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82화 (82/200)

082. 플랫폼 (6)

플랫폼 사업.

태준이 살다 온 미래에서야 실제 플랫폼 가능성이 없는(심지어 그러한 기능을 상정하지 않은) 사업들 조차 멋으로 가져다 붙이는 일종의 구호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의외로 그 역사는 인류가 땅에 자를 대고 줄을 긋기 시작할 때부터 있었던 유서깊은 사업이자, 모든 사업의 종착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례로 건물주만 해도 자신의 땅과 건물을 임대해주고, 그 건물의 기본 관리만을 하는 어엿한 '플랫폼' 사업자였고,

자본주의의 본격적인 태동이전 부터 존재해 온 시장 역시 그 형태에서 소비자와 판매자를 한 공간에 모아놓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어엿한 '플랫폼'이었으며,

나아가 인류가 세운 최대 규모의 집단인 국가는 영토와 독점적 폭력을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안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역시 엄연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태준의 사업을 본다면,

사실상 태준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 하나의 왕국을 세운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기업인의 가면을 쓰고 가상왕국의 왕으로 군림하게 된 태준은 이제....

"투자... 말씀이십니까?"

"예. 투자."

조용히 자신의 왕국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서 김성주와 손재겸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을 뻗고 있었다.

"정확히는 주식을 기반으로 한 투자가 아닌 유통권을 기반으로한 투자가 될 겁니다."

"그 말씀은..."

"예. 적어도 퀄컴이나 AMD같은 꼴은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죠. 애초에 게임쪽은 잘 모르기도 하고.

실제로 보시다시피 게임프리크나 실리콘 앤 시냅스의 경우에는 사장도 그대로 바꾸지 않고 두었습니다."

"그 말씀은...."

"예. 두 분이 만들 게임 업체는 온전히 두 분의 것이라는 겁니다. 단, 유통권은 독점적으로 제게 맡기셔야 하지만요. 아, 유통을 통해 얻는 이익은 최소화 할겁니다.

어떻게...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태준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건네진 제안은 김성주와 손재겸에게 실로 달콤하기 짝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가족끼리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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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의 앤서블 발표와 함께 한국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던 그 무렵.

김응삼 대통령은 일심회 척결, 금융실명제 성공, 전자정부 구축등의 치적사업을 가지고도 정권을 위협받을 만큼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몰려있었다.

"... 청수대교 붕괴 원인 조사는 나왔습니까?"

"예. 일단은 시공사의 부실공사가 주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만, 서울시의 책임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차가 다닌다는 특성상 주기적인 진동피로가 누적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관리를 맡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관리태만을 한데다...

인근 레미콘 공장의 과적 차량 단속 역시 뒷 돈을 받고 무마해준 것으로 드러나... 온전히 시공사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어떤 치적으로도 덮을 수 없을 만큼의 대형사고가 그의 임기내에서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청수대교 자체는 79년에 완공된 다리였기에 김응삼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관리부실 문제가 있었던 데다 대낮에 사람이 죽어나간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의 지지율은 치적사업으로 치솟았던 80대 후반 지지율에서 순식간에 50%대 중반까지 깎여나가고 있었다.

"... 거기다 유니버스넷에서는 온갖 음모론이 돌고 있어서. 담당자와 서울시장을 바꾸는 선으로는 국민여론을 뒤집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더해 태준이 만든 유니버스넷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보급에 간접적으로나마 힘쓴 김응삼 대통령에 대한 악성 루머까지 확산되고 있었던지라 김응삼 대통령으로서는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태준이 금마한테는 연락 없고?"

"통제를 부탁은 해봤습니다만... 유니버스넷은 개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가지지 않고 있고, 단순히 게재공간만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임의로 삭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 쯧. 기껏 도와줬더니만... 그래 금마야 나중에 한 번 부르기로 하고... 대체 어떤 헛소문이 퍼지는지 들어나보자."

김응삼 대통령의 말에 비서실장이 슬쩍 인상을 쓰고는 말을 이었다.

"송구하지만... 청수대교 붕괴를 일부러 한 거라는..."

"그게 무슨 개같은 소리야!"

김응삼 대통령의 노기어린 외침에 비서실장 역시 이에 동조하며 거친 말로 김응삼 대통령의 말을 받아 말을 이었다.

