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78화 (78/200)

078. 플랫폼 (2)

태준의 계획이 나오자 유니버스는 빠르게 태준의 대전략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유니버스의 기기들을 저희에도 같은 조건으로 납품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김기백 사장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조금은 똑같이 지급하겠습니다."

"제조사 보조금을 말씀하시는 거죠?"

"예. 여기 그 내용을 정리한 계약서 입니다."

유니버스에서는 '제조사 보조금을 지급하여 기기들을 납품한다'는 조건으로 남은 4개 통신사를 찾아다니며 계약에 나섰고,

그에 더해,

"우리 CPU와 RAM을 사용하시면, 원가에 벌크로 CPU와 RAM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각 중소기업 PC업체들을 찾아다니며 CPU와 램을 원가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까지 체결해온 것이다.

이 모든 계약을 다 하는데 고작 3일이라는 시간을 쓴 김기백 사장은, 이런 빠른 움직임 속에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과연... 계약서에 그런 조건을 대놓고 쓰면 오히려 압박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지요."

"예. 해서 눈치껏 하라는 신호만 줬습니다. 혹시라도 녹음기라도 설치했을까봐 아예 정부에 불공정 경쟁으로 항의하지 말란 소리는 안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예. 거기다 계약 기간을 기본 1달에 자동 연장으로 해뒀으니, 수 틀리면 바로 다음 계약 연장을 안 하면 그 뿐입니다."

"PC업체 쪽은 그 정도면 알아서 움직일 거 같고... 통신사쪽은 어떻습니까?"

태준의 질문에 김기백 사장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조금까지는 계약상 동일합니다."

김기백 사장의 말에 태준 역시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하셨습니다."

태준과 김기백 사장이 이렇게 웃는 이유.

그것은 '매입 조건'이 없기 때문이었다.

통신사들이 아무리 유니버스 네트웍스의 상품 설계를 따라 판매해도,

결국 기기라는 것은 노후화 될 수 밖에 없고,

노후화된 기기는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며 고객의 불편을 야기하고,

이 불편이 참지 못할 지경에 오면 고객은 기기를 교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다른 통신사의 이용자들이 유니버스의 구형 제품을 보상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유니버스 네트웍스의 망을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략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경험한 태준의 플랫폼 전략과

그 전략을 제대로 이해한 김기백 사장

그리고 이런 전략을 써도 돈이 남아돌다 못해 차고 넘치는 태준의 지갑 덕분이었다.

"이제 통신기기 제조사들만 압박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모든 결과를 보고받은 태준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하자 김기백이 말을 이었다.

"국내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대기업들이니 만만치 않을 겁니다.

특히 사성전자의 에브리콜의 경우 우리 유니버스를 거의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어서...

분명 어떻게든 이번 우리 전략을 걸고 넘어질 겁니다."

"사성은 오히려 별 걱정 안합니다."

"걱정을 안한다니... 그게 무슨."

"그 쪽도 작긴 하지만 포스텔(4-star telecom; 사성통신의 이동통신사업 브랜드)이라는 브랜드로 이동통신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구조적으로 우리와 같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거기다 전자 쪽에서 PC도 만들고 있죠. 인텔과 합작으로."

태준의 말에 김기백 사장이 '아'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그 쪽은 우리쪽 전략을 그대로 배낄 가능성이 높겠군요."

"예. 거기다 혹시 몰라 우리 역시 포스텔에 보조금 지급해서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으니, 사성의 입장에서는 입 다무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진짜는 대현전자와 수성전자겠지요. 그 쪽은 통신사도 없고 원천 기술 없이 말 그대로 디자인과 조립으로만 승부를 보는 업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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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에 건너가 태준이 운영하는 KTJC-A에 자금 운용을 맡긴 손의정은 자신의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고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음...? 전부 유니버스랑 유니버스 네트워크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고...? 사업자금 추가 조달...?"

KTJC-A에서 보내온 보고서의 초록을 읽어본 손의정은 이어진 상세보고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미친... 이게 말이 되나...?"

