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84화 (84/200)

084. 동아시아 금융위기 (1)

태준이 의도적으로 버블을 만들어 낼 때만 해도 원 역사와 거의 같게 흘러가던 미국의 IT버블은

태준이 의도적으로 버블을 꺼뜨린 시점에서는 원 역사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원 역사에서라면 적어도 5년은 갔어야 할 버블이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한 순간에 폭삭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역사적 변화는 퀀텀 펀드에게는 불행이었으나,

태준의 KTJC, 미국의 기타 IT기업들에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돈을 번 KTJC야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여타 IT기업들 역시 1년간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던 자본의 힘으로 알짜배기 기업들은 크게 성장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원 역사와 비교했을때도 이와 같은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이었는데,

원 역사에서는 5년간의 버블과 그로 인한 사기꾼에 가까운 벤처들의 득세가 이어지며 너나 할 것 없이 큰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태준이 바꿔버린 역사에서는 1년간의 짧은 버블로 빠르게 IT산업이 재편되었다는 점과 함께,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대량의 돈을 가진 기관들만이 손해와 이득을 서로 나눠가졌을 뿐,

소위 개미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이 엮여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사회적인 파장 역시 현저하게 줄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물론 현 시점에 태준의 전생을 아는 사람도, 미래를 아는 사람도 없었기에 이러한 긍정적 평가를 내려줄 사람은 따로 없었지만.....

"알아봤어?!"

"예! 이번에 공매도 친 쪽은 한국과 일본의 KTJC쪽이랍니다. 미국의 KTJC쪽이 사들이면 그걸 대여받아서 공매도하고, 그걸 다시 미국의 KTJC쪽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건가?! 금융당국에 고발해야지! 그걸 보고만 있어?"

"그게 정작 금융당국에서도 따로 제재가 힘들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뿐이지 어쨌든 시장내에서 이뤄진 것이고, 직접 주식을 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 여지는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 원리대로만 놓고 보면... KTJC에서 기본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무슨 개소리야! KTJC는 이득을 본게 아니란 말인가?"

"결과적으로 우리가 끼어들면서 이득을 보긴 했지만, 만약 우리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KTJC쪽은 손해만 보고 나가게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분통을 터뜨리며 태준에 대한 '극찬'을 해줄 사람은 있었다.

"젠장! 완전히 놀아났군!"

태준을 향한 극찬이 퀀텀 펀드 사무실을 울리고, 그 순간.

손의정이 모습을 드러내며 서류하나를 퀀텀펀드의 수장 소로스에게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아직 패배선언을 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소로스가 손의정이 집어던진 서류를 받아들고는 말을 이었다.

"이게... 뭐요. 미스터 손."

"IT붐으로 손해본 걸 만회하고도 남을 우리만의 무기죠."

그렇게 손의정이 건넨 서류의 정체, 그것은....

'검색 엔진 최적화를 위한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

- 래리 페이지

미래, 구글의 창업주가 될 래리 페이지의 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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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태준은 앤과 함께 한국의 음반 유통사와 소속사들을 돌며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니버스넷에 우리 음악을 올리라 그 말이요?"

"예."

"미쳤군. 음반시장이 이렇게나 활황인데 뭐하러 그딴 쓸데없는 짓을 한단 말이오?

카세트테이프, 그리고 최근에 슬슬 나오기 시작한 cd까지. 내면 팔리는 시장에서 쓸데없이 음악을 인터넷상에 올리라니. 그럼 손해가 아니오."

그러나 어딜 가나.

태준의 제안에 따라 붙는 것은 항상 같은 식의 반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반박에 태준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설득해왔다.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제가 귀사를 인수하는 겁니다."

"뭐요?"

"150억. 현금 일시불. 어떠십니까? 아마 어딜 가도 이 정도 제안은 받기 힘드실겁니다."

정확히는 설득이라기 보다는 돈에 의한 폭력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허...허허허허. 좋소."

