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70화 (70/200)

070. 전쟁 (8)

신병철 부장이 명실상부한 전략 3부의 관리자가 된 이후.

전략 3부는 오롯이 그 역량을 태준을 관찰하는데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런 관찰은...

"전략 3부? 거기 닭쫒던 개 된 애들만 모이는데 아닌가?"

"거기 하는 것도 없잖아?"

"그래도 지랄맞은 둘째 도련님 모시는 것 보단 낫지."

사내의 낮은 평가 속에서도,

"저희는 언제까지 태준 도련님 관찰만 하고 있는 겁니까? 아예 퇴사를 해서 태준 도련님 쪽에 붙던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희는 전임 부장님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태준 도련님을 뒤에서 모셔왔는데 정작 태균그룹 내에서도, 그렇다고 태준 도련님께서 만드신 리더스에서도 핵심이 아니지 않습니까?"

부서 내의 반발 속에서도,

"이번에도 별 다른 보고는 없군."

"예. 이제는 숨어서 뭔가를 하지 않으시니까요? 정치인들을 만나뵌 게 특이사항의 전부입니다."

심지어 직속 상관이라 할 수 있는 박승철 이사의 실망과 방관 속에서도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신병철이 3부의 부장직을 수행하며 태준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내린 결론은....

'역시 그때 뵈었던 대로 태준 도련님은 태균 그룹 내로 들어오실 생각이 없으셔.

아니, 도리어 태균 그룹 자체를 별로 좋게 보고 있지 않으시다고 보아야 맞겠지.'

태준의 안중에 태균그룹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예상 내의 당연한' 결론을 내리고 난 신병철이 택한 것은....

"태준 도련님께서 태균에 관심이 없으시다면... 우리가 직접 가져다 바치는 수 밖에.

앞으로 우리는 우리 역량을 전부 다른 회장 후보자들의 견제와 감시에 쏟아붓는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때....

우리가 가진 패로 다른 회장 후보자들을 몰아내고 태준 도련님께 통으로 태균을 가져다 바침으로써 우리는 태균이라는 그룹 내에 새로운 핵심세력으로 자리매김한다."

태균그룹 내부에서 중상을 펼치는.... 쉽게 이야기 하면 배후중상 전략이었다.

태균이라는 거대 기업집단에서 이런 배후중상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의 배신이라 할 수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장 직속 기관으로서 후계자들간의 암투를 지원하는 전략실의 특이성,

그리고 그 충성의 대상이 태균의 후계자인 태준이었다는 점에서 배신행위가 아니라는 해석덕분에 이중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이중적 위치를 신병철은 철저하게 이용했다.

"김석현 사장 관련 추가 정보는?"

"최근에 두 집 살림을 정리한 모양새입니다. 김석현 사장의 애첩이 살던 오피스텔이 최근 매물로 나왔답니다."

"김석민 이사쪽은?"

"김석민 이사쪽의 경우 김민정 아가씨의 연애문제에 골머리를 썩는 모양입니다. 나이트에 서 만난 남자를 옆에 끼고 다니는 모양인데 김석민 이사가 이를 정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김석훈 그 양반 쪽은... 뭐 안물어봐도 뻔하지."

"예. 부산에 깡패들과 어울리며 뒷배를 봐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약점을 파고,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

"개인 주주들은 만나 봤어?"

"예. 혹시 몰라 위임장을 받아 뒀습니다.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만약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쓸 수 있는 카드입니다."

"최대한 표를 모아야 해. 쿠(쿠데타)는 빠르게 치고 나가는게 중요하니까."

혹시 모를 주식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뒷공작까지 꾸준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진행을 했던 것이었다.

"자네. 태준 도련님께 좀 다녀오지. 아무래도 노여움이 크신 것 같으니 자네가 가서 잘 좀 말씀드려봐."

그렇게 때를 기다리며 계속된 밑공작만 펼치던 신병철에게 최근 내려온 박승철 이사의 명령은 하늘이 내린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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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협조는 태균에서 바라지 않을텐데요?"라는 말로 시작한 내 의문에 신병철 부장은 꽤나 길고 긴 이야기를 해주었다.

태균에 있어 전략 3부가 어떤 입지인지.

또 그 입지 속에서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그렇게 보고인지 아니면 칭찬을 바라는 투정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신병철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군이 태균에 있었네.'

애초에 나로서는 태균은 거들떠도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생각지도 않은 우군이었다.

