문 너머 어딘가에서 비트코인을 만들고 있을 사토시 나카모토를 향해 말했다.
"탄은 준비됬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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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개편과 우선주 발행, 상장으로 이슈 몰이를 함과 동시에 '노나먹기'의 미덕을 실천함으로써 유니버스에 대한 반감을 줄인 그 무렵.
지구 어딘가에 있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혹은 집단)은 태준의 행보에 대해...
- 어리석은 발악
이라 평가하고는 떡 하니 유니버스넷에 한 논문과 함께 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Bitcoin Core v0.15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원 역사보다 무려 2개월에나 늦은 2009년 4월에 발표되었지만,
원 역사와는 달리 현 역사에서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름값이 있었던 지라 훨씬 더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유니코인... 정확히는 우리 유니버스 그룹을 반대하는 안티들에게 대안 화폐로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발표 18시간이 지난 지금 다운수만 무려 12만에 달하고 있고...
영악하게도 우리 유니버스 원 전용 작업증명프로그램도 동시에 스토어에 올렸습니다."
조비서의 보고에 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도 나서야지요."
"예. 해서 일단 스토어에 올라온 유니버스 원 전용 작업증명프로그램을 삭제하려고..."
"아뇨. 그건 그냥 두세요.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나섭니다."
자신의 말에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조비서를 본 태준은 마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비트코인 논문을 보면,
"기존 통화의 핵심 문제는 통화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신뢰 확보입니다.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지만, 역사를 보면 중앙은행은 물론 정부, 금융가 전부 그 신뢰를 저버렸습니다."라지 않습니까?
그 말인 즉, 본인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과도 같지요.
그런데.. 문제는 과연 발행주체의 개입 없이 어떻게 가치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입니다.
과거에는 금과 은으로, 현대에는 세금으로 그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신용을 비트코인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요?"
"... 글.. 세요?"
"바로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여기. 최대 발행량 21,000,000 BTC라는 선언에서 나오죠.
즉. 지금이 아니면 작업증명으로는 이 한정된 2,100만개의 코인을 얻을 수 없다는 선언을 통해 한정판 마케팅을 하는 겁니다.
거기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탈중앙화 가상화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 네임밸류도 높을테고요.
그에 더해... 이건 데이터죠. 금과 같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게 아닌 순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니 자연 소실 위험도 현저히 낮습니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대체 통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사토시의 주장인 셈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는 여기에 불을 질러 성공시켜야지요."
"성공이라면.... 화폐로서 기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까?"
"아뇨. 사토시를 추종하고, 우리를 싫어하는 이들도 우리가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아무리 우리가 싫어도.
우리가 아니면 너희들이 가진 그 비트코인도 무가치하며,
우리가 아니면 너희들 사이 거래 역시 편치 않을 것이다.
이걸 보여주어야 하는 거죠."
그 말에 조비서는 눈을 크게 뜨며 태준을 바라보았고,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상화폐만을 거래하는 거래소를 만들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여기 나온 마이닝... 그러니까 채굴에 들어가죠. 컴퓨팅 파워라면 우리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니코인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합니다. 비트코인보다 기술적으로 더 훌륭한 블록체인 기술을 유니코인에 입히는 것을 목표로 진행해보죠.
우선 이번 우선주 판매를 통해 들어온 자금을 비트코인 채굴에 투자하는 것으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