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69화 (69/200)

069. 전쟁 (7)

태준이 김태충과 거래를 마친 그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아버지....!"

"안된다니까! 일전에야 네 멋대로 한국에 가서 내가 못 챙겨준 거지 그냥 가도 괜찮아서 안 챙겨준게 아니다!"

"그렇다고 이러실 건 없잖아요!"

"네 사생활은 방해 안 할게야. 우리 애들 실력이 얼마나 좋은데."

오브라이언 가의 저택에서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끝 없는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한국은 안전하다니까요!"

"아직 내전 중인 나라인데 안전하긴 뭐가 안전해! 잔말 말고 내 말 들어!"

"아니... 한국은 다르다니까요. 애초에 총기 소지가 불법인데다... 미스터 김 산하에 경호업체도 있구요. 따지고 보면 한국보다 뉴욕이 더 위험하다구요!"

"그래도 안 돼! 국내랑 국외랑 같은 줄 알아!?"

단호한 조던의 말에 앤이 울상을 하며 말을 이었다.

"하.. 진짜. 이래서 내가 여기 오기 싫었는데."

"네가 이번에도 말 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면, 이번엔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경호업체를 차렸을게다."

"돈이 그렇게 많아요?! 무슨 한국에 까지..."

"돈이야 차고 넘치지. 김회장 덕에."

그 말에 후 하고 한숨을 쉰 앤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인원만 좀 줄여줘요. 5명으로."

"반도 아니고 1/4로 줄여달라는게 무슨 말이냐! 안 돼!"

그렇게 한참을 경호인력 문제로 말씨름을 하던 오브라이언 부녀는 결국 14명을 경호인력으로 보내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이번에 가면 언제 오는게냐?"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번 태균그룹 공격건만 끝나면 바로 오는건데... 또 모르죠. 워낙 럭비공 같은 사람이라 일이 어디로 튈지."

"기왕에 간 김에 김회장 그 자와 잘 해볼 생각은 없느냐."

"언제는 백인 아니면 안 된다면서요?"

"그 친구는 다르잖느냐. 외모도 괜찮고 돈도 많고, 머리도 좋고...."

"거기다 키도 크죠."

"그러니까. 국제 결혼도 나쁘지 않으니까...."

조던의 말에 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옆에 골키퍼 있어서 안 돼요."

"골키퍼 있다고 공 못 넣는거 아니다."

"공 들어갔다고 골키퍼 바뀌는 거 아니잖아요."

앤의 말에 조던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해봐! 아니 결혼까진 아니어도 좋으니까 차라리..."

"아버지! 그게 딸 한테 할 소리예요?!"

"넌 내 딸이기 전에 오브라이언가의 후계자야.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는 인맥을...."

"그 반대겠죠! 어떻게 후계자가 먼저일 수 있어요!? 아! 진짜 싫어!"

그렇게 앤이 질색을 하며 도망치자 조던이 쓰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방으로 들어가는 앤을 보다 이내 슬쩍 수화기를 들었다.

"아시아 진출계획 그거 수정해서 가져와. 한국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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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충과 대화를 마친 나는 곧바로 오오와다와 박영감을 만나기 위해 명동으로 향했다.

"지금 출발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예. 알겠습니다. 박영감에게도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비화폰으로 오오와다에게 전화를 마친 나는 명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김태충 의원과 만나고 오는 길 입니다."

"니가 와?"

"법적으로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요."

"...도움?"

"예. 최근에...."

김응삼을 시작으로,

"김태충 의원과 만났습니다."

"자네가?"

"예. 법적인 도움 좀 받을까 해서요."

"....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

"제 아비되는 자가 최근에...."

노영숙의 오라비이자, 김석훈의 손윗처남인 노대호까지.

김태충과 정치적으로 관련이 있는 중진 이상급의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협조 공문' 성격의 전화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제반 상황을 주요 정치인들에게 설명하며 막히는 서울 거리를 한참 동안이나 차를 타고 이동한 나는 서울 시내 중심가 명동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예. 그렇게 됬습니다. 김정필 의원님께서도 이 부분은 잘 좀 부탁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도착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꽤 막히던데."

"아뇨. 고생은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험한 곳이니 이곳은 저 혼자 가겠습니다."

그렇게 차 밖으로 나오자 한쪽 건물에서 오오와다가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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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에서는 손의정은 담당자들과 함께 태균에 제안할 거래를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단 우리 쪽에서 법인합병까지 해내게 된다면, 사장님께서 생각하는 효과는 충분히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균텔레콤이 35%, 저희 소프트방코가 35% 나머지가 개인 주주입니다.

