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39화 (139/200)

139. 일상 (1)

"시제품입니다. 저전력 기반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짜야하는 상황이다보니 기반 자체를 리눅스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라이선스 문제는 없겠군요. GPL기반이라 언제고 유무료 배포가 가능하니."

"예.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리눅스 자체가 오픈소스에 무료라는 인식이 있다보니 돈을 받고 팔기에는 아직은 시기 상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연구원의 말에 시제품을 조작하던 나는 슬쩍 시제품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돈을 받고 팔기에는 무리가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 인식이... 현존하는 최고의 저전력 CPU기반 OS라고는 해도..."

"그런 말이 아닙니다. 외려 지금 상태라면 서버용으로는 팔릴 수 있어도 제가 말하는 '핸드폰'용으로는 부적합합니다."

"예?"

나는 슬쩍 연구원들이 만든 시제품을 다시 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우선 이 조그패드로 핸드폰 내에 마우스를 움직이겠다는 발상 부터가 문제입니다. 기존의 핸드폰 OS야 리얼타임OS로 한정된 기능만 수행하니 상관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핸드폰 OS는 범용 OS입니다. 그런 범용성을 위해 마우스 포인터를 안에 넣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조그스틱으로 일일히 눌러가며 마우스를 조작해야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럼... 조그스틱 대신 트랙볼이나 트랙패드를 사용해볼까요?"

그 말에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아직 터치스크린은 시기상조인가... 완전히 선택지에서 배제가 되어 있군... 개발 자체는 오래전에 되었을텐데 말이지.

그렇다고 이걸 그냥 둔다면 결국 뒤쳐지게 될 건 뻔하고... 억지로라도 밀어붙여야겠어.'

그렇게 오랜만에 느낀 시대의 한계에 나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차라리 입력 방식 자체를 전부 사람 손으로 직접 누르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터치스크린은 아직 시기 상조입니다. 감압식이니 정전식이니 하는 것들이 논문으로 발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확도 면에서 한참이나 떨어져서...."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이 작은 핸드폰에 모든 물리조작키를 때려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터치스크린으로 한번에 통일하죠.

키보드도 소프트웨어 키보드로 바꾸고요.

정확도면은...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까 연구를 통해 올리는 것으로 하고.....

아, 그리고 UI도 그에 맞춰 변형을 가해야겠지요. 지금은 사실상 초소형 컴퓨터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이래서는 범용성이라는 장점보다 조작성의 불편함에 사람들이 쓰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중간 평가를 마친 내가 시제품을 내려놓자 연구원들의 한숨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기사 지금 시점에서는 완전히 처음부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일테니 힘들만도 하지.

레퍼런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연구원들에게 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제품은 우리 유니버스 전체의 사활은 물론이고 IT역사 자체를 바꿀 일대 혁명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런 IT 현장의 최전선에 서있는 선봉대구요. 선봉대로서 미개척에 땅에 발을 딛고 걸어나가는 길이 얼마나 힘이 들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제가 여러분을 뒤에서 서포트하며 여러분을 시대의 개척자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대뜸 내가 내뱉은 일장 연설에 연구원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짝짝짝

하고 박수를 치자,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박수를 받자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박수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중간 평가에서는 제가 쓴 소리를 많이 했습니다만,

연구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핵심 개발분야. CPU라던가, OS같은 부분에서는 제가 따로 딴지를 걸지 않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합격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반환점을 통과했다고 봐도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QULAB 연구원분들께 본봉의 1/4, 즉 여러분 월급의 300%를 특별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그 돈을 마음껏 쓰실 수 있게 48시간의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뒤이어 이어진 내 말에...

"""와!!!"""

"회장님! 회장님!"

"48시간 휴가다!!!"

"어 엄마! 난데, 지금 휴가받아서 내려가. 어.... 진짜야! 방금 회장님 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고기 사다놔 고기!"

연구원들이 신이난 표정으로 환호성을 지르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말을 더 하자 시끄럽게 떠들던 연구원들이 이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은 지금 이 시간부로 '스마트폰'으로 하고, 정식 출시 마감기한은... 2002년 월드컵으로 하겠습니다."

