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40화 (140/200)

140. 영향력 (1)

늦게 시작된 UEP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면담은 생각보다 짧게 끝날 듯 보였다.

문제는...

"그러니까... UEP의 주식을 달라는 말씀입니까?"

이선재를 필두로 모든 연예인들이 UEP의 주식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이 문제였다.

'요구사항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니 금방 끝날 문제지만... 또 이게 우기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말이지... 쯧.'

그렇게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UEP최고 고참급 연예인이자, 국민배우로 이름난 이선재의 말을 기다렸다.

"예. 보통 다른 회사들도 그렇고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들은 주식을 받지 않습니까?"

"상장할 때 보통 그렇게들 한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우리는 상장할 생각도 예정도 없습니다."

"대신 스톡옵션이 있지 않습니까. 스톡옵션을 주신다면 저희가 UEP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을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저희 역시 한눈 팔지 않고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을테고요."

"배당이라.... 한국 시장에서 배당을 기대하는 분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회장님은 미국식으로 운영하시니까요. 실제로 주주명부에 올라온 분들에게 배당을 주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UEP에서 배당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UEP가 우리나라 연예계 1등입니다. 지난 영향력 평가에서도 1위였고, 창사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향력 평가에서 1위를 놓친적이 없는 굴지의 종합 기획사가 배당할 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데요."

그 말에 나는 옆에서 인솔자로 따라온 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앤. 노트북, 프로젝터에 연결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장에 모인 이들의 앞에서 나는 때 아닌 기업현황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 자료는 내부자료인 만큼 유출이 되어선 안됩니다."

""예!""

"그럼 약속을 받았으니 시작해보죠. UEP는 현재 컨텐츠 제작, 매니지먼트, 광고기획, 음반기획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가지 핵심 사업의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니버스 그룹 내의 상품들에 대한 광고료가 입금이 되면 광고기획 파트를 통해 광고가 제작이 되고,

간접광고가 허용이 되는 인터넷 기반 컨텐츠를 제작하여 유니버스넷에 다시 판매한다는 흐름이 만들어지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UEP출범 이전 여러분들이 각 회사, 지금은 이사진들로 들어와 계신 전 사장님들과 계약을 맺은 대로 분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여러분들의 시각에서는 UEP에 이익잉여금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연예인들의 착각의 배경을 설명한 나는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찾아 띄운 후 말을 이었다.

"그러나,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기 UEP그룹 출범 당시 여러분들께 추가로 내밀었던... 여기 전속계약 양수도 계약서의 특약사항을 보시면,

계약 외 기타 사업으로 회사가 발생시킨 초과잉여금...

아 여기서 말하는 계약 외 기타사업이란 회사에서 만든 자체 컨텐츠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분 모두 출연금으로 정산받으신 부분이기 때문에 온전히 회사의 자산이죠.

어쨌든 그 중 10%를 인적위기대응기금....

즉, 여러분이 사고를 치거나 해서 회사에 가져올 피해 등을 커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조 현금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돈 중 절반은 여러분의 기초생활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45%는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겠다고 나와있습니다."

내 말에 이선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이선재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발표를 마무리 짓는.

아니, 쐐기를 박는 말을 연예인들 무리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UEP는 이 약속을 확실하게 지켰죠.

실제로 광고 출연 및 작품 활동이 없는 기간에도 기본정산금이라는 이름으로 여러분들에게 정산된 돈이 있었음을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즉, UEP에 남은 잉여자산은 없습니다. UEP주식을 전부 가진 KTJC에 배당하는 금액도 제로구요."

그 말에 이선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우리 후배들도 그렇고 신인때부터 기본급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놀라워하기는 했었죠. 그럼 돈도 안되는 사업을 왜 하고 계신겁니까?