태균으로부터 얻어낼 것은 다 얻어냈고, 그 얻어낸 것을 기반으로 PC업계의 주요 강자들 역시 내 손에 쥔 상태에서 구태여 태균까지 욕심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김두혁 회장이 본인이 할아버지입네 하면서 자꾸 나랑 엮이려 드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었지.'

그러나, 기어이 실각시킨 김석훈이 작정하고 내게 달려들며 이야기 자체가 달라진 것이었다.

실각으로 인해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김석훈이 내게 유전자를 줬다는 사실을 빌미삼아 태균의 주요라인에 돌아온 것도 모자라 뒤에서 나를 죽이려 드는 상황.

이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태균을 먹어치우고, 김석훈을 완전히 밟아버리기로 결심한 나로서는 전략 3부라는 새로운 아군의 등장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물론 무조건 반길 일은 아니었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태균을 먹어 치우고 난 뒤에 이 사람들을 써먹을 데가 없네.'

뒷공작에 능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들어온 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기존에 데리고 있던 충신들이라 할 수 있는 오오와다나 민영을 이들이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기에 마냥 좋아하기도 애매했다.

그렇게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신병철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괜한 짓을 한 겁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덕분에 태균을 인수한 이후에도 안정화 작업이 수월하겠어요."

"헌데... 왜 표정이."

그 말에 나는 솔직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여러분을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그게 고민입니다."

그러자 신병철 역시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 확실히. 저희 3부의 존재가 어쩌면 회장님께는 태균과의 고리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겠군요. 그걸 바라지는 않으실 테고요."

내 솔직함에 당황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요구하기도 전에 내가 요구조건을 말해보라 해서 황당한 것일까.

묘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 신병철을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바라는 것이 있기에 태균을 제게 넘기려는 것 아닙니까?"

"... 이걸 바람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제가 전략 3부 부장이 되기 전까지 제 위로 두 명의 부장이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야 태균이라는 틀이 아닌 틀 밖에서 활동을 하셨으니 저희의 존재가 별 의미가 없겠지만, 저희로서는 그게 아니었죠.

부서의 특징이 그러니 엘리트로 이뤄져 있었지만, 그 뿐.

실질적인 후계자 경쟁은 장남 대 차남의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대 부장들은 모두 별다른 사고 없이 부서를 지키다,

적당히 전자쪽 대리점 영업권을 받아 사장님 소리 들으며 사는 걸 목표로 움직였습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신병철 부장은 꽤나 미운털이 박혔겠군요."

"뭐. 그런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회사인 만큼 실적이 필요했고, 저와 계원들이 부서의 실적을 채우는 역할을 했으니까요.

다시 드리던 말씀을 마저 드리자면, 사장님으로 사는 것을 꿈꾸는 것도 부장을 단 사람들이나 그렇지, 말단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 따로 갈 부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저는 빠르게 회장님에게 붙기로 하고 저희 계원들 부터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부장을 단 지금까지 이어졌다... 그 말이군요."

"제가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까요. 계장 시절에는 그래도 계원들만 어떻게 데리고 나와 회장님께 붙을 생각이었지만...

부장을 달고 하다보니 계원들은 커녕 저 한 몸 빼기도 쉽지 않더군요. 거기다.. 받아주실지도 미지수고요. 해서 공적을 쌓기로 한게 지금에 이르게 된겁니다."

"해서 그 공적을 쌓고 제게 드디어 보고를 하게 된 지금. 그 공적에 대한 상으로 뭘 바라십니까?"

"태균을 장악하게 된다면, 우선 저희 부서 친구들을 중용해주십시오.

회장님의 직속이라면 제일 좋겠지만, 태균과의 모든 고리를 지우고 싶으시다면, 직속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회장님께 붙어만 있으면 어떻게든 성공해 낼 친구들이니까요."

그 말에 나는 빤히 신병철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어디까지가 아부인지.

혹은 동정을 사기 위한 싸구려 스토리텔링인지.

판단이 필요했다.

"우선은 앞서 그렇게 자신하셨던 김석훈 건을 어떻게 막는지. 그것부터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 말에 신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곧 좋은 보고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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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균의 전화를 받은 손의정은 의외의 제안에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균과의 지분 교환을 원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서로 관계가 돈독해지면 이번에 인수하게 된 도쿄디지털셀도 잘 이끌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태균, 정확히는 태균텔레콤과 소프트방코의 지분 교환.

