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104화 (104/200)

104. 대중문화개방 (4)

"일본문화를 막음으로 해서, 좋은 문화는 한국으로 못 들어오고, 무슨 폭력, 섹스와 같은 범죄의 문화들이 스멀스멀 스며드는 것은 상당히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작금에 국가단위에서 수입을 허용치 아니하는, 혹은 왜색문제로 덧칠하여 들어오는 일본문화를 비롯해서,

각국의 모든 문화를 제한없이 받아들이고, 우리 문화 역시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제한 없이 다양한 국가로 뻗어가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태충 대통령의 공개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나온 대중문화개방선언은 한국사회에 어마어마한 폭풍을 몰고왔다.

"친일 대통령 김태충은 물러나라!"

"일본문화 개방이 웬말이냐!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미래가 없다!"

"일본에서 망명생활 하더니 일본 돈을 받아먹은거냐!"

태준에게는 서비스라며 호탕하게 말한 김태충이었지만,

한국 특유의 항일, 극일로 표현되는 일본에 대한 감정까지도 김태충이 해결해야할 몫이었기에 김태충으로서도 나름 큰 결심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김태충의 발표 직전 일본으로 귀국한 타케미치와 타케시타 노보루 간사장의 말에서도 불 수 있듯....

"김태충 선생이 대통령이 된지 얼마 안된 것으로 아는데... 벌써 우리한테 이런 선물을 준다고 했단 말인가?"

"예. 완전 개방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문화교류증대를 논리로 들고 나올 것이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본문화 개방이라고 봐야겠지요.

현재 한국에서 검열중인 문화는 일본문화뿐이니까요. 아마 곧 한국 정부차원의 공식발표가 있을 겁니다. 그 전에 대통령 차원에서 바람부터 넣을 것이고요."

"잘 된 일이군. 아무래도 문화 방면에서는 아직까지 우리가 우위에 있으니 지난 버블로 인한 침체의 늪을 잘 하면 한국쪽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메꿀 수도 있겠어.

문화가 확산되면 물건도 팔리기 마련이니.

오부치 군(오부치 게이조 총리)에게 환영한다는 메시지 전달하라고 하고, 오구라 군(오구라 가즈오 주한일본대사)에게도 관련 성명 내라고 하면 딱 맞겠군. 그리고 우리 쪽에서도 시범케이스로 적당한 한국 문화를 관제라도 좋으니까 수입해오고."

"예."

단순히 이번 사안이 태준만을 위한 선물은 아니었기에 김태충 입장에선 어차피 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태준으로서는 생색이라 생각해도 무방한 것이었다.

"서비스라고 말은 했지만 고생깨나 하시겠네. 김태충 대통령님."

그러나, 신문을 내려놓으며 말하는 태준의 말처럼.

그 고생이라는 측면에서, 또 이번 개방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태준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생색내기로만도 볼 수 없었기에

태준은 나름대로 그간의 악연을 씻어내는 계기로서 이번 대중문화개방을 바라보며...

- 제 1차 한일대중문화 교류전

주최 : 대한민국 정부 / 일본국 정부

후원 : 유니버스/유니버스넷/유니버스네트웍스

정부 주최의 교류전에 대규모의 후원을 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보답을 했다.

.

..

그렇게 본격적으로 한일 문화 교류가 시작되자, 가장 바빠진 것은 당연하게도 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 역사에서라면 1,2,3 차에 걸친 단계적 개방.

그것도 초기에는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과 같이 해외에도 잘 알려진 소위 A급 문화산출물부터 차근차근 열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소소한 사업이었지만,

태준의 대대적인 금전 투하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교류전 행사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M플래닛 아시아 특별편 준비. 기한에 맞출 수 있겠어?"

"예. 이번 라인업에 일본에서는 아무로 나미에, 모닝구 무스메, SMAP 등 캐스팅 후보군에 올라온 이들의 출연이 대거 확정되었고, 태국, 베트남에서도 캐스팅을 확보중에 있습니다."

"늦어지면 안 돼. 이번 대중문화교류전 출품작으로 메인 행사장에 걸 거니까. 자막작업 준비는?"

