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07화 (107/200)

107. 러시아 (3)

한편.

태준이 한국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던 그 무렵

일본에서는 유래없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그 유명한 한신대지진이었다.

원 역사보다 무려 3년이나 지나서 발생한 이 대지진은 그 3년만큼의 응력만큼 거대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으악!!!!"

한신고속도로 고베선의 고가가 그대로 좌측으로 무너지고,

일본특유의 목조주택들이 무더기로 무너지더니 이내,

"불이야!!!"

450여개소의 지점에서 연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원 역사보다 150여개소는 더 많은 수치였다.

이러한 대형 재난이 터지자, 자연스럽게 태준에게 몰렸던 전 세계의 시선은 한순간에 일본의 고베로 향했다.

대다수의 시선은 일본이 당한 재난이 얼마나 참혹한지,

또 이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젠장! 마지막 남은 희망인 일본 엔저마저 이젠 다 틀렸군. 복구한다고 또 전 세계에서 일본으로 돈이 몰릴거 아냐."

"이대로 가다간 전부 날리게 생겼어."

"뭐 그래도 퀀텀펀드보다는 낫지. 얼마전에 소로스도 엔저에 배팅했다며. 거기다 드러켄밀러는 LTCM에 완전히 물렸고."

"그래도 거긴 IT붐으로 먹은 게 좀 있어서 탄이 꽤 많지 않나? 거기다 소로스는 최근에야 공격적 투자를 했지...

원래는 보수적인 투자자라 녹아웃 옵션을 안들었을리가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 치들은 외려 돈 벌었을지도 모르지."

"그래봤자지. KTJC의 김태준 회장이 러시아에 진출한다고 했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꼴 보면 이도저도 아니게 생겼잖아. 김태준 회장이 창업을 일본에서 했는데... 저 꼴에서 러시아에 투자를 하겠어?"

야수의 심장으로 황금색 피를 돌리는 금융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자국의 재난임에도 고베지진이 금융가에 미치게 될 영향을 따지는 일본까지.

고베에서 일어난 거대한 자연재해를 바라보는 금융가의 눈에는

동정보다는 냉정이 자리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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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에 대지진이 났습니까?"

"예 일본 척도기준 7이상의 대지진이었다고... 인근 오사카부터 교토까지도 그 피해가 번졌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도 공식적으로 지진 발생 직후에 바로 대지진으로 분류했다는 것을 보면 피해가 막심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러시아로 갈 준비를 하던 나는 민영이 올린 보고에 슬쩍 달력을 보고는...

"한신대지진이.... 이 때.....?"

혼잣말 처럼 내뱉던 말에 묻은 미래정보에 나는 슬쩍 말을 뭉개버리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는...

'역사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나? 원랜 김응삼 정권 중기쯤이었던걸로 알았었는데....

하기사 내 알바는 아니지. 바뀐게 한 두개도 아니고...

나는 주어진 상황을 이용하면 되니까.'

곧바로 민영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신지역이면 우리 교민들도 많이 살지 않습니까?"

"예. 해서 민단에서 KTJC쪽으로 도움 요청이 왔다고 합니다."

그 말에 나는 품속에서 비화폰을 꺼내 손의정에게 곧바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고베쪽에 한국인 피난소 알아봐 주세요. 그리고 지금 일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직항편도 알아봐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직접 오실 겁니까?"

"아뇨. 도와주면서 생색낼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벙하게 아무말도 없이 돕진 않겠지만, 마케팅도 회사마크 정도만 노출하는 수준으로 억제할 겁니다.

KOTEC쪽 보안 인력을 피난소로 보내 안전을 확보할 생각이니까... 관련 법규 문제 없는지 검토해주시고요.

아, 재난지역은 통신이 마비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동식 중계기 설치해주시고요.