여기서 도쿄디지털셀과 법인 합병을 한다면... 우리쪽 지분 구조가 섞이면서 피합병기업이 되는, 이 경우에는 역합병이니 저희 소프트방코가 되겠군요.

저희 소프트방코 주식이 그대로 도쿄디지털셀 주식으로 편입되게 되어서... 교환비 저희 주식 1에 도쿄디지텔셀 주식을 2로 본다면...

계산 상으로는 사장님께서 지분이 40%, 모건 스탠리가 20%, 태균텔레콤이 8.5%가 됩니다."

"김태준 회장의 지분은 얼마가 됩니까?"

"6.66%로 줄어듭니다."

그 말에 희미하게 웃음지은 손의정은 이어진 말에 웃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우리쪽이 보유한 도쿄디지털셀의 35%지분입니다. 합병비로 따지면 태균텔레콤과 같은 8.5%인데... 합병하게 되면 자사주가 되어 즉각 매각하거나 소각해야해서, 이 부분이 걸립니다."

"그럼 아예 합병과 동시에 태균텔레콤에 파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태균텔레콤의 지분이.... 17%가 되어 경영참여가 불가피 합니다. 차라리 김태준 회장과 태균텔레콤에 나눠서 매각하시는 편이 더 안정적일 겁니다."

"나눈다면...?"

"김태준 회장에게 약 1.9%를 팔아 10%를 맞춰주고, 태균텔레콤에도 1.5%를 팔아 10%를 맞춰준 뒤 나머지 5.1%를 회장님께서 인수하신다면 상당히 안정적인 지분 구조를 만드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제 지분이 45.1%, 모건스탠리가 20%, 태균텔레콤과 김태준 회장이 각각 10%, 그리고 나머지 일반 주주분이 남아있게 되는군요."

"예. 거기에 말씀하셨던 10억 달러의 빚 같은 경우는 저희 예측으로는 10%에서 15%선의 지분을 매각하신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말에 손의정이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만약에 담보로 잡힌 주식을 합병 이후의 주식으로 줄 경우에는 몇 %의 주식이 담보로 잡혀있게 되는 겁니까?"

"20%입니다."

"... 결국 파는 수 밖에 없다는 뜻이군요."

탄식섞인 한탄을 마지막으로 손의정이 침묵하자, 회의실 밖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와 손의정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

그 귓속말을 들은 손의정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황급히 한 손을 들어 회의를 중지시키고 자신의 사무실로 가 수화기를 들고는 말을 이었다.

"태균 측에서 제안하실게 있다고요. 말씀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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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박영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꽤나 젊은 중년의 모습이었다.

'하기사 과거로 돌아왔으니 당연한거긴 한데...'

그렇게 내가 박영감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때 박영감이 말을 이었다.

"한국 제일 부자를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만나서 반갑소. 나 돈 놀이 하는 박씨요."

"김태준입니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주고받은 나는 곧바로 본론부터 들어갔다.

"혹시 저희 제안이 영감님의 심기를 거슬리는 것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 아니요. 거스르기는 무슨. 그나저나 저기 저 일본 친구도 그렇고 나를 자꾸 영감영감 하던데 내가 아직 영감소리 들을 나이는 아닌데...."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아차'했지만, 곧 이를 숨기고 너스레를 떨며 말을 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만큼 돈을 버셨다는 것은 조선시대로 따지면 관직에 나가 출세한 것과 다를게 없지 않습니까? 존칭으로 생각해주시죠."

그 말에 박영감이 허허 거리며 웃고는 말을 이었다.

"거 고맙소. 그리 치면 앞에 앉아계신 김회장은 김대감이 되시겠소?"

"하하."

그렇게 박영감이 내게 도로 농을 건네고는 말을 이었다.

"뭐, 내가 김회장을 보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고.. 이번 일을 하기 전에 얼굴이나 보자해서 이리 오시라 했소."

"일하기전 서로 안면을 트는 일은 중요하지요. 안 그래도 제가 따로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먼저 이리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상을 보아 하니 이번 일이 틀어질 일은 없겠소만, 그래도 내 하나 뭐 물어보리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종이컵에 담긴 녹차 티백을 건져낸 박영감이 녹차티백을 유리가 깔린 탁자위에 두고는 말을 이었다.

