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일상 (3)
한민홍 교수를 영입한 이후 나는 곧 나올 전기차에 대한 단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스마트폰과는 달리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중요하지. 배터리 기술이 딸리면 어차피 당장은 상용화를 못하고....
그렇다면... 일단은 전장 자체에 집중하면서... 배터리 기술이 무르익을 때 까지 기다려야겠어.
배터리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별로 없으니까 가장 최신의 기술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라는 것 정도...?
이제 막 중국도 개발에 들어갔으니 우리도 이 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으로 방향만 잡아주면 되겠지.
괜히 비 전문가가 나대는 것 만큼 꼴불견인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정리를 마친 나는 곧바로 조비서를 불러 인산철 배터리 연구를 지시하는 짧은 내용이 담긴 쪽지를 전달하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거 QULAB에 전달하고... 곧바로 대학교 부지 확인해보러 가죠. 매입 절차는 전부 완료 했죠?"
"예. 지금은 전체 부지에서 철거 및 기초 공사 진행중입니다."
"그럼 오랜만에 나들이 겸 해서 민영이도 같이 불러서 가죠."
"아... 그게. 최민영 법무이사님은 분기별 그룹감사 준비때문에..."
"... 분기별이라 계속 쉴 틈 없이 굴러가나보네요."
"아무래도...."
그 말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법무팀도 자동으로 돌아가게 해둬야 최민영 법무이사도 쉴 틈이 나겠네요."
"안 그래도 최근 그룹 인사팀 중심으로 그룹 총괄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사팀 내부에서는 각 그룹사에 인사권을 일부 넘겨야 한다는 말까지..."
"그건 안 됩니다."
"하지만, 그룹 인사팀의 지적도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그룹 구조를 정리하면..."
그렇게 조비서가 사무실 한 쪽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마커펜으로 그룹사의 구조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KTJC-K 아래 그룹의 간판이자 혁신을 이끄는 유니버스, 유니버스 네트웍스, QULAB, 유니버스 패션이 위치하고,
KTJC-A 아래 그룹 제품의 서구권 유통을 총괄하는 유니버스 리테일과 최근 북한과의 거래로 성사된 합작기업 KGaz,
KTJC-J 아래 소프트방코와 그 자회사들
KTJC-V와 KTJC-T, 거기에 새롭게 생긴 KTJC-R까지 해서 간략화된 그림이었음에도 거미줄 처럼 얽혀있는 그림이 하나 완성되자,
조비서가 말을 이었다.
"KTJC-K.. 소위 유니버스 그룹이라 불리는 한국 쪽만 해도 이미 종업원수가 10만입니다.
거기다 A, J, V, T, R까지 다 더할 경우 종업원 수는 50만에 달하고.
각 국에 사업을 위해 세운 유한회사까지 더할 경우 거기서 1만이 또 추가됩니다.
이 수치는 UEP와 QULAB, 그리고 톰 브라운같이 업무 특성 때문에 독립적인 인사운용을 하고 있는 자회사는 제외한 수치고요.
이 50만명의 인원을 그룹 인사팀이 관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룹 인사팀의 경우 그 인원수가 4천명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공무원 1인당 인구수가 50명인데... 우리 그룹은 무려 125명이나 되는 겁니다."
그렇게 조비서의 구체적인 발표와 건의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부담이 크긴 하겠군요."
"예. 거기다 회장님께서 최근에 벌인 사업들이 점차 커지면서 인력수요는 늘어나는데 인사팀 인원은 몇 년째 늘질 않고 있으니 인사팀으로서도 한계를... 덤으로 저희 비서팀도 꽤 시달리고 있고요."
마지막 말에서 조비서의 진심을 느낀 나는 조비서가 그린 그림을 유심히 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브루나이 쪽 사업은 없네요."
"아. 그 부분은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시 지시가 없어서 별도의 법인을 세우지도 않았고요.
거긴 뭐... 사실상 브루나이 국왕과의 인맥 유지용이라고 보셔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그렇게 빤히 그림을 보던 나는 말을 이었다.
