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19화 (119/200)

119. 남북정상회담 (9)

한편 러시아의 푸틴은 다음 대권을 손에 쥐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늙은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다가는 평원에 고립될 수 있소."

"그럼 국장께서는 누굴 말로 생각하고 계시오?"

"누구일 것 같소?"

"주가노프는 우리 쪽에 좋을게 없는 작자고... 지리노프스키가 적당할 것 같은데... 맞소?"

그 말에 푸틴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 한 잔 하시오."

그렇게 푸틴이 따라준 술을 마신 상대가 픽 하고 쓰러지자 푸틴이 수첩을 꺼내들고는 이름 하나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외국인보다 못한 정세판단이라니. 저런 자에게 우리 러시아의 경제 일각을 맡길 수는 없지.

태준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 정세는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태준보단 잘 알아야 할 게 아닌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던 푸틴은 슬쩍 혀를 말아 높은 음의 휘파람을 짧게 불고는 말했다.

"적당히 치우고 적당히 처리해."

"예."

그렇게 푸틴이 자신을 추종하는 자와 추종하지 않는 자를 가려내며 숙청하는 사이...

미국에서는...

"오늘로 김회장이 김일천을 만났겠군."

"그랬겠지요."

클린턴과 힐러리가 백악관 내실에서 단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회장의 전략 대로만 되면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겠지만....

북한이 어디로 튈 지 모르니..."

"한국 쪽 휴민트에 따르면 얼마전 중국측 대사가 김일천과 만났다고 하니 더 걱정이죠."

힐러리의 지적에 클린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김일천이 고작 대사 따위의 말에 휘둘리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또 모를 일이지.

매번 우리쪽으로 오는 체하고 도망가기만 하는 자이니."

"결국 태준이 뭘 제안할지가 문제겠네요."

"그런 셈이지. 태준이 러시아와 한 계약의 반 이상만 해도 잘 되겠지만..."

"북한 같은 유사국가에서요?"

"그게 문제지. 결국 얼마나 미친 제안을 얼마나 온건하게 하느냐가 중요할거야."

-----

"뭐라 그랬나?"

밥을 다 먹고 우리 일행과 다과를 나누던 김일천은 인상을 쓰며 내게 되물었다.

"이번 기회에 전향적으로 개혁개방 노선을 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그의 되물음에 나는 그저 웃음지으며 다시 한 번 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냉전은 이미 끝났습니다. 소련도 무너졌고 독일도 통일되었습니다.

90년도부터 어물쩍 통일된 나라가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나라를 잃기 전에 개혁개방으로 정상국가로 탈바꿈 하는 것이 국방위원장께도 이득이 될 겁니다."

내 도발적인 말에 김일천은...

-씨익...

광인과도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래서 희경이에게 헛바람 집어넣고 그런 게야?

우리를 위해서?

남측의 자본가인 자네가?

뭐 항모라도 남측에 대놓고 오니 간이 딴딴해진 모양이지?"

그 말에 함께 자리에 정영주 회장은 침을 꿀꺽 삼켰지만...

나는 함께 마주 웃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요... 저를 비롯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고위층들은 북한이 무너지지 않고 그저 평화롭게 존재해주는게 훨씬 이득인데요."

김일천의 광기.

나의 욕망.

그것이 다과상을 사이에 두고 거칠게 얽혀들었다.

그렇게 얽히고 섥힌 눈빛과 감정이 임계점에 다다르자...

"크하하하...!"

김일천이 폭발하듯 광소하며 말을 이었다.

"희경이가 오자마자 바로 자네를 치켜세우며 바로 고한 이유가 있었어.

자넨 서울 샌님들이랑은 전혀 다르군.

호연지기가 대단해. 그래. 이것이 조선의 사내지.

하하하핫...!"

그렇게 폭발하듯 웃음을 터뜨린 김일천은 슬쩍 내 앞에 놓인 차를 치우며 새 잔을 꺼내 내 앞에 술을 잔뜩 따라 권하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만큼이나 술도 센지 보갔어."

그렇게 술이 잔뜩 담긴 술잔을 본 나는 씩 웃어보이며 술을 한 입에 털어넣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렴 젊은 제 간이 더 싱싱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나와 김일천 사이의 대작은 중간에 정영주를 심판으로 삼아 거칠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술이 넉병 반 째 사라진 그 무렵 김일천이 말을 이었다.

"그래. 희경이에게 후계자 이야기를 했다하는데...

자네는 어째서 장남인 성남이가 아니라 성은이를 세우라하는기야?"

'비행기에는 따로 도청장치를 달지 않은건가...?

아니면 도청을 했는데 중간에서 보고가 바뀐건가...

그렇다고 떠보는 것 같지는 않고...'

그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후계자가 그 누가 되었든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김일천 국방위원장께서 오래도록 권력을 유지하길 바라는 사람이니까요."

"음?"

그렇게 내 입발린 소리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간 김일천은 흐흐 거리며 내게 말을 이었다.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달콤하다더니... 과연.

김회장... 자네는 입에 발린 말도 잘 하는 모양이군."

"제가 뭐가 아쉬워 아첨하겠습니까? 북한 사람도 아닌데.

저는 그저 제 이득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이득?"

"북한 정권이 안정됨에 따라 제가 제가 얻을 수 있는 간접적인 이득이 있으니까요.

여하튼, 이미 보고를 받으셨다니, 위원장께서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계속 권세를 누릴 방법도 들으셨겠군요."

내 말에 김일천은 씁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아, 그 후계자 지명 후 양위하겠다 하며 충성심을 확인하는 것 말인가."

