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플랫폼 (1)
한편, 내가 회사의 지배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사이.
내 기업들은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그 선봉이 바로....
"유니버스넷"
이라 불리는 포털 검색 서비스였다.
전 세계 최초의 검색엔진 서비스로 탄생한 유니버스넷은
QULAB 프로그래밍팀(카이스트 전산학과 중심의 구 유니버스 연구소 2팀)의 높은 기술력과
각 국가에 최적화 된 언어 및 UI설계,
태준이 제시한 핵심 사업 구조 정책인 '무료 사용, 이익 분배'에 따라 설계된 다양한 서비스들 덕분에 등장한지 1년 만에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인터넷 자체가 아직 보급이 덜 되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전 세계 1위를...."
"민영씨까지 왜 그래요? 애초에 웹 검색 엔진은 우리가 최초고... 아직도 후발 주자가 없으니 당연한 거잖아요. 언플용 기사를 진짜처럼 믿으면 어떻게 해요."
그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자체가 아직 보급이 덜 되었다는게 문제였다.
말 그대로 허울뿐인 순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넋놓고 있다가는 언제고 튀어나올 야후와 구글의 추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었다.
"문제는 역시 사용자 수네요."
"아무래도 보급이 느린 편이죠?"
"예. 적어도 한국 시장 보급율이 늘어나면 조금 나아질텐데. 지금은 사실상 대부분의 사용자가 검색과 이메일만 쓰고 있는 실정이라.... 광고 효과가 크지 않아서 그게 문제네요.
거기다 인터넷 마켓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신용카드 정보를 넣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입점한 마켓들 수도 얼마 안되서 그게 참.... 그나마도 컴퓨터 부품관련 업체가 전부인 것도 문제고요."
"뭐... 그래도 딱히 걱정은 안되네요. 여태까지 손 댄 것 중에 안 된 건 없으시잖아요?"
민영의 말에 나는 은근히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막말로 내 성공의 비결은 전생의 기억. 그 뿐이었다.
내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성공해 본 적은 없었기에,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어려움은,
객관적으로는 내가 지나온 여러 장애물보다 약소할지 모르겠으나,
내게 큰 시련이 되고 있었다.
"하하... 그렇죠."
"...응? 왜 그렇게 풀이...."
그렇게 내가 나 자신의 무능에 실망한 것도 잠시.
나는 그 음울한 감정을 털어내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뭐 방법은 있으니까요."
"방법?"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돈이죠. 돈. 돈으로 해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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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태준의 사업이 순항하기 시작하면서 (물론 그것이 기대만큼의 성과는 아니었지만) 태준의 지갑이 점차 두둑해지는 사이.
손의정은 미국에서 오오와다와 만나고 있었다.
".... 매각 대금의 절반을 저희에게 맡기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 말에 오오와다는 살짝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어째서."
오오와다가 아니라, 태준과 손의정이 얽히고 섥힌 관계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의문을 가질 결정이었다.
소프트방코의 매각대금 절반.
그 엄청난 금액을 태준이 주인인 KTJC-A에 맡기겠다는 것은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수수료만큼 싼 수업료가 없더군요."
"예?"
"랜더스... 아니, 지금은 KTJC던가요. 여하튼 KTJC의 모든 투자결정은 사실상 회장님이 하시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야... 그분의 개인 자산이니까요. 일반 운용도 하고는 있습니다만, 주력은 역시 회장님의 개인자산 운용이니 당연하지요. 일종의 패밀리 오피스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예. 그렇기에 돈을 내고서라도 배우고 싶은 겁니다. 회장님의 미래 비전을. 그리고 내가 보는 미래와 회장님이 보는 미래가 얼마나 간극이 큰지도 알아보고 싶은 것이구요."
그 말에 오오와다는 다시 한 번 손의정의 비범함을 느끼고는 얼이 빠진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회장님께 허락을 받으러 가시는 겁니까?"
"예."
"다녀오세요."
그렇게 오오와다가 자리에서 벗어나 태준에게 연락을 취하자 태준이 '아.'하는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손의정 사장이 그리로 갔습니까?"
"예."
그 말에 태준은 씩 웃으며 생각에 잠겼다.
'손의정이 투자를 목적으로 찾아왔다라.... 아직 IT붐이 일어나려면 멀었는데... 구태여 미국까지 투자를 간다는건.... 슬슬 야후가 나올 때가 되었다는 건가?
유니버스 넷을 더 빨리 키워야겠군.'
태준의 생각이 길어졌지만, 오오와다는 불편한 내색 없이 그저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다.
