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75화 (75/200)

075. 전후처리 (4)

김응삼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니야 그렇겠지만... 니 아들도 모를까?"

"제 식구들이 뭘 한게 있습니까?"

그렇게 내가 모르쇠로 잡아떼자 김응삼이 말을 이었다.

"뭐 그렇겠지. 애초에 작정하고 한 일을 인정이나 할까. 뭐라 하려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우리를 건너뛰고 일을 처리한게 섭섭해서 한 소리 한 걸세."

과연 진짜로 섭섭해서 였을까. 아니면 이걸 빌미로 내 목을 죄려고 했었던 것일까.

진의는 알 수 없었지만, 김응삼이 그렇다니, 그러려니 해야했다.

그렇게 나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진짜로 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알겠네. 그럼... 만난 김에 묻지. PC뱅킹 서비스는 제대로 다 되고 있나?"

서로 덮고 지나가자는 말.

그 말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금융실명제 관련해서 PC통신을 가지고 쓸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계속해 봐."

"첫 번째, 금융공동망과의 연계입니다. PC뱅킹에서 일상적인 금융 서비스, 송금, 이체 등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처리방식이 기존의 처리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면... 예를 들면 수수료가 낮게 책정이 된다던가 하면, 더 많은 이들이 PC뱅킹을 사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확실히 그렇겠군."

"두 번째, PC뱅킹의 보안문제입니다. 자신의 계좌에 누군지 모를 사람이 PC통신에 접속하여 멋대로 송금 이체를 해버린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대통령님께서 원하시는 플랜이 나옵니다."

내 말에 솔깃한 표정을 지어보인 김응삼 대통령이 되물었다.

"내가 원하는 플랜?"

"예.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인증서비스입니다. 인증서를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발급을 받고,

미리 창구에가서 그 인증서와 계좌를 연동해 둔다면, 금융실명제가 일어나기 이전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금융실명제에 대한 제반 작업을 미리 해둔 셈이 되게 되므로 혼란이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아주 좋은 방법이야."

"거기에 보안추가라는 이름으로 이동통신사와 연계한다면, 이중으로 실명확인이 가능하게 됨과 동시에 불법적인 통신 서비스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통신사를 가진 내 입장에서 붙인 사족이었지만 태클은 없었다.

애초에 정부 시책에도 잘 맞는 시스템인데다, 이중 삼중으로 자연스럽게 실명확인을 할 수 있다면 정부가 바라는 금융실명제 역시 확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것이니 그럴 터였다.

그렇게 내가 설명을 마치자 아래 놓인 종이에 연신 내 말을 적어내려가던 김응삼이 툭 하고 물어왔다.

"해서, 그렇게 진행하고 있나?"

"예. 우선은 PC뱅킹용... 그러니까 PC통신 기반의 뱅킹 서비스와 차세대 통신기술인 인터넷 기반의 뱅킹서비스의 구축은 거의 완료된 상태입니다.

협조 공문을 미리 보내주신 덕에 은행들에서도 협조를 잘 해주더군요.

여기에 개인확인용 인증서 역시 설계 및 개발은 이미 완료해 둔 상태입니다. 문제는...."

"문제가 있나?"

"정부의 전산화 속도가 한참 늦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 자료도 현저히 부족하고, 그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활용이 되고 있지 않죠.

개인 인증서를 활용하려면 원 자료인 주민등록된 주민들의 리스트가 필요한데, 그게 아직 없습니다."

"전산화가 안 되어있다 이 말이가?"

"예. 정확히는 전산정보가 부처별로 전부 다 따로 놉니다. 동사무소에서 취합된 주민들의 주민번호, 지문, 이름, 사진과 같은 것들이 필요에 따라 각 부처로 전달이 되는데,

문제는 각 부처단위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자기네들 편한 방식으로만 정리가 된다는 겁니다.

심지어 저희가 국가 승인을 위해 테스트용으로 받은 원자료에는 있는데 법원에는 출생신고가 안되어 있는 사람도 있었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그기 말이 되나?"

"애석하게도... 행정부에는 등록이 되어있는 사람이 법원에는 없다면, 그 사람은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심지어 그 사람... 군필이었습니다. 군대까지 다녀온 사람이 법원에는 출생기록조차 없는 겁니다."

