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23화 (123/200)

123. 4자회담 (3)

그렇게 시작된 남북정상회담은 원 역사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눈 내리는데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제가 고생이겠습니까. 기장이 고생 많이했지요. 이 추운날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 환대를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 역사와 달리 한 겨울, 그것도 북한의 평양에서 눈 발이 날리는 가운데 평양공항에서 온 평양시민들이 눈발을 맞으며 환영식을 열었다는 점과...

"날이 추우니 빨리 들어가지요. 인민들도 김선생 오신다고 이렇게 나와있지만... 그것도 고생이니."

"그럽시다."

카퍼레이드 없이 빠르게 회담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소소하게 바뀐 역사들이 있었지만,

원 역사가 어찌 돌아갔는지 알길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그 바뀐 점을 눈치챌리도 없었기에,

남북정상회담은 자연스럽게 정해진 각본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연 송출 시작했죠?"

그리고 그 각본을 쓰고 행사의 전체적 진행을 담당하고 있는 태준은 북한이 준비해준 집중방송구역(올림픽 등지에서 사용되는 미디어 센터 시스템)이 있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별실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예. 저희 쪽에서 원 영상 따면 방송 3사와 종편 5개사가 10분 지연 송출 하고, 그런

다음 유니버스넷 N플래닛에 스트리밍 하는 일정으로 지금 진행중입니다."

그 말에 태준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한 직원에게 말을 이었다.

"동시시청자는 얼마나 나왔습니까?"

"지금 약 10만이 동시 시청 중입니다. 방송 3사 시청률은 거의 20대 후반에서 30프로대 초반으로 대동소이하고, 종편 5개사는 1-2프로대 미만입니다."

"라이브 채팅창이랑 댓글 창은 어때요?"

"댓글창은 아수라장 그 자체입니다. 다들 제 할말만 하는데다, 워낙에 빠르게 새로운 글이 올라오고 있어서...

채팅창은 말할 것도 없고요. 회장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신대로 공지는 따로 뜨게끔 해두지 않았다면 통합공지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말에 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오늘 남북 정상간 회담 끝나고 난 다음에 빅 이벤트 준비되어 있는 것. 잊지 마세요."

"예. 기술팀에도 서버 관리 철저히 하라고 다시 한 번 당부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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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넷에서 송출 시작했습니다. CNN, ABC, BBC 등 주요 외신들도 송출권 받아서 재송출 보도 시작했습니다."

비서의 보도에 클린턴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태준이 보낸 유니버스 제 노트북과 연결된 대형 프로젝터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연락이 오겠군요."

"시차 때문에 피곤하실텐데 이렇게 깨어계셔도 됩니까?"

"애초에 정치는 피곤한 일이죠. 잠 더 잔다고 피곤이 풀리는 건 아닙니다."

"커피라도 한 잔 내려오겠습니다."

그렇게 비서가 나가자 연이어 힐러리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모스크바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겠네요."

"그렇겠지. 이번에 대통령 대행을 맡은 푸틴도 태준과 연결이 있으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어요."

힐러리의 말과 함께 내밀어진 서류를 본 클린턴은 슬쩍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거참. 푸틴... 그렇게 안봤는데 아주 찰싹 붙어있구만. 태준이 무슨 제 사탕이라도 되나."

"푸틴이 경호인력을 핑계삼아 요원들을 파견해서 태준 곁을 지키고 있는 만큼 우리도 비슷한 규모로 요원을 꾸려 보낼 필요가 있어요.

원래 몸이 가까운 만큼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이니까요."

"태준 성격상 누군가에게 치우칠 인사는 아니지만... 확실히 러시아 KGB가 나섰다면 우리도 비슷한 규모로 견제를 할 필요가 있겠지.

문제는 국방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문제로군. 거기다 공화당에서는 태준이 민주당에 붙은 걸 좋게 보기 않는 이들도 꽤 있지 않나?"

클린턴의 말에 힐러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태준이 그걸 의식했는지 본인 명의의 PAC를 운영하면서 그와 거의 같은 시기에 오브라이언 재단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PAC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규모는?"

