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26화 (126/200)

126. 4자회담 (6)

태준이 자유롭게 평양에서 관광을 하며 찍은 사진과 영상은 한국에서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보를 알아보는 시간. 생생이슈통 시간입니다. 오늘의 이슈를 살펴볼까요?"

태준이 유니버스에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업데이트한 이후 이제는 흔해진 아침방송의 풍경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네. 오늘의 핫 이슈 검색어 1위는 김태준 회장 블로그입니다."

생생이슈통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오프닝 콜이 끝남과 동시에 '그 뭔가 다른 것의 정체'가 상대 남자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왔다.

"김태준 회장이라면... 유니버스의 총수, 그 김태준 회장 말씀이신가요?"

당연히 미리 준비한 대본이겠지만, 천연덕스럽게 놀라며 묻는 여자 아나운서의 진행에 남자 아나운서 역시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통신선 사업차 방북한 김태준 회장의 포토 블로그가 화제인데요. 같이 함께 보시겠습니다."

그렇게 남자의 말에 자료화면으로 사진이 올라오자, 여자 아나운서는 정해진 각본대로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여긴 평양의 모습인가요?"

"예.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는 평양의 모습입니다."

"평양의 모습을 찍어서 올린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인가요?"

"아뇨. 이슈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다음 사진 보시죠."

그렇게 다음 자료화면이 올라오자 여자 아나운서는 잠시 놀란 표정으로 사진을 보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든 그 찰나간의 침묵을 메우며 말을 이었다.

".... 모델같네요."

그러나 그 침묵 후 이어진 말 때문인지, 여자 아나운서의 말은 왠지 태준의 사진을 보고 푹 빠진 팬이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그렇게 여자 아나운서의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 남자 아나운서는 작위적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하. 말씀하신대로 김태준 회장이 대동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대동강 맥주를 손에 들고 걷는 이 사진 한 장이 마치 패션 화보에나 있을 법한 장면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럼 댓글 한 번 보시겠습니다."

- 진짜... 저 형은 돈도 많고, 외모도 좋고... 대체 안 가진게 뭐냐?

- 저렇게 당당하게 북한 돌아다닐 수 있는 거 보면 확실히 대단하네.

- 저 옷들 전부 얼마야?

- 저 옷이랑 구두 신발 전부 유니버스 패션 산하 브랜드 제품이네... 내가 입었을 때 별로였는데 김태준 회장이 입으니 전혀 다르네.... 옷도 사람 차별하냐.

-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지.

"김태준 회장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네요. 다음 소식은 뭔가요?"

그렇게 자료화면으로 댓글 몇가지가 추려져 띄워진 틈에 평정을 되찾은 여자 아나운서는 다시 능청맞게 다음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지만....

"다음 소식 역시 어떻게 보면 김태준 회장에 대한 소식입니다."

이어진 소식 역시 태준의 소식이었기에 아까 본인이 저지른 오디오 공백이라는 실수가 떠올라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커버하기 위해서였을까.

남자 아나운서가 자연스럽게 다시 말을 이었다.

"유니버스넷에서 KTJC에서 증권사와 카드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인데요. 다음 키워드는 스톡플래닛, 카드플래닛입니다."

그렇게 남자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자 소위 '얼빡샷'이라 불리는 태준의 영상이 TV, 그것도 아침 방송에 송출되기 시작했다.

"....유니버스넷은 여러분의 생활플랫폼으로서 여러분의 문화생활과 소비생활 일부를 책임져왔습니다.

그러나 생활에는 돈이 필요하지요. 이에 유니버스는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의 경제생활을 책임져야겠다고.

그리고 가장 잘 하는 것을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돈을 불리는 일입니다.

뉴스에 대뜸 튀어나와 지금이 기회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의 자금을 쉴새없이 일하게 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여러분이 일 하는 것이 아닌 여러분의 돈이 일하게 하는 것.

그렇게 경제적 자유를 여러분께 선물하고 나아가 생활의 자유까지도 선물하는 것.

그것이 우리 유니버스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그렇게 자료화면이 끝나자, 자료 화면이 송출 되는 사이 혼이라도 난 것인지 전보다 훨씬 더 안정된 모습으로 여자 아나운서가 말을 이었다.

"뒤는 대동강변인가요?"

"그렇습니다. 유니버스 측의 해명에 따르면 이 영상은 김태준 회장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 구상한 사업에 대한 발표에 쓸 연설을 연습하던 중

업로드 설정 실수로 공개된 것이라며 김태준 회장이 밝힌 해당 사업의 정확한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 밝혀왔습니다.

다만 소란에도 많은 국민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주시는 만큼 사전 예약페이지를 열고

사전예약에 참여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혜택을 드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럼 해당 소식에 대한 댓글 반응 한 번 살펴 볼까요?"

- 아래서 찍힌 영상인데도 여전히 미모가 빛나네.... 사업 안했으면 연예인 했을듯

- 실제로 미국에서 모델로 데뷔한 경력있으신 분이예요.

- 사전예약혜택이 뭘까? 전에 쇼핑플래닛 이랑 플래닛 포인트 런칭했을때도 엄청 퍼줬는데...

- 증권이니까 수수료 인하 아닐까?

...

..

.

그렇게 태준이 평양을 돌아다니며, 유니버스넷 상에서 소란을 피우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모여든 각국 정상들은 사전에 협의된 대로 자연스럽게 협상을 이어나갔다.