"예!"

...

..

.

"확실히 휴가와 상여금이 사기진작에는 직빵이네요."

"하하.. 그렇죠."

그렇게 QULAB에서의 중간점검을 마치고 올라오는 차에서 나는 조비서에게 연구소에서 있던 일에 대해 말하자 조비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어색한 웃음을 캐치한 나는...

"조비서도 휴가 필요합니까?"

"예? 아, 아닙니다. 저야 월급도 잘 받고 있고.... 휴가도.. 원하면 쓸 수 있는데요."

"원하면 쓸 수 있다고 해도 민영이가 연수원 들어간 이후에는 휴가 쓴 적이 없잖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후임 비서들이 아직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했는데 제가 휴가를 갈 수는 없지요."

그 말에 나는 문득 비서실의 인력난에 대해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직도 비서실은 인력난입니까?"

"예... 인사과에서 그룹 통합 공채를 시행했는데... 비서실에 요구되는 조건을 채운 이들이 거의 없어서... 결국 또 제 자리 걸음입니다.

유니버스 초중기 멤버로 들어와 비서일 하면서 빡세게 훈련을 받아 여기까지 온 저도 힘이 드는데..

지금처럼 규모가 어마어마해진 상태에서는... 신입으로는 어림도 없죠."

그 말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이내 말을 이었다.

"언젠가 인재난에 시달릴 것이라 생각해서 미리 대학설립인가도 받아두었는데... 제 생각보다 많이 늦은 모양이군요."

"대학 설립 인가를 받으셨습니까?"

"정확히는 내정을 받은 겁니다. 아직 땅도 건물도 하나 없으니 확정은 아니지요. 이 참에 말 나온김에 대학 부지부터 바로 사들여서 착공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예. 그럼 적당한 규모의 부지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이 네 개 국가에 전부 대학을 설립할 거니까. 각국 수도권 인근에 최소 7만평 규모의 부지를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대한 건까지 조비서에게 맡긴 나는 잊고 있던 일정을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UEP 소속 아티스트들 면담일정 잡아주세요. 전에 약속했던 것이 있습니다."

"예. 언제로 잡으면 되겠습니까?"

"일단 아티스트들 일정이 있을테니까... 적당히 한 달 뒤로 해서 3일간 일정 잡아두세요. 당분간 제가 직접 나설 일은 크게 없을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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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준이 떠난 중국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북부전구의 인사권을 공청단에 넘긴다니요!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입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한국이 항모를 팔겠다고 했다고 해도 그런 조건을 받아줄 필요가 있습니까?"

"애초에 항모 도입 자체도 문제입니다. 해군에서는 여전히 항모와 잠수함중 무엇을 주력으로 할 것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판국인데 대뜸 주석께서 이러시면...."

갑론을박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상하이방이었다.

장쩌민이 세우고, 장쩌민이 키운 사조직이자 중국 최대의 권력집단인 상하이방에서 장쩌민의 결단에 반발을 하고 나온 초유의 사태에 중국 정가는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저러다 큰 사단이 나겠군."

"북부전구면 최대규모의 병력집단인데 그 인사권을 공청단에 넘긴다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날 수 밖에..."

"대체 장쩌민 주석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고 이런 긴장감 속에 중국 정가의 사람들은 파벌을 막론하고 장쩌민의 생각을 알고 싶어했으나 장쩌민은 그저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인계 준비는 다 되었나."

"예."

"내가 지시한대로 인계 받자마자 바로 북부전구 전진배치된 것 빼게."

그렇게 침묵속에서 정해진 수순을 밟으며 후진타오에게 북부전구의 인사권 전권을 넘긴 장쩌민은 이내 비밀리에 해군의 장성들과 회합을 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장쩌민은 한 달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소란에 대한 평을 했다.

"큰 것을 취하려거든 작은 것은 놔줄 필요가 있지 않겠소?"

"북한이 작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북한은 작지 않지.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는 북한 대신 한국을 얻게 되지 않았소.

