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33화 (133/200)

133. 밀월 (1)

태준이 중국 비자를 조비서에게 주문한 한 달이라는 시간.

그 시간동안 태준은 한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셀럽으로서 그 영향력을 확실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T플래닛(토크 플래닛) 최초 일반인 게스트가 나온다면서요?"

"하하.. 이 분을 일반인으로 봐야 할지. 어찌보면 제 입장에서는 또 선배기도 해서요."

"선배...? 아, 모델 출신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무려 미국 패션계 최초 동아시아 남성 모델로 활약하신 분이라 가히 전설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올해 새신랑이 되시는 모델 출신 기업가이자, 가는 곳 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김태준 유니버스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M플래닛과 D플래닛에 이어 자연스럽게 런칭한 토크쇼 T플래닛에 출연하는가 하면...

"올해의 경제시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태준 유니버스 회장 모시겠습니다."

경제프로,

"EBC 특강. 오늘의 주제는 '기업가정신'입니다. 오늘 강연을 맡아주실 김태준 유니버스 회장을 큰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방송의 특강까지

정말 들어오는 모든 방송, 인터뷰를 빠짐없이 돌며 계속 얼굴을 비추고 다녔다.

그렇게 태준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이 곳 저 곳 쏘다니며 얼굴을 비추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물 들어올때 노를 젓는다고 관심이 자신에게 몰려있을때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체의 홍보효과를 노리고 하는 측면이 있었고,

둘째로는....

'기다리고 있으니 알아서 대가를 가져와라. 공짜로 일해줄 순 없잖아?'

미국과 러시아를 향한 시위였다.

'어디서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절대 그렇게는 못하지.'

그렇게 태준이 미국과 러시아의 '무언의 의뢰'를 무시하며 시위 아닌 시위를 벌인 결과....

"꽤 소박하게 결혼하는군."

"기왕이면 아내 될 사람이 편하게 하려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결혼날짜는 제 입장에 맞춰 잡은 것이기도 하고요."

김태충 대통령 내외는 물론

거기에...

"설마 나한테까지 초대장을 날릴 줄이야..."

"뭐 태준에게 아쉬운게 있는 이상 어쩔 수 없지요."

푸틴과 클린턴

심지어...

<축 결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일천

김일천까지 축전과 화환을 보내온 데 이어

"태국 국왕과 총리... 주한베트남대사에 거기다 브루나이의 술탄까지... 누가 보면 이 나라 대통령이 자네인줄 알겠군."

태준이 진출한 국가의 대표격 인물들까지 태준의 결혼식에 참여하거나 축전을 보내오는 등의 대가 아닌 대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태준이 받은 '대가 아닌 대가'의 이면에 숨겨진 거래를 알지 못하는 사법연수원 원생들은

동기의 결혼이라며 화제가 되는 태준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졸지에 숨막히는 경험을 하며 저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상회담도 아니고... 그저 경제인의 결혼인데 각국 지도자들이 이렇게 다 온다고?"

"지난번 북한때도 그렇고... 대체 김태준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기에..."

"애초에 일반인 결혼식에 각국 정상들이 직접 참석한 사례가 없지 않나?"

"김태준 회장이 일반인은 아니지... 일전에도 각국 대통령들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고."

그렇게 일반인들이 이 기묘한 광경에 저마다의 촌평을 날리고 있을때,

태준은 각국의 정상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따로 마련된 신랑 대기실로 들어와 조비서에게 따로 조심스럽게 지시를 내렸다.

"각 국 정상들이 머무는 곳은 전부 우리 호텔이죠?"

"예. 명동입니다."

"그럼 따로 홀 준비해두세요. 식사도 준비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따로 정상들이 비밀리에 회담에 준하는 이야기를 주고 받을 것을 대비해 홀을 마련해 두라 지시한 태준은 곧바로 건너편 신부대기실에 있을 민영에게 가 말했다.

"결혼식이 화려하지 않아서 미안해. 어쩌다 보니 각국 정상들이 참석하게 되어서 보안 관계를 따지고 봤을때 이곳 만한 곳이 없었어."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상황이 상황인데. 그리고 이참에 나도 동기들한테 자랑한다 생각해야죠. 안 그래요?"

"아마 식 끝나자 마자 바로 또 일정이 있을거야."

"그럴 줄 알았지만... 뭐 늘 그랬으니까. 오오와다 사장과 앤이 결혼할 때도 그랬었고. 그것도 이해해야지 별 수 있겠어요."

민영의 말에 태준이 살짝 미소지으며 가볍게 면사포를 들어 살짝 키스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첫날밤도 없는 건 아니죠...?"

"그건... 노력해볼께."

"이렇게 급하게 결혼하는데... 심지어 신혼여행도 한참이나 뒤로 밀렸는데... 결혼 첫날밤부터 독수공방하게 만들면 진짜 화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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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준의 부하직원들은 태준이 결혼식을 하는 동안에도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타케미치와 손의정의 경우...

"새로운 자민당을 위해! 무소속 타케미치 노시히코를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태준이 세운 전략에 따라 일본 선거판에 뛰어들어 있는 상태였기에 참석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오오와다와 앤 역시,

"하... 진짜 대체 왜 뜬금없이 쳐들어오고 난리인건지..."

"일단 언론사들 중심으로 보도자료 뿌리고 사진자료는 사전 검열로 막았어."

"고마워 앤."

