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12화 (112/200)

112. 남북정상회담 (2)

태준이 미국에서 일본에 대한 전략을 결정한 그 시각.

일본의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라이징 스타 아베 신조를 중심으로 뜨내기 정치인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다음 세이와 연구회 수장은 아베로군."

"그렇겠지. 사실상 KTJC가 만들어준 꼴이지만..."

"헤이세이 연구회 입장에선 입맛이 쓰겠어."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케시타 파벌에는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타케미치군의 전략대로 움직인 덕분에 당내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생겼소."

"아니지. 어쩌면 타케미치군도 김회장의 전략대로 움직여 준 것 일 수도 있지 않겠소?"

"뭐라 말을 해보시오. 타케미치 군. 당신이 모시는 진정 모시는 이가 누구란 말이오?"

그 말에 타케미치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이것이 제가 주주로 있는 KTJC의 도움 때문입니까?"

"뭐요?"

"아베씨가 이렇게 독주하기 시작한게 KTJC의 전략때문이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꼴이 그렇지 않소?"

"아니죠. 말은 바로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렇게 중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다케시타 선생의 말씀은 무시한 채,

세이와 파와 지공회의 농간에 놀아난 수월회, 지수회, 그리고 우리 헤이세이 연구회의 일부 의원들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타케미치의 작심발언에 타케미치를 공격하던 의원들이 인상을 쓰며 고함치듯 말했다.

"어이! 타케미치! 말이면 다 인줄 아나!? 실책을 순순히 인정하고 도게자 하라고!"

"제 말이 틀렸습니까? 강성 우익 노선을 주장하던 세이와 연구회가 갑자기 득세한게 언제부터입니까? 소선거구제 개편부터 아닙니까?

아니 순서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소선거구제 개편 이후 세이와 연구회의 강경발언의 수위가 위험수위까지 올라왔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혁신계 정당 죽이고 자민당에서 독식하면 끝이라고 생각한 당신네들의 옹이구멍만도 못한 눈과 해파리만도 못한 판단력을 탓해야지 왜 뜬금없이 저를 잡고 탓하십니까?"

"타케미치! 그 무슨 폭언이란 말인가! 지금 남 탓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대책을 내놓으란 말이네!"

"대책이 어디있겠습니까? 적당히 이용하면서 자민당의 관대한 모습과 이성적인 외교관을 보여주며 지지율을 서서히 올리려는 계획은 저 아베씨가 가져가 내다버린지 오래고,

거기다 동북아외교를 강조한다던 굉지회 마저 삐끗하면 괴멸된 혁신계의 탈을 쓴 대안보수 스펙트럼의 민주당에 의석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로 한국과의 외교카드는 버리는 카드로 쓰고 있는 마당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타케미치의 거침없는 발언에 순식간에 얼어붙은 회장 분위기는 이내 이어진 타케미치의 추가 발언에 얼어붙는 것을 넘어 완전히 동결건조되어 바스라질 지경까지 몰리기 시작했다.

"애시당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KTJC에서 대체 뭘 잘못한 것입니까?

엄밀히 따지면 자이니치니 외국인이니 운운할 것도 없이 재난지역의 구호의무는 우리 정부에 있는 것이고,

그 와중에 의도야 어쨌든 KTJC의 수장인 김태준 회장이 일본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재일한국인의 구호를 선제적으로 한 것일 뿐인데요.

어찌보면 KTJC에서는 우리의 언론플레이를 용인해준 측면이 있습니다. 거기다. 여러분 중에 KTJC를 통해 정치자금 마련하지 않으신 분들이 있습니까?

심지어 머저리 같은 리크루트 놈들과는 달리 김태준 회장 자체가 준금융인이라 회사채를 통해서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면서 깨끗하게 받아먹지 않았습니까?

그런 이득을 보고도 신의 없이 뒤통수를 친게 우리 자민당의 현 주소입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떼를 쓴다니... 애도 그런 짓은 안 하겠습니다."

타케미치의 독설에 피가 빨려나가 희게 떠버린 다케시타 파벌의 사람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그때,

"그만."

뒤에서 듣고만 있던 다케시타 노보루의 묵직한 말이 떨어졌다.

"타케미치군. 그리고 자네들도."

그렇게 좌중을 정리한 다케시타가 말을 이었다.

"아베군이 KTJC를 적대하면서 얻는 이득이 있다면.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 세상사인 것을.

책임이니 뭐니 운운하며 시간만 날리는게 아깝지 않은가?"

"생각이 있으신겁니까?"