그것은 손의정에게는 꽤나 달콤한 제안이었고,

태균텔레콤의 입장에서도 꽤 유용한 제안이었다.

손의정의 입장에서는 우회 상장 이후 불안해질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이 생기는 것이었기에 달콤했고,

태균텔레콤으로서는....

"태준이 달래줄 다른 방법도 찾아봐."

"그럼... 태균텔레콤과 소프트방코의 지분교환은 어떻습니까? 지분교환을 통해 관계사가 된다면 소프트방코 주식 10%를 보유한 태준 도련님께도 어느정도 이득이 생기게 되지 않겠습니까?"

태준을 달래줄 수단으로서, 태준에게 보여주기 위한 '협조적인 자세'라는 면에 있어서 꽤나 유용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태균 내부의 그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손의정으로서는 태균텔레콤의 사장이 말하는 '돈독한 사이'라는 명분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꿍꿍이가 있더라도, 일단은 이 방법 뿐이지.'

"그럼..."

그렇게 태균텔레콤 사장의 건넨 표면적인 말을 믿은 손의정은 자신이 세운 합병계획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이 것은 어떠십니까?"

그 말에 태균텔레콤의 사장은 자신이 모시는 김두혁 회장의 말을 다시금 상기했다.

'혹시라도 그 쪽에서 역제안이 들어오면 손해나지 않는 선에서 받아줘.'

회장의 지시를 떠올린 태균텔레콤 사장은 제안을 끝까지 듣고는 말을 이었다.

"예. 그럼 합병에 동의만 해주면 되는 것입니까?"

"예. 그렇게만 된다면 소프트방코의 주식을 태균측에서 일정부분 확보하시게 되는 것이니..."

"저희로서는 손해가 없는 장사군요."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합병 이후에도 제 쪽에 우호지분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차원에서 드리는 제안이니까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합병 이후 제 지분을 팔아서라도 태균텔레콤측의 지분을 10%로 맞춰드리겠습니다. 그 이상의 지분을 원하신다면 지분교환도 가능하고요."

그 말에 태균텔레콤 사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럼 상장전에 지분교환까지 하는 것으로 하지요. 단, 우호지분에 관한 건은... 새로 저희에게 파실 지분에 대한 건만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교환지분과 기존 보유지분은 이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들의 밀실 협약.

그것은 손의정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소프트방코 주주명부

손의정 - 33.3%

(한) 태균텔레콤 - 26%

(한) 한국랜더스 - 20%

(일) 일본랜더스 - 9.2%

김태준 - 6.6%

일반 주주 - 4.9%

간발의 차로 태준이 소프트방코를 지배하는 구도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주주명부에 변동이 있었다고? 그게 무슨...! 이리 내봐!"

태균텔레콤 주주명부

(미) 랜더스아메리카 - 35%

태균물산 - 24%

태균전자 - 25%

(일) 소프트방코 - 16%

태균텔레콤의 대주주로 김태준이 올라서는 구도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터진 7월 1일.

태준은 즐거운 표정으로 부산의 허름한 창고에 앉아있었다.

"이걸로 소프트방코를 완전히 내 지배하에 넣게 되었네. 거기다 태균텔레콤 쪽 역시 내 지배하에 들어왔고. 둘 다 거의 1%차이로 내가 먹었네.

내가 모건 스탠리와 거래한 걸 모르고 지들끼리 삽질을 해줘서 일이 훨씬 수월해졌네.

거 참. 지분 교환이라니. 손 사장, 머리 많이 썼네. 하하. 그래봐야 오늘 먹나 내일 먹나 차이였겠지만..."

그렇게 오오와다를 통해 문자로 보고를 받은 태준은 혼잣말을 마치고 비화폰을 덮으며 옆에 시립한 채 서있는 신병철을 향해 말을 이었다.

"이 친구들이 그 친구들입니까?"

"예. 김석훈 사장이 고용한 친구들입니다. 얼마 전에 작전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을 포착하고 잡아온 것입니다."

"잘 했네요.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죄송합니다. 부산도 서울도 아닌 성남에 숨어있을 줄은 몰랐었습니다."

그 말에 태준이 신병철의 어깨를 툭툭치고는 묶인채 잡혀있는 깡패들 앞으로 가 말을 이었다.

"가서. 니들 원래 하려던거 해. 대신. 잡혀들어갈 놈한테 이 녹음기 쥐어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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