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급변사태 (5)
한편 태준이 홀로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퍼져나가 한국은 물론이고 태준이 진출한 주요 국가들에서도 알려지는 동안.
고요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일산에 위치한 사법연수원이었다.
TV도 있고, 라디오도 있고, 심지어 태준이 민영에게 고백한 이후 사법연수원 연수생들을 위해 선물한 최신 법전을 탑재한 최신형 휴대폰과 노트북이 있는 곳이었지만.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이곳에
에브리데이스포츠라는 신생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 장필성이 와 있었다.
"후... 절간이 따로 없네. 법원도 이 정도는 아니겠는데...?"
기자들 사이에 도는 농담.
법원에 가면 목탁 대신 법봉을 두드리는 중이 있고,
검찰청에 가면 칼 대신 법을 휘두르는 깡패가 있다.
1960년대 이후 법봉은 사라졌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은 시답잖은 농담을 내뱉은 장필성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원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동 관리실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혹시 여기 원생중에 최민영씨 있습니까?"
"원생과 어떤 관계십니까?"
"... 삼촌입니다."
"지금은 강의중이라 만나뵙기 힘드실 것 같은데... 내일 강의 끝나는 시간에 맞춰와주시겠습니까?"
"급한 일이라 여기서 기다리면 안되겠습니까?"
"한참을 기다리셔야 할텐데... 적어도 8시까지는 기다려야 할겁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자리에서 기다리던 장필성은 이내 기숙사동 밖으로 나와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유니버스에서 나온 노트북과 핸드폰을 연결하고는 인터넷 창을 열었다.
"....다행히 아직 냄새를 맡은 사람은 나 뿐인 것 같네."
그렇게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노트북을 덮고 열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죽이던 장필성은 이내 차로 가 배터리를 충전하며 노트북에 미리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리 작성된 원고를 언제든 송고할 수 있게 만들어둔 장필성은 걸려오는 전화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노트북을 덮고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예... 국장님."
"너 이 새끼 어디야!"
"지금 일산입니다."
"일산?! 너 제정신이야?! 특종 잡아온다고 큰소리치더니 새러데이서울에 밀려!?"
"예?!"
"이 새끼 이거 확인도 안해봤네... 너 이새끼.. 됐고. 너 이새끼. 들어오기만 해봐. 아주 작살을 내줄테니까."
그렇게 끊긴 전화에 장필성은 황급히 노트북을 열어 새러데이서울에서 올린 기사를 확인했다.
- 김태준 회장의 피앙세, 그 정체는...
제목부터 심상찮은 기사를 클릭하고.... 느릿하게 떠오르는 사진을 본 장필성은 이내...
"하....."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탄식을 내뱉더니...
"크크... 하하하핫.."
미친 사람처럼 웃어보이고는 혼잣말을 던졌다.
"국장 이 새끼 이거 아무것도 모르고... 내 기필코 최민영씨 인터뷰 따서 국장 새끼 콧대를 눌러준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원생들이 하나 둘 기숙사로 움직이는 것을 포착한 장필성은 곧바로 유니버스에서 내놓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찰칵!
하는 가짜 셔터음과 함께 터진 플래시에 사람들이 돌아보며 항의하고자 거친 눈빛을 드러내며 장필성에게 다가오던 그 순간,
"이봐요! 당신...!"
장필성이 빠르게 얼굴을 확인하고는 초췌한 얼굴의 최민영을 향해 다가가 녹음기를 들이밀며 질문을 던졌다
"최민영씨! 김태준 회장과의 결혼은 어디서 하실겁니까?!"
그 뜬금없는 질문이 던져지고.
장필성에게 항의하려던 원생들도.
그저 자리를 피하던 원생들도,
그리고 조금 늦게 나와 이제 막 기숙사동 근처로 도착한 원생들도 모두 침묵한채 장필성의 질문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채 멀뚱히 서있었다.
그렇게 바람이 사법연수원의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만이 들리던 그때,
장필성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최민영씨! 유니버스의 김태준 회장과는 어떻게 처음 만나시게 된건지, 또 결혼은 어디서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는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던져진 장필성의 질문에...
좌중이 술렁이기시작했다.
"뭐야... 민영누나 결혼해?"
"미친... 민영누나 2년차 1등이잖아.... 설마 마담 뚜가 다녀갔던건가?"
"그럴리가 있냐? 저 누나 아무도 안만나고 공부만 하잖아."
"그래도 가끔 밥먹으러는 나가던데? 명절에도 나가고."
"연애하는 건 몰랐는데...?"
장필성은 그런 술렁임 속에서 유의미한 정보들을 캐치하고는 씩 웃으며 빠르게 수첩을 꺼내 적고는 말을 이었다.
"유니버스의 모회사인 KTJC의 주주명단을 보니까 무려 3%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계시던데... 혹시 결혼 선물로 받으신 겁니까?"
그렇게 장필성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 답을 하지 않던 민영은 이내 후 하고 한숨을 쉰 뒤.
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바닥에
- 툭
하고 내려놓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노란색 고무줄을 꺼내 머리를 올려 묶고는 태준의 비서시절 보여주던 기품있는 선 자세로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 누가 될까 따로 응대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말씀은 듣고 있기 거북하군요.
회장님께서 고작 매매혼이나 하는 그런 한심하신 분으로 보이십니까?"