아니, 말을 정정하죠. 남는 돈을 왜 저희에게 배분하신 겁니까? 주주들의 반대가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그야... 내가 원하는건 압도적인 영향력이고, 그 영향력을 위해선 당신들이 잡혀있어줘야 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월급만큼 달콤한 사슬이 또 없지. 월급에 중독된 사람들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입으로는 멋진 말을 내뱉었다.

"돈을 배분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저는 UEP로 돈을 벌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UEP는 한국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미국, 일본, 동남아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러시아에도 진출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동일하게 특약사항을 제시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게 돈을 번 사람의 의무니까요. 물론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니버스의 제품들을 팔고 유니버스넷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도 있지만,

UEP에서 그 어떤 수익을 남기지 않고 여러분들께 전부 배분해버리는 것은 돈을 벌었으면 응당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문화산업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커왔습니다.

첫째는 대중의 지지. 그리고 둘째가 거대한 후원자입니다.

대중의 지지를 통해 성장한 문화는 뿌리에 해당하고, 거대한 후원자의 지원으로 성장한 문화는 꽃에 해당하겠지요.

저는 그 두 가지를 잡고 싶었을 뿐입니다.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가 곧 다가올테니까요.

아니, 지금도 그 경계는 무너지고 있죠.

여러분들을 우리 소속 연예인이 아니라 아티스트라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대중문화를 뿌리 삼아 거대한 문화의 꽃을 피우자.'

UEP가 사훈으로 괜히 이런 문장를 달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일장 연설에 가까운 말을 내뱉자 완전히 기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이선재가 묘한 눈빛과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의 큰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까 지적했듯이 주주들의..."

"예. 일반적인 주주들이었다면 반발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UEP, 아니 소위 유니버스 그룹이라 불리는 우리 그룹은 그럴 일이 없습니다.

주주들 역시 제가 이 처럼 성공하기 전부터 고락을 함께한 동지들이고, 무엇보다 제 지분이 50%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제 비상장 원칙이 의미를 가집니다. 비상장기업으로 존재하는 한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경영방침을 지켜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완전히 승기를 잡은 나는 회장에 모인 연예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각자 받고 싶은 다른 선물을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에게 득이 될 것들로.

가능한 한 들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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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회장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사라자지자 연예인들은 묘한 침묵속에 빠져들었다.

"..."

그렇게 침묵속에서 예정되어있던 만찬이 나오자 연예인들은 그제야 하나 둘 식기를 들어올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보통 분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과연. 대단하신 분이네. 그럼 여태까지 전부 자기 이익은 포기하고 우리한테 특별정산을 해주고 있었다는 거잖아."

"... 그런 셈이지. 물론 뭐 광고효과나 이런 것을 생각하고 하시는 거라곤 하지만..."

"보통 기업이면 그렇게까진 안하니까. 그냥 단발성 광고로 끝내고 말지."

"그렇지. 거 참... 차라리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네. 알고 나니 원... 여태 내가 뭘 한건가 싶고..."

"이래서는 마음 편히 선물달라고도 말도 못하겠어요. 선배."

그렇게 식사를 하며 오간 대화를 들은 앤은 멀찍이 떨어져서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차라리 잘 됬네. 본인들이 어떤 입장인지 알았으니 이제 더 열심히 하겠지?"

그런 앤의 혼잣말을 들은 앤의 비서는 슬쩍 다가와 말을 이었다.

"그렇겠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조금 아쉽네요."

"아쉽다?"

"예. 회장님의 이런 뜻을 기왕이면 더 많은 사람이 알면 좋지 않습니까?

기업 이미지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른 연예인들도 더 많이 우리 회사로 찾아올테니까요."

그 말에 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거 영어도 제대로 못하던 햇병아리가 이젠 거기까지 생각할 줄 알고... 대단한데?"

"...하하."

"하지만 아직 더 배워야겠어. 박비서도."

"예?"

그렇게 앤이 박비서에게 칭찬과 동시에 채찍을 내리치자 박비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런 박비서의 물음에 앤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왜 비밀로 하라고 하셨겠어. 내부자료가 공개되서?"

