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22화 (122/200)

122. 4자회담 (2)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한미러북 4자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태준의 제안을 가장 먼저 받은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었다.

"중국을 빼는 구상이군요."

"어차피 중국은 반대만 하고 나설테니까요. 원칙적 규제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나 해댈 것이 뻔한데 이 참에 러시아를 당사국으로 넣는 것이 어떤가 해서요."

그 말에 클린턴은 이미 푸틴과 일정부분 공감대를 가지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음에도 짐짓 모른체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모든 설명을 들은 클린턴은 태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구상입니까... 아니면 태준, 당신의 설계입니까?"

듣기에 따라서는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태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히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 중 하나로서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를 정부가 검토 승인하였으니 둘 다 맞는 말이겠지요."

그 말에 클린턴이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결코 명분에서는 밀리지 않는군요. 이러지 말고 직접 본인이 정치를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렇게 비선으로 돌아다닐 필요 없이."

"정치는 제 취향에 안맞아서요. 이렇게 가끔씩 끼어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는 장사꾼인지라..."

그렇게 태준과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클린턴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말을 이었다.

"일단 4자회담 구상은 확실히 재미있는 구상입니다. 한국 정부에서 태준에게 말을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보된 휴민트 정보에 의하면 중국의 고압적 태도가 김일천의 불쾌감을 자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북한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겠지요."

그 말에 태준은 속에서 피어오르는 김태충에 대한 약간의 불만을...

'북한 휴민트라면 당연히 출처는 우리 국정원인데 나한테는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을 보면 김태충이 삐져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군.

뭐 애초에 별로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억지로 억누르며 이어지는 클린턴의 말을 들었다.

"거기다 태준, 당신의 예상대로라면 러시아가 내놓을 천연가스관 사업 역시 북한 입장에서 탐낼만한 것인 만큼 분명 4자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렇게 길게 태준의 전략에 대한 칭찬을 이어나가던 클린턴은 태준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고는

"문제는...."

말을 이었다.

"문제는 일본입니다. 일본에서도 북한 문제에 끼고 싶어할 텐데... 일본이 끼어들게 되면 분명, 중국도 끼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건 한국도, 우리도 바라지 않는 일이죠."

"... 정치적 업적이 희석되니까요."

"예. 4자 회담으로 어느정도 결판이 난 상태에서 북한이 4자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에 나서면서 어느정도 전향적 모습을 보였을 때.

그 때 그 둘을 끼워준다면 모를까. 지금은 안됩니다. 그게 내 판단입니다.

하지만... 내 소속 당이기도 한 민주당에서도, 그리고 상대 정당인 공화당에서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특히나 이번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듣자마자 일본을 끼워 3자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들이 두 당에 모두 있으니...."

클린턴의 말에 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일본 자금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는 모양새군요."

"그런 셈이죠. 일본 내각조사처의 미국 정치권내 별명이 J-ATM입니다. 일본 편만 들어준다면 무조건 돈을 내준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죠.

물론 이번 건은 의원들 입장에서 돈만 받아먹고 던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도 명분이 있지요.

납북일본인 문제. KAL기 폭파사건으로 그간 루머정도로 일축되어온 사건이 현실로 드러나 버렸으니 일본 정치권 입장에서는 좋은 구실이 생긴 것이고,

일본의 돈을 받아먹은 우리 상하원 의원들 입장에서는 돈이 아닌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명분에 움직이는 모양을 취할 수 있는 만큼 마냥 무시하기도 곤란합니다."

그 말에 태준은 슬쩍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자들은 역시... 민주당에서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겠고... 공화당에서는 아들 부시겠군요."

그렇게 태준이 순식간에 정치지형을 읽어 답을 내놓자 클린턴이 슬쩍 웃더니 태준에게 부탁하듯 말을 이었다.

"... 정확히 보고 있군요. 해서 4자 회담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구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태준은 순간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띄며 말을 이었다.

