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63화 (63/200)

063. 전쟁 (1)

모건 스탠리 측에서 걸려온 전화를 끊은 손의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지개를 켰다.

"차라리 잘 됬어. 아예 덩치를 키워서 먹을 엄두를 못내게 하는게 맞아."

모건 스탠리 측의 제안.

그것은 일본 버블기에 사들인 도쿄디지털셀을 살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그것은 손의정에게 있어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IT업계의 패자가 되겠다는 손의정의 인생목표에도 부합할 뿐더러, 지금껏 고민하던 태준에 대한 방어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느 탐스러운 과일들이 그러하듯, 과일의 가장 안쪽 씨앗에는 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빚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지.'

빚.

그것이 문제였다.

현재 소프트방코는 대부분의 영업수익을 태준에게 진 8억 달러의 빚을 변제하는데 쓰고 있었다.

정확히는 빚을 유지한채, 이자만 내는 실정이라 할 수 있었기에 이 이상 빚이 늘어나는 것은 소프트방코에 큰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었다.

".... 그래도 이건 받는 것이 맞겠지."

그러나, 그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손의정은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기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결정을 마친 손의정이 세운 전략은....

"전격전, 총력전으로 간다."

아주 빠르게 인수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상장절차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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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인수부터

퀄컴 인수

나아가 이동통신회사에

인터넷 서비스까지

이 모든 것을 엮어 나가는 태준의 전략은, 전생의 손의정이 하던 투자 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투자로 엮어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 생태계 안에서 모든 이들이 움직이게 하는 전략.

그것이 태준이 생각하는 플랫폼 전략이었고, 태준이 벤치마킹한 전생의 손의정이 하던 투자 전략이었다.

그 말인 즉,

태준은 누구보다 손의정의 투자 전략을 잘 알고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오는 군요. 역시."

손의정의 행동패턴을 익히 알고 있던 태준이 놀라지 않고 답하자, 역으로 당황한 오오와다가 말을 이었다.

"역시라니.... 들으신게 있는겁니까?"

"들은 바는 없습니다. 다만, 무슨 생각인지 짐작이 갈 뿐이죠."

"그게 무슨...."

"우리가 무서운 겁니다. 반쯤은 내부자였으니 우리의 동향은 쉽게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원체 시끄럽게 움직이기도 했고."

"애초에 우리가 적대하거나 겁박하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그 말에 태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오와다 사장은 사자가 무섭지 않습니까?"

"예?"

"사자가 아무리 인간에게 친한척 한다 해도 사자는 사자지요. 하물며 우리는 사냥감을 사냥하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오오와다가 뭔가 깨달은 듯한 침음성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퀄컴과 AMD건에 위협을 느꼈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하지만 왜 이제 와서 두려움을 느낀답니까...? 아니, 그보다 그 이상의 LBO를 진행하면 소프트방코가 버틸 수 없을 텐데..."

오오와다의 의문에 태준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선 소프트방코 역시 IT기업인 만큼 우리의 타겟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구요.

다만, 저는 직접 항복해 산하로 들어오는 것을 바랐기에 그냥 두었을 뿐이죠."

"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8억 달러라는 돈도 상당한 거금이니까요. 어떻게든 목줄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걸 손 사장이 모를리가 없는데..."

"예. 모를리가 없지요. 다만, 상황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상황...? 아... 설마."

"예. 우리 덩치가 너무 커졌죠. 우리 그룹은 빚 없이 순수하게 실탄만 4.2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인 즉,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소프트방코를 인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인 소프트방코를 무슨 수로 인수합니까? 오너가 팔지 않는... 아."

그렇게 오오와다가 반론을 제기하다말고 말을 멈추자 태준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 8억 달러. 그게 소프트방코의 약점이 되고 있지요.

실제로 제프 헨더슨을 인수한 손의정 사장은 제프 헨더슨의 성장 잠재력을 생각해서 불필요한 부문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8억 달러라는 빚이 그대로 소프트방코에 귀속이 되어있죠. 이 빚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상장...."

"예. 상장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상장을 하면..."

"우리 쪽에서 돈을 쏟아부어 인수할 수 있겠지요. 돈은 차고 넘치니. 엔화든 달러든."

"예. 그래서 손의정 사장은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다. 차라리 빚을 더 지자. 빚을 엄청나게 져서 어떻게든 덩치를 키우자.

즉, 삼킬 수 없을 만큼 커진 뒤에 상장을 하기 위해 이렇게 나온겁니다."

그 말에 오오와다가 후 하고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실 겁니까?"

"뭘 말입니까?"

"손의정 사장. 이대로 두실 겁니까?"

그 말에 태준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손의정 사장의 발악이 외려 우리에겐 기회가 될 겁니다."

"예?"

"골드만 삭스, 퀀텀 펀드에 이어 모건 스탠리와도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게 될테니까요."

"그 말씀은..."

"예. 소프트방코가 인수를 마친 다음, 곧바로 우리는 소프트방코를 칠 겁니다."

"그럼... 저는 준비를 좀 해야겠군요."

"휴가는 즐기고 가세요.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목줄은 채워져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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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과 손의정 사이에 전운이 감돌던 그 시점.

이 상황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는 세력이 있었으니...

"태준이가 도와준 손의정이라는 놈이 또 다른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예. 일본 경제가 주저 앉으면서 매물로 나왔던, 도쿄디지털셀을 손의정 사장이 사들이겠다나 봅니다."

"들어 보니 돈도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수로?"

"그게 꽤 재미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인수와 함께 아예 모기업인 소프트방코 홀딩스를 상장하려는 계획을 세운 모양입니다.

즉, 인수한 뒤에 그룹 전체를 팔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태균그룹이었다.

태준에게 한 차례 가볍게 당한 뒤로 약이 바짝 오른 김두혁 회장은 자신의 손자인 태준의 계획을 가로챌 생각을 하며 태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손의정의 작전을 알아채게 된 것이었다.

"흐음... 그러니까 잘만 하면 일본 이동통신업계에도 진출이 가능하다... 이 말이군. 이번에 세운 태균텔레콤을 한방에 다국적 통신업체로 만들 수 있겠어."

"예. 어차피 매물로 나온 것이라면 중간에 가로채는 것도 방법이니까요."

"그렇게 하면 태준이 놈이 부린 농간도 되갚아 줄 수 있고 말이지..."

"예. 맞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프트방코 홀딩스의 주식 10%는 태준 도련님 소유라고 합니다.

그 말인 즉, 이번 인수 건 역시 태준 도련님이 거대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지 않겠습니까? 그걸 중간에서 빼내 올 수만 있다면..."

이어진 박승철 이사의 보고에 김두혁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태준이 놈이 손실을 보게 된다 이거군. 막말로 소프트방코가 망하기라도 한다면 태준이 놈이 빌려준 돈 떼이는 건 덤이고 