"우리쪽이 좀 더 크지만 오브라이언 재단쪽 공화당 PAC도 작진 않아요."

그 말에 클린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쪽도 요원을 보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겠군."

"그럼 이번 회담 끝나는 대로 바로 우리쪽도 요원을 보내는 것으로 하죠."

그렇게 힐러리가 물러나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동관으로 이동하려는 그때,

앞서 커피를 내리러간 직원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김회장으로부터 준비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1시간 뒤에 큐 사인 나올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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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푸틴의 경우 블라디보스톡 시찰을 진행한다는 명목으로 북한에 아예 넘어갈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큐 사인이 나오려면 얼마나 남았지?"

"약 1시간 남았습니다."

"기대되는군. 태준은 뭐 하고 있나?"

"미디어센터에서 기술지원을 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말에 푸틴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앞에 놓인 홍차를 들어올려 입가에 가져갔다 내리고는 말을 이었다.

"거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지. 그런 잡일을 밑에 사람들 시켜도 될텐데 말이야..."

"아무래도 눈에 안띄는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그걸 몰라서 말하는게 아니지 않나. 다만 막 뒤에서 서있을 것이라면 굳이 안해도 되는데 왜 거기 있는지 알 수 가 없어서 그러는게지."

푸틴의 핀잔에 보고를 한 요원은 침묵을 지킨채 가만히 서있었다.

"뭐... 자네도 모르겠지. 김회장 꿍꿍이 속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나. 이해하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침묵하는 요원에게 이해한다는 말을 남긴 푸틴은 태준이 건네준 유니버스 노트북을 슬쩍 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 물건 분해는 해 봤나?"

"아뇨. 엑스레이 촬영 결과 안쪽에 하드웨어 방식의 보안 모듈이 있어서 섣불리 분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엑스레이상으로는 러시아에 들어온 유니버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차이점은 보안 모듈 뿐인가?"

"아뇨. 유니버스에서 특허를 가진 2세대 통신과 유럽식 2세대 통신, 그리고 그 둘간 협약으로 만들진 3세대 통신과 위성 통신을 지원하는 무선통신모듈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말에 푸틴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과연... QULAB의 주인답군. 지금 이 정도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없지 않나?"

"수준만 놓고 보면 애플 정도가 있긴 합니다만.... 애플쪽은 워낙에 폐쇄적이기도 한데다...

하드웨어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주를 주고 있는 기업이라 비교한다면 당연히 김회장쪽이 더 큽니다.

김회장쪽은 이 컴퓨터에 들어간 모든 부품을 전부 생산하니까요. 이제 남은 것은 컴퓨터를 돌리는 OS를 만드는 것인데...

일부러 만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를 따로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역시 태준과 손을 잡은 것 자체가 제대로 된 선택지였군."

그렇게 푸틴이 새삼스레 태준과 손을 잡은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 때,

"사인 나왔습니다. 1차 리허설 들어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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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전 식사자리가 지금 보여지고 있는데요... 상에 차려진 메뉴를 보면 상당히 북한측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상위에 올려진 냉면의 경우 김태충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을 다루는 공영3사 방송국의 논조는 대동소이했다.

아니, 논조랄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저 보여지는 화면에 설명을 더한...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방송이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연신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남북이 갈라지고 최초로 두 진영의 수장이 만나는 자리이다 보니 그 자체로 전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하나 둘 송출되는 영상을 배경삼아 저들끼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저게 그 유명한 옥류관이냐? 별로 맛은 없어보이네.

- 저게 맛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지.

- 그 와중에 실실 웃는 김태충 봐라. 저기 가려고 얼마나 쥐어줬을까?

- 돈 준다고 북한이 불러서 밥먹이는 거겠냐? 하여간 머리에 든게 없는 것들은...

- 밥 다먹고 뭐하려나? 저기 보면 뭐 밥 먹는게 아니라 밥을 앞에 두고 사실상 회담을 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 알아서 하겠지. 이런거 원래 다 물밑에서 다 짜두고 대가리들은 그에 맞춰 연기하는 거임.

