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14화 (114/200)

114. 남북정상회담 (4)

내가 중국 견제론을 설파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항모를 들여온 것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인 반발을 커버쳐줄 정치집단으로 미국을 이용함과 동시에

중국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야지를 놓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데에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개인적인 측면이라면...

'중국에서 치고 올라오게 될 적대적 경쟁자들을 쳐내는 거랄까?

최근들어 스파이가 QULAB에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그렇게 내가 말을 마치고 빤히 클린턴을 쳐다보자 클린턴이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말을 이었다.

"중국이 그런 상황이 올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알아볼 필요는 있겠군요. 계약 불이행에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는 관행이 있는지."

"충분히 알아보시고 결정하셔도 좋습니다.

중국 견제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측의 지지 내지는 방관을 바라기에 근거로서 말씀드린 것이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깊이 숙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주신 내용이 단 한 건이라도 확인이 된다면,

민주당 내 분위기도 바꿀 수 있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이어온 데탕트 기조를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남북정상회담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한국측에 전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턴의 전매특허 빙빙돌리는 화법에 나는 퍽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기름장어짓도 힘 있는 사람이 하니 다르긴 하네.

클린턴이 외교관이었다면 숙고라는 말을 듣자마자 거절이라고 해석했겠지만... 일단 외교관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번 사안은 단순 국제정치적 사안이 아니게 되었으니까.

러시아제 항모 독도함이 한국에 들어온 이상 이건 군사문제가 되었고,

중국 특유의 계약 번복은 '계약의 나라' 미국에서 가장 불쾌하고 불편해 할 통상문제가 되었으니,

말 그대로 숙고가 가능한... 아니 필요한 사안이지.

원래 총부리와 돈이 걸린 판에서는 외교관들도 빙빙 돌려 말하진 않으니까.'

나는 내가 뿌려놓은 떡밥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에 만족하며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다음은 러시아에 대한 것입니다."

"러시아? 한국의 밀사로만 온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내 말에 클린턴이 눈을 부릅뜨며 되묻자 나는 슬쩍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러시아의 밀사로 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말 한 마디 전해달라는 러시아-우리집당의 인사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건은 편히 들으셔도 될 듯 합니다."

그 말에 클린턴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잔에 얼음을 넣고는 그 위에 물을 부으며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내내 체할 것 같았는데."

안도의 한숨인지, 아니면 너스레를 가장한 속임수인지 그 속내까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런 클린턴의 태도에 슬쩍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러시아 우리집의 인사가 말하기를 옐친에 대한 러시아 내 지지도가 많이 하락했다고 하더군요."

"그야... 러시아 경제를 말아먹었으니까요. 체첸 사태도 있고."

"여러 요건 때문이겠지만. 그 인사의 말에 따르면 옐친의 가장 큰 문제이자 업적은

'소련이 70년간 하지 못한 공산주의의 좋은 점을 옐친은 몇 년만에 러시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라고 하더군요."

내 말에 클린턴이 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클클대며 말을 이었다.

"그 말로 확실히 김회장이 부탁을 받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 농담은 러시아인 밖엔 못하죠."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진 말입니다."

"뒤에 이어진 말?"

"소련이 다시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 말 하나 때문에 저도 구태여 대통령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요."

그 말에 클린턴이 순간 멈칫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미국도 정보라인을 통해 들은 내용이 있겠지만,

현재 러시아 정계에서 실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자가 러시아 연방 공산당의 겐다니 주가노프이고,

2위는 러시아 자민당의 블라드미르 지리노프스키라는 자입니다.

1위는 아시다시피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만큼 소련을 재건할 마음을 품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주장을 대놓고 하고 있다고 하고,

2위의 경우에는... 반미 노선을 택해 공공연히 미국을 깎아 내리며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니 사태가 심각하다더군요."

그 말에 클린턴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거 참... 알고는 있었지만 사태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입니다."