"예. 전형적인 개소리입니다만... 문제는 이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도 꽤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

"후.... 그거 어떻게 막을 방법은 읎나?"

"현재로서는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거는 방법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말에 김응삼 대통령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게 니는 가능할거라 보는기가? 어떤 미친 놈이 정치한다면서 일반 시민을 고소하나?"

"하지만... 그 방법 외에는 달리 이런 헛소문의 확산을 막을 수가..."

"후... 이도 저도 안되모 하는 수 없지. 일단 태준이 금마부터 불러와봐라. 내 직접 이야기나 해 보게. 갸도 내게 진 빚이 있으니 내가 직접 이야기 하모 들어줄지도 모르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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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오와다는 IT펀드를 조성한 이후, 실리콘 밸리의 특급 VIP가 되어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미스터 오오와다. 저희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마하고 보낸 초대장이었는데... 진짜로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별말씀을요. 미스터 양. 미스터 파일로. 안 그래도 초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뉴욕은 물론이고 실리콘밸리에서도 알아주는 유명인사가 된 오오와다가 온 곳은 놀랍게도 스탠퍼드 대학 인근의 차고였다.

"이게 그 말씀하신 검색 엔진입니까?"

"예. 일명 걸리버 엔진입니다. 현존 유일의 상용엔진인 유니버스 엔진보다 영어에서는 검색 정확도가 약 1.5배, 중국어에서는 약 3배정도 더 뛰어난 엔진이지요."

그 말에 오오와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나 성능이 좋단 말입니까?"

"예. 물론 유니버스 엔진만큼 다국어 지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 아직 갈 길은 멉니다만, 적어도 미국시장, 그리고 중화권 시장에서는 확실히 유니버스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엔진입니다.

자연어 처리 면에서도... 기존의 AND나 OR구문이 아닌...."

그렇게 오오와다의 놀란 표정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 제리 양이 마저 설명을 이어나던 그때, 오오와다는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사용인구가 가장 많은 언어 두 개에 대한 검색결과가 회장님의 유니버스보다 더 낫다라... 이건 무조건 사들여야겠군.

검색 엔진이라기에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아주 좋은 결정이었어. 다행히 나와 유니버스의 관계도 잘 모르는것 처럼 보이고 말이지... 후후. 운이 좋았네.'

그렇게 오오와다가 속으로 계산을 끝내던 그때, 제리양이 기술적 설명을 마치며 말을 이었다.

"해서 저희는 이 엔진을 기반으로 유니버스가 장악한 독점적인 시장에 균열을 내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렇군요. 상당히 좋은 사업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주식의 30%를 매입하고 추가 투자도 진행하지요. 아, 물론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도 포함해서 입니다."

그렇게 태준도 제리양도 모르는 사이,

태준의 전생에 it붐을 이끌었던 희대의 포털 사이트 야후는 어느새 태준의 손아귀에 들어와,

그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태준이 세운 유니버스넷을 위한 비료로 전락해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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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와 손재겸에게 거절 할 수 없는 제안으로 올가미를 걸어둔 나는 간만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카이스트로 와 있었다.

"축하하네. 김 박사."

"축하는요. 너무 늦었습니다. 논문이."

물론 그냥 휴식은 아니었고, 대학원의 학위 수여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논문을 써서 낸 것이 용하지."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 학위도 받았겠다. 대체복무도 마쳤겠다. 이제 다시 해외로 나갈거냐?"

"아뇨. 한국에 머무르면서 일단 하던 것 마저 해야겠지요. 아직 인터넷 보급이 다 끝난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담당 교수인 전길남 박사와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그 때, 전길남 박사의 사무실에 양복쟁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회장님.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그 말에 전길남 박사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 참. 학위 받자마자 바로 대통령한테 가는 제자라니."

"죄송합니다. 학위 받는 날이라 교수님과 식사라도 같이 하려 했는데...."

"아니다. 가 봐야지. 바쁜 게 좋은 거니까."

그렇게 캠퍼스에서의 짧은 휴식시간이 끝이나고 청와대로 불려간 나는 김응삼 대통령에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듣게 되었다.

"니가 운영하는 그 유니버스넷인가 뭔가하는데서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그거 니 어떻게 안되겠나?"

"예?"

"완전히 입막음하라거나 그런게 아이고, 명백한 헛소문만 조금 어떻게 해달라는게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명백히 불법인 사항은 유니버스에서도 단속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마약거래라던가... 불법 촬영물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단속할 수 있지요.