다케시타의 말에 타케미치가 슬쩍 고개를 돌려 다케시타를 바라보며 되묻자 다케시타가 말을 이었다.

"정치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달린 것이지. 그렇다면, 사람을 모으는데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겠나?"

"...."

"결국 이득이지. 우리 동네에 뭐가 들어온다더라. 우리에게 뭐가 떨어진다더라. 사람 마음 다 같은 걸세.

부시도(武士道)니 어쩌니 하면서 충성을 운운하던 사무라이들도 다이묘들 사이에서 갈아타는게 일상이었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어떻겠나.

책잡힐 일도 없으니 마음껏 선을 넘나들겠지.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일본이라는 나라일세."

그 말에 타케미치가 고개를 슬쩍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해했습니다."

"역시 자네는 이해가 빠르군."

그 말에 다른 정치인들이 눈알만 도르르 굴리자 타케미치가 눈치껏 말을 이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지금의 기조를 이어가며 기반 지역에서 KTJC와의 연계를 통해 이득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시마네현을 중심으로 해서 신규 사업체 진출을 부탁해보겠습니다."

"음."

그렇게 타케미치의 전략 풀이에 다케시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다른 이들의 반발이 잦아들었다.

-----

"일본을 뜯어먹고 성장해놓고도 끝까지 이용만 하려 드는 걸 보면 자네도 참...

뭐... 어차피 적대적인 집단이라면 그렇게라도 써먹는게 좋겠지.

그건 그렇고 러시아에서 옐친과는 무슨 이야기를 했나?"

내 말에 조던이 수긍하듯 말하고는 러시아에서의 일을 묻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항모 이외엔 전부 자잘한 것들이죠."

"자잘하다라... 뭐 말인즉이야 자잘한 것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자잘한게 아니니 그렇지."

"뭐... 그도 그렇지요. 동남아에서와 마찬가지로 통신사와 유니버스넷, 그리고 공장 몇개 짓기로 하고 왔습니다."

"러시아 인구가 1억 3,4천쯤 되나?"

"예. 그 쯤 되지요."

"땅에 비해 인구가 작다 못해 없으니 들어가는 비용만 잔뜩 들겠군."

"미래를 위한 포석이죠. 독립국가연합(CIS; 구소련붕괴 이후 독립한 신생국들의 연합체)에도 들어가야 하니까요."

내 말에 조던이 묘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거 참. 뭘 그렇게 살금살금 캐내려고 그러십니까?"

"캐내다니. 내 딸내미와 사위가 전부 자네 밑에서 부하로 구르고 있는데.

당연히 부모로서 알고 싶어 그러는게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간... 뭐. 확실히 그 뿐만은 아닙니다. 옐친의 후임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도 많을테니까요."

"옐친의 후임? 뭐지. 공화당 인사에게도 듣지 못한 내용인데...? 벌써 후임이 정해졌다는 말인가?"

그 말에 나는 항모 위에서 푸틴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

..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의 후원을 받는 옐친을 실각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까지 흔들리는 마당에 옐친이 또 다시 집권이라도 한다면... 러시아는 진짜로 미국에 예속되고 말테니까요."

"마지막. 그 마지막 이유를 들으니 자네와 할 일이 더 생각이 나는군."

"말씀하시죠."

"자네, 조만간 미국에 간다지?"

"거 참... 무섭군요."

"미국은 로비가 합법인 만큼 로비내역이 공개되니까. 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로비 내역도 알고는 있네만. 그것까지 말하면 자네의 미움을 살테니 말을 삼가지."

"배려 감사합니다."

"미국에 가게 된다면... 분명 클린턴도 만나겠지. 가서 옐친에 대한 암중지원을 끊어달라 부탁해주게.

명분은 자네 특기니. 맡기도록 하지."

...

..

.

그렇게 푸틴과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속으로...

'이미 정해져 있던 거지만. 이번에는 제 손으로 정하는 그림이죠.'

라고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정해졌다.... 라기 보다는 제가 미는 사람을 찾았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거 참. 그 사람도 운이 상당하군. 자네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니."

"뭐 서로 주고 받는 것이죠."

"미국에 적대적인 인사는 아니겠지?"

"글세요. 적어도 10년간은 적대적이지 않을 겁니다."

"뭐... 나도 애국자는 아니네만, 그래도 내 나라가 곤란한 꼴은 못본다는 말이지."

"누군들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조던과 대화를 하던 그 때.

-따르릉

방의 전화가 울렸다.

방의 원 주인인 조던이 슬쩍 일어나 전화를 받더니 말을 이었다.