그렇게 민영이 단호한 표정과 태도로 말하자 질문을 던졌던 장필성은 물론이고 어느새 두 사람을 둘러싼 다른 원생들에도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왕 드리게된 답변이니 아까 하신 질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선 회장님과 저는 회장님께서 일본에서 귀국하신 이후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제 아버지의 회사였던 KOTEC을 인수하시면서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경영위기를 겪던 KOTEC을 채무까지 전부 인수해주신 덕분에 저 역시 안정적으로 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그렇게 민영의 말이 이어지자, 장필성은 순간...
'음...!? 뭐지? 설마 이 사람... 단순한 비서였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간 취재를 해온 것을 믿고 있던 장필성은 순간 든 의심을 지우며 계속 민영의 대답을 녹음기에 담았다.
"그리고 부족한 저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회장님은 저를 초기 창립멤버로 대우해주시고 그간의 노력과 앞으로의 노력을 약속 받으시며 3%의 지분을 넘겨주신 것입니다.
회장님은 저희 직원들을 항상 동료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분 증여 역시 그런 차원에서 회장님의 결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기에 방금전 하신 말씀은 어폐가 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민영의 말에 장필성이 '젠장... 국장한테 된통 깨지겠네'라고 생각하던 그때,
장필성의 눈 앞에 굵은 동앗줄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장님과 저의 결혼에 대해서라면 그 부분은 회장님과 저의 개인적 사생활이기 때문에 밝히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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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준이 일으킨 소음 속에 숨어든 각국의 정상들은 조용히 밀회를 가졌다.
다만, 그 장소가 좀 특이했는데...
"접속 완료했습니다."
"패킷 감청 여부는?"
"확인했습니다. 없습니다."
"좋아. 지금 바로 VIP모셔오지."
그 장소라는 것이 바로, 태준이 만든 앤서블 안 '비밀대화방'이었다.
그렇게 비밀 대화방 세팅을 완료한 각국의 요원들이 자신들의 상사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밀회가 시작이 되었다.
"잘 지내셨소?"
"뭐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미국은 푸틴과
"거 참 세상이 이리 좋소. 자리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으니."
"이게 다 태준이 그 친구 덕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우리 민족에 내려준 선물이 바로 그 친구 아닙니까. 하하."
김태충은 김일천과.
각자의 방에서 비슷한 시간에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논의는
각각의 방이 이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의 주제로 모아져 하나의 결론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결국 또 태준이 나서줘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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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준 회장의 피앙세는 '고졸 출신 사법연수원생'... 2년차 중 1등.
- 김태준 회장의 피앙세, 최민영 '꾸미지 않아도 모델 포스'
- 똑 부러지게 말하는 최민영의 정체는... 유니버스의 지주회사 KTJC의 단 7명 뿐인 이사...
장필성이 취재를 통해, 그리고 민영과의 무리한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을 곧바로 데스크 협의 없이 신문사 서버에 송고해버리자...
실시간 검색어
1. 김태준 약혼자
2. 최민영
3. KTJC
한순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장필성이 연달아 올린 기사의 클릭수 역시 날개 돋힌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 미친... 고졸 출신인데 사법고시 패스...? 거기에 1등? 미쳤네.
- 미친건 그 머리만이 아닌듯... 외모봐라. 저게 어디 공부만 하던 사람이냐. 모델이지.
- 거기다 유니버스 초기 멤버래잖냐... 처음 '이유미'라고 오보났을때 다들 아깝네.. 김태준 회장도 트로피 와이프를 모으네 어쩌네 개소리 나오던거 생각하면...
저 최민영이라는 사람은 그런 소리 안나올듯.
- 신데렐라 꿈꾸던 애들은 다 아쉬워서 어쩌나...
그리고 그에 비례해서 폭발적인 댓글 수와 함께...
유니버스>뉴스플래닛> 오늘의 기사 Top 10
최근 신문사들 사이에 가장 중시되는 지표인 뉴스플래닛 탑 10에 전부 장필성의 기사가 올라가자...
"하하...! 장기자...! 너 이새끼...!"
"저 죽이시려고 그러십니까?"
"죽이긴 누굴 죽여! 우리 에브리데이스포츠를 먹여살리는게 누군데. 야 이 새끼들아! 니들도 소문만 듣지말고 취재를 하란 말이야 취재를! 장기자 봐!
저 븅신 같은 새러데이서울 새끼들이 오보 띄우고 별 난리를 치고 있을때, 우리 장기자는 태연하고 대범하게! 바로 취재 들어가서 특종 물어오잖아 이 새끼들아!"
장필성은 한순간에 에브리데이스포츠의 영웅이 되어 귀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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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북부 전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라..."
미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보내온 같은 내용의 문서를 본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비슷한 타이밍에 비슷한 내용의 문서를 내게 보냈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군사관련 정보를 담고 있고...?
왜? 앤서블로 알려줘도 되는 것 아닌가? 아니 그 전에 왜 하필 나지?"
영문모를 현상에 나는 결혼식 준비도 내려놓은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그 순간.
나는 이 문서가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거 참. 하여간... 이 사람들은 꼭 이런 식으로 사람 뭐 한다고 할때 귀찮게 굴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혼잣말을 던진 나는 곧바로...
"조비서. 지금 바로... 아니, 비자 문제도 있으니까 한 달 뒤에 중국 갈 준비해주세요."
그들이 원하는 대로 4자 회담에 삐진 중국을 달래주러 가기 위해 중국행 비행기를 수배했다.
"이게 공짜가 아니라는 건... 당신들이 잘 알겠지. 어디 가져오는 대금부터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