유니버스에서 생산한 컴퓨터, 핸드폰, 카폰.

이 모든 제품은 상당한 고가의 제품들이다.

당연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도 어렵다.

컴퓨터는 그나마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기업과 학교의 수요가 있지만, 핸드폰과 카폰은 말 그대로 업무용이 아니라면 사치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원가에 이걸 전부 유니버스 네트웍스에 팔았다고? 그리고 유니버스 네트웍스는 자사 통신상품하고 엮어서 장기 할부로 팔고...? 거기다 국가 보조금까지 받아?

심지어 가족 할인제도까지...? 하하... 진짜 미쳤군. 미쳤어... 하핫."

이익을 완전히 포기하고 원가에 통신상품과 엮어서 대대적으로 보급한 태준의 전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경쟁사들을 전부 고사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것도 아무나 못하는 전략이긴 하지. 돈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많아야 가능한 전략이니까..."

그렇게 손의정이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경악과 존경, 감탄을 연발하며 계속 페이지를 넘기던 그때.

- 이를 통해 차세대 PC통신의 핵심이 될 인터넷 사업의 핵심 기반인 '유니버스 넷'을 시장 독점적 지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KTJC-A의 보고서 맨 마지막에 쓰인 기대효과를 본 손의정은 황급히 보고서 뒷면을 이면지 삼아 빠르게 뭔가를 그리고는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이거야! 그래...! 이거라고! 이거면....! 다시 충분히 날아오를 수 있어...!"

손의정이 그린 것.

그것은 전생의 손의정이 운용했던 '손의정 비전 펀드(SVF)'의 초안과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

"우선은 회장님처럼 포털 서비스를 하는 업체.... 아."

그리고 이내.

포탈 사이트라는 이름을 정의한 게 누구인지.

검색엔진이라는 것을 개발한게 어디인지 깨달은 손의정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세계 유일의 검색엔진과 포털 사이트를 가진게 회장님이었지... 후발주자는... 아직도 안 나오고 있고. 하..."

그렇게 손의정은 완벽하게 그려져 있는 답지를 앞에 두고 이를 어떻게 응용해야 할 수 있을 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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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정이 KTJC-A에서 보내온 투자보고서를 보고 기나긴 고민에 빠져있던 그 무렵, 한국 재계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고 있었다.

"대현전자와 수성전자에서 사성전자와 유니버스의 덤핑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통신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하여 자신들의 제품을 덤핑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한 것인데요. 자세한 소식 김대기 경제전문기자가 전합니다."

대현전자와 수성전자에서 유니버스와 사성전자를 공정위에 제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대현전자에서 사성전자에 디자인 특허 침해관련 소송을 제기해왔습니다."

대현전자의 사성전자에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소송,

"수성전자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바나나폰의 특수 기능인 통화녹음 기능을 관련 특허를 유니버스와 사성전자가 침해했다며 소송전에 돌입했습니다."

수성전자의 사성전자와 유니버스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이 연이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지고 있는데요?"

태준이 하는 일에 실패는 없지 않냐던 민영마저 우려를 표할 수준의 엄청난 공세.

"예. 안 그래도 한번 털고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자회견 준비해주세요. 장소는... 기왕이면 호텔이 좋겠지요."

"알겠습니다."

이 엄청난 공세에 태준은 곧바로 언론에 유니버스와 유니버스 네트웍스의 사주로서 모습을 드러내며 대현전자와 수성전자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대현전자와 수성전자는 저희 고객사인 만큼 별다른 논평은 내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논평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사주인 제가 직접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혹시라도 질문이 있으신 기자님들께서는 제 입장 발표 중간에라도 자유롭게 손을 들어 물어주시면 성심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끝 없이 터지는 가운데, 태준은 태연하게 대본 없이 준비된 말을 유려하게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공정위 제소와 관련하여 저희 유니버스 측은 지난 정부부터 이번 정부까지 이어지는정보통신보급 사업에 도움이 되고자 원가에 고객님들께 판매를 해왔습니다.