"일단. 그룹 인사팀... 아니, 그룹을 총괄하는 모든 참모부서에 대한 신규채용을 실시합니다.
대학이 나온 이후에 거기서 차근 차근 키워 쓸 생각이라 알면서도 방치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그렇게 압박이 심하다면 어쩔 수 없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니버스 원의 늘어난 물량에 대한 계선조직도 강화하죠. 그에 맞춰서 인사팀에 인력 소요와 추가 채용 인원 기획해서 올리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갈 준비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내 말에 조비서가 밝아진 표정으로 물러나자 나는 빤히 조비서가 그린 그림의 공백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가진게 석유와 돈 뿐인 국가인데.. 그 돈을 어떻게 티 안나게 빼내면 좋을지 참... 아... 그거면 되려나."
그렇게 유니버스 원을 꺼내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한지 10분.
나는 지시를 전부 이행한 뒤 다시 찾아온 조비서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서 찾아온 곳은 바로 유니버스 유니버시티, 우주대학교의 부지였다.
- 우주대학교 조성 예정 부지 -
- (주) KTJC-K -
그렇게 부지의 경계를 알리는 입간판을 지나 정돈중인 부지를 본 나는 슬쩍 옆을 돌아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판교가 바로 옆에 보이네... 흠."
"예?"
"아, 조비서는 모르죠? 여기 분당, 판교 땅 대부분이 우리 유니버스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조비서가 깜짝 놀란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둘러봐도 지금은 다 남의 땅이지요. 이미 개발도 되었고."
"어쩌다가... 회장님 성격상 이 좋은 땅을 그냥 놔주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놔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절이 시절이었고. 당시에 유니버스는 그만큼 크지 않았으니까요.
거저 놔준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대가를 받아 지금의 유니버스로 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그저 아쉬울 뿐인거죠."
"그때 회장님 연세가...."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왔을때니 서른쯤 되었을때네요."
내 말에 조비서가 허허 웃더니 말을 이었다.
"서른에 판교땅을 손에 넣은 사람이라... 그 정도 되면 무서운데요."
"무서울 게 뭐가 있습니까? 돈 있으면 다 하는 거죠. 그 때는 돈 있으면 진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미친짓을 했지만...
지금이라면 그런 짓은 안할겁니다."
"어째서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런 개발 사업은 너무 엮이는게 많으니까요. 위험부담도 크고."
그렇게 조비서의 의문에 가볍게 답을 해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건물 올리고 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한국 캠퍼스는 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갖고 계신 대풍건설산업에서 맡았으니... 한 5-6년이면 완공예정입니다. 미국, 러시아, 일본에 있는 캠퍼스도 비슷하게 완공예정입니다."
"5-6년이라... 하긴 규모가 있는데.. 그 정도 걸리겠지요."
그렇게 조비서의 대답에 나는 돌아서 차로 가며 말을 이었다.
"각 캠퍼스는 최첨단을 달려야 합니다."
"예. 통신시설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통신은 기본이고, 우천시에도 우산 없이 다닐 수 있도록 모든 건물을 잇는 지하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안으로 설계하라 지시하세요.
그리고 지상공간은 녹지 조성에 힘쓰라고 하시고요. 아직은 아니지만, 1,20년 뒤면 친환경이 대세가 될 겁니다. 그 점에 유의해서 자재선정부터 제대로 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차에 탄 나는 조비서가 오기전 정리하던 아이디어를 곧바로 유니버스 네트웍스의 사장에게 보내고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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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
스마트폰을 성공시키고 전기차, 나아가 모빌리티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을 깔며 달려온 태준이 간만에 일상속에서 그룹 내부를 정돈하는 동안.
일전에 태준이 가볍게 유니버스넷 쪽에 던진 사업이 완성되었다.
"괜찮네요. 이대로 하죠."
그리고 그 사업을 보고받은 태준의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떨어진 최종승인이 신호가 되어 세상에 공개되자 경제 채널을 중심으로 유니버스의 이 신사업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유니버스넷에서 이번에 새로운 포인트제를 도입했죠?"
