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38화 (138/200)

138. 밀월 (6)

장쩌민 주석을 만나는 것은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일단은 내 입장에서도, 중국 입장에서도 서로 빨리 만나야 한다는 공감대 정도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지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기에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봐야 현재로서는 내가 판정승이지만...'

그 미묘한 줄다리기에서 어찌되었든 중국의 핵심 당국자중 하나인 후진타오가 나를 만나기 위해 요원까지 동원해 불러들였으니 내 판정승이지만...

"장쩌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

장쩌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장쩌민이 원하는 대로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의외의 소식이 한국의 국정원으로부터 전해졌다.

"중국 일정 마치고 회장님께서 가주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 너무 부려먹는 것 아닙니까?"

"너무 그렇게 섭섭하게 생각하진 마시죠. 이번 건은 엄밀히 따지면 회장님께서 벌인 일을 수습하는 일이니."

그 말에 나는 물음표를 띄우며 빤히 국정원 직원을 바라보았다.

"회장님께서 들여오신 바랴그 관련 문제입니다."

그 말에 나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보안사항을 함부로 떠드는 것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아날로그 재밍은 하고 있으니까요."

"계속하세요.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터키와 이집트에서 서로 모순된 요구를 하고 있어 통과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국방계획 2002에 따라 이번 도입하는 바랴그의 경우에는 독도 배치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대로라면 가져와서 마저 완성하기는 커녕 그대로 고철로 썩게 될 판입니다.

우크라이나에 지불하고 있는 항구사용비는 아예 논외로 치더라도 소모되는 비용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말에 나는 흠 하고 침음성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바랴크를 들여오기 어려울 거란 것은 예상은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같은 서방계계권이라고 할 수 있는 터키와 이집트가 그렇게 나오는 건 좀 의외네요."

"예. 외교부에서도 총력을 다해 설득해보았고, 또 지금 이 시간에도 하고 있지만... 역시..."

"이집트나 터키도 쉽게 허가해주진 않을 겁니다. 어쨌든간 터키입장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은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해협이고,

이집트 역시 국가의 밥줄인 수에즈 운하가 걸려있으니까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역시... 수에즈를 포기하고 희망봉을 돌아오게 하는 편이 제일 낫겠지요."

"그 정도라면 정부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 때,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저는 다른 것을 제안하고 싶군요."

"다른 것... 이라면?"

"바랴그를 타국에 파는 겁니다. 물론 핵심 운항계통과 전장장비는 전부 떼서요."

"깡통을 파시겠다는 겁니까?"

"예."

"어느 국가에 말입니까?"

"지금 협상중인 중국에 팔아버리는 건 어떨까요?"

그 말에 국정원 요원은 놀란 눈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2002 국방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어차피 독도함도 있는 마당이니 대현조선이 독도함 베이스의 역설계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전장장비 역시 전부 떼서 한국으로 가져온다면, 해당 전장장비의 연구도 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그 편이 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전장장비의 경우 장착된 양이 극히 적어서 독도함 베이스로 연구를 해야겠지만... 애초에 같은 급이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항모가 생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국제 관계도 악화될 테고요. 특히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해당 함선을 소생공정을 통해 소생시킨후 동남아에서 운용한다면 사실상 동남아 해역 전체가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미래의 중국이 어떤식으로 동남아 해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 들었는지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허울 좋은 종이배를 판다라고."

"그게 무슨 뜻입니까?"

"어차피 중국이 항모를 도입하려 든다면 우크라이나의 바랴그가 아니더라도 자체 개발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야... 그렇지요."

"그렇다면 차라리 자체개발을 늦추고 일단은 항모를 도입하게 함으로서 소생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쓰게 만든다면 어떻겠습니까?"

"소생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쓰게 만든다? 방법이 있는 겁니까?"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

...

"항모를 팔겠다?"

그렇게 정부의 허가를 받고 난 뒤 얼마지나지 않아 장쩌민 주석 앞에 서게 된 나는 대뜸 장쩌민 주석에게 바랴그함을 팔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이 우리 나라의 독도함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여 동북아의 균형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바랴그함 '선체'를 8000만 달러에 팔고자 합니다."

"원래는 2000만 달러에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 그랬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국의 협상능력이 빛을 발한 성과일 뿐이고,이 건은 전혀 다른 건이니까요.

제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허가 역시 저희가 담당해 받아두겠습니다."

내가 선택한 전략의 첫 단계.

그것은 교묘한 말장난이었다.

우선 '선체'라는 말로 바랴그 함을 팔겠다고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깡통임을 '말했다'는 명분을 가져온뒤,

8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부름으로서 중국의 자금줄을 말리는 방식이었다.

'그것 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독도함을 공짜로 도입한 것과 다름이 없어지지.'

그런 다음...

"또한 어찌되었든 바랴그와 동급의 함정을 운용하는 국가로서, 그리고 항모 선진국 미국의 우방으로서 얻게된 소생작업역시 저희쪽에서 담당해 확실하게 처리해겠습니다."

"소생작업이라... 그 비용까지 포함 된 것인가?"

"그럴리가요. 그 부분은 별도입니다."