우리 고객들에게 재난 상황에는 소프트방코라고 인식을 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손의정에게 교민 지원을 지시하고 난 뒤, 곧바로 나는 민영에게도 지시를 내리고는,

"일본으로 파견보낼 인력 추려서 곧바로 지원에 나서세요. 그리고 빠르게 구호물자 매수를 알아봐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저는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

"아뇨. 사안이 급하니까 저 혼자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민영씨는 구호물자 관련해서 지원 준비를 하세요.

천막부터 텐트까지 준비할게 많을 겁니다. 아,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최대한 빨리 준비해주시고,

준비하는 모든 물품에는 우리 유니버스 자회사 제품 로고를 전부 박아주세요."

곧장 청와대로 들어가 김태충과 만났다.

"준비는 다 되었나? 자네가 하는 기자회견은 봤네만.... 지금 영 정신이 없어서."

"러시아에 대한 것이라면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제 러시아에서 나올 비자만 기다리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헌데, 왜 들어온겐가?"

김태충의 말에 나는 곧바로 본론부터 들어갔다.

"우선 급한대로 전세기를 구해 KOTEC의 보안요원들을 재일 한국인 피난소로 보낼 생각입니다.

재난 후 혼란적 약탈이나 차별적 폭력을 막아야 하니까요. 간토대지진의 사례도 있으니 빠르게 개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고베 대지진 이야기를 하는 건가?"

"예. 민단의 요청도 있었고, 또 어쨌든간 일본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으니, 지원을 해야지요."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지... 뭘 허락까지."

"예. 그 허락을 받으러 온 것은 아니고, 이때 한국구조대원 파견도 함께 요청드리고자 찾아 뵌 것입니다."

"구조대? 구조대야 지금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편성을 하고 있네만 왜 이렇게 급하게..."

"이 혼란을 틈타 할 일이 있어서요."

"할 일?"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응삼 항모. 기억 나십니까? 지금이 기회입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치적 사업이고요."

그 말에 김태충이 눈빛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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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말하는 김응삼 항모 계획의 역사는 노대호 정권 말부터 김응삼 정권 초기 사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차원에서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진행되는 러시아의 군장비 매각 정책이 진행될때부터 타당성을 검토했다.

노대호 정권 말이었지만, 당시 차기 대권주자였던 김응삼과 어느정도 교감을 이루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안기부는 적성국 무기 연구 및 국방기술 강화 차원에서 "원칙적 찬성"론을 펼쳤고,

특히 동북아에서 가장 밀리는 전력을 가진 해군의 경우에는 적극 찬성.

해군과 예산 확보전을 펼치던 공군의 경우 태국의 항모 도입 실패사례를 제시하며 원칙적 반대론을.

국방부의 실권을 쥐고 있던 육군의 경우엔 자신들의 선임이자 국방부 장관인 서병해의 치적을 위해 찬성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정부 각층에서 각축전을 벌인 끝에,

93년 김응삼 정권의 출범과 함께,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막기 위해서는 독도에 중고 항모라도 사다 세워놓고 활주로로 쓰면 어떻겠노?"

김응삼의 정치적 결단으로 결론이 나,

94년 부산과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며 무역을 진행하던 박씨네유통에서 키예프급 항공순양함 민스크와 노보로시스크를 수입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본의 엄청난 견제와 국내 환경단체의 대대적인 반발로 인해 각종 항전장비를 모조리 파괴당한뒤에 매입하게 되었고,

노보로시스크는 포스코에서 스크랩처리.

민스크는 스크랩 처리도 하지 못한채 이곳 저곳 끌려다니다 중국에 되파는 것으로 결론이 난 사업이었다.

이런 비운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항모도입 사업은 원 역사에서도, 그리고 태준이 개입한 현 역사에서도 크게 다르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러나....운명의 장난처럼,

원 역사와 달리 태준이 개입한 현재에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과 일본의 한신대지진이 동시에 터졌고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일본이 고베를 얻어맞은 사이 러시아와 협상해 항모를 사온다 이건가?"

