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남방정책 (3)
태준의 산업 왕조 산하 귀족이 된 오브라이언 패밀리의 등장은 태준을 모시는 가신들에게는 꽤나 신선하면서도 불안한 존재였다.
오브라이언 가문의 모든 자산을 태준의 그룹으로 편입하는 대가로서 KTJC 5개사 각각의 지분 9%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내 위로 모셔야 할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마뜩찮군.'
'작정하고 아예 집안 전체를 들이밀 줄이야... 전에 듣기로 앤이 오브라이언 가문의 후계자라던데....'
'최근에 회장님 산하로 미국의 오브라이언 가문이 들어왔다라....'
웃전으로 전혀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그 누구라도 싫을 터였기에 태준의 가신들이자 공신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가신들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을 모를리 없던 태준은 손수 지분율을 정리하며 가신들을 안심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진짜 이렇게 지분을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 의외의 결정에 그 결정을 실행할 오오와다는 물론이고 곁에서 태준을 모셨던 가신들 역시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김태준 - 50%
각국 KTJC간 순환출자 지분율 - 25% (각 국 KTJC끼리 5%씩 보유)
오브라이언 재단 - 9%
오오와다 타이조 - 4%
타케미치 노시히코 - 3%
최민영 - 3%
김기백 - 3%
손의정 - 3%
가신들의 그런 당혹감과 감사한 마음에 대한 태준의 답변은 이러했다.
"일단 오오와다 사장과 타케미치 변호사의 경우에는 그룹을 일궈내기 위한 초석을 함께 다진 개국공신이었으니 이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다
두 분 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일을 해주셨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요.
최민영씨 역시 개인적으로 고생한 것을 떠나 초기 부터 우리 그룹에 회사 전체를 넘겼으니 그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 하고,
김기백 유니버스 사장 역시 유니버스의 전신인 빵빵카폰을 넘겼으니 이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큰 대가가 아닌지... 거기다 민영씨와 김기백 사장 같은 경우는 대가를 받고 회사를 팔았기 때문에... 오브라이언 가문에서 문제를 삼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포상이니 상관 없습니다. 정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스톡옵션 계약서를 만들어두세요. 예전 날짜로 해서. 가라로 하는 거지만 근거 자료가 있으면 좋겠지요.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해서 처리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손의정 사장의 경우에는 스톡옵션으로 해서 적당히 돈 받고 파세요. 적당히라고 해서 제 값 다 받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 아시죠?"
"예...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물론 태준의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부하 직원들만을 달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오브라이언 가문을 견제할 세력을 구축함과 동시에
태준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들(오오와다, 최민영), 즉, 태준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계속적인 충성을 받아내고,
태준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타케미치, 손의정, 김기백)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인 셈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인수받은 사업체들 정리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요?"
"더 플로어(로비기업)는 KTJC-A산하에 두는 것으로 하고, 오브라이언 가문의 PMC는 KOTEC으로 아예 합병하는 방향으로 정리하죠.
엔터쪽은 오브라이언 사장이 잘 정리할 겁니다."
"그럼 패션쪽과 주류쪽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패션쪽은 일단 KTJC-K가 전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주류쪽은 KTJC 5개사가 골고루 나눠가지는 것으로 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엄청난 일거리를 오오와다에게 넘겨준 태준은 여유롭게 동남아 진출을 위한 계획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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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체제정비에 들어가 있던 무렵.
김응삼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겼음에도 레임덕 없이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 역사에서라면 OECD에 가입하겠다며 설레발 치는 사이
두 번의 참상(청수대교 붕괴와 대풍백화점 참사)와 함께 97년 들이닥친 경제위기를 이겨내지 못해
일심회 청산과 금융실명제 도입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음에도 저평가를 받을 운명이었으나,
태준이 역사에 개입함으로서,
청수대교 붕괴 외의 모든 악재를 잘 넘긴데다, 원 역사의 업적들에 더해 대한민국 정보통신 산업의 지지자라는 업적까지 더해져 역대 대통령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 권력 역시 늘 푸른 소나무처럼 싱싱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장아, 이번 아세안 7개국 순방은 어찌되고 있나?"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이제 동행할 경제인들만 모집하면 되는데... 최근에 있었던 외환 급등사태에 피를 본 기업들이 많아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그 싱싱한 권력을 누리는 김응삼 역시 태준 덕에 자신의 권력이 더욱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태준이 조언하고,
태준이 바라던 대로,
'남방정책'이라는 이름을 달아 동남아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마련에 남은 임기와 정치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전경련에는 연락 넣어봤나?"
"예. 사성과 수성 두 대기업은 당연히 동행한다고 했고, 대현, 샤를롯테 측은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경신측은 참가는 확정지었는데 총수가 갈지 아니면 사장단 중 한명이 갈지는 미정입니다. 태균은 당연히 사세가 급격히 쪼그라든 만큼... 불참이고요."
"잠깐. 태준이 금마는 왜 명단에 없노?"
"그게... 김태준 회장이 전경련에 가입을 안했습니다."
"뭐라꼬?"
비서실장의 말에 놀란 김응삼 대통령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되묻자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해서 별도로 초대장을 보내고자 했는데..."
"했는데?"
"아무래도 그간 이어온 전경련측에서도 이를 곱게 보진 않아서...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고? 와 곱게 안보는데? 아니 와 정부가 기업들 눈치나 봐야하는데?"
"즉시 보내겠습니다."
"아이다.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금마 청와대로 직접 불러라. 초대장은 만들어두고."