소생작업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중국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늦추고 별도의 추가 비용을 얻어내는 딜까지 친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느 선진국에서도 내주지 않을 항모와 항모 기술입니다. 그나마 균형외교를 하고 있는 우리니까 가능한 제안이죠.

그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8천만 달러는 꽤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서방 국가들과의 교섭역시 저희가 직접 나설테니까요.

중국에는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이 참에 한국을 한 번 부려보시죠."

"확실히... 그런 조건이라면 나쁘지 않겠군.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움직인다면 확실히 견제하는 세력도 줄테고."

그렇게 장쩌민의 마음을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데 성공한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 거기다 점차 격화되는 동남아 국가와 남사군도간의 분쟁에서도 항모가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겁니다."

그렇게 중국이 가장 원하는 대답을 시원스레 던진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중국도 어느정도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겠지요."

"유화적인 모습이라... 북부전구 쪽 이야기를 하는겐가?"

"예. 어차피 북한과 관련해서는 이미 균형추가 기운 마당인 만큼 차라리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남방을 노려보시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중국에 이롭지 않겠습니까?"

"허나...."

내 말에 고민하는 장쩌민의 모습에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으시겠지요. 이미 내지른 발걸음을 뒤로 물리자니 정치적 부담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구태여 주석께서 힘을 쓰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음?"

"후진타오 부주석에게 북방전구의 인사들을 넘기시죠. 그리고 주석께서는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인민해방군 해군에 사람을 심어 실질적인 이득을 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실질적인 이득이라..."

"예. 혹여나 잘못 된다면 이를 빌미로 공청단의 세를 줄이고, 다시 되찾아 오면 그 뿐이니 말입니다."

그 말에 장쩌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렇게 한다면 상하이방의 치세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겠군."

...

..

.

"협상은 잘 마치셨습니까?"

"예. 중국이 항모에 목이 마르기는 말랐나봅니다. 아슬아슬하다 싶은 조건들을 전부 받더군요."

그렇게 협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상황을 묻는 국정원 직원에게 답을 해주고는 말을 이었다.

"8888만 달러. 일시불입니다. 8천만 달러를 불렀는데 888을 채워서 길함을 세우겠다고 하더군요."

"공산당에서 종교적 미신은 죄악 아니었습니까?"

"뭐... 애초에 공산당 자체가 종교집단이나 다를 바 없기는 합니다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되겠군요."

"예. 선체만 남기고 전부 탈거해 한국으로 들여오면 됩니다."

"빈 깡통을 8888만 달러나 주고 산다라... 그 남은 깡통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전에 말했던 대로 중국에 소유권 넘기고 이후는 터키와 이집트에 맡기죠. 배송이 오는데만 한 세월일 겁니다.

설사 배송이 온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쪽에서 소생작업 해주기로 했으니, 우리는 그 사이 신규 항모를 찍어내고 있으면 되겠지요."

그렇게 협상을 마치고 안전하게 귀국한 나는 각국 정상들에게 협상 결과를 알렸다.

그러자...

"흠. 그래서 우리쪽에 함재기 구매요청을 한 것인가. 당연히 허가를 해줄 마음이 없네. 우크라이나 쪽에도 함재기는 팔지 말라고 요청하도록 하지."

"그럼 우리는 터키와 협력해서 그 문제의 함선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아보죠. 물론 계속 막고 있다가는 태준 당신이 사기쳤다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적당히 해야겠지만요."

푸틴과 클린턴은 내 협상에 숨겨진 의도를 깨닫고는 바로 이에 동조하며 중국을 견제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빈 깡통을 팔아 네 배의 수익...

정확히는 제반비용을 제하고 3.6배 정도의 수익을 올린 대한민국 정부는...

"8888만 달러를 전부 입금해왔다고? 일시불로? 그것도 현금?"

"예. 지금 막 중국 대사관에서 해당 금액을 전달해왔습니다."

유래없는 수익폭탄에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런 협상의 결과에 제일 영향을 받을 후진타오의 경우....

"이제부턴 내 차례군."

"예. 미국과 러시아에서 최대한 항모반출을 지연시켜줄 겁니다. 장쩌민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03년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주겠지요."

"나는 그걸 빌미로 서서히 정권을 장악해나가면 된다... 그 말이군."

"예. 어찌되었든 항모도입 지연은 장쩌민 주석의 실책이니까요.

그렇게 어느정도 장악이 되었다 싶으면 차기 주석자리를 상하이방에게 주겠다고 말한뒤 남은 상하이방 세력도 잡아먹으면 대업이 완성되는 겁니다.

그 대업이 완성된 이후에는 항모'는' 확실히 우리쪽에서 소생공정을 마치고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좋네. 완벽한 계획이야. 시대를 타고났으면 김회장 자넨 공명과 방통을 잇는 희대의 책사가 되었을텐데...."

"지금 태어났으니 후 주석께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겟습니까?"

"하하.. 김회장 자네는 참. 듣기 좋은 말을 잘 하는군."

내 설계에 대만족하며 다음 대권을 위한 도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 역시

"흠... 외도는 이만큼 했으면 됬고...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내 일을 시작해야겠네."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슬슬 오더 내렸던 물건을 확인해봐야 겠네.'

"QULAB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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