"거기다 96년 옐친의 재집권 자체가 미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라는 인식도 팽배해 있어 외교적으로 빠른 대안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 말을 김회장에게 직접 했다는 말이지요."

"예."

내 대답에 클린턴은 자연스럽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해서, 김회장은 그 대안을 누구로 보고 있습니까?"

나는 그 질문 속 담긴 속내를 읽고는 슬쩍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따로 지지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남의 나라일인데요."

"그야 그렇지만 러시아에 최근 사업체를 내지 않았습니까?"

"누가 되었든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만 잘 하면 되는거니까요."

그렇게 클린턴의 떠보기에 내가 틈하나 주지 않으며 대답하자 클린턴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을 전해달라던 사람에게 전해주시죠."

"말씀하세요."

"옐친의 대안이 되고 싶다면 그 노선 잘 지키고 있으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러시아 문제까지 일단락 지은 나는 마지막 말을 꺼냈다.

"마지막은...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부탁?"

그렇게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번에 미국에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 정치 행동 위원회 -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한 정치조직)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PAC구성이라면... 기업차원에서 말입니까?"

"예."

"미국이야... 외국인이라도 PAC를 운영할 수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그걸 왜...."

"대통령님이야... 젊은 나이에 이미 정치생활의 정점을 찍고 마감하시겠지만....

영부인께선 이제 막 시작하셔야 할 시점 아닙니까."

그 말에 빌은 유래없이 화색을 띄어보였다.

'여기서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르윈스키와의 불륜 스캔들이 터진게 얼마전이니... 저리 기뻐할 만 하지.

힐러리에게 줄 선물이 생겼으니 오죽할까.'

내가 있는 앞에서야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연기하고 있었지만...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사실인데다,

미래에 나올 힐러리의 자서전에서도 이 시기 둘 사이가 냉랭했다고 밝혔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클린턴의 입장에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정치적 동반자로서 줄 수 있는 선믈로 이만한 선물이 또 없을 터.

그런 제반 상황을 알고 떡밥을 던진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 제가 힐러리 여사를 지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와 클린턴이 만족스럽게 서로 웃음을 주고 받던 그 때,

옆에서 가만히 동석만 하고 있던 힐러리가 말을 이었다.

"제 남편이 김회장님의 말을 들어준 것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 비싼편인데요."

힐러리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저라고 원하는게 없겠습니까?"

"원하는게 뭔가요?"

"저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단순한 것입니다.

최근 제기된 애플의 세이프가드 요청을 거부해주셨으면 합니다."

"세이프가드 요청? 그 세이프가드 요청을 했단 말입니까?"

짐짓 모르는체 하며 당황한 듯 말하는 클린턴의 말에 나는 속으로 울컥했지만 최대한의 표정관리를 하며 말을 이었다.

"예. 그 수입제한 조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인지라...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두 분 께서도 아시겠지만, 맥과 유니버스의 PC는 대체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대체관계가 아니다?"

"예. 아키텍쳐 단계에서부터 구동되는 OS,

OS위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도 전부 다른 완전 별개의 제품입니다.

물론 겹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건 개별 프로그램 업체의 선택에 따른 지원일 뿐이지

본질적으론 전혀 다른 제품인데 같은 컴퓨터라는 명목으로 그런 요청을 한겁니다.

애플의 논리대로라면 계산기도 컴퓨터이니 세이프가드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서로 다른 시장에서 싸우는 제품에 견제를 가한다는 것이 상식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클린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그건 좀 애플이 너무 나간 느낌이군요.

그 부분은 확실히 거절토록 하죠."

"빌! 그렇게 무턱대고...!"

클린턴의 말에 힐러리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지만 클린턴은 슬쩍 힐러리의 말을 막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대신 유니버스 공장의 생산량은 더욱 늘려야 할 겁니다.

우리도 미국기업의 편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대금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애플 외에도 델의 요청도 있었던 만큼 그들의 요청이 전혀 터무니 없진 않을테니까요.

