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28화 (128/200)

128. 급변사태 (1)

김태충을 만족시킨 덕분일까.

이후의 일은 내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금융계까지 진출하는 유니버스...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 되나

스톡플래닛과 카드플래닛에 대한 관련 행정처리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이례적인 속도로 설립인가가 나왔고

그런 속도에 언론도...

- 정부, 유니버스와의 유착관계 전면 부정.... 요건을 충족했기에 허가 내준 것

나와 정부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논조의 기사를 써냈지만, 그 뿐이었다.

어차피 결격사유가 하나도 없었던데다 국민적 여론 역시,

- 김태준 회장이 뭐가 아쉬워서... 하나부터 열까지 정부가 아쉬워서 달라붙은 거지.

- 윗댓, 맞말임. 여태 정부랑 유니버스가 뭔가 한 것들 보면 죄다 정부가 들러붙은 모양새였음.

- 이래서 우리나라 기자들이 문제임. 늘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스타 한 번 되보려고 난리치는 꼴이라니.... 애초에 문제 없다는데 뭐 저렇게까지함.

차라리 그럴거면 여의도에 가던가. 그리고 이런 기사는 뭐하러 유니버스넷에 올려주는거임?

- 실제로 기자 출신 의원들 꽤 많음. 아나운서 출신은 더 많고.

나에게 압도적으로 좋은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기에 발목이 잡힐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 스톡플래닛 공식출범 확정... 사명은 스톡플래닛증권

- 카드플래닛 개업하자마자 광폭행보..신용카드급 혜택의 직불형 신용카드 CPID체크 발매

자연스럽게 핀테크 기반까지 완벽하게 마련하게 된 나는...

"그럼 변동사항이 생기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4자회담의 여파를 수습하는데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다음은.... 후. 김일천... 인데. QULAB에서 무전기에 대한 검사가 안 끝났으니 조금 쉴 수..."

클린턴과 푸틴에게 연락을 마친 내가 푹신한 중역의자에 몸을 기대며 혼잣말을 하던 그 때

"회장님... QULAB에서..."

조비서가 눈치없이 무전기를 들고 오며 내게 말했다.

"후...."

나는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저들끼리도 비밀리에 이야기 할 수 있으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나를 끼워넣어 말을 주고 받는 미러북 3개국의 지도자의 등쌀에 지쳐가던 차였으니까.

더구나 김일천의 경우 도착 직후 인사 겸해서 연락한 것을 제하면 따로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으니...

귀찮게 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한숨이 깊게 피어나왔다.

"저... 이따가 들어올까요?"

내 말에 슬쩍 눈치를 보는 조비서에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조비서가 든 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뇨. 주세요. 이상은 없답니까?"

"예. 그래도 혹시 몰라서 송수신 주파수 체크해서 해당 주파수로 보내는 장비를 역설계 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건 그 물건입니까?"

"예. 원본은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북한으로 부터 받은 무전기와 함께 QULAB에서 복제해 온 비화 무전기를 함께 받아든 나는 복제된 물건을 조심스럽게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들리십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 자네인가."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잘게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배경으로 김일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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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돌아간 뒤, 김일천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태준이 지시한 숙청이었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내 평생의 소원인데... 이를 방해하는 반동집단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경제혁명화 사업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인 경제적 풍요를 자주의 정신으로..."

남북정상회담, 아니 4자회담으로 인해 밀린 신년사를 발표하며 '경제혁명화 사업'이라는 명목을 깔아둔 김일천은 곧바로 자신이 깔아둔 명목으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외교관이라는 것들이... 외화를 벌라고 내보내놓았더니 거기서 아주 제 살림을 차리고... 난리도 아니구만. 모조리 잡아 넣어!"

태준이 조언한대로 외화벌이 일꾼이라고 내보내놓은 사람들을 북한으로 불러들이고,

곧바로 그들의 옷을 벗겨 한직으로 내쫒는 것도 모자라...

"그냥 두면 불만을 품을테니 전부 하방시켜 노동단련대로 보내버려!"

태준의 조언 이상의 과한 조치를 통해 경제라인을 통으로 갈아버리는 파격적인 일을 벌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부터 우리는 우리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다시 한 번 우리 주체사상의 위엄을..."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국시로 하던 북한 지도자의 입에서 개혁개방(비록 우리식이라는 말이 붙기는 했지만)이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그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 아니 반발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태준이 심어놓은 첫번째 폭탄에 달린 심지가 완전히 타올라...

-펑

하고 터지며 북한 사회를 초토화시켜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김일천... 이 새끼 아주 미쳐버린게 아니오?"

"입조심하시오. 누가 듣겠소."

"들으라지. 나 역시 어디 혈통으로 따지면 김일천 그 놈에 꿀릴 것도 없는 사람이니까.

저 국장에 달린 망치와 낫이 보인다면 어떻게 개혁개방이라는 미친 소리를 아무렇지도 할 수 있느냐 이말이오!

지가 지 힘으로 주석자리에 오른 줄 아나보지?"

"그러다 목 달아날지도 모르오 김상장(대한민국의 중장에 대응하는 북한군 계급). 말 조심하시오."

"박상장. 당신은 다르게 생각하오?"

