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49화 (149/200)

149. 스티브 잡스 (1)

"동양인은 늦게 늙는 다더니 나랑 대여섯 밖에 차이가 안나는데도 상당히 젊어보이는 군요."

급하게 돌아온 날 본 스티브 잡스는 호텔 로비에서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며 내게 태연히 말했다.

"... 꽤 무례하군요. 나이와 외모... 거기에 인종까지."

"무례했다면 실례. 늘 이렇단 말이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처음 건네야 할지 잘 모르겠어."

그 말에 나는 후 하고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일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대뜸 사전에 연락도 없이. 이렇게 무작정 한국에 온 이유가 뭡니까?"

"글세. 이유가 한 둘이 아니라서."

"... 예?"

"하지만 그 한 둘이 아닌 이유들 중에서 구태여 하나를 꼽자면... 유니버스 원. 이겠지. 그 스마트폰."

그 말에 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5년도 더 전 부터 스마트폰 개념은 있었지만... 그 것들은 사실상 스마트폰이라기엔 부족했지. 일단 스마트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면에서 나 역시 태준 당신의 말에 동의하고 있어. 유니버스 원.... 이 정도는 되어야 최초의 스마트폰이지."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 표정을 다르게 해석한 것인지 스티브 잡스는 피식 웃으며 내게 말을 이었다.

"의외의 평가라고 생각했나보지?"

그 오해를 구태여 정정해 줄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묻는다면 정답이야. 하지만 바람과 현실은 다른법 아닌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일의 기본이지. 그리고 이 유니버스 원은 내게 현실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제품이지.

불필요한 모든 것을 없애버린 미려한 디자인. 깔끔한 사용성. 거기에 적당한 크기까지.

내 상상이 완벽하게 구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아니 모두가 희미하게 나마 상상하던 이상속 제품이랄까....?

문제가 있다면 그걸 구현한게 내가 아니라는 것이겠지만."

"아직 찾아오신 이유를 듣지 못했습니다만?"

"아, 그렇지. 아직 이야기를 안했군."

내 물음에 스티브 잡스는 다시 커피를 들고 입을 축인 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건...."

"유니버스 원에 든 통합모듈. CPU와 GPU.. 거기에 메모리와 통신모뎀까지 한 모듈에 몰아넣고 하나로 패키징을 했더군."

"경쟁사가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위해 분해해볼 것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막상 이렇게 보니 기분이 묘하군요."

"뭐... 이해해줄 거라 믿네. 나는 태준, 당신처럼 사회성이 좋은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야."

"해서. 이걸 제 눈 앞에 들이미시는 의도가...?"

내 질문에 스티브 잡스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뭐지?"

"...."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공부지. 기존의 이론, 상식이 무너지고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것이니까.

그리고... 다들 이 유니버스 원이 만든 새로운 패러다임에 미쳐있을때. 나는 이 안에 든 통합모듈에서 또 다른 혁명을 본 거야."

그렇게 시작된 스티브 잡스의 찬양에 가까운 유니버스 원의 AP에 대한 설명은...

"원칩 AP라니.... 아니 원칩 AP자체는 놀랍지 않을지도 모르지. 원래... 그러고 보니... 원래 있던 통신통합모듈 AP도 태준, 당신이 가진 퀄컴이 공급하던 것이었군.... 하하.

하긴, 맨 땅에서 밀이 자랄 수는 없지.

어쨌든 이 정도 컴퓨팅 성능에 원칩이라는게... 거기다 별도의 쿨링 시스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저발열이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도 저전력이라는 것까지.... 그래.. 이 칩은..."

한참이 지나도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 거기다 이 패키징도..."

그렇게 한참을 참고 들어주던 나는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계속 금칠해가며 말을 빙빙 돌리지 마시고 직진하시죠."

내 말에 스티브 잡스는 이내 기침을 몇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 칩을 공급해 줄 수 있나?"

"... 유니버스 원을 위한 물량도 제대로 소화를 못하고 있는거 아실텐데요."

"알지. 알지만, 그 공급 불안을 그대로 두고 있을 생각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계속 차기작을 위한 연구도 진행할 것이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가 SoC를 만들어 파는 것은 맞습니다. 정확히는 통신AP를 주력으로 판매를 하고 있죠."

"그러면..."

"하지만, 이 유니버스 원에 사용된 SoC는 이야기 조금 다릅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외부에 납품을 할 만큼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제일 큽니다만.

설사 외부납품을 고려할 정도로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수준이 된다고 해도 섣불리 라인을 늘릴 수도, 늘려서도 안되기 때문이죠.

애플에서 과연 언제까지 우리 SoC를 쓸 생각을 할지도 모르는데 눈 앞에 이득이 보인다고 해서 설비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아닙니까."

"적어도 세 번은 쓰도록 하지."

"세대가 아니라 번이라. 말 장난을 좋아하시는 군요."

"세대로 말했다면?"

"솔깃했겟지만, 그래도 안됩니다."

그렇게 거절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우리 악연이 보통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스티브 잡스 역시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악연이라. 사업하는 사람들에게선 좀 처럼 듣기 힘든 표현인데."

"관용구라고 생각해주시죠. 진심으로 악연이라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 말은 제안 자체는 언제고 열어두고 있겠다는 뜻이군."

"제안이 합리적이라면 말이죠."

그 말에 스티브 잡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허면 이건 어떤가?"