"그렇습니다. 유니버스의 모든 서비스에 일괄 사용될 유니코인은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1000:1 대응되게 설계되었습니다.
즉 유니코인 1개를 사면 0.001온스, 그램으로는 0.028그램 정도의 금을 사는 셈입니다.
여기서 운용수수료등을 떼면 실제로는 1포인트에 0.025그램 정도라고 유니버스넷 측은 밝혔습니다.
이 포인트는 유니버스넷 상에서의 활동을 통해 얻을 수도 있으며, 포인트 충전을 통해 충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 금 시세에 연동된다면... 사실상 금을 사는 것과 같은 것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유니버스 측은 해당 서비스로 들어오는 자금을 실물 금과 함께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포인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럴 바엔 금을 직접 사는 것이 나을텐데 어째서 이런 포인트를 만든 것인가요?"
"실물 금은 우선 너무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고, 소액으로는 투자하기 어려우며 수수료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니버스의 유니코인은 금의 가치는 유지하면서 소액으로도 충분히 거래를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유니버스에서 상품거래와 주식거래에도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어디서든 같은 가치를 가진 다는 점에서 착안해 포인트를 매개로 환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환전 서비스요?"
"그렇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화폐로 다시 포인트를 환불받는 방식인데요. 이 경우 2%의 수수료만을 물게 되어 시중 은행보다 더욱 싸게 환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환 투기 방지를 위해 고액의 환전은 3일간의 유예시간을 두고 추가 수수료를 물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침 뉴스에 흘러가듯 소개된 '태준의 꿍꿍이'는 곧 전 세계 유저들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 포인트라곤 하지만 사실 상 별도의 화폐를 만든 꼴이네. 금 연동 포인트라니... 신박했다 진짜. 투자유치 중에서 이만큼 신박한건 처음 보는 듯.
- 이걸 투자로 보긴 좀 애매하지. 어쨌든 유저의 돈이고, 유저는 언제든 돈을 쓸 수 있는데. 거기다 유니버스 넷 상의 활동으로도 벌 수 있다잖아.
- 이 쯤되면 김태준 회장은 인터넷에 나라.. 아니 제국을 세우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겠네.
- ㄹㅇㅋㅋ. 영토는 유니버스 원, 주권은 유니버스넷, 국민은 유니버스 유저... 진짜 국가였네 ㅋㅋㅋㅋ 국가라면 당연히 화폐도 있어야지. ㅇㅇ
- 출장 많은 나로서는 진짜 감사한 서비스임.... 매번 은행가서 환전하고 우대율 90% 받겠다고 쿠폰 뒤적일 필요없이 그냥 포인트만 충전해서 나가고, 현지에서 쓰면 되는거니까. 적어도 KTJC가 들어가 있는 6개국은 그냥 환전 없이 포인트만 들고 가도 된다는 소리잖아.
- 이제 막 시작하는 거니까, 그 정도로 편하진 않겠지만... 곧 그렇게 되겠지.
- 환헷지도 자동으로 되는거 아닌가? 이 포인트면? 김태준 회장 돈 놀이로 돈 벌었다더니 역시 발상 자체가 다르네.
그리고 이 상품의 진짜 타켓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음.. 그러니까. 안전하게 자산을 옮길 수 있다. 뭐 그런 건가?"
"예. 어디까지나 포인트일 뿐이고... 이에 대한 정보는 저희 유니버스의 서버에만 있으니까요. 작정하고 여기 옮겨두면 절대 못찾죠. 거기다 가치는 금과 연동되니..."
"과연... 별난 짓을 한다 싶었는데... 꽤 좋은 발상 아닌가. 좋네. 내 자네 포인트를 대거 매수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태준이 보낸 메일과 전화통화에 넘어가 무려...
1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을 유니코인에 쏟아부었고,
그런 브루나이 국왕의 통큰 결정에 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혼잣말을 던졌다.
"이걸로 눈먼 돈은 싹 다 긁어모으겠구만. 무려 브루나이 국왕이 여기 돈을 넣었으니까.
그리고 이거면 2009년... 비트코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확실히 대안금융의 대세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