"우리는 그저 주체사상에서 규정한 수령영도체제에 따를 뿐이오."

"그 잘난 수령영도체제를 떠받드는게 누군데 지금... 죽어라! 인민의 적!"

-탕...!

태준의 조언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북한 내부의 불만이 폭발한 사태.

일명 호평내전(호위사령부와 평양방위사령부의 내전)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평양사령부 김신웅 상장의 우발적인 총격과 함께 시작된 이 내전은 이윽고 김일천을 갈아야한다는 새 수령론을 기반으로 목소리를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급습을 당한 평양방위사령부가 장악되며 그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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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도 걱정하지 말게. 곧 제압이 될테니. 김신웅이 간나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었지만....'개혁'은 차질없이 진행중이니까."

김일천의 말에 나는 속으로...

'아니... 고작 3주 밖에 안지났는데 무슨 개혁을 어떻게 했길래 내란이 일어나...? 설마 자기 지지기반까지 다 들어먹은건가?

만약 그런거라면... 진짜 김태충의 말대로 생각보다 북한이 더 빨리 무너질 수도 있겠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하하.. 그렇습니까. 그럼 지금은 좀 바쁘시겠군요."

"바쁘지. 호위사령부 애들은 물론이고 정주의 425훈련소에서 인원 차출해서 진압중이니까. 나도 어느정도 지휘를 해야하고."

"그럼.... 언제쯤 다시 연락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금방 끝나니까... 내 따로 연락을 주도록 하지. 뭐 특별한 일은 없지?"

"예. 일단 클린턴에게는 운을 띄워두었으니 우선은 본격적인 개방전에 경제권부터 장악하는 일부터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그렇게 북한의 상황을 어렴풋이 알게된 나는...

'일단은... 북한은 저대로 두고... 내 할 일 부터 하면 되겠어.'

잠시 고민하며 여러가지 계산을 마치고는 곧바로 QULAB으로 향했다.

"회장님. 여긴 어쩐일로..."

"별 다른 일은 아니고, 연구주제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연구.. 주제요?"

"네."

그렇게 내가 QULAB의 연구원들에게 내민 주제는...

1. 초저전력 64비트 CPU 개발

2. 초저전력 64비트 CPU에 맞는 리눅스 기반 오픈 OS개발

이 두가지였다.

이 두 가지 주제를 받아든 QULAB의 연구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이걸... 어디에.... 아, 물론 초저전력이라면 그만큼 전기비가 적게 들겠지만..."

"그런 용도가 아닙니다."

"그럼..."

나는 그 말에 옆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단어를 주르륵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 영상

- 인터넷

- 음악

- 금융결제

- HTS

- 통화

그렇게 단어를 나열한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서비스들. 이 서비스들을 전부 손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핸드폰용 운영체제와 핸드폰용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의 탄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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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QULAB에서 스마트폰 개발에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도록 지시하던 그 시각.

타케미치는 다케시타 총리의 명을 받아 한국에 넘어와 있었다.

"회장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어디에서 오셨는지 말씀해주시면 비서실에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이 딱딱한 대응에 새삼스레 자신이 외부인임을 느낀 타케미치는 쓰게 웃으며 '외부인'으로서의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일본 자민당의 타케미치라고 하면 아실겁니다."

"알겠습니다. 로비에 준비된 카페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바로 결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타케미치는 순순히 카페로 가 커피를 시켜 마시며 안내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답이 내려오지 않아 항의하려던 그때,

출입구 쪽에서 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타케미치 변호사?"

"회장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자민당 일로 왔습니다."

"일단 올라가시죠."

그렇게 태준과 만나 함께 강남 신사옥의 회장실로 올라온 타케미치는 회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번 4자회담에 일본이 빠진 일 때문에 자민당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로부터도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납북일본인 문제 때문입니까?"

태준의 말에 타케미치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자, 태준이 말을 이었다.

"그 문제라면 잠시 기다려야 할 겁니다."

"다케시타 간사장께서는 충분한 대가를 주실 용의가 있다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서요."

그 말에 타케미치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급변사태라니... 설마 김일천도 죽은 겁니까?"

"죽을 뻔했죠. 최근에 반란이 일어났으니까."

"얼마전까지 평화로웠는데 어째서..."

그 말에 태준이 슬쩍 볼을 긁적이더니 말을 이었다.

"여하튼, 당사자인 북한이 지금 저 지경인 이상 따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후...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은 기다리라고 전해주시죠. 기다리고 있으면... 제가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겠다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타케미치와 공적 대화를 마친 태준은 곧이어 사적인 대화...

"좋습니다. 그나저나... 타케미치, 요새..."

를 나누려던 찰나.

- 따르르릉

- 따르르릉

태준과 타케미치의 비화폰이 동시에 울렸다.

그 기묘한 현상에 태준도 타케미치도 말을 입속으로 삼키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멀어져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저 손의정입니다. 일본 자민당 간사장 타케미치 노보루가 사망했답니다."

"타케미치 비서님! 간사장님께서...!"

그리고 그 전화를 받은 태준과 타케미치는 동시에 전화를 끊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타케미치 변호사."

"예. 회장님."

"우리 아직 더 이야기 할 게 남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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