'하긴. 회장님께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 어떻게 보면 원수 사이나 다름 없는 건데 그 원수에게 피같은 돈을 맡기러 오는 발상이 평범한 발상은 아니니까.'
그렇게 두 사람의 생각이 비화폰과 비화폰을 잇는 무선 네트워크망 사이에서 얽혀지던 그때.
태준이 입을 열었다.
"받아주세요. 돈 굴리는거야 어려운 일 아니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답을 들은 오오와다가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태준이 말을 이었다.
"혹시 미국에 검색엔진 사업하는 IT벤처가 있으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게임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게임프리크 쪽은 소프트방코 산하로 해서 넣었습니다. 지금 개발중인 게임을 닌텐도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리콘 앤 시냅스의 경우에는 데이비슨 & 어소시에이츠에 넘어가기 직전에 저희가 매수했구요."
"그렇군요. 게임 쪽은 어차피 건드려봐야 딱히 좋을 것 없으니까 자발적으로 개발하도록 두되 유통 채널을 우리쪽 유니버스에 귀속시키는 방향으로 해서 각 회사 사장들한테 이야기를 좀 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마치고 온 오오와다가 손의정에게 태준의 결정을 알리자.
손의정은 작심한 듯 미리 작성해온 계약서를 내밀었다.
"... 돈을 무조건 회장님의 자금과 동일한 비율로 운용해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러려고 낸 돈이고, 그렇기에 낼 수수료니까요."
그리고 그 계약서에는 손의정의 말대로 태준의 자금과 동일한 비율로 운용을 하고 그 운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 조항을 본 오오와다가 말을 이었다.
"그건 어렵지 않은데.... 진짜 괜찮겠습니까?"
"예. 회장님께서 운영중이신 회사에 들어가는 자금도 있겠지만, 그 밖의 투자도 있을테니까요. 제가 보고 싶은 건 그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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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의정과 오오와다가 계약을 하던 그 시각.
뉴욕 월 스트리트의 다른 건물에서는 꽤나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지난번 파운드화 전략에 대한 분석 다 끝났나?"
"예. KTJC 측과 지난번 구축한 연합 전선 덕분에 분석틀은 거의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서, 다음 타깃은 어디야?"
그렇게 조지 소로스가 턱을 괴고 앉아 보고를 하는 애널리스트에게 묻자, 애널리스트가 말을 이었다.
"유럽쪽에 작게 실험해본 결과 기축통화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 쓸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래?"
"예. 물론 특수한 조건이 요구되기는 합니다만... 기본 컨셉은 범용성이 높습니다."
"그 특수한 조건이 뭔데."
"유럽처럼 서로간의 연동환율을 쓰거나 그와 유사한 외환정책을 쓰는 나라라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때 이미 영국을 통해 뿌리째 뽑혀 말라버린 유럽은 이제 더는 매력적이지 않죠."
그 말에 조지 소로스가 한 쪽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보고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럼 그 두 조건을 가진 곳은 딱 한 군데군."
"예. 동남아시아 입니다. 태국이 주도적으로 주변국들과 스와프 협정을 맺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태국 하나만 치면 연쇄적으로 주변국들도 무너지게 되어있습니다."
"... 덤으로 한국까지 말이지."
"예.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 정권이 바뀌면서 종합금융사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일본의 제로금리 대출을 받아 동남아시아에 초장기 고이율 대출을 해주며 이득을 보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채무자인 동남아 전역이 무너진다면 한국 역시 무사하지 못하겠죠."
애널리스트의 말에 조지 소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슬쩍 건물 밖 길게 이어진 대로를 따라 시선을 이동시켰다.
그렇게 그의 시선의 끝에 KTJC-A의 본사 건물이 닿자 소로스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KTJC의 태준이 한국사람이라고 했었지... 태준에게는 미안하지만... 눈 앞에 돈을 쓸어담을 수 있는게 보이는데 마다할 수는 없지. 일단 준비부터 좀 해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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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의정에 대한 보고를 들은 태준은 가볍게 전화를 끊고는 다시 돈 쓸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궁리끝에 나온 전략은 말 그대로 돈 지랄의 끝이었다.
"이걸... 진짜 하신다고요?"
그리고 그 초안을 정리하기 위해 넘겨받은 민영의 표정은 놀라움과 경악 그 자체였다.
"네. 핸드폰도, 카폰도 전부 이렇게 팔겁니다."
"이러면 사실상 기계는 공짜로 뿌리는 셈인데... 괜찮을까요?"