북한을 망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하면서 동시에 한국을 우리쪽으로 끌고 올 수 만 있으면,

대국굴기의 날도 머지 않아 찾아올 것이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소."

"... 뭡니까."

"굴기에 필요한 힘. 그리고 자원이지. 때문에 나는 덤터기를 쓰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제안을 받아준 것이오. 항모만 있으면 남중국해의 자원은 전부 우리것이 될 테니까.

그리고 받아온 항모를 역설계해 우리가 직접 항모를 건조할 수도 있게 되겠지. 한국의 기술을 뽑아오는 것은 덤이고.

소국의 상인 답게 김태준 그자는 단기간의 성과에만 집착하더군. 우리로선 운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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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바빴던 것이 한 순간의 꿈인 것 처럼 느긋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간만에 휴일이라고 데이트 하자더니 결국 또 호텔에서 보내는 거예요?"

"얼굴이 너무 많이 팔려서. 따로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더라고."

"그럴 거면 아예 이 호텔 스위트룸을 장기 계약하세요."

"안 그래도 그렇게 했어."

"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호텔 체인 최고급 객실에 대한 영구사용 계약을 맺어뒀다고. 물론 돈은 제대로 지불했고.

그리고 이 참에 어머니도 호텔로 모셨고. 내 개인 명의 집은 전부 회사에 팔아치웠지.

이제 내가 쫄닥 망해도 어디 집 없어서 갈 곳 없는 상황은 없을 거야. 말 그대로 영구사용권이니까."

내 말에 민영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헐.... 얼마... 아니 애초에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죠. 대체 왜 그랬어요?"

"왜긴 왜야. 집 있어봐야 어차피 재산세만 물고 좋을 것 하나 없는데... 거기다 전에 어머니 말 들어보니까,

전에 살던 아파트 동이 텅텅 비었다고 사람들이 유령이 나오네 어쩌네 하면서 수군댄다기에 이참에 실 수요자들... 이라곤 해도 우리 사원들이지만,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하게 전세주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지."

"아무리 그래도 집이 없으면...."

"그렇다고 어디 재벌가처럼 따로 집 두고 살면서 따로 집만 관리하는 사람 쓸 수는 없잖아.

그거 자체가 낭비기도 하고. 차라리 우리 호텔에 머물면서 보안문제도 해결하고, 인력도 효율화 하는 거지.

아무리 집에 돈을 쓰고 잘 꾸며도 결국 호텔보다는 보안위험이 높고...

아무리 집에 사람을 쓴다고 해도 잘 조직된 호텔 인력보다는 못할테니까."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민영은 이내 머리를 감싸쥐며 말을 이었다.

"그야... 그렇겠죠. 그런데 우리 애 태어나면 어쩌려고요."

"응?"

"학교는 다녀야할거 아니예요. 학교 배정같은 거 생각하면 집이 있어야죠. 호텔은 집이 아니니까."

그 말에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아니... 애야 나중에 생길..."

"... 여기요."

민영이 쓱 하고 내민 막대기를 본 나는....

"임신? 결혼하고 이제 막 한 달인데... 아니 우리 아직 신혼여행도..."

"그건 내가 할 말인데요... 신혼도 없이 바로... 연수원 마칠 때 쯤에는 아예 배부른채로 다니게 생겼다구요."

"... 그 휴학은..."

"어렵죠? 아무래도. 다행히 지금이 6월이니까 아직 시간은 있는데... 참... 회장님 군대도 안다녀오신 분이 명사수시네요."

멀뚱히 민영의 불평을 듣다가 이내 일어나 민영을 꼭 안았다.

그렇게 민영을 안고서 기뻐하던 그때.

-뚜루르...

분위기를 깨는 전화가 울렸다.

"조비서입니다. 지난번 말씀하신 면담일정 오늘부터..."

그 전화에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민영을 쓱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

"또 일이예요?"

"그게... 내가 지난달에 정한 일정을 잊고있었어... 금방 끝내고 올게."

"후.... 진짜. 알겠어요."

그렇게 나는 결혼생활의 기쁨과 위기를 동시에 품은채 빠르게 옷을 입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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