"MC멘트 확보를 위한 각국의 속기사들을 확보해뒀습니다. 아무래도 편집전 현지 촬영본 문제가 있으니까요."

"알았어. 그럼 라인업 확보되는 대로 바로 보고하고. 톱스타급 제외하고는 전부 우리 소속이지?"

"예. 일본 빼고요."

"일본 빼고? 아... 일본이랑 미국은 애초에 레이블이 더 중요하니까 소속사 단위로 생각하지 말고 레이블 단위로 생각해야지."

"아.. 예. 그러면 일본쪽도 전부 우리 UEP소속이 맞습니다. 아무로 나미에만 에이벡스 소속이구요."

"다음, D플래닛은 어때?"

"예... 지금..."

태준의 대대적인 지원아래 유니버스를 대표하여 메인 스테이지에 출품할 출품작을 만들어햐 하는 입장이 된 앤은 신혼도 채 즐기지 못 한채 갈려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앤과 UEP전체가 갈려나가서 만들어진 UEP 제작의 M플래닛과 D플래닛이 공개되자...

"NHK 한일대중문화 교류전 개막영상 특별 방송 봤어?"

"어. 장난 아니더라. 한국 애들. 전부 미남 미녀들이던데?"

"그래봐야 아무로보다는 못한 느낌이었지만."

"보이 그룹은 확실히 한국 우세였지. 디타이토루(디타이틀)? 걔네는 확실히 SMAP보다 잘 생기긴 했더라. 가창력도 훨씬 높고."

"근데 약간 미국 음악 따라하는 느낌은 나던데."

"그야... 걔들 소속사가 미국, 일본, 한국,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도 진출해있는 초대형 종합기획사 UEP니까. 음악 좀 아는 오타쿠들이면 UEP소속인거 대번에 알았을 껄?"

"걸 그룹도 무시할 수 없지. SMS 3인조는 가창력도 상당하고 말이지. 아무로보다 나은 점도 있었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아무로를 건드리는건 아니지!"

일본에서는 한국 음악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함께...

"SMS 음반 입고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한국 음반을 팔기 시작하며 서서히 팬덤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유니버스넷 봤어? 한일대중문화 교류전 특별판 M플래닛. SBC에서도 해주던데. 엄청나더라 진짜."

"D플래닛도 장난 아니던데? 그 와중에 일본 댓글까지 달린거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

"니들은 그것만 눈에 들어오냐? 난 그 댓글 번역기능이 제일 대단하던데....

시범적으로 일본어만 가능하다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여러 언어가 추가될거 잖아?

그럼 한 10년 뒤에는 외국어 안배워도 되는 세상이 올거 같단 말이지."

"그래봐야 말이 아니라 글이 번역되는 건데 뭐."

"말도 언젠가는 실시간으로 번역이 되겠지. 아, 번역이라기 보단 통역인가. 하여튼."

"그보다 일본이 대단하다 대단하다 소리만 듣다가 이렇게 직접 보니까 딱히... 거기다 약간 구식 느낌도 있고. 그 구급차 비슷한 그룹 기억나?"

"쟈니스 보이즈?"

"어. 걔네가 활동한지가 10년이 넘었다던데. 구급차 애들이 언제적 구급차냐."

"야. 그건 UEP 소속 가수들끼리만 불러서 하니까 그런거 아니겠어? 솔직히 UEP 전에는 죄다 구급차나 JAM 같은 그룹들 뿐이었잖어. 미국식 보이그룹, 걸 그룹을 최초로 내놓은데가 UEP인데 당연히 느낌 차이가 나지. 난 그래도 나름 괜찮게 봤는데?"

"아무로 나미에? 걔만 좀 낫지 않았나?"

생각보다 낮은 퀄리티의 일본 음악시장에 대한 실망과 함께,

유니버스넷이 이번 M플래닛 발표에서 보인 신기술, 댓글 번역에 대한 놀라움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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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일본 음반을 한국에 팔 생각으로 개방을 요청했는데 역으로 한국 음반이 일본 시장에 들어가는 계기가 되어줘서요. 거기다 동남아에서도 반응이 상당히 좋구요.