관련 업계가 김회장의 유니버스를 어떻게든 잡아보려 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면 미국내 생산이 여러모로 유의미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역시 능구렁이군.'이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디트로이트에도..."

그러나 클린턴은 이런 내 말을 중간에 끊어내며 말을 이었다.

"아. 실례. 안 그래도 디트로이트에 대규모 유니버스 공장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어서 말이죠.

물량 대부분이 동남아 국가에서 오는 것이지 않습니까?"

"생산량에 대해서는 저희도 나름의 정책이 있기 때문에...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미국 국내 생산을 지금의 두 배까지 늘려준다면,

월풀과 노키아의 공세로 부터도 막아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신다면 더욱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디트로이트의 핵심 산업이었던 자동차 공장도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인수한 자동차 공장이 있습니까?"

"아뇨. 이제 만들 생각입니다."

그 말에 클린턴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에서 몇 년 전 무공해차 판매의무를 자동차 메이커들에 요구했지 않습니까?"

"... 그야... 헌데 지금은 소송중일텐데요."

"예. 물론 그렇습니다. 실제로 소송도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길 확률이 높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전기차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 시장을 먼저 선점하고자 합니다."

"석유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석유 기업들이 반발한다 한들 대세가 변하진 않을겁니다."

'미래에서 보기도 했고요.'

내 말에 클린턴은 더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는 말을 이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서로 꽤나 의미있는 거래를 했군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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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과 대화를 마친 이후 클린턴은 꽤나 빠르게 태준과의 대화를 통해 이뤄진 거래 제안들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중국의 계약 위반은 꽤 빈번하게 있는 일입니다.

물론 중국의 법원에서 대부분 처리가 됩니다만...

문제는 그 처리의 이행도 쉽지가 않다는 점이 있죠."

그렇게 미 상무부와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실상을 확인한 클린턴은 곧바로 다음 행보인 한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갔다.

원 역사에서라면 작년에 이뤄졌어야할 회담이었지만,

태준이 개입하고 꼬여버린 역학관계에 의해 이제서야 이뤄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클린턴은 상당히 노련하게 한국과 선물을 주고 받는 것처럼 일을 꾸며 태준과의 거래도 성사시키는 정치적 수완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해결의지를 보인 김태충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에 미국 역시 화답하는 차원에서 더욱 강화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차원 더 높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양국간의 협력체계에 화답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기업의 노력에도 찬사를 보냅니다."

- 유니버스,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생산공장 확대 결정

- 유니버스 미국 지사, 자동차 사업 진출 선언. 우선은 전장사업부터.

- 유니버스, 애플-노키아-월풀-제너럴 일렉트로닉스 연합의 공세를 막아내다.

- ANWG연합의 세이프가드 요청에 백악관, '타당성 부족, 거부'

그렇게 태준이 한국에서 러시아, 그리고 미국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그 결실을 본 99년 2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국에 대한 보고를 받아본 푸틴은 씩 웃음짓고는 말했다.

"확실히 김회장의 수완이 대단하군.... 돈도 돈이지만. 이런 일은 명분이 우선인데. 명분을 확실하게 챙겨갔어.

거기다... 이 모양새만 놓고 보면 미국이 슬슬 중국을 견제하려는 쪽으로 방향키를 잡은 것 같다는 말이지..."

그렇게 푸틴이 웃음을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던 그 때.

연방보안국의 요원 하나가 황급히 푸틴의 방에 들어오며 추가보고를 해왔다.

"옐친 각하 휘하의 선거 전문가들이 비밀리에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알겠네. 곧바로 대책을 준비하도록 하지.

자네는 각하께 곧 크렘린으로 들어가겠다고 전달해주게."

"예."

그렇게 연방보안국의 요원을 내보낸 푸틴은 씩 웃고는 보고서에 붙은 태준의 사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거기다... 내 부탁까지 잊지 않고 실행해주었으니 이제 나도 실력을 보여줘야겠지.

김회장과 길게 가려면 말이야.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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