그리고 그 장소는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채팅과 댓글을 쓸 수 있는 유니버스넷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반도의 모든 이들이 저마다 보이는 영상에 대한 잡설로 시간을 떼우고 있던 그 순간.

"지금 막 만찬을 마치고 뭔가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아, 프로젝터군요. 사전 안내받은 행사에는 없는 것을 보면 북측에서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만찬장에 들어온 프로젝터와 실버스크린을 본 방송3사 앵커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뒤이어 유니버스넷에도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 저거 뭐냐... 영화라도 같이 보는건가?

- 영화라니... 미친... 김일천 전에 영화에 미쳐서 심상욱 감독이랑 김연희 납치해갔던거 생각나네.

그리고 그런 파란이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어 나타난 태준의 모습에 중계를 보던 모든 이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저거... 김태준 아님?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 회장님 옷빨 장난 아니네! 회장님 사랑해요!

- 관리자 저 빠순이 밴 안때리고 뭐하냐.

- 너나 밴 맞기 전에 닥쳐라. 유니버스넷도 김태준껀데 빠순이를 밴 때리겠냐.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과 함게 등장한 태준이 제 손으로 직접 뭔가를 조작하더니 프로젝터를 키고는 말을 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김태충 대통령님. 김일천 국방위원장님. 이번에 남북경협사업에서 통신사업을 맡은 김태준입니다.

이번 회담 전부터 준비한 통신선의 사전개통식을 맞이하여 이렇게 기술지원을 위해 이 자리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태준의 말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태준을 바라보자, 태준이 말을 이었다.

"두 분께선 나와서 이 두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태준의 진행멘트에 김태충과 김일천이 나와 버튼을 누르자 스크린에 누가 봐도 이번 회담을 의식하고 만든 듯한 화려한 기동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동화면이 떠오르고 곧 이어 메신저 앱이 떠오르며, 서울에 있는 기술진들의 얼굴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이상없이 연결되었습니다."

그렇게 형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모두가 박수를 치던 그 때, 김일천이 남들 모르게 태준에게 윙크를 하곤 정해진 대사를 능청스레 읊었다.

"이걸로 로씨야에도 연락이 가능하오? 미국에도 연락이 가능하고?"

"예. 당연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가 우연을 가장한 중계화면에 잡히고...

김태충이 자연스럽게 태준과 김일천을 잡는 화면에 들어오며 말을 이었다.

"한 번 각자 연결해보지요."

그 말에 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마우스를 조작하자...

"안녕하시오. 러시아 연방 대통령 대행 블라드미르 푸틴이오."

"이렇게 만나니 신기하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합중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오."

푸틴과 클린턴의 얼굴이 드러났다.

"지...지금 막!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 연방 푸틴 대통령 대행이 유니버스넷의 메신저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 미친? 저거 진짜임?

- 진짜겠냐..? 유니버스가 쑈하는 거 같은데... 거기 영상 사업도 하니 조작할 수 있잖아.

- 잘 봐봐. 진짜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태준의 등장보다 더 큰 파장이 몰아치던 그때,

"태준의 아이디라 받았는데 우연히 한반도의 두 지도자를 만나게 되어 반갑소. 아, 클린턴 대통령도 만나서 반갑소."

"나야 말로 전화로만 회담을 가졌던 푸틴 대통령 대행을 만나 반갑습니다. 태준 덕에 꽤 재미있는 상황이 되었군요."

두 사람의 말에 회담장에 모여있던 실무자들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러시아어 할 줄 아는 사람 없나? 저거 자막 진짜 제대로 번역된 거 맞어?!

- 맞음. 태준이라고 하는 건 자막 없어도 들리잖아.

그렇게 사람들의 경악속에 푸틴과 클린턴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말을 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4자회담을 평양에서 갖도록 할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바로 평양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김 위원장께선 동의하십니까?"

"물론이오! 이렇게 보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를 하려면 얼굴을 봐야지. 안그렇소? 김선생."

"맞는 말씀입니다. 저 역시 찬성입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남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은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급작스럽게 한미러북의 4자회담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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