"모름지기 일에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지. 그 목적이란게 생전 처음 보는 내 배를 불려주기 위함은 아닐테고... 태균을 망하게 하기 위함일텐데... 대체 무슨 유감이 있어 그러는게요?"

박영감의 말에는 비문이 있었으나,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그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설명이 끝이나자 박영감이 말을 이었다.

"콧대가 오똑하기에 조상 덕 부모 덕을 누리는 줄 알았더니만... 그도 아니었구만. 나도 아직 공부를 더 해야겠어."

"부모 덕을 누리는 것은 맞지요. 어찌되었든 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놈의 핏줄로 인해 받은 목돈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럼 뭐하나. 부모가 심보가 못되쳐먹어서 제 새끼 잡아먹으려 드는데."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해서 제 일을 도와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돕기야 도와야지. 나도 김회장 덕에 돈을 좀 만진 사람이니까."

"예?"

"파운드화 사태. 그 뉴스 보고 용돈이나 해볼까 하고 넣었었거든."

그렇게 말을 마친 박영감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 밑 금고에서 종이뭉치를 꺼내 가져왔다.

"이건...."

"지금 내가 가진 태균그룹 어음 전부요. 최근에 태균물산이 대규모 기간산업 공사를 발주받아 하청업체에게 뿌려댔던 것들이지. 악독하게도 기간도 아주 넉넉하게 잡았더군.

하청업체라고 우습게 아는게지. 외상하는 주제에 사정없이 값을 깎은 셈이니까."

"..."

"뭐, 그 덕에 나 같은 사람도 돈을 만지는 거지만."

"얼마가 되었든 꾸준히 모아만 주십시오. 가격은 제가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알겠소. 모일때 마다 저 일본인 친구한테 넘길테니. 잘 해보시구려."

"다른 조건은 안거십니까?"

"어음 할인 매입하는 사람이 조건 걸게 뭐가 있소? 누가 되었든 돈만 제대로 쳐주면 넘기는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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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의 모든 준비가 끝이 나고, 김응삼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2월 말.

국회에서는 '상속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쾅!

그리고 이 소식을 뉴스로 접한 김석훈은 분기탱천하여 책상에 주먹을 내리꽂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을 이었다.

"이 새끼가... 아예 초장부터 내 손발을 묶고 시작하겠다...?"

그렇게 김석훈이 분노하던 그 때.

-따르르르릉

김석훈의 벽돌휴대폰이 울렸다.

"뭐야?"

전화를 받은 김석훈이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애들 다 준비되었는데. 사인은 아직입니까?"

그 말에 김석훈이 신경질을 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 일본 아들도 들어온지 꽤 됬다는거 아닙니까. 언제까지 애들 놀려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 뭐야. 그래서 돈 달라는건가?"

"착수가 늦어지고 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보내 줄테니까 좀 닥.... 아니지... 잠깐. 이거라면."

그렇게 김석훈이 씩 웃더니 말을 이었다.

"계획을 좀 바꾸지."

"예?"

계획을 바꾼다는 말에 상대가 당황하며 되묻자 김석훈의 입에서 간악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울로 올라와서 날 찔러. 적당히 죽지는 않으면서 피는 많이나는 부위 뭐 그런데 있잖아. 그런데 골라서 잘 찔러. 아 총이면 더 좋고. 일본 애들은 총 구하기 쉽다며.

그런 다음에 사람하나 골라서 자수시키는 방향. 그 방향으로 가자고.

아, 물론 알지? 너희한테 일 시킨건 내가 아니라 김태준이어야 한다는거."

자해공갈.

그리고 언론플레이를 이용한 여론의 반전과 함께 김태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구상이었다.

"자식을 안 키운 부모는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고? 그래. 그럼 어디 자식한테 칼 찔린 부모는 무슨 자격이 생기는지 보자. 태준아."

.

..

...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들은 태준은 가만히 책상에 워크맨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지랄도 풍년이네. 이젠 자해공갈을 하시겠다...? 하, 기도 안 차서."

태준의 짧은 평가에 카세트 테이프를 건넨 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꽤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떠십니까? 오랜만에 찾아뵙느라 나름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병철 계장님."

"이제는 부장입니다. 승진한지 꽤 되었거든요."

신병철 부장의 너스레 섞인 말에 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녹취파일까지 확보를 했다는 것은... 막을 준비도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전략 3부의 활약 기대해보도록 하죠. 얼마나 하는지."

태준의 말에 신병철 부장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데뷔 무대인 만큼 제대로 한 번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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