통신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한 적은 일절 없습니다."

태준의 말에 한 기자가 손을 들어 물었다.

"하지만 실제로 유니버스와 유니버스 네트웍스 측이 특별한 조건으로 싼 값에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유니버스는 유니버스 네트웍스 쪽에 별도의 유통 대행 계약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특별한 조건'은 제조사 보조금을 말씀하시는 것일텐데...

이를 지급한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시책에 호응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행한 일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며 윤리적으로 경영하며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는 국민 모두가 정보통신의 혜택을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것입니다.

그에 더해 유니버스 네트웍스 역시 정보통신보급 장려금을 받아 사업에 편의를 보는 만큼 국민여러분께 기업차원에서 돌려드려야 한다 생각하여 가족결합할인과 같은 할인 정책을 시행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 국민들을 향한 사회적 책임이라면, 저희 유니버스의 구형 기기 수거 사업은 더 나은 환경을 미래에 돌려주기 위한 사회적 책임입니다."

태준의 말에 자리에 모인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저런 기업가는 또 처음보네."

"미국, 일본에서 금융으로 돈을 왕창 벌었다던데... 그 지갑에서 나오는 배포인가?"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 파운드화 사건 때도 언론에 나와 떠들던...."

"이번 기사는 사실상 김태준 회장 특집기사가 되겠구만."

그렇게 기자들의 눈빛이 호의적으로 바뀐 것을 본 태준은 순간적으로 '먹이를 포착한 매'의 눈빛을 보였다 지우며 말을 이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할지도 모르는 각 PC기업들에게 저희 유니버스에서 제조하는 CPU와 RAM을 원가에 공급함으로서 업계에 대한 책임 역시 다했습니다.

유니버스의 제조사 보조금 정책은 타 통신사들에 납품되는 제품들에도 역시 적용되고 있는 바를 생각해 보신다면 저희 쪽이 이 업계에 도의적 책임을 다 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도의적 책임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대현전자와 수성전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습니다.

CDMA 통신칩 관련하여 정부와 계약한 조건에 반에 공급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간과한 채, 그저 단순히 저희 제품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음해를 받아야 한다면,

저희 역시 법대로, 정부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대현전자와 수성전자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수 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그 스쳐지나간 매의 눈빛으로 태준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수준으로 생색을 냄과 동시에 대현과 수성에 경고를 날렸다.

'어디서 특허도 없는 게 까불고 있어. FANNG 이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데 니들이랑 드잡이 할 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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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태준의 기자회견을 본 대현의 회장 정영주는 곧장 대현전자의 사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왔다.

".... 그러니까. 저 김회장 말이 사실이다 이 말이지?"

"예. 아버지."

"회장님이라고 해라."

"예. 회장님."

그 말에 정영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내가 누누히 장사는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신의를 파는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하지만 덤핑인 것은 사실이고...!"

"네 말이 다 맞다고 쳐도, 김회장 쪽에 통신칩 관련해서 입은 은혜가 있는데 그걸 그렇게 갚으면 되겠어?!

네 눈이 있으면 신문으로 직접 확인해라! 다들 우리보고 양심이 없다고들 난리다."

그렇게 정영주가 질타하자 대현전자의 사장이자 정영주의 아들 정현민은 반발하듯 말을 이었다.

"그런 언론 플레이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김회장 그 인간은 저 낳아준 부모도 잡아먹은 악독한 인간입니다, 아버지!"

"그렇게 도덕적인 걸 따지려 들거면 애초에 그 자한테 은혜도 입지 말았어야지!"

"아버지!"

정현민 대현전자 사장의 말을 한 손을 들어 잘라버린 정영주는 화를 가라앉히며 정현민에게 말을 이었다.

"사장은 당장 가서 유니버스 김회장 모셔오게. 문 앞에서 기다리던 아니면 전화로 사정을 하던 어떻게든 가서 자리를 만들어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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