문제는... 정치인에 대한 불만제기나 비판은 그걸 단속할 명분이 없습니다. 하물며 그 불만제기나 비판 역시 어찌되었든 개인의 글인 이상 저작권이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내려버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분쟁이 제기된다면이야 이를 근거로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겠지만..."

"니도 속 모르는 소리좀 그만 해라. 세상에 어떤 정치인이 유권자한테 고소를 할 수 있겠나?

그런 사태를 피하려고 널 조용히 부른건데 왜 사람 답답하게 못 알아 듣는 척 하고 있는건데?"

그 말에 나는 김응삼이 어떤 생각으로 내게 이런 요구를 해왔는지 깨닫고는 말을 이었다.

"인터넷은 말 그대로 개방공간입니다. 통제가 불가능하지요. 통제를 한다고 해도 곧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퍼져나갈 겁니다.

기존의 언론처럼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래서 니는 안해주겠다는 거지?"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WWW의 기반이 되는 HTML문서의 경우 누구나 문법만 익히면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서를 쓰고 그 문서를 상시 연결된 네트워크에 올려두기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지요.

제가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지운다고 해도 누군가는 자기 서버를 이용해 악성루머를 퍼뜨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헛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안되게끔 빠르게 그 소문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이 더 실익이 큽니다."

내 말에 김응삼이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벌써 6개월을 넘게 끌었는데, 무슨 수로 일을 수습한다 이말이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외로 꼬며 말을 이었다.

"예?"

"내가 일부러 청수대교를 폭파했다는 소문 말이다. 니 말대로 빨리 수습할 수 있으모 내 그딴 개소리 신경도 안썼다.

무너진 다리를 재건하는데만 3년은 걸릴낀데 그 때쯤이면 내 임기도 끝날텐데... 내보고 내 임기 끝날때 까지 그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말이가?"

그 말에 나는 순간 전생에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리고는...

'아...! 맞다. 청수대교... 대풍 백화점....!'

내가 신경쓰지 못했던 일로 인해 김응삼 대통령이 무슨 고초를 겪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내가 책임질 일은 아니었으나, 미래에서 과거로 건너온 내 입장에서는 어쨌거나 알고 있던 미래였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힘도 가지고 있던 상태였기에 나로서는 어이없이 사라진 생명들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부채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침묵하고 있자, 김응삼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니야 최근에 앤서블인지 뭔지 발표하면서 잘 나가고 있고, 주위에서 다들 칭찬만 하니까 모르겠지마는, 내는 죽을 맛이다 아이가. 진짜 어떻게 안되겠나?

니가 만든 그 유니버스넷에도 보니까네 내 이름치면 그 밑에 청수대교 폭파가 뜬다 이 말이다."

이제는 숫제 내게 애원하는 듯한 김응삼 대통령의 말에 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 연관 검색어에서 빼는 정도는 가능합니다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겁니다."

"그라모 니 생각에 본질적인 해결책은 뭔데?"

"부실공사부터 잡아내십시오. 대대적으로."

"뭐? 그건 지금 하고 있다. 작년에는 건설부에서 '부실공사 추방 원년의 해'라는 이름으로 한강다리 전수조사에...."

"그걸로는 안됩니다. 일단 건축기준부터 올리고, 곧바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구조변경이 심한 건물들 위주로."

내 말에 김응삼 대통령이 눈을 반짝이더니 말을 이었다.

"니... 뭔가 생각이 있었구나?"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냐. 니가 지금 말하는게 딱 '본보기 하나 잡아서 조지라'는 건데. 그래 니가 뭔가 알고 있는게 있구나. 뭔지 말해봐라. 문디야."

그 말에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짝 손을 들어 입쪽에 가져다 대고는 김응삼 대통령에게...

"대풍백화점을 조사해보십시오. 구조변경에 불법 증축, 거기다 지목까지 제 멋대로 바꿔서 사용중인 대표적인 비리백화점이니까요."

대풍백화점을 고발하며 미래에서 온 사람으로서 기연에 대해 진 빚을 갚음과 동시에....

"그리고 제 말이 맞다면, 그 백화점을 밀어버리고 제가 그 자리에 저희 그룹 본사를 짓고 싶습니다."

그 알짜배기 땅을 먹어치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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