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전쟁 (9)
"왜 이렇게 늦는거야."
그 시각.
김석훈은 작전 준비를 모두 마치고 작전의 실행만을 남겨둔채 사라진 깡패들을 기다리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잘그락.
한 손에는 어디서 구한지 모를 마약성 진통제가 주사기를 든 채 불안에 떠는 그의 모습은 자식을 죽여 자식의 재산을 강탈하겠다는 계획만큼이나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성이던 그 때,
그토록 기다리던 전화벨 소리가 차를 연신 두드리던 빗소리를 뜷고 김석훈의 차 안을 울렸다.
"지금 애들 보냅니다."
"...후. 바로 도착이야?"
"예. 딱 두 놈 만 보냈습니다. 한 놈은 돈 받을 놈이고, 또 한 놈은 경찰한테 잡혀서 증언할 놈입니다. 경찰에 협조는 해뒀습니까?"
"했으니까. 빨리 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김석훈의 차로 다가왔다.
-탕탕
차 뒤 트렁크를 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며 김석훈은 빠르게 차 트렁크를 열어주고는 바로 빠르게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주사기를 팔에 꽂고 바로 약물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이 김석훈의 혈관을 타고 흡수되는 동안, 돈가방을 챙긴 오토바이 운전자가 손짓으로 밖으로 나오라고 신호를 하는 것이 김석훈의 동공 너머 망막에 거꾸로 비쳤다.
"엌... 이게 이렇게 어지러운..."
그렇게 비틀거리며 김석훈이 차 밖으로 나오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멀리 사라지고, 또 다른 오토바이가 김석훈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훕후웁...."
그렇게 김석훈이 짧은 심호흡을 내뱉기가 무섭게 오토바이 운전자가 오토바이에서 내려 빠르게 김석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찌익...푹.
김석훈의 귓가에 파육음이 울려퍼지더니 그대로 김석훈의 와이셔츠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혼란과 착란.
핏물과 빗물.
비명과 이명.
이 모든 것이 동시에 김석훈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김석훈이 그토록 기다리던 경찰 사이렌 소리가 김석훈의 귓가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으흐흐... 내가 이겼어... 이겼다고.."
침인지 비인지 알 수 없는 액체를 흘리며 바보같이 승리를 확신하던 김석훈은 그렇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몸을 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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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건지 알아봤습니까?"
"예. 알아보니 김태준 회장이 모건 스탠리에 거래를 제안한 모양입니다. 이번 건으로 사실상 모건 스탠리는 도쿄디지털셀의 투자금의 두 배 정도 되는 차익을 보았다더군요."
정보를 들은 손의정이 인상을 쓰며 책상을 내리치자, 정보를 건네준 노무라증권의 요시오카는 말을 이었다.
"회장님만 당한게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태균텔레콤이 똑같은 방식으로 당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신탁을 활용해서 명의를 숨기고 있던 모양인데...
우회 상장까지 성공한 마당이니 이젠 숨길 필요가 없어졌기에 바로 돌려받은 것이겠지요."
"잠깐.... 태균텔레콤도 당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 말에 요시오카가 자신이 파악한 사건의 전말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건에 대해 들은 손의정은 자신의 머리를 연신 쥐어 뜯을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지분 교환이 악수가 되었어...! 지분교환을 받아들인 탓에 소프트방코부터 태균텔레콤까지 죄다 먹힌 거야...!'
그렇게 손의정이 머리를 쥐어 뜯으며 신음하자, 요시오카가 말을 이었다.
"손 사장님께는 안 된 말씀입니다만, 시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호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벌써 김태준 회장이 손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QULAB산하에 소프트방코가 들어갔다고 연신 홍보중이고, 일반 투자자들 역시 그 뉴스를 호재로 인식하고 있어서... 주가가 엄청나게 뛰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김태준 회장이 가진 한국이동통신이 있는 마당에 태균텔레콤까지 김태준 회장 손아귀에 들어가버린 지라 독과점 문제를 우려하고 있기는 한데...
