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11화 (111/200)

111. 남북정상회담 (1)

"고생했네."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한국 군인이 모는 어드미럴 쿠즈네초프함을 타고 들어온 나는 행사 직전 남모르게 들어온 김태충 대통령의 포옹에 너스레를 떨며 말을 이었다.

"북극항로는 어땠나?"

"가다서다를 반복해서 와야하는 험한 길이었습니다. 군사작전이 아니었다면 구태여 북극항로를 이용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 힘들던가?"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러시아의 협조가 없으면 항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흠. 아쉽군. 항로가 나온 김에 유럽으로 가는 길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포옹을 마치자마자 이미 들어온 자신의 치적인 항모수입보다

또 다른 치적사업으로 북극항로를 쓸 수 있을지 물어보는 김태충을 보며 나는 쓰게 웃을 수 밖에는 없었다.

'과연 정치인은 정치인이네. 이미 잡힌 물고기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가.'

그렇게 북극항로에 대한 생각을 접은 김태충은 이내 슬쩍 함내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신조함에 가깝다더니 확실히 상태는 좋군."

"그러고 보니 배를 타셔서 어느정도 보는 눈이 있으시겠군요."

"상선만 몰긴 했어도 배는 배니까. 잘 만들어진 배야."

"만족스러우십니까?"

"그럼. 만족하고 말고."

그렇게 만족스럽게 미소지은 김태충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내 김응삼하고는 친하진 않네만... 그래도 통하는 점은 많았거든."

"통하는 점... 이라면."

"군사 부문이 대표적이지. 군부에 치를 떠는 삶을 살았어도... 빨갱이 새끼들에 당한 거에 비하면 그건 새발의 피야."

그 말에 나는 의아한 감정을 품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유화정책을..."

"자네나 김응삼 같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완전히 북한의 피를 말려버리길 원하겠지만, 내 생각은 그건 좋지 않게 보여서 말이지.

어차피 체제경쟁에서 이긴건 우리고, 저 쪽은 굶어 죽어가는 판인데 이럴때 우리가 베풀어 놓으면 뿌리부터 흔들리지 않겠나... 이 말이지.

쌀 포대에 잔뜩 적힌 '대한민국'이 네 글자만으로도 북한 민중들은 동요할거고. 그럼 2대째 독재를 해쳐먹고 있는 김부자가 버틸 수 있겟나?

거기에 이젠 우리도 항모가 두 척이나 생겼으니. 한척은 울릉도에, 다른 한척은 백령도에 떡 하니 가져다 대놓으면 어떨 것 같나?

알아서 통일하자고 나오겠지. 물론 기득권은 인정해 달라고 할테지만... 북한 민중들이 그건 또 두고 보지 않겠지."

내 질문에 신이 나서 답하는 김태충의 말에 나는 미래의 일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쌀포대에 적힌 대한민국 글씨는 포대갈이로 없어질거고, 설사 유출된 것도 남한이 바친 물자라고 선동할게 뻔한데... 너무 순진하시군.

뭐... 그래도 지금 역사에는 항모가 생겼으니 조금은 바뀌려나....'

그렇게 미래의 일을 곱씹으며 김태충의 순진함에 아쉬워하던 나는 이내 그런 정치적 고민을 털어내고는 상인의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될 게야."

"그럼. 이제 정산을 해주실 차례인데... 어떻게, 서류는 준비해오셨습니까?"

"태준이 자네 감동을 깨는 재주도 있군 그래."

"거래는 거래니까요."

그렇게 내가 다시 한 번 너스레를 떨자 김태충 옆에 시립한 남자가 슬쩍 서류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SBC, KBS, MBS, EBC 4대 공영방송국의 뉴스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의 전송권 계약서입니다. 기한은 20년. 이의가 없으면 5년마다 자동 연장이고...

여기 배분 조건은 순 전송수익의 49%를 각 방송사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 물론 자체제작 프로그램에 한해 해당 조건이 적용되고, 해외전송권도 포함되었습니다.

대신 디지털 아카이빙 의무를 부여받았기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다시 김태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덤을 꽤 많이 주셨군요."

"뭐 아직 더 남았는데 벌써 그러나. 꺼내 봐라."

그렇게 김태충이 툭하고 시립한 남자를 치며 말하자 남자가 다시금 새로운 서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신규 방송사업자 설립 인가관련 서류입니다. 보도기능까지 포함한 종편 관련 서류입니다.

단순 종편이 아니라 라디오, 케이블, 신문까지 전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종편이 아니라 미디어 그룹을 하나 만들 수 있도록 열어주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내가 놀란 눈초리로 말하자 김태충이 허허 웃더니 말을 이었다.

"기왕 주는 거 화끈하게 줘야지."

"다른 기업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요. 특히 사성은...."

"그럼 지들도 항모 끌고 오라고 해. 빼먹기나 하고 해주는 건 없으면서 뭘 바라."

그 말에 나는 슬쩍 시립한 사내의 눈치를 보고는 말을 이었다.

"설마...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바라셔서 이러시는 것 아니시지요?"

"여론 조성? 태준이 자네가 그걸 해줄 마음은 있고?"

"..."

"거봐. 해줄 마음도 없는거 빤한데. 뭘 바라겠어. 단순히 이번 일에 대한 치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받아."

"주시니 받습니다만... 너무 과하긴 하군요. 신문이고 방송이고 재벌이고 전부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요."

"그건 자제나 알아서 할 일이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인사를 김태충에게 전했다.

"그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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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거래의 댓가를 받은 1999년.