그 어떤 발언보다도 설득력이 있는 그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은 음반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모든 음반사와 소속사가 그런 태준의 폭력에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태준의 현찰공세에도 굴복하지 않은 세 회사가 바로...

대형기획사로 이미 입지를 다진 대전기획의 양국승 회장과

양국승 회장 밑에서 일하다 91년도에 막 독립한 태성기획의 이연호 사장,

그리고 가수 출신으로 최근 기획사를 차린 CM엔터의 이춘만이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야 이미 잘 나가고 있는데 뭐하러 자네 제안을 받겠나. 해외진출을 도와주겠다는데... 그게 말이 쉽지. 되겠느냐 이 말이야."

양국승 회장의 경우에는 산하에 거느린 트로트 가수들과 그리고 실험적으로 만든 3인조 댄스 그룹 '구급차'의 성공으로 업계 1인자였기에 태준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우리도 지금 활동중인 JAM이 캐시카우로 잘 벌어다 주고 있는데다, 곧 나올 신인이 있어 김회장님의 제안을 받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이연호 사장 역시 본인이 이룩한 성공 때문인지 태준의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태준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데다 대전기획이나, 태성기획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250억'까지만 제안하고 말았지만...

"천 억입니다. 회사를 팔 생각이 없다면, 지분투자라도 진행하고 싶은데. 그래도 안되겠습니까?"

"대체 제 뭘 보고 김 회장님께서 이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자본이 예술을 잠식하는 순간 예술은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대중 예술도 마찬가지죠."

천 억을 제안해도 거부하는 이춘만의 결정은 태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역사상 모든 예술은 후원자를 두고 성장했습니다. 그건 대중예술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예. 다만 전 대중이 소비자이자 후원자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 것 뿐입니다. 회장님의 개인자본이 아닌 대중들의 헌신적인 소비와 후원. 그게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춘만의 연이은 거절에 태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춘만을 바라보며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상업적인 음악을 찍어내, 소속 가수를 과로사 직전까지 몰고가는 걸로 유명했던 인간이 돈을 거부한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생각만 할 뿐이었다.

천 억을 제안해서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이상을 제안할 필요는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태준이 음반사와 기획사, 그리고 덤으로 광고기획사까지 하나 인수하여 하나의 거대한 종합 기획사를 만들면서 한국의 연예 시장은 소위 3파전 양상을 띄게 되었다.

트로트의 대전기획,

퍼포먼스 그룹의 태성기획,

그리고, 태준이 만든 유니버스 엔터 플래닛 (UEP)

이렇게 세 회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된 것이었다.

물론 태준이 만든 유니버스 엔터 플래닛은 말 그대로 잡탕 그 자체였기에 대중들의 평가는...

'유니버스 회장의 인형 모으기' 정도로 취급되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꽤 많은 연예인이 소속되어 있었고 이들의 팬 역시 상당했기에 대중의 평가와는 별개로 전문가와 평론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유니버스 엔터 플래닛의 등장은 소규모 기획사가 난립하고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던 연예계에 드디어 고도의 산업경제를 도입한 것과 같습니다."

"세간에서는 김태준 회장의 취미생활을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백교수님께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예. 김태준 회장은 타고난 투자자이자 사업가 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저 취미를 위해서 중소 기획사들을 사들였으리라 생각치 않습니다.

물론 본인부터가 미국 유학시절 모델일을 했었으니 개인적 취향이 반영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많은 투자자들 역시 투자와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크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건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럼 엔터 업계에서 주장하는 자본독립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자본으로부터 예술이 독립되어야 예술이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애초에 예술로 부를 축적한 이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 부터가 모순적이죠.

애초에 그런 모순적인 말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로 보아야 합니다. 최근 엔터산업에 대해 대기업 제한 업종 지정을 요구하는 것 부터가..."

그렇게 이번 건으로만 2500억에 가까운 돈을 살포하여 연예계쪽에 발판을 마련한 태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영상 업로드는 얼마나 됐습니까?"