그쪽은 어차피 비상장이기도 하고, 다른 이동통신회사가 없는 것도 아닌지라, 그리 큰 비판은 받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 말에 손의정이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주식이 얼마나 올랐습니까?"
"일단 발표 직후 이미 10%가량이 올랐고, 이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 사장님의 경영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손 사장님께선 지금 엄청난 이득을 보신겁니다. 안 그래도 정문상장이 아니라 우회상장이라 제 평가를 받기 힘든 주식이었는데 한 순간에 이 정도까지 올라간 것은 기적과도 다름 없으니까요."
그 말에 손의정은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요시오카를 바라보았고,
그런 손의정을 보는 요시오카 역시 축하를 해야할지 위로를 해야할지 모를 표정으로 쓰게 웃어보였다.
한편, 서울에서는...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일본 진출을 위해 도쿄디지털셀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팔려나갔던, 지분을 태준 도련님이 사들인 모양입니다.
저희가 태준 도련님을 달래기 위해 소프트방코에 제안했던 지분교환이 빌미가 되어... 태균텔레콤이 태준 도련님 산하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보고를 받은 김두혁 회장이 노기를 숨기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그... 그래. 정확히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
"아무래도 소프트방코는 태준 도련님께서 지원하는 것이 아닌 먹잇감으로 키웠던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 저희는 휘말린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일본의 소프트방코의 경우 완전히 태준도련님께 넘어가버렸고, 그 바람에 소프트방코의 지분과 태준 도련님이 개인적으로 보유하신 지분 35%가 합쳐지며 절묘하게 51%를..."
그렇게 이어지는 태균텔레콤 사장의 보고에 김두혁 회장은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가져온 건데...! 그걸 지금 말이라고...!"
"죄송합니다!"
태균텔레콤 사장으로서는 김두혁 회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많았지만.
차마 태균의 절대자인 회장에게 말대답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죄송하다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 됐어. 나가봐."
당연히, 김두혁 회장 역시 자신의 결단에 의해 일이 진행되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더는 질책하지 못하고 태균텔레콤 사장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렇게 태균텔레콤 사장이 물러나자, 교차하듯 박승철 이사가 서류 두 통을 들고 회장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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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희 식구들 풀어주시죠."
검은색 수트케이스를 들고 나타난 바이크 자킷 복장의 남자가 내게 당당히 말하자, 나는 슬쩍 신병철 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신병철 부장이 손짓으로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곤 말을 이었다.
"아직. 경찰서로 가 증언할 놈이 무슨 수작질을 부리니 알 수 없지 않나. 언론 보도 나올때 까지 잠시 기다리지."
"말씀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말씀?"
"이번 일만 잘 끝내면 우리를 풀어주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내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일이 안 끝났잖아."
"도망갈 타이밍을 놓치면 저희도 위험해집니다. 저희가 위험해지면..."
건방을 떠는 깡패새끼의 말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위험해지면 뭐."
"저희도 가만히...."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셈인데?"
내 계속된 압박에 깡패놈이 눈알을 좌우로 굴리자 나는 인자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그냥 조용히 있어. 나도 니놈들 못 미더워서 경찰에 잡히게는 안 두니까. 무슨 헛소리를 지껄일 줄 알고."
"... 알겠습니다."
그렇게 깡패새끼를 제압한 나는 곧장 신병철 부장에게 말을 이었다.
"이번 일 깔끔하게 마무리하시고 바로 대전으로 오시죠."
"예."
"아, 그리고 저 놈들 돈에는 손 대지 말라고 해주십시오. 때 묻은 돈 먹으면 체합니다."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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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을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들어오자...
"와. 이게 누구야. 엄청 오랜만이네요."
앤이 소파에 반쯤 누워서 내게 비아냥거리듯 말을 이었다.
"오셨습니까?"
"오셨습니까아?! 미스터 킴. 제가 한국에 들어온지가 언젠 줄이나 아세요? 벌써 넉 달은 지났다구요."
"압니다. 보고는 들었으니까요."
"대체 얼마나 바쁘길래 얼굴 한 번 안 비춰요?"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것 저것 많이 바빴습니다. 논문 관련된 것도 있고, 겸사겸사 일 처리 할 것도 많아서요."