태준을 이번 순방에 동행시키는 문제를 정리한 김응삼 대통령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태준이 금마 산업훈장은 받았나?"
김응삼 대통령의 물음 속 속내를 모를리 없는 비서실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뇨. 대신 지난 정권에서 QULAB 전체에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훈한 바는 있습니다. 당시 참여한 모든 연구원들과 김태준 회장이 그 수훈자 명단에 들어갔죠. 명목은 CDMA기술 개발이었습니다.
당시에 김태준 회장도 그 연구원중 하나였기 때문에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아이고야... 노대호 금마가 돈도 안받고 훈장을 줬단 말이가? 그 날은 해가 서쪽에서 떴겠구만. 다른 대기업 총수들한테는 뇌물 받고 훈장 달아줘놓고....
하기사. 그건 산업훈장이니 다른가? 그래, 태준이 금마 산업훈훈장 수훈 기준은 되나?"
"예. 납세도 깔끔하게 잘 하고 있고, 국세청에 있는 안기부 파견 요원들을 통해 비밀리에 세무조사까지 마쳤지만 트집잡을 구석이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당연히 김회장 개인도 마찬가지고요. 거기다 최근에 급격하게 유니버스의 컴퓨터와 반도체가 수출실적을 늘리고 있어서... 금탑도 무난하게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라모... 태준이 금마 훈장하나 더 달아주고, 승인 나는 대로 올해 수여식에 참석시키자. 땅 사는데 편의 봐준걸로는 딱히 상이 될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태준도 모르는 사이 태준의 훈장이 청와대에서 하나 더 늘어나던 그 시각.
앤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리된 KTJC쪽 지분변동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사실인가요?"
"예. 그간 회사가 안정될때까지 곁에서 수고해준 직원들에 대한 포상이랍니다."
그 말에 앤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공신들에 대한 포상이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보스께서도 그리 말씀하시긴 하셨습니다만... 이것이 혹시 우리 가문을 향한 견제라면 우리도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앤이 슬쩍 비서를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방법? 무슨 방법을 어떻게 강구해서 어떻게 쓸 건데요?"
"예?"
"어차피 태준의 지분은 50%고 나머지는 다 거기서 거기인 상태인데 굳이 태준이 우리를 견제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통보하면 끝인데."
"... 그럼 이건 진짜 포상이라고 봐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봐야겠죠. 아니더라도 그렇게 봐야만 하고요."
그 말에 비서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보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꽤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던데요."
"아버지가 화나셨다고 해도 별 수 없어요. 태준 본인이 본인 재산을 자기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말리겠어요.
그나마 우리 가문이 그래도 UEP 실무를 쥐고 있으니 다른 간부들 보다는 더 우위에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요.
아버지 쪽은 걱정 말고 다음 보고나 해봐요."
앤의 말에 비서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다음 보고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업은 이제 궤도에 올라 착착 진행중입니다. M 플래닛, D 플래닛도 벌써 3회차까지 공개되었고, 영어와 스페인어 자막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중입니다.
당연히 반응도 폭발적이고요.
다만...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상태라... 추가적인 BM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추가적인 BM?"
"예. 일단 그룹 내부 거래 조로 유니버스 패션이 가진 브랜드를 간접 노출 시키고 유니버스에서 만드는 핸드폰도 간접노출 시키는 방향으로 제작비와 출연료 등을 충당하고 있으니 그 방면으로 다른 회사의 브랜드도 받아보자는 안이 지금 올라와 있습니다."
그 말에 앤은 슬쩍 고민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 안건 초안 잡은 직원에게 보고서 작성해 올리라고 말해주세요. 검토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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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이걸 저한테 직접 물어보러 오셨다는 말씀이세요?"
"예. 혹시라도 태준이 세운 대전략에 해가 될까 해서요."
그 말에 나는 앤이 올린 보고서를 휙휙 넘기고는 말을 이었다.
"UEP의 사장은 앤이니까. 앤이 원하는 대로 해도 되요."
"하지만..."
"이런 사소한 걸 일일히 제가 보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요."
"죄송..."
내 말에 앤이 사과의 말을 담아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자 나는 그 사과를 툭 잘라내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앤이 해줘야 할게 있어요."
"뭔가요?"
"동남아 진출 건이예요. 산업만 진출한다고 해서 다 되는건 아니잖아요? 특히 플랫폼의 경우...
솔직히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컨텐츠들은 전부 한국향으로 맞춰져 있기도 하고요.
해서 말인데. 앤 지금 당장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가서 UEP가 인수할만한 엔터 사업체들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올린 안건. 좋았어요.
PPL이라고 다 받지는 말고 적당히 돈되는 것들로 컨텐츠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받으세요.
아, 우리 경쟁사 제품은 당연히 안됩니다."
"예."
그렇게 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던져준 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동남아 진출계획을 보며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회장님. BH에서 저녁 시간 가능하냐는 문의가 들어왔는데 뭐라고 답할까요?"
"갈 수 있다고 전해주시고, 민영씨도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청와대로부터 초대를 받은 나는 민영의 물음에 답을 해주고는 동남아 진출계획이 담긴 서류를 덮으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풍 백화점 부지도 전부 넘겨 받은지 오래고, 서로 주고 받을것도 다 주고 받았는데 또 찾는다는건... 지난번 조언해준 것에 대한 걸 논의하기 위해서겠지.
아세안 순방 건도 있겠다... 이참에 이걸 들고 가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