"예. 그렇게 하면 위원장께서는 지금 이상의 권력집중을 이룸과 동시에 위원장님의 후계자들을 이용할 간신들을 쳐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후계자가 누구인지도 은연중에 확실히 할 수 있지요.

조선... 아, 실례. 이씨조선으로 치면 전대 김천성 위원장께서 태조의 역할을 하셨다면,

위원장님께서는... 태종의 역할을 하시는 것이지요."

내 말이 퍽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김일천은 씩 웃음지으며 말을 이었다.

"과연.... 오백년을 이어온 조선의 방식이 헛된 것은 아니다... 그건가."

혼잣말인지 내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그 말에 내가 그저 웃음만 지어보이자 김일천이 말을 이었다.

"그럼 내 지낭(知囊)을 받았으니 그 값을 치러야 하겠는데... 김회장, 자네는 뭘 원하는가.

여기 계신 정선생께야 내가 금강산 관광을 주기로 이미 다 말을 해둔 상태인데."

"뭘 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핫. 자네가 생각하는 것 중 어지간 한 것들은 다 줄 수 있네."

그 말에 난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희토류 광산 채굴권은 어떠십니까? 운영을 통해 나오는 값은 제대로 치르겠습니다."

"희토류... 광산...?"

"예. 북한에 꽤 있지 않습니까?"

-----

그렇게 김일천과 거래를 마치고 방에 도착한 태준은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졌다.

그리고 그런 태준을 본 한국의 요원들과 정영주 회장은 기가 질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거 참.... 대단하군요."

"뭐가 말인가."

"이렇게 술이 말술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와중에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그렇고..."

"정신력 자체가 범인하곤 다른게지."

그렇게 태준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느낀 놀라움을 주고 받은 국정원측 요원과 정영주는 이내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회장님께서는 술을 드시진 않으셨습니까?"

-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냅킨에 작게 쓰여진 글씨.

그 글씨를 본 정영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가며 말을 건 사내와 마찬가지로 냅킨에 글을 써 보여주었다.

"나야 나이가 있으니. 차로 대신했네. 차 향이 좋더군"

- 남김, 북김에 지낭 값으로 희토 요구

날아갈 듯 휘갈겨 쓴 글씨였지만. 알아보기엔 충분한 그 글에 국정원 요원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북한에 차가 그리 맛이 있는게 있다는 말입니까?"

- 북에서 받아들였습니까?

그 말에 정영주 회장은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태준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네. 김 회장이 나왔다고 아주 귀한 것을 꺼내온게지."

그 말에 국정원 요원은 근질거리는 입을 간신히 참으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북한 희토류 광산이라... 거기에 지낭이라고 하면 '지혜 주머니'를 뜻하는데... 뭘 대가로 받은거지?

김회장이 설마.... 나라의 기밀을 팔아먹은건가?"

그런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읽은 정영주 회장은 피식 웃고는 펜을 들어 냅킨에 몇글자를 쓴 뒤 자연스럽게 국정원 요원에게 쥐어주며 말을 이었다.

"이만 가지. 김회장도 쉬어야지."

"예."

그렇게 문 밖을 나서는 정영주 회장을 따라 나선 국정원 요원이 슬쩍 받은 냅킨을 펼치자...

- 김회장이 북한에 독을 풀었네.

라는 문장이 쓰여있었고, 이를 본 국정원 요원은 솟구쳐 오르는 궁금증을 억지로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태준의 방 문을 나섰다.

-----

그렇게 김일천과 진탕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나는 성대한 환대를 받으며 한국으로 향하는 고려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가 있었다.

"조만간 또 보지. 남측 대통령과 함께 올라올 것이지?"

"예."

"그래, 그럼 김회장 자네하고는 남측 당국자들이 올라오거든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도록 하고...

정선생은 내려 가시거든 몸 조리 잘 하시고. 나이도 있으신데 원로에 몸이 축나셨을텐데."

"고맙습니다."

그렇게 김일천의 배웅을 받으며 오른 고려항공 비행기가 짧은 비행을 마치고 김포에 도착하자....

"곧바로 청와대로 모시겠습니다."

요원들의 손에 이끌려 곧장 청와대로 향했다.

그렇게 북한에서의 모든 일을 들은 김태충 대통령은...

"그러니까... 태준이 자네가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대가로 희토류 광산 채굴권을 받아왔다는 말인가?"

"예."

"허허... 미쳤군. 자네는 목숨이 두 개라도 된단 말인가? 이제 막 정권을 잡은 이에게 후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니... 거 참."

내게 목숨이 두 개냐며 핀잔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잘 해주었네. 아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주었어.

거기다 북한이 항모에 대해 지적하려 하는 것도 어물쩡 잘 넘기기까지 했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잘 하기만 하면 되는군."

그렇게 핀잔과 칭찬을 번갈아가며 한 김태충 대통령은 곧장 이런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방북에 대한 이야기를 전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

"아. 희토류 이야기는 당분간 삼가주시죠.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운만 띄워 놓은 것이니까요."

희토류 이야기에 대한 것은 숨겨달라 부탁했기에 자연스레 이번 방북을 바라보는 시선은 김태충과 정영주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기자들의 관심을 김태충과 정영주에게로 돌려놓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음...? 이건..."

- 휴직계

민영의 휴직계를 보며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거칠게 비서실 직원들을 불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민영씨가 왜...?"

"아, 바쁘신 와중이라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인데 제가 보고드리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그... 최민영 이사님께서 사법고시에 합격하셔서 2년 동안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계신다고 휴직계를 내셨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장항동으로 갑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