유니버스넷에는 TV 플래닛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났다.

뉴스를 제외한 방송 3사의 모든 프로그램의 모든 회차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이 서비스는....

"SBC 드라마 '부드러운 놈' 막방 놓쳐서 혹시나 하고 유니버스에 찾아보니까 떡 하니 전편 무료로 볼 수 있더라? 중간에 광고 나오는 건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전편 무료로 볼 수 있으니까 좋더라."

"우리 아버지는 유리시계 본다고 얼마전에 노트북 두 대 사오셨더라."

"응? 왜 두 대야?"

"아. 한 대는 내거. EBC 수능특강도 볼 수 있다니까 아버지가 그럼 내 것도 사오신다고..."

"와... 짱이네. 너희 아버지."

"뭐 유니버스 공장에서 일하시니까. 직원가로 싸게 살 수 있나보더라고."

한국을 시작으로 이내...

"유니버스 넷에서 한국 드라마를 무료로 틀어준다고? 자막도 달아서? 뮤직 비디오만이 아니고?"

"그렇다니까. 홍콩 영화만 봤는데 한국 드라마 보니까 또 색다르더라고 Glass Watch라는 드라마는 정말 제대로던데?"

유니버스 넷이 진출한 미국과 동남아를 넘어 유니버스 넷에 접속이 가능한 각 국에서 거대한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의미로 파란을 일으킨 곳도 있었으니....

"한국의 문화침공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문화 수입 허가를 했다면서 유니버스에는 한국 드라마, 한국 예능, 한국 음악만 한가득인 것을 보라!"

"우리도 자체적인 검색포털을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에서 항모를 수입한 것 부터가 저 놈들이 레드팀이라는 증거다! 일미동맹으로 한국을 고사시키자!"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태준이 항모를 수입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김태충의 치적이라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항모 도입으로 인해 급격하게 떠오른 혐한 감정과

아직 회복되지 않은 한신대지진에서 태준의 KTJC가 보여준 차별적 대응으로 인한 감정까지 더해진 상태에서

유니버스넷을 통해 한국 문화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자 우익측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런 일본의 혼란한 상황을 보고받은 손의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부 계획대로네. 김태준 회장에게 일본인들의 불만이 쌓였어. 슬슬 노조를 이용할 때인가..."

혼잣말을 내뱉고는 밖에 있는 비서를 통해 말을 이었다.

"키무라 노조위원장좀 불러주겠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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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항모를 끌고 들어와 한국 정부에 넘겨주고 난 나는 미국에 건너와 있었다.

처음 부탁 받았던 로비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였다.

"흐음..."

그렇게 미국에 들어와 지내던 와중 들어온 일본 쪽 보고에 내가 침음성을 흘리자 앤의 아버지이자 KTJC의 2대 주주역할을 하는 오브라이언 재단의 수장 조던이 내 방으로 들어오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러나?"

"아뇨. 일본에서 재미있는 보고가 들어와서요."

그렇게 내가 서류를 넘겨주며 조던에게 말하자, 조던이 서류를 넘겨보고는 말을 이었다.

"일본? 손의정 사장이 뭘 또 꾸미고 있는 모양이지?"

"아심만만한 사람이니까요. 그 덕을 보기도 해서 쉽게 버리긴 아까운 카드네요."

그렇게 조던이 서류를 넘겨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항모건은 정말 충격적이긴 했지. 손의정 사장이 일본에서 분란을 일으켜주지 않았다면 분명 일본 내각조사실에서 눈치채자마자 바로 반대하고 나왔을거야."

"손의정 사장 뿐만인가요. 조던도 여기서 애써줬죠."

"나야 뭐. 돈 쓰는 일만 하면 되는 건데 뭐가 힘들겠나. 거기다 미국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어.

일본 눈치가 보여서 적극 찬성하지 않았을 뿐이지...

미국의 입장에서야 러시아의 남은 힘도 빼고, 중국도 견제하고, 일석 이조의 역할을 한국이 해준다는데 고마웠으면 고마웠지. 싫진 않지."

조던의 해설을 듣고 있던 나는 의외의 발언에 슬쩍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벌써 중국 견제론이 나오는 겁니까?"

"공화당 내에서지만. 민주당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취해서 견제를 할 생각을 안 하고 있지."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 말하는 조던의 말에 나는 피식 웃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클린턴이 절 싫어하겠군요."

"뭐... 중국 생각하면 그렇기는 한데. 또 북한 생각하면 자네가 나를 통해서 내미는 정책들이 민주당 입맛에 맞는 것들이라 딱히 또 그렇진 않네.

거기다 지금 재무부 장관으로 들어가 있는 로버트와도 자네가 인연이 있는 덕분에 클린턴쪽에서도 그렇게 나쁘게 보고만 있진 않을 걸세.

그나저나 일본 문제는 어떻게 이대로 둘 셈인가? 얼마전 들어온 수익보고를 보니 일본쪽 수익이 꽤 꺾였던데... 이미지 관리에 슬슬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그렇게 조던이 보던 서류를 다시 내게 주며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어오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뇨. 차라리 일본은 그냥 이대로 두려고 합니다."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데도 말인가?"

"예. 이대로 손의정 사장을 유임시키면서 계속 분란을 조장하려고요.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내 말에 조던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나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자진해서 쓰잘데 없는데 힘 쓰겠다는 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 첫번째.

일본 정치권과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니체...?"

"예. 니체가 말했던 그 전략입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시끄럽게 굴어줄 수록. 저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서 한국 내 지지를 독식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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