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스마트폰 (6)
김태충에게 조달청 신규 장비를 약속받은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의 열풍을 즐기고 있었다.
- [특집기사] 유니버스 원, 열풍의 비밀을 이끈 유니버스산 기본 앱 Top 11
- 1. 인터넷 접속을 위한, 유니버스넷 브라우저
- 2. 국민 메신저, 앤서블
- 3. 밖에서도 증시를, 스톡플래닛 MTS
- 4. 초행길도 한 번에, 유니버스 맵
- 5. 카드 결제내역을 한눈에, 카드플래닛
- 6. M플래닛부터 개인이 올린 영상까지 한곳에서 본다, N플래닛 스트리머
- 7. 결제부터 배송까지 한번에, 쇼핑플래닛
- 8. 신개념 블로깅, 로그북
- 9. 세계 최초 스마트폰 네이티브 RPG, 바람의 제국
- 10. 책도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읽는다, 유니버스 라이브러리
- 11.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즐긴다, M플래닛 스트리머
- 스마트폰,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스마트폰이 연 신종 직업, 스마트폰 강사.
- 스마트폰의 등장, 통신시장에 대격변 올까? 유니버스 그룹 산하 유니버스 네트웍스 스마트폰을 위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선보여
- WIFI? 집에다 설치하면 데이터를 아낄 수 있다? 설치부터 사용까지, 유니버스 원을 사기전 당신이 해야할 일.
그렇게 유니버스넷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신문, 방송매체에서 유니버스 원의 성공원인부터 가벼운 사용팁은 물론, 스마트폰에 필요한 통신요금제까지 소개하는 것을 본 나는...
- 툭.
매우 자연스럽게, 전생에 쓰던 습관 그대로 스마트폰을 책상위에 던지고는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자... 생각해보는 거야. 여기서 뭘 더 엮어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는, 정확히는 내가 전생에 많이 쓰던 앱들을 떠올리며 기본 탑재 앱으로 설치해 사용성을 높인 유니버스 원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던 나는...
"아... 페이앱이 아직 없지... 이건 차기작에서 도입해 보고..."
그렇게 몇 가지 기능을 추려내 앞으로 추가할 것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수기능, 라디오, 생존 교범 책자, 손전등, 나침반, 페이앱....
"여기에 밀스펙 수준까지 내구성을 높여서 군납도 받아야하고.."
러기드폰,
"아, 배달. 그래 배달을 빼놓을 수 없지. 전생에 '요기-배달'을 자주 썼었는데, 이걸 까먹었네."
마지막으로 배달앱까지 써 넣은 나는 곧바로 각 파트에 전화를 걸어 다음 차기작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예. 접니다. 지금 제가 유니버스 원 차기작 관련해서 기획서 보내드릴테니까, 내년 하반기 출시에 맞춰서 개발 시작해주세요."
그렇게 차기작 준비 겸 각 회사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정리하던 나는 곧 월드컵 개막일인 2002년 5월 31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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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해드리는 월드컵 개막식 현장입니다. 21세기 최초의 월드컵.
그리고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의 시작이 이곳 상암경기장에서 개최되는 순간입니다.
한국 전통의 군악대 취타대를 선두로 해서 충무단이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특수부대, 특전사가 얼마전 전 세계를 경악케한 최초의 스마트폰
'유니버스 원'을 들고 레벨을 타고 경기장 지붕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전광판에 특전사 요원이 비춰지고 있는데요...?"
"이번 행사를 위해 경비임무를 맡은 특전사 요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따르르릉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 아....! 말씀드리는 순간 김태충 대통령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 이상 무.
- 위치에서 대기.
- 위치에서 대기.
"아...! 보고를 하는 것이었군요. 경기장에 울려퍼진 전화소리는 유니버스 원의 실제 통화 소리를 그대로 송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옆에서 말하는 것 처럼 깔끔하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대기를 하고 있던 충무단이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등장부터 손에 들고 있던 판을 들어올리는 충무단... 아...! 판이 아니라 LCD모니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카드섹션이 아닌 다수의 LCD모니터로 하나의 거대한 패널을 만들어냈습니다...!"
"패널에 비치는 에밀레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울려퍼지는 에밀레종의 은은한 종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에밀레종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깔리고... 영상에 등장한 아이. 6.25의 아픔을 상징하는 듯한 아이의 차림새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디론가 걷는 아이. 네 차림새가 바뀌었습니다. 걸어가는 것은 미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었습니다."
"교복입은 까까머리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나아가 안전장구와 공구를 든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회인이 된 아이가 다시 걸어갑니다. 손에 들린 공구가 어느새 손에 들린 핸드폰. 우리가 얼마전 까지 쓰던 핸드폰이 되었습니다.
아이도 장년이 되었는데요. 아... 이제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갑니다. 도착하는 곳은... 집이군요."
"집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손자일까요?"
-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손자였군요."
"그 아이에게 건네는 핸드폰.....이...! 유니버스 원으로 바뀝니다....! 유니버스 원을 받아든 아이가 미소짓습니다."
"유니버스 원에서 지도를 띄우는 아이. 목적지가 보입니다. 목적지는 서울. 이곳 상암경기장입니다. 집 구석에 놓여있던.... 굴렁쇠를 집어든 아이가...!"
"설마....!"
그리고 그 순간 영상이 끝나며 충무단이 들고있던 LCD를 내리고는 그라운드에서 빠져나갔다.