"백악관이네."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조던이 애쓴 결과물을 볼 수 있겠군요."

-----

한편, 노조위원장을 부른 손의정이 내세운 대책은 다름 아닌...

"총파업... 말씀이십니까?"

"예."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명분이. 임금을 빌미삼아 주장하기에는 이미 업계 최고 연봉이고, 복지도 상당한데..."

"노조의 경영참여를 요구하시죠."

손의정의 말에 노조위원장이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주식도 없는데 노조의 경영참여를 요구한다니요.... 아니, 그 전에 우리 산하 지부인 전일본통신노동조합 연맹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그 상급기관인 전일본노조총연합에서도 물론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요.

노조의 투쟁성을 약화한다는 명목으로 공격에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김회장 산하의 제2노조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고요.

여러모로 때가 좋지 않습니다."

"때를 고르다보면 실기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같은 혼란기. 거기다 아베씨가 혐한 분위기를 몰고 있을 때, 바로 하지 않으면 언제고 우리가 실권을 잡을 수 없을 겁니다."

"경영참여라면... 어느 수준까지 요구하면 될까요?"

"적당히... 대주주의 의결권을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을 요구하고, 우리사주제를 시행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주장만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시죠?"

"예. 주장만입니다. 어차피 그 주장이 전부 관철될리가 없지 않습니까?

진짜 목표는 우리사주제를 시행해서 김태준 회장의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에 있습니다."

노조를 이용해 김태준 회장의 주식을 줄이는 것.

이를 위해 동원된 소프트방코 제 1 노조의 노조위원장은 이내 손의정의 사주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프트방코는 우리사주제를 실시하여 노동자와 이익을 공유하라!!!"

"공유하라!!!"

그리고 이 움직임을 귀신같이 포착한 아베쪽 인사들은....

"KTJC의 악행을 보십시오! 일본에서 사업하면서 일본인에 대한 구호활동조차 하지 않은 것도 괘씸한데...

거기에 우리 일본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자신들의 배만을 불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역풍도 알지 못한 채

손의정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소프트방코 제 1노조와 합심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

조던과 함께 연락을 받고 찾아온 백악관은 생전 처음 들어가는 곳임에도 너무나 눈에 익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익숙하다 못해 집같군요."

"영어로도 '집'이니까. 당연하지 않겠나."

그렇게 조던과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며 백악관 안쪽 로비로 들어간 나는 웨스트 윙쪽에서 걸어들어오는 빌 클린턴과 그의 영부인 힐러리를 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국에서 온 태준입니다."

"반갑습니다. 빌입니다. 이쪽은..."

"아, 이 분이 대통령을 만드신 분이군요. 반갑습니다."

"소문이 거기까지 났나요? 호호."

그렇게 시답잖은 농담으로 분위기를 푼 나는 곧장 대통령 부부의 안내에 따라 백악관의 모든 집무가 이뤄지는 서관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회장도 참 바쁘게 사는 사람이군요."

"사업하는 사람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 사업이 단순한 사업이 아닌듯하니 그렇지요. 얼마전엔 러시아에서 항모 두 척이나 인수해 한국정부에 팔았더군요."

첫 시작은 탐색전.

클린턴의 가벼운 잽에 나는 씩 웃으며 말로 그 잽을 받아쳤다.

"사업가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거래였죠."

"... 위험한 거래가 아니라?"

"예."

내 말에 클린턴이 슬쩍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한국인이라는 개인적 입장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애국적이고 명예로운 일이니 그렇고...."

"사업가로서는요?"

"사업가로서는...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에까지 은혜를 입히는 일이니까요.

미국도 내심 즐거워 하지 않았습니까. 러시아의 유일한 항모가 사라지니."

그 말에 클린턴이 슬쩍 조던을 보았고,

그런 클린턴의 시선에 조던이 어깨를 들썩이며 씩 웃자...

클린턴이 크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위스키를 건네고는 말을 이었다.

"하핫...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큰 거물이었군요. 김회장."

그렇게 크리스탈 병에서 따라진 라벨 모를 위스키를 받아든 나는 슬쩍 입만 축이며 말을 이었다.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서로 한 방씩 주고 받은 탐색전을 마친 나와 클린턴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 그 많은 돈을 써가며 여기 백악관에 오셨고... 항모 두 척... 아니, 지금은 한척인가. 여하튼 항모도 앞 마당에 접안해놓고 오셨는데.

뭘 바라십니까? 단순히 남북정상회담만을 지지해달라고 오진 않으셨을텐데요."

그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 요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가지 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