"그런... 것 아닙니까?"

"아니야. 박비서도 알잖아. 저런 내부자료쯤 사실 별 거 아니란거. 증권가에 우리가 언제 상장되나 기다리는 애널리스트들도 다 알고 있을 법한 저딴 자료가 무슨 비밀이 필요해."

"... 그럼...?"

"회장님은 소문이 나길 원하시는 거야."

"소문... 이요?"

"그래. 소문.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은밀히 전해지는 소문. 그게 진짜거든. 회장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공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그런 작위적인 방법은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여러번 쓸 수 있는게 아니잖아? 회장님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러니 택하신 방법인거야. 은밀히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돌게 만든다.

그럼 그걸 누가 캐치할까?"

"... 연예부 기자들...."

"그렇지. 안 그래도 타고난 비주얼이 상당해서 연예부 기자들도 달라붙는게 회장님인데... 거기에 우리 아티스트들까지도 엮여있어.

근데 그게 선행이야. 거기다 그 선행이 업계 전체를 뒤흔들어놓을 엄청난 파도네?

과연 그 치들이 가만히 있을까? 길어도 일주일이야. 기사 날 때 까진. 그리고...."

그렇게 앤이 슬쩍 턱짓으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역 이선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저 말썽꾸러기 40대 아저씨가 회장님의 팬이 되었으니 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

"... 아. 그래서 사장님께서 핸드폰 수거를 하지 말라고..."

"그래. 소문이 돈 다음에는 증거가 필요하잖아?

여기 수 많은 아티스트들 중에 이선재 만큼은 회장님이 뭘 말할까 약점이 될 건 없을까 하고 녹음을 했을테니까.

오늘 있었던 이 연설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금방이겠지."

그리고 그런 앤의 말 처럼.

태준과의 면담이 있은지 고작 나흘만에.

- UEP 정산의 비밀이 밝혀지다!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는 연예기획사!

- 대기업의 품격이란 이런 것.

- [단독] 소문으로만 들리던 UEP 비공개 만찬 연설 녹음 파일... 김태준 회장의 '문화발전론'

- 김태준 회장의 '문화발전론', 오블리스 노블리주의....

- 김태준 회장....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지며 태준을 향한 칭송이 다시 한 번 한국을 강타했다.

- 와.... 그럼 뭐야. 여태까지 만들었던 모든 자체 예능이나 드라마 수익을 전부 사원들에게 돌린거야?

- 사원에게만 돌린게 아니라 단순 계약관계인 연예인들에게도 돌렸대잖아.

- 어쩐지 신인들 때깔이 좋더라니. 정산문제로 굶고다닌다는 어디 기획사랑은 비교자체가 불가네.

- 대기업이 괜히 대기업이겠어. 돈이 남아도니 그런거지.

- 다른 대기업들은 안 그러던데? 이번에 우대 경영난 운운하면서 사원들 임금동결한거 잊었음?

- 우대정도면 양반이다. 태균은 아예 몰락해서 그런지 임금 삭감에 명예퇴직까지 받더라.

- 명예퇴직이 뭐임? 퇴직이면 그냥 굶어 죽으란거지. 말같지도 않은 소릴... 그런 면에선 김태준 회장이 진짜 난 사람은 난 사람이네. 상장하면 주식 바로 사야지.

- 녹음본 다시 들어봐라. 상장 하겠나? 김태준 회장 말마따나 차라리 상장 안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음. 수성이나 사성봐라 매번 외국에 배당하기 바쁜데.

그리고 이런 반응을 지켜본 태준은....

"거참.. 떠들고 다니지 말라니까 누가 촐싹댄건지... 이대로 가면 대기업이 골목상권 다 죽인다고 또 난리나겠네.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에효. 이 건은 앤에게 대응하라고 넘겨야겠다."

만족보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앤에게 떠넘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일본쪽은 왜이리 조용해. 선거 결과도 다 나왔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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