"좋소. 그럼... 가스관 사업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경수로 관련해서는 아직도 미국은 같은 입장이오?"

그렇게 협상이 마무리될 무렵, 김일천이 미국의 클린턴에게 툭 하고 가볍게 던지듯 묵직한 질문을 해왔다.

북핵문제에 대한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지난 북미 제네바 합의의 내용이 이행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서로간의 불신이었다.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전쟁 중인 상태이기도 하거니와,

북한도 미국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결국 서로가 먼저 돈 내라며 눈치싸움을 하다 사실상 흐지부지 지지부진 흩어져 가던 것이었다.

그렇게 풍화되어 흩어져만 가던 협상 내용을 꺼내든 김일천이 내심 반가운 클린턴이었지만,

곧이 곧대로 감정을 다 드러낼만큼 하수는 아니었기에 클린턴은 태연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제네바 합의에서 합의된 내용 대로 할 생각입니다. 핵개발 동결, NPT복귀 없이는 경수로 제공도, 연간 중유 50만톤 제공도 없습니다."

그런 클린턴의 태도에 김일천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뻗대고 나올거라면 어째서 여기까지 오신 것이오?"

"그야 이번 가스관 사업에 우리 미국측 자본도 들어가는 데다가.... 또 추가 제안을 하기 위해서지요."

"추가 제안?"

김일천이 클린턴의 말에 흥미를 보이자, 이미 거래를 끝마친 러시아도, 태준이 세팅한 것 위에 승인만 내려주는 입장인 김태충도 흥미롭게 두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섯개의 눈이 클린턴에게 모이자 클린턴은 피식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다들 나만 바라보면 이거 쑥스러워서 말하기가 좀...."

"눙치지 말고 날래 말하시오. 대체 내게 뭘 제안하고 싶은거요? 이 정도면 상당히 전향적으로 나왔다고 보는데... 더 원하는게 있다는 말이오?"

"별 건 아니고... 이번에 핵을 포기하면, 우리쪽에서 우라늄 광산 개발해 수입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그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태충은 물론,

러시아의 푸틴도,

그리고 그 제안의 당사자인 김일천도 매우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더러 우라늄을 팔라니. 당신 미친게요?"

그 말에 클린턴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미쳤을리가. 핵 포기하고 NPT가입하면 북한에 우라늄은 그 자체로 북한 경제 제건을 위한 자본이 될겁니다.

이번에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것이 북한의 난방과 교통을 챙기는 일이라면 이건 꾸준히 돈을 버는 사업이지.

이걸 제안하는 진의를 모르겠습니까?"

"진의야 뻔하지.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들 속셈 아니오."

"물론 그 목적도 있지만... 진짜 목적은 당신네 그 빌어먹을 체제를 인정해주고 유지시켜주려는 겁니다."

그 말에 김일천이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자, 클린턴이 말을 이었다.

"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독재자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지."

그 말에 푸틴이 피식 웃음지어 보이자 클린턴은 마저 말을 이었다.

"친미국가라면 그 국가의 국민이 고통을 받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게 미국의 기조란 말입니다.

그리고 이 제안은 당신네들이 친미... 아니, 친미까지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핵 포기하고 중국에 기대지 않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만 해도. 아니 한 발 더 양보해 중국까지도 끼워서 줄타기를 한다고만 해도,

우리 미국은 당신네 체제를 지켜줄 용의가 있다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충격적인 발언에 김일천이 입을 다물지 못한채 어버버 거리고 있던 그 때, 반말하듯 치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김태충 대통령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미국이 뭔데...!"

"앉으시죠. 김태충 대통령."

그렇게 김태충이 반발하고 나서자, 푸틴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팔짱을 낀채 김태충에게 말했다.

"앉으시죠. 소란 피울 만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북한측의 답변도 못들었는데."

"...."

그 말에 김태충이 고개를 홱 돌려 김일천을 바라보자 김일천이 말을 이었다.

"당신네들이 체제보장을 어떻게 해줄건데."

"어떤 식의 체제보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싱가포르나 태국처럼 개발독재국가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우리 손을 잡는 것이고.

저기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독재 국가들처럼 만들겠다고 한다면... 우리와 싸우자는 것일테지."

그렇게 클린턴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제안을 마치자 김일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생각.... 생각을 좀 해보겠소."

"얼마든지. 이미 오래 기다렸으니 더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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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김일천이 김태준 회장, 당신을 찾을겁니다."

평양 관광을 하던 도중 갑자기 다가온 미국의 한 요원의 말에 나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어째서냐'고 되물었지만, 요원은 답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단, 한 마디 대답 뿐이었다.

이를 대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측 인사가 그것도 북한에서 비밀스럽게 접근해 전해준 한 마디인 만큼 허투루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진행하던 관광을 중단하고 바로 호텔로 돌아와 남은 일정이 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새해가 된 2000년 1월 1일.

공식 일정에 따라 오찬에 초대받은 나를 김일천이...

"지낭을 또 한 번 빌릴까 하는데. 시간 괜찮나?"

라며 오찬 전에 별실로 불러냈고,

그렇게 불려간 별실에서 지난날 거래를 마무리하며 있었던 클린턴의 추가제안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가 자네 생각은."

그렇게 추가 제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정확히는...

'이거... 잘 하면....'

어렴풋이 보이는 거대한 이익과 돈 냄새를 맡은 나는 어떤 말로 김일천을 꼬실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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