"어떤 방식이든 상관이 없습니까?"

"...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을 법한 방식만 아니라면."

그 말에 태준은 속으로...

'이번에는 김성은의 아이디어를 배끼게 되는 셈이지만... 뭐 어때.'

미래에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올리며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북한에 통신선을 구축해주기로 했습니다. 그 구축된 통신선을 통해 돌발적으로 클린턴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내겠습니다.

정확히는 유니버스에서 전에 발표했던 화상통신 메신저를 이용해 초대장을 날릴 겁니다."

그 말에 클린턴은 이내 정색하고는 생각에 잠기더니...

"하하하... 과연. 태준이 왜 자꾸 스스로를 장사꾼이니 비즈니스 맨이니 했는지 알겠습니다.

역사에 남는 대 사건을 이용해 광고를 하려 하다니... 진짜 뼛속까지 자본주의적인 마인드군요."

"불쾌하시다면..."

"불쾌할리가요. 외려 안심입니다. 태준이 적어도 공산당과 붙어 먹을 일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시답잖은 농담을 던지며 태준에게 윙크한 클린턴은 씩 웃으며 결정을 내리고는 태준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거기에 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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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클린턴과의 이야기를 모두 마친 나는 곧장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남북 사이 이어진 비밀 통선을 이용해...

"지금 위원장님과 비밀리에 만나고 싶은데... 물어봐주시겠습니까?"

"... 알겠소. 잠시 기다리시오."

곧장 북한 평양으로 비밀리에 넘어가 김일천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니까네... 네 말은 로씨야에서 우리 조선간 대화에 끼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는 게지?"

"예. 물론 러시아 역시 꿍꿍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러시아 내 정치상황이 혼란스럽기도 하니 내부적으로 정치권 업적 쌓기가 어려우니 외부에서 업적을 쌓으려는 생각이지요."

"로씨야 놈들이 끼면 필시 미제놈들도 낄게 아닌가. 아니 미제야 그래도 대화가 되기라도 하지... 중국 놈들이 끼면... 자네가 나한테 팔았던 지낭도 아무 쓸모 없는게 되버리잖나."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 해서 제가 비밀리에 온 겁니다."

"그래. 또 다른 꾀주머니를 들고 왔다니 들어나 보자."

"한국 쪽 담당자로부터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성공단에 통신 사업을 제가 받기로 한 것은 아시지요."

"알지."

"그 통신선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가?"

그렇게 내가 클린턴에게 설명했던 전략을 말하자 김일천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시연을 핑계삼아 로씨야와 미제놈들에게 초대장을 날린다...?"

"예. 먼저 김태충 대통령이 미국과 연결하고,

위원장님께서는 러시아와 연결해서

남북의 두 지도자가 냉전을 상징하는 두 강대국의 지도자를 불러들이는 모양새로 가는 겁니다."

"로씨야는 지들이 먼저 요구한 것이니 올 것이고... 미제 수뇌인 클린턴 그놈이 문제겠군."

"당연히 올겁니다. 오는 편이 모양새도 좋고... 무엇보다. 2000년. 천 단위 숫자가 바뀌는 날짜인 만큼 상징성도 크니까요."

"그런 상징성을 제대로 이용하면... 꽤 볼만하겠군."

"예. 북한.. 아, 실례했습니다. 조선 입장에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외교적 사인을 줄 수 있고,

이 제안을 받는 미국과 러시아도 이를 받아줌으로서 관대함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내 설득이 끝에 다다르자, 김일천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좋네. 아주 좋아. 역시 자네 그 머리는 놀랍다 못해 기가 찰 정도로군."

"과찬이십니다."

"그럼 당연히 받는 것도 있겠지. 로씨야로부터. 뭘 받아낼 수 있겠나?"

"라진 선봉을 통한 가스관 연결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김일천은 깜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가스관이라면...."