"다행히 전대 대통령과의 거래로 정부 보조금 역시 나오고 있으니 그리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쪽 손해가 안 나는게 아닌데요."
"대신 사용자들을 전부 우리쪽으로 끌어올 수 있겠죠."
"어차피 점유율 1위인데...."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남은 통신 5개사. 그 중 1위라고 해봐야 전체 시장의 1/4도 안됩니다.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해야해요.
그 1위를 달성한게 태균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부터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계속 치고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거기에 기기에 대한 점유율 역시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고요. 속속 등장하고 있는 다른 컴퓨터 제조 업체들도 있는 만큼... 초장에 압도적인 격차를 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일단, 정리해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민영이 내 초안을 들고 유니버스와 유니버스 네트웍스에 보낼 문서를 작성해 가져왔다.
[추가 모객 전략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1. 유니버스에서 생산 중인 컴퓨터, 핸드폰, 카폰을 전부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 매입한다.
2. 이때, 유니버스 측에서는 유니버스 넷에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납품하되, 할인된 가격은 제조사 보조금으로 처리한다.
3.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는 매입된 제품들과 함께 유니버스 네트웍스에서 판매중인 통신상품을 묶어 판매하며, 판매시에는 통신요금에 포함된 기기 할부 거래를 제안한다.
4. 이때, 유니버스 네트웍스는 정부로부터 '정보통신보급 장려금'을 지급받고, 이 지급받은 금액을 일할계산하여 월 청구요금에서 할인한다.
5. 또한, 유니버스 네트웍스는 통신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 거주지 주소가 같은 고객에 한해 가족 할인을 제공한다.
6. 할부 거래는 최소 24개월로 잡되, 도중에 기기변경을 하게 될 경우 우선적으로 유니버스에서 매입하고, 매입가에 따라 잔여할부금을 제한다.
7. 유니버스 네트웍스 측으로부터 새롭게 매입된 구형 기기는 유니버스 측에서 일괄 매입하여, 재사용과 재활용 여부를 판정하여 새롭게 생산되는 제품의 원가를 절감토록 한다.
꽤나 긴 문서였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보조금 폭탄으로 고객들을 2년간 사는거지."
돈을 뿌려서
유니버스의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늘림과 동시에,
유니버스 네트웍스의 망을 사용하는 사람을 늘리고,
나아가 유니버스넷의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
그리고 종국에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리된 초안이 유니버스와 유니버스 네트웍스에 뿌려지고,
상세한 세부 시행안이 나오자....
"핸드폰, 컴퓨터, 카폰을 거의 공짜로 준다고!?"
"빨리 개통이나 해 줘요!"
"세 개 다 개통하면.... 보조금을 이렇게나 준다고!?"
"가족 할인도 된단말이야?"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유니버스의 점유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시행 첫날인 오늘 유니버스 넷의 신규 가입자가 9만 8천명이 넘었습니다. 거기에 유니버스 네트워크 역시 2위와의 격차를 큰 폭으로 늘렸고요.
거기에 각 대리점 별로 이 기회를 놓칠새라 대리점 업주들끼리 추가 사은품 지급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추가 사은품이요?"
"네. 어떤 대리점은 소소하게 카폰 충전기를 주는 곳도 있었습니다만... 어떤 곳은 아예 전 상품 가입시 휴대폰 한 대를 공짜로 주는...."
그 말에 나는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조만간 정부에 다른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단체로 몰려가 항의를 하겠군요. 불공정 경쟁이라고."
"... 손해보고 파는데도 불공정 경쟁인가요?"
"일종의 덤핑전략이니까요. 뭐 물론 그런 반발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나는 민영의 질문에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통신업체에도 똑같이 유니버스의 기기를 납품하고, 동일하게 제조사 보조금을 줄 겁니다."
"그러면 다른 기기 업체들의 반발을 막을 수 없을텐데요."
"다른 기기 업체들에는 기기의 메인 홈페이지를 '유니버스 넷'으로 하는 조건으로 우리 CPU와 DDR램을 원가에 공급할 겁니다.
그렇게만 해도 통신업체와 PC제조사는 우리편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뭐... 정확히는 우리편이 아닌 오월동주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렇게 어떻게든 한 배를 태우고 나면, 그 과정에서 적으로 남는 건 오로지 카폰 제조사와 핸드폰 제조사만 남죠."
"승패는 명확히 정해졌군요."
민영이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내게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통신 칩 특허 자체를 우리가 쥐고 있으니까요. 특허에 대한 로열티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놓고 보면... 우리 승리는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