"이제 3명분 남았습니다."

"정시에 오픈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세요. 유니버스넷이 여기서 더 크느냐 못 크느냐가 걸린 일이니까."

"예."

소속 연예인들의 개인 프로필 영상과...

"준비한 예능들 편집은 얼마나 걸립니까?"

"편집 작업 다 마치고 이제 렌더링만 남았답니다."

소속 연예인 백여명이 총 출동한 예능 2종,

M 플래닛 (가수들이 주축이 되어 공연하는 음악프로그램)

D 플래닛 (연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막극 프로그램)

이 그것이었다.

'맘 같아서는 연예인들 개개인별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키고 싶지만...

방송법 문제로 견제를 받을 수도 있거니와

아직 보급된 컴퓨터들 성능이 딱히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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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준이 대규모의 종합기획사를 세우고 유니버스넷의 점유율 확대에 힘쓰던 무렵.

퀀텀 펀드에서는 손의정이 가져온 논문에 대해 분석에 들어가 있었다.

퀀텀펀드에 고용된 수많은 컴퓨터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논문을 검증하고,

래리 페이지의 논문에서 제시된 알고리즘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정도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지 등등 갖가지 분석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외주를 맡긴 과학자들에게 결과를 전달받은 소로스는....

"확실히 획기적인 알고리즘이라더군. 하지만 문제는 이걸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돈을 얼마 동안 넣어야 하느냐는 거겠지."

결과를 가지고 손의정 앞에 나타나 툭 하고 분석된 자료를 손의정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손의정이 슬쩍 소로스가 내민 분석자룔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건 장담할 수 없지요. 거기다... 지금 이미 유니버스넷이 선두주자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가고 있는 와중이라... 실현이 된다고 해도 그 유니버스를 이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 그런 상황에서 우린..."

그렇게 손의정의 대답에 소로스가 인상을 쓰고는 후 하고 한숨지으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린 이번 손해로 성난 우리 고객들도 상대해야 해. 미스터 손. 그런데 이게 우리 무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보는건가?"

"... 급하긴 하겠군요."

"남일처럼 말하는군. 일본인은 다 그런가?"

"둘 다 아닙니다."

"그럼 뭔가. 왜 그리 시큰둥하지?"

소로스의 날선 말들에 손의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크게 상관이 없는 일 아닙니까."

"뭐?"

"제가 래리 페이지의 논문을 무기라고 들고 온 것은 어디까지나 IT붐이 완전히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니까요."

"그게 무슨..."

"실현이 되든 안되는 우리는 여기에 투자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투자하면 그게 곧 뉴스가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 말에 소로스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과연... 배운대로 써먹어 보겠다?"

"예. 거기다 태국 중앙은행을 털어오면 여기 투자할 수 있는 돈은 더욱 늘어나죠."

"... 순서가 바뀌었지만... 우리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겠군."

"예. 어떻게든 IT붐을 끌고 가야 합니다. 그렇게 끌고 가면서 지금의 하락세는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것으로 만들고,

지금 떨어져나간 수 많은 기업들은 기술은 없으면서 돈이나 타먹으려던 사기꾼으로 몰고,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이야 말로 진짜배기 IT기업들이라고 사람들에게 각인을 시켜야합니다."

손의정의 말에 소로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겠네. 무슨 말인지. 그럼..."

"예. 우선은 태국 바트화부터 공격에 들어가시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IT쪽에 쏟아 붓는다면, 화가 잔뜩 난 고객들 마음도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겠죠."

그렇게 태준이 안심하고 유니버스의 내실을 다지는 사이,

태준에게 패배한 퀀텀펀드는.

그 패배에 대한 뒤처리를 위해 바트화 공격을 결의했다.

원 역사보다 무려 1년이나 더 빨라진 것이었다.

마냥 좋게만 흘러갈거 같던 태준의 역사개변은 이렇게 돌고 돌아 동아시아 전체에 몰아칠 폭풍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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