"천연가스관입니다. 북한 땅을 지나는 만큼 지나는 땅에 대한 임대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임대수익을 아예 천연가스로 받아내는 방법도 쓸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예. 생각하신 대로 중국이 밸브를 잠글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8월 종파사건으로 정리된 연안파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일천이 이를 빠드득 갈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내 그 중국 되놈들 스파이를 언제고 잡아 족치려고는 하고 있었네. 실제로 성은이 이용해서 슬슬 모으고 있기도 하고..."

"예. 그런데 그렇게 모아놓고 한번에 쳐낸다 한들 중국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으면 언제고 계속 제3, 제4의 연안파가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새롭게 소련파...아니 이젠 로씨야파 라고 해야겠군요. 그 치들을 키워주시면서 저들끼리 싸우게 만드시는 편이 더 편하실겁니다."

"..... 호오... 로씨야가 들어오는 것 만으로 써먹을 수 있는게 늘어나는 것인가..."

"예. 그리고 훗날 필요에 따라서 적당히 가지치기만 해주시면 되는 일이니까요. 조선.. 아니, 이씨조선의 영조때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영조가 얼마나 오래 통치를 했습니까. 본인 건강관리도 있었지만, 그 시기를 태평성대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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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설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수화기를....

-따르르릉.

들기도 전에 울리는 전화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수화기를 들어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놀랐습니다."

"하하. 놀랐나."

예상대로 푸틴이었다.

"예. 제가 돌아온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방금 막 사무실로 들어왔는데."

"우리 러시아의 1급 요인인데 내가 가만히 둘리가 있나. 요원들 배치해서 경호중이네."

"저도 경호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알지. 알아. KOTEC의 경호수준도 상당히 높더군.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민간 대상일 뿐이지. KGB와 같은 수준에서 논할 수는 없네."

"민간 수준 중 최고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자네 정도 되는 인물이면 그 걸로는 부족하지. 세계는 생각보다 불친절하거든.

그리고 우리 러시아는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이 불친절한 세계에서 친구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지켜왔지.

거기다... 내 한국을 욕할 마음은 없네만, 솔직히 말하면, 국정원에서 자네를 위한 경호를 붙여줄 줄 알았는데 따로 없는 것을 보고 내가 다 보기 민망해서 붙인 것도 있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쓸데 없는 말을 다하는군. 그래. 전략은 클린턴을 통해 들었고. 내가 가스관을 주려는 것도 자네에게 간파당했으니 더 말할 것은 없고....

그저 수고했다고 말해주려 전화했네. 자네가 판 깔아준 만큼 나도 빠르게 움직이겠네."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옐친 각하의 건강을 많이 걱정했다고 전해주십시오."

그 말에 푸틴이 이내 침묵하더니...

"하하핫. 그래. 내 꼭 전하지. 조만간 내 크렘린으로 초대하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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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흘러.

1999년 12월 30일.

남북정상회담을 가장한 4자회담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서울공항에서 회견을 갖는 김태충 대통령을 각자의 공간에서 TV로 보고 있던

미국과 러시아의 수뇌부는 물론이고,

"태준이는 이미 넘어가 있소?"

"예. 먼저 가서 준비 할게 있다고 하더군요."

비행기에 오른 김태충 대통령,

"이게... 자네가 말하던 화상전화인기야?"

"네."

"거 참.. 콤퓨타 하나로 대륙 너머와 연결할 수 있다니... 세상 참 좋구만."

태준과 함께 있던 김일천까지 모두 태준의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연결하겠습니다."

그렇게 태준이 연결된 컴퓨터에 전원을 넣는 그 순간.

"연결 확인되었습니다. 평양-워싱턴 양호."

"연결 확인되었습니다. 평양-모스크바 양호."

"연결 확인되었습니다. 평양-서울공항 양호."

"연결 확인되었습니다. 평양-UNS 서버 양호."

한국과 미국, 러시아, 북한이 아주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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