"그라모 어쩌면 좋겠노?"

"일단은 국가단위의 통합 정보체계를 구축해야합니다. 구축해서 각 부처별로 필요한 정보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게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그렇게 취합된 정보를 사기업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요."

"사기업엔 와?!"

"은행, 통신업체 모두 사기업이니까요. 당연히 모든 정보가 아닌 필요 정보만 열람토록 해야할겁니다."

내 말에 김응삼 대통령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라모... 그 인증서 시스템을 온전히 쓰려면 얼마나 더 걸리겠노?"

"정부측에서 자료 정리가 완료되면 바로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 그걸 외주를 주모 안되겠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당연합니다. 외주를 주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요."

"후..."

"다만,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저희가 새롭게 만든 시스템이 있습니다."

"만든게 있나?"

"예. 통합서버입니다. 차세대 통신 규격인 HTTPS표준으로 설계한 시스템인데, 내부망으로 구축이 가능합니다.

동사무소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공무원에 그 신고서에 맞게 칸을 작성하여 넣으면 법규에 맞게 주민번호를 생성하고 저장까지 되는 시스템입니다.

그 주민번호를 기준으로 자산, 세금 납부여부, 군필여부까지 한번에 정리되는 시스템이죠.

물론 보관되는 파일은 자체 보안 시스템으로 외부에선 열람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너는 그럼 이 시스템을 팔겠다 이기가?"

"예. 이 시스템을 구축하시면 곧바로 각급 행정기관에 보급하여 작업을 빠르게 마칠 수 있습니다.

저희쪽이 직접 작업하는 것이 아닌 공무원이 작업을 하는 것이고, 그 원데이터 역시 정부에서 가지고 관리하는 것인 만큼 법에도 저촉될 일이 없지요."

그 말에 김응삼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겠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 수의계약이면 되겠나?"

"경쟁입찰도 상관 없습니다.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요."

"실명제. 그거는 계획대로 해도 되긋나?"

".... 고위직 재산공개 다음날에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김응삼이 혀를 내두르며 내게 말했다.

"니는...진짜. 괴물이다 괴물. 눈치가 거까지 돌아가나? 그래 맞다. 가능하긋나?"

"2주 남았는데 될리가요. 1년 더 기다리시죠. 경제수석도 반대입장이라던데... 차라리 안심하게 만들고 다음년도 재산공개때 하심이 어떠십니까?

핑계도 좋지 않습니까. 하려다 말았다. 이렇게 냄새만 좀 풍겨도 다들 안심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알긋다. 힘들지만 해볼께. 아들이 승질낼거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 아프지만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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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김응삼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나는 올라온 김에 평창동에 들어갔다.

".... 들어오시랍니다."

내가 하도 뭐라고 해대서인지, 이제는 호칭조차 붙이지 않고 내게 말하는 박승철 이사를 보며 나는 씩 웃고는 김두혁 회장의 서재로 들어갔다.

"청와대에서 바로 이리로 올 생각을 다 하고... 무슨 일이냐?"

"자꾸 어깃장을 놓는다고 제 동료가 그러기에 한 마디 해주러 왔습니다."

"뭐?"

"그냥 텔레콤 조용히 넘기세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야 이놈아! 너 달래주려고 일부러 소프트방코랑 지분 교환계약을 했던건데 그걸 노리고 들어와서 먹어 치워놓고 이 무슨....!"

"그게 무슨 헛소립니까?"

"소프트방코 통해서 도쿄디지털셀 인수하려던거 아니냐! 그걸 우리가 본의 아니게 반이나 채간 셈이 되었으니...."

김두혁 회장의 말에 나는 슬쩍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소프트방코 그 자체를 먹을 계획이었지 도쿄디지텔셀은 애초에 생각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렇잖습니까. 어차피 일본이야 통신시장 개방도 한참 전에 이뤄졌고, 구태여 제가 인수하고 들어가지 않아도 제가 차릴 수 있는데 뭐하러 그럽니까."

"하... 그래. 지난 일은 되었고. 그래서 태균텔레콤을 내놓으라 소리하려고 온게야?"