홍해처럼 갈라지는 인파들 사이로...
"설마가 맞았습니다!!! 88 올림픽 개막식을 장식했던 그 소년 굴렁쇠 소년이 이제 스물 한살의 청년이 되어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88올림픽의 심볼이자 미래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던 아이.
굴렁쇠 소년 윤태홍이 성인이 된 모습으로 굴렁쇠를 굴리며 나타났다.
"""""와아아아아!!!!!"""""
엄청난 환호가 쏟아짐과 동시에....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리는 우리 태극전사들의 모습...!"
그 뒤로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 태극 전사들의 뒤로 32개국에서 온 각국 선수단이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그렇게 개막식 첫 행사가 끝이나고 자연스럽게 개막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양도현 밴드, 박현정, 블랙아이즈가 부릅니다. 렛 어스 고!"
"나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 렛 어스 고~~ 다른 하늘 다른 공간 같은 꿈을 꾸던 우리~"
그렇게 모든 개막식 공연이 끝나고, 김태충 대통령과 초대받은 각국 정상들이 위치한 단상 옆에 태준 역시 손을 흔들며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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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개막식 다음날 행사로 이리치이고 저리 치여 지쳐버린 나는 곧바로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한참을 자고 일어나자 민영이 스위트룸 거실에서 원이와 놀아주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가 물을 꺼내 마시자 민영이 원이를 안아 들고는 슬쩍 내게 스마트폰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개막식 효과가 상당하네요."
"음?"
그렇게 물을 입에 머금고 장난스레 민영의 볼에 입을 맞춘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삼키며 민영이 건넨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았다.
유니버스넷에 뜬 기사들....
- 굴렁쇠 소년의 파격 등장, 추억을 자극하는 공연 기획... UEP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 개막식에 등장. 한국 IT기술은 세계 제일!
- [포토] 스마트폰의 등장, 작전도 스마트하게? 세계 최초의 '스마트 아미' 특전사 등장씬
- 충무대가 들고 나온 초박형 LCD, 제조 업체는 어디? 사성, 수성, 유니버스에서 각각 생산. 미래 디스플레이 삼파전이 시작되었다!
- [포토] 유니버스 원, 응원 문화를 바꾸다. 최근 업데이트 된 손전등 기능으로 반짝이는 광화문!
- 로그북, 출시 한달 반 만에 서버 포화! 급격한 사용자 증가로 긴급 서버 증설....
그 기사들을 본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구태여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계속 거절했었는데, 진짜 거절했으면 아쉬웠을 뻔했네. 이렇게 효과가 좋다니."
"다음 차기작을 기다리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어요. 아,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보고를 마친 민영은 원이를 안아들고는 거실 한편으로 가 거실에 놓인 서류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건 우리 원 OS의 사용허가를 문의하는 기업들의 명단이예요."
"무료로 풀기로 해서인지 바로 제조업체들이 달려드네."
"일단... 회장님께서 건 조건. 인터넷 기본 검색엔진 고정, 유니버스 앱플래닛 의무사용. 유니버스 기본앱 의무설치. 이 세가지는 다들 동의하고 나왔어요."
"그렇겠지. 그 외에는 전부 자체 커스터마이징을 허가해줬으니까. 애초에 익숙하기도 할거야. 제안 온 수성이나 대현은 PC시장에도 진출해있으니....
마이크로소프트와도 거래가 있었을테고... 익숙하겠지."
"의외로 사성이 조용하네요."
그 말에 나는 전생의 사성이 보여주었던 행보.
소위 옴레기라 불리던, 사성 오메가와 사성 오션OS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햇다.
"자존심에 자체 OS를 사용하려 하겠지."
"자체 OS요?"
"물론 당장에는 OS제작 능력이 없을테니... 아마 거래관계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Pocket PC 2002를 떼오겠지만."
"흠... 그랬다가는 기존 PDA랑 크게 다르지 않은 사용성을 보여줄텐데요..."
"실패한다고 생각하지 않을테니까. 무려 사성이잖아. 반도체 1위. 디스플레이, 휴대폰 2위. 절대 실패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직접 도전해오지 않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얕보고 있던 우리가 자체 OS로 시장 판도를 바꿔버렸으니 사성도 할 만 하다고 생각할거야."
내 말에 민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뭐...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네요."
"다 알 필요는 없지. 나도 내가 기획한 상품이지만... 잘 몰라. 개발은 개발진들이 하는거니까.
다만 이거 하나는 잘 알지."
"그게 뭔데요?"
그 말에 나는 씩 웃어보이며 민영이 안고 있는 원이의 볼을 슬쩍 쿡 찌르고는 말을 이었다.
"사성이 뭘 내놓든 이제 유니버스 원을 넘어설 순 없다는 거."
내 말에 민영이 피식 웃으며 원이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요. 누구 이름을 따서 지어진 건데요. 당연히 1위를 해야죠."
"그건... 그저 우연히..."
"알아요. 작명가에게 받았다면서요. 원이 이름도 그 작명가가 지어준거니까요."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민영의 놀림을 받으며 아침 식사를 한 나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무실로 걸려온 묘한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
민영의 목소리였지만 담고 있는 내용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다시 민영에게 되물었고...
그런 내 되물음에 민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내게 말을 해줬다.
"스티브 잡스... 그러니까 애플CEO가 회장님을 만나뵙겠다고 지금... 더 플러스 호텔 로비에 와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