"뻥 치지 마요. 어차피 판 다 깔아놓고 정리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혹시 나 피해다녀요?"
"진짭니다. 제가 왜 앤을 피해다닙니까. 그리고 뻥 치지 말라니... 그 말은 누구한테 배웠습니까?"
내 말에 앤이 살짝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관심이 없다는 말을 그렇게 젠틀하게 하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요."
"애초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들으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여러가지 의미로. 그리고 앤도 한국 오자마자 꽤 바쁘지 않았습니까?"
"... 아버지 일 때문에 말이죠. 후. 대체 어쩌다가.... 이거 계약 위반인데... 골드만 삭스에 있으면서 아버지 일까지 하면 겸직금지 조항 위반이라구요."
앤의 투정섞인 말에 나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민영씨는 어디 갔습니까?"
"아. 민영은 방금 전 전화 받고 어디 가던데요?"
"전화...?"
"오면 이거 전해달랬어요."
그렇게 앤이 건넨 쪽지에는....
"이런. 저도 빨리 가봐야 겠네요."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민영씨 아버님이 돌아가신 모양입니다."
그 말에 앤이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 이런. 그런 줄도 모르고 마지막까지 놀렸는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예. 가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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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주주총회?"
"예. 물산과 전자 양 쪽에 보내졌답니다. 발신자는 랜더스 아메리카... 즉, 태준 도련님이구요."
연이은 보고에 김두혁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안건은... 당연히 대표이사 해임이겠군."
"그게...."
"그게 아니야?"
"예."
박승철 이사가 짧게 대답한 뒤 내민 서류에 적힌 안건은...
안건 : 태균텔레콤과 한국이동통신, 유니버스넷의 합병에 대한 건
해임안 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었다.
"삼각 합병...?!"
"예. 작정하고 저희 주식을 희석시키려는 의도 같습니다.
우리쪽에서 지분을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지요.
한국이동통신의 경우 태준도련님께서 세운 한국랜더스... 그러니까 법인명으로는 KTJ코퍼레이션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유니버스넷 역시 KTJ코퍼레이션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셋의 삼각합병이 이뤄진다면... 그리고 합병규모를 자산총액기준으로 비율을 정산한다면...
사실상 저희쪽의 49%의 지분은 잘 해야 15%대까지 밖에 못지킵니다. 그 마저도 태균텔레콤의 자산을 최대치로 잡았을 때의 이야기고, 통상적인 수준으로 계산할 경우에는... 11%가 고작입니다."
그 말에 김두혁 회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지 않나. 의결권 자체가 이미 과반을 전부 빼앗겼는데."
"예...."
"이게 태준이가 말한 타격... 은 아니겠지. 이건 어떻게 보면 우리 자살골이니까. 3부 애들로 부터 올라온 보고서는 없었어?"
"별 다른 보고는 없었습니다. 다만, 김석훈 이사쪽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겠다는 보고가 전부였습니다."
그 말에 김두혁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비서실에서 알아본 건?"
"김석훈 이사가 최근에 마약성 진통제를 구매했다는 첩보를 받고 일단 그 건을 수습하고, 예의 주시 중입니다."
"그 놈 이제 약도 하나?"
"일단은 자가소비를 전제로 주시중입니다만... 태준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도 있어서 다른 용도로 쓸 가능성에도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소송 쪽도 최대한 방해공작을 펼쳐서 고법에서 일단 멈추어 두었는데... 국회 표결이 코 앞이라 다시 빠르게 진행시켜보려고 합니다.
국회에 통과가 되면 양육관련 사항이 추가되어서 태준 도련님이 원하시지 않는 이상 태균가로 도련님을 끌어들이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박승철 이사가 보고를 하던 그 때.
비서실의 소속의 남자가 황급히 회장실로 뛰어들어오며 말했다.
"TV! 지금 당장 TV를...!"
그 말에 박승철 이사가 질책할 틈도 없이 김두혁 회장이 황급히 TV를 틀었다.
- 속보입니다. 태균물산의 김석훈 이사가 한강 고수부지 일대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투약에 사용한 주사기와 다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