"힘 빼기 싫으니까요."

내 말에 김두혁 회장이 버럭 소리를 치더니 말을 이었다.

"힘 빼기 싫다? 먹을 수 없는게 아니고?"

"먹을 수 없을리가 있나요. 태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오냐. 어디 힘 싸움 한 번 해보자. 네가 이기나 태균이 이기나 해 보자고. 네가 석훈이 집어넣고 신이 난 모양인데,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보거라."

김두혁 회장의 말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고는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저는 분명 경고 했습니다. 이후에 벌어질 일은 기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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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우리 정부는 전자정부를 구축함에 있어...."

태준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이 발표되고, 많은 기업이 입찰에 들어갔다.

"이번 국가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 계약에 선정된 업체는 QULAB입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승자는 QULAB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업체들이 가져온 시스템은 기껏해야 문서정보를 그대로 컴퓨터 파일로 옮겨 보관하는 것에 그치는데 반해,

QULAB, 태준이 가져온 시스템은

기본적인 신원정보는 물론이고, 재산 및 병역, 학력 및 자격사항,

거기에 더해 각 기관에 등록된 그 사람의 사진, 지문 등과 같은 그림파일까지 완전히 정리가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법인까지도 통합된 시스템으로 관리 할 수 있게 꾸려져 있는데다,

이름만 넣으면 각종 증명서류들까지 자동으로 칸을 채워 발급가능하다는 점은 정리 면에서 뿐만 아니라, 행정 업무 면 역시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범용성에 더해....

"곧바로 인증서 시스템과도 연동이 된다니... 이렇게만 되면 대부분의 정부 업무는 물론이고 금융업무까지도 전부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곧바로 인증서 시스템과도 연동이 되어 각급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모든 행정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평가를 맡은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각 정부부처의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태준의 승리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그렇게 정부와 QULAB의 계약이 체결됨과 동시에 정부에서는 1차 전산화 작업에 들어간다며 온갖 언론을 동원해 김응삼 대통령의 치적사업이라며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정부와의 대형계약을 통해 대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태준은 그 시끄러운 틈을 타 곧바로...

"어음 다 터뜨렸습니까?"

"예. 거기에 골드만 삭스도 빠르게 채권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어음과 회사채로 태균물산을 공격함과 동시에,

"공매도는 하고 있습니까?"

"예. 골드만에서 저희쪽에서 맡긴 자금으로 공매도 들어갔고, 저희도 일본 랜더스 통해서 공매도 하고 있습니다."

공매도로 멀쩡하던 태균물산의 주식을 끊임없이 공격하며 아래로 끌어내리고,

"언론쪽은 어떻습니까?"

"전자정부쪽 사안때문에 묻히는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일단은 태균자금난에 대해서 계속 경제지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장작넣죠. 채권단 구성해서 보도자료 뿌리세요."

그에 더해 언론플레이까지 하며 태균을 부도의 구렁텅이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태균을 향해 시끄럽게 공격이 가해지자....

김응삼 정부에서는....

"부실해진 사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리는 것은 자유시장논리에 위배되는 것"

이라는 촌평을 내놓고는 태균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고,

김태충 민평당 총재 역시 이례적으로...

"부실기업에 혈세지원은 말도 안되는 일. 대마불사의 신화는 깨져야."

라는 발표를 총재가 직접 나서서 함으로써 김응삼 정부의 발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렇게 태균이 정치권 전반에 손절을 당하자 연이어 은행들 역시 태균을 손절하기 시작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태균이 내린 선택은....

"태균텔레콤... 지분 전부 팔아."

"...예."

이 사태를 일으킨 태준에게 태균텔레콤의 지분을 내놓으며 비는 일이었다.

"태균측에서 태균텔레콤 지분 판다고 연락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바로 매입하고 합병절차에 들어가세요."

"공격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공매도까지 친 상황이라 태균이 더 망가지지 않으면 우리가 피봅니다."

물론 태준은 태균이 빌고 애원해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김석훈이 살아있는 이상... 어쩔 수 없지. 완전 재기 불능으로 만드려면 아예 밭째로 태워버리는 수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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