순이익으로만 따지면 우리가 프로덕션부터 유통까지 전부 하고 있는 한국 가수들 음반이 해외로 팔리는 편이 더 나은것이니...

상상치도 못한 이득을 본 느낌이예요."

"앞으로 가면 갈 수록 더 매출이 올라갈 겁니다.

일본에서 올라온 현지 보고서만 보면... 음악 시장쪽 분위기도 그렇고 영상시장쪽도 나름 기대가 된다는 반응이니까요."

"예. 거기다 은근히 미국쪽에서도 반응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앤의 보고를 들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한동안 또 바쁠텐데... 신혼여행은 언제 가려고 그러십니까? 휴가 낸 것도 다시 반납했죠?"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요. 조만간 타이조랑 이야기 해봐야죠."

"타이조?"

"아, 오오와다 사장이요."

그 말에 나는 '아'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두 분 앞으로의 거취도 잘 생각해주세요. 두 분 다 우리 그룹의 요직에 있는 만큼 발령문제가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편의 봐드릴테니까요."

"예."

그렇게 앤을 물린 나는 엔터업계 쪽 문제를 머릿속에서 치우고는 곧바로 다음 업무에 들어갔다.

"민영씨."

"예."

"QULAB에선 아직 연락 없었습니까?"

"도로통합제어시스템 때문이라면... 전에 올린 보고가 마지막입니다.

최근에 올라온 보고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관련한 보고밖에는..."

그 말에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보고서 지금 들어와 있습니까?"

"예. 여기요."

그렇게 건네받은 보고서에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개발 일정이 나와있었다.

"1999년 상용화 예정 가능이라... 이제 곧 이네요. 흐음... 동남아에 망 깔아준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거기다 하필이면 광대역 서비스를 위해서 코어 네트워크를 GSM기반으로 다시 깔아야 하는게 문제네... 흠."

그렇게 내가 보고서를 보며 앓는 소리를 하자 민영이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안 좋은건가요?"

"아뇨... 나쁘진 않습니다. 유럽쪽과 협력해서 공동개발한 기술이라 CDMA의 시분할 기술도 인용이 되어 있고...

우리쪽 인원들이 연구에 대거 참여해서 통신호환성도 낮은 편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코어 네트워크 설비는 필수적으로 갈아줘야 하는데다...

새롭게 사용자들에게 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보급해야 하니 비용은 좀 들겠지요."

"엔터로 번 돈이 통신으로 나가네요."

"아깝더라도 해야할 일이긴 합니다. 또 다시 통신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올라타지 못하면 위험하니까요.

유니버스 네트웍스 자금 현황 알아보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오면 바로 탄 채워주는 걸로 하죠."

"예."

그렇게 민영에게 새로운 오더를 내린 뒤 다음 보고서로 넘어가려던 그때,

아직까지 한국에 있던 오오와다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말을 이었다.

"회장님! 큰일났습니다."

"진정하시고. 대체 무슨 일입니까?"

"러시아...! 러시아에서...!"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모라토리엄이라도 선언했습니까?"

"모라토리.... 음? 들으셨습니까?"

오오와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자 나는 속으로...

'미래에서 보고 왔습니다.'

라고 말해주고는 입 밖으로 태연히 다른 말을 꺼냈다.

"한동안 러시아의 달러유출이 심각했으니까요. 채권도 너무 많이 찍는다 싶었고요."

내 태연자약한 말투에 오오와다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을 이었다.

"다행히 우리쪽은 지금 진행하는 사업때문에 러시아에 직접 투자한 것은 없습니다만... 금융시장 전체가 얼어붙을지도 모를 일이라...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김기백 사장이 야심차게 준비하던 유니버스 러시아 진출계획도 제동이 걸리게 되었고요."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이 기회 아니겠습니까? 러시아 진출건은 계획대로 하라고 전해주세요."

"하지만.... 그냥 그대로 진행하면... 거기다 루블화 가치도 한참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시장개척 비용도 줄어드는 거니까요."

그렇게 오오와다를 보낸 나는 두 손으로 깍지를 낀채 얼굴을 깍지 안으로 들이밀며 얼굴을 숨긴채,

'조금 늦는다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군. 큰 돈을 벌 기회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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