급작스럽게 쳐들어온 각국 지도자들에 대한 케어를 하느라 정신 없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하하. 그래서 내가 그때 딱 하고...!"

오브라이언 가의 수장인 조던이 클린턴과 함께 태준의 결혼식에 참가해 순수한 태준의 손님이 한명도 없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각 국의 수장들 역시 저들끼리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후 있을 회담에 대해 틈틈히 전략을 짜고 있었다.

"태준 성격상 아마 공짜로 해주진 않을 터... 우리 쪽에서는 러시아에 지어지고 있는 공장 부지에 대한 임대를 생각중인데. 미국은 뭘 제시할 생각이오?"

"우리 역시 엇비슷합니다. 거기에 세제 혜택 정도? 우리는 러시아보다는 경제 상황이 좋은 편이니까요."

"그렇군... 한국은 뭘 준비했소?"

그렇게 어느정도 서로 태준에게 줄 선물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 푸틴과 클린턴은 이내 슥하고 김태충을 바라보며 물었고,

"예?"

그런 물음에 김태충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그런 김태충의 태도에 푸틴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김태충 당신이 여기 왔다는 것은 당신 역시 작금의 사태에 대해 태준에게 뭔가를 요청하기 위함 아니오?"

"...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저 요청만 할 생각은 아닐테고... 한국은 뭘 줄 생각이오?"

그 말에 김태충은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글세요... 딱히 말하지 않아도 잘 챙겨가는 친구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선은 있을 것 아니오."

"지금으로서는 태준이 그 놈이 세운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것을 용인해주는 조건 정도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클린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지금 태준이 가진 사업체들을 전부 생각해보면 사실상 독점기업과 다를 바 없기는 하지요."

그런 클린턴의 말에 푸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만. 이지만."

그런 푸틴의 말에 클린턴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러시아에서도 곧 아니겠습니까? 아, 러시아는 워낙 독점 기업이 대다수라 외려 어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날에 구태여 신경을 긁으면 좋소?"

"좋은 날, 그리고 사석이 아니면 언제 또 푸틴 당신을 놀려보겠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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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민영을 보고 양해를 구한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저 멀리 서있는 조비서를 보았다.

"....예. 일단 보안점검 빨리 마무리..."

내 오더에 정신없이 일하는 조비서를 본 나는 쓰게 웃으며 다른 비서....

"조비서님, 앤 이사님께서 각국 정상들 나오지 않은 사진 더 없냐고 물어오는데 어쩝니까?"

"어쩌긴 뭘 어째. 새로 찍어서 보내드려야지! 예. 그럼 마무리 되는 대로 연락해주십시오."

를 부르려다 말고 슬쩍 신랑대기실로 들어가 내 소지품을 따로 둔 서랍으로 가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이번 결혼식의 우리쪽 보안 총괄을 맡고 있는 KOTEC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각국 정상들끼리 무슨 이야기 나누는지 슬쩍 듣고... 아니, 그냥 들을 수 있는 내용 다 듣고 전부 정리해서 식 끝나는 대로 내 차에 넣어두세요. 예."

별도의 지시를 내리고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

'평생 원망듣기 싫으면 어떻게든 오늘만큼은 사수해야 해....! 일단 결혼식부터 깔끔하게 끝내고 뒤이어 바로....'

그렇게 내 각오와 함께 시작된 결혼식은

내 굳은 각오가 무색하게 그 준비만큼이나 정신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신랑신부 입장."

오는 하객들의 면면이 전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급하게 주례를 빼고 더욱 단촐하게 만든 결혼식이었음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양가에 부모님이라고는 내 어머니 뿐이었기에 나는 의지할 사람도 없이 민영과 함께 아래로 길게 뻗은 계단식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당 의자를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 마련된 복도에 발을 뻗는 그 때,

- 꽈악...

민영의 손이 내 팔을 꽉 움켜쥐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민영에게 나 역시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온전함을 가장하며 씩 웃어보이고는 최대한 당당하게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그렇게 복도의 끝, 강당의 단상 위에까지 올라간 나와 민영은 눈이 핑핑 돌아가고 심장이 쿵쾅대는 와중에도 혼인서약서 낭독까지 전부 다 마칠 수 있었다.

"그럼 이상으로..."

그렇게 조비서가 결혼식을 마치는 멘트를 끝으로 나는 1차 관문을 마쳤다는 사실에 안도하....

"잠깐."

려던 찰나 강당의 맨 앞쪽 귀빈석에 앉은 푸틴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리 끝내면 섭섭하지. 신랑 체력 테스트는 안하나?"

그런 푸틴의 장난에 강당에 있던 하객들도, 나도, 심지어 민영까지도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와중에 클린턴까지 이에 합세하며 말을 이었다.

"체력 테스트라... 그거 좋군. 태준! 신부를 품에 안고 거기서부터 밖까지 달려 나가는건 어떤가?"

"하하하하핫...!"

그렇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엉망진창이었던 결혼식이 끝나고,

"여기있습니다."

나와 민영이 차에 오르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조비서가 빠르게 정리된 보고서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아까 KOTEC에 따로 요청하신 자료입니다."

그렇게 조비서에게 보고서를 받은 나는 보타이를 풀며 보고서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러시아나 미국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모양이네. 나름 성의 표시를 할 생각이 있어보이니. 김태충 대통령 이 사람은...

끝까지 꽁으로 부리려고 드네... 하... 진짜. 내 나라 대통령이라 막 나가기도 그렇고 진짜.... 이번에는 절대 그냥 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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