"예. 정확히는 1.5차 불곰사업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쪽에서는 일정부분 러시아의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멀쩡한 상태의 키예프 급...

내지는 그보다 상위급인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을 중항공순양함을 들여온다면 성공이지 않겠습니까?

어드미럴 쿠즈네초프급은 키예프급에 비하면 신조함인데다, 1번함을 이어받은 러시아에서도, 2번함을 이어받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이니 우리가 가져가 준다면 러시아에서는 좋다고 할겁니다."

태준은 이 기회를 놓칠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태준의 전략 설명이 이어지고, 잠시 생각에 잠긴 김태충이 말을 이었다.

"좋네. 일본 견제만 안받아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환경단체야... 계보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당과 어느정도 교감이 있으니 김응삼 정부때처럼 극심한 반대를 받을 일도 없기도 하고.

거기다... 이미 지지율 40%대도 뚫리게 생겼는데 그런 소수자들의 반발따위... 알게 뭔가."

그 말에 태준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두 척 다 사올까요?"

"가능하겠나?"

"유럽은 나토에 국방을 거의 의탁하고 군축기조로 돌아갔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는 지금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니 두 척 다 가능합니다."

"명목은?"

"상태가 좋은 함정은 개조후에 카지노를 만든다는 헛소리를 해서 들여올 생각이고, 그 보다 못한 함정은 전처럼 스크랩 처리 한다고 끌고 와서 역설계에 들어가야지요.

유지 보수를 생각한다면 특히 더."

그 말에 김태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ADD소속 연구원들과 안기부... 아니, 이젠 국정원이 되겠군. 여하튼 국정원 소속 국방요원 셋을 임시로 QULAB 연구원으로 위장해 이번 러시아 방문에 붙여주겠네.

잘 판단해서 성공만 해와. 성공만하면 주기로 한 것 이상으로 팍팍 밀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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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손의정은 태준의 지시하에 한신대지진의 지원을 준비하며 이번 대지진을 KTJC-J 내의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는데 쓰기로 마음먹고는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한신지역 연수원과 호텔에 우리 사원들 말고는 전부 객실운영 중단하시고, 오사카 민단에 협조 가능 공문 보내세요."

"네."

우선 태준이 지시한대로 일을 처리하고 난 뒤...

"아, 단장님.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민단 단장과

"아, 의장님. 예. 효고 지진때문에 바쁘시지요..."

조총련 단장에게 연락을 하며 재일한국인들(특히 특별영주자들)에 대한 언플을 진행함과 동시에...

"기자들 불러서 바로 언플 진행하죠. 효고현 지진에 피난소를 제공한다고.

자이니치들을 위한 피난소는 물론이고 일본인들에 대한 사설 피난소도 제공한다고.

일단 초안 써와보세요."

"알겠습니다."

태준의 지시와는 달리 별도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KTJC-J의 대표가 자신으로 보이게끔 하는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러시아 행을 준비하던 태준은 이에 대해....

"기껏 말을 했는데.... 뭐. 이미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또 써먹기에 따라선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일단 두세요.

KTJC-J의 일본내 이미지가 좀 깎이겠지만... 당장은 손의정 사장 마음대로 하게 두는 편이 일이 더 쉬워질테니 이득이겠군요."

"알겠습니다."

"거 참.... 포기를 몰라서 좋기는 한데. 길들이기는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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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김태충에게 전문인력까지 지원받은 태준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연구원들을 대거 이끌고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평소와는 달리 민영이 없는 출장이었다.

'일본 문제도 있지만....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으니 데려갈 수는 없는게 크지.'

그렇게 북한의 영공을 크게 우회하기 위해 한반도와 동해를 가로질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기수를 꺾는 비행기 안에서 태준은 굳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일을 성공시켜 나는 인터넷을. 한국은 동북아 해상패권... 특히 동해를 장악한다.'

심플하지만.

힘이 잔뜩 들어간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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