그렇게 스티브 잡스의 제안을 들은 나는 놀란 눈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 진심입니까?"

"진심이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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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앤이 스티브를 마킹해줘야겠습니다."

태준의 말에 앤은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 그 잡스가 나타났다는 것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 월드컵을 구경하고 가겠다더군요."

"예? 그런 얼빠진...."

"뭐 그게 진심이라고 생각해선 안되겠죠. 머무는 동안 경기장 대신 우리 공장을 더 자주 방문했으니까.

기왕에 이렇게 된 것 우리도 스티브의 입지를 한 껏 이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앤은 잠시 생각하더니 씽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참... 가만 보면 악당이나 할 법한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것 같다니까요. 회장님께서도."

"뭐 작정하고 캐내겠다고 달려드는 사람 막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이용해 먹는게 낫겠다 싶은거죠. 그럼 부탁 좀 합시다."

"예. 아는 기자들 중에 사진 잘 찍는 친구들로 섭외해서 잘 케어해볼께요."

그렇게 태준의 부탁을 받은 앤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고,

- 애플 CEO, 스티브 잡스 비밀리에 한국 입국?! 이유는?

- 김태준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스티브 잡스

- 애플, 스티브 잡스의 방한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 애플과는 관계 없어.

밑밥이 곧장 뿌려지기가 무섭게...

- [단독] 유니버스-애플 협력체제 갖추나...? 유니버스 공장에 모습을 드러낸 스티브 잡스

- 애플, 맥OS와 연결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선언, 새로 출시될 스마트폰 이름은 iPhone

- 애플, 유니버스에 ODM으로 iPhone을 주문한 것이 밝혀져.... 사실상 유니버스 원의 파생모델이 아닌가 비판하는 이들도...

언론들이 연이어 차근차근 수위를 올려가며 유니버스와 애플의 계약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보는 네티즌들은...

- 한국에서야 애플이 핫바지지 전 세계적으로는 애플의 위상은 대단한 기업임. 그런 기업이 유니버스를 인정하고 ODM을 맡긴 것 만으로도 이번 유니버스 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거지.

- 뭔 개소리야... 애플의 위상이 대단해? 전 세계 인터넷 첫 페이지를 장악하고 있는 유니버스를 고작 전파사나 하는 애플 따위와 비교하는게 말이 되냐?

- 윗 댓에 공감. 애초에 위상이 대단하다 한들 컴퓨터 만들어 파는 회사일 뿐이고... 유니버스 그룹은 전자부터 패션까지 다 하는 초거대 공룡인데 비교하는 게 웃긴거지.

- 이게 맞지. 근데 첫 댓 말도 틀린 건 없음. 애플은 급이 다르긴 함. 찐으로다가. 유니버스(전자) 대 애플이라고 하면.... 애플이 위일 수 밖에 없음

- 이건 억지다. 유니버스 전자는 사실 생산회사일 뿐이고, 실제로 모든 힘은 QULAB에서 나오는데 QULAB이랑 애플을 비교해야지.. 뭔...

- 현직 애널리스트다. 이 싸움을 한줄로 정리해주마.

'막말로 애플이 자력으로 iPhone을 만들 수 있었다면 ODM을 맡겼을까?' 이거만 생각하면 바로 답 나오는거임.

겉보기엔 유니버스가 하청으로 보이지만, 이건 사실상 유니버스가 생태계 확장을 위해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 봐야함.

- 이 말이 정답이지. 원 OS 공짜로 풀겠단거 못들었음? 물론 핵심 서비스는 유지해야 하지만...

막말로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터넷 쓰는 놈들이면 유니버스 넷 안통하면 이메일도 영상도, 음악도 아무것도 못하는데...

어차피 있어야 할 거 그대로 두는 거라 업체 입장에서도 딱히 디메리트라고 보기 어렵지.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의견을 주고 받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플이 유니버스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물어오는 각국의 기자들을 향해,

"뭐..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 적어도 스마트폰에 한해서는 정확한 말이기도 하고. 다만...."

스티브 잡스는 선선히 인정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결국 중요한 건 소프트웨어거든. 하드웨어를 백날 잘 만들었다고 해봐야....

소프트웨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크게 성공하긴 힘드니까. 그런 면에서... 유니버스도 잘 해줬지만... 아직 부족한게 보이더군요.

우리 아이폰이 나오면 맥과의 연결성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 무엇인지 사용자들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유니버스의 하드웨어를 공유하지만... 아이폰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드리죠."

자신 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논란에 불을 질렀다.

물론.... 이 디스전 아닌 디스전을 유도한 태준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스마트폰 자력 생산이 불가능해서 디자인만 갈아서 사가는 주제에 말은...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 좋은 조언이라 생각하고 들으면 되겠지만..."

- 유니버스 원 - 2002 상반기 출시

- 유니버스 원 프라임 (태블릿) - 2002 하반기 출시 예정

- 유니버스 원 엘리트 (노트북) - 2003 상반기 출시 예정

- 유니버스 원 핏 (스마트밴드) - 2002 하반기 출시 예정

"이미 우린 애플 이상의 생태계를 계획하고 있단 말이지... 거기다..."

그렇게 태준이 혼잣말을 하며 읽고 있던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펼치자...

- 유니버스 링크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원 OS 포팅 완료 보고

과거 유니버스를 향한 독과점 소송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유니버스 링크의 원 OS포팅을 알리는 보고서가 드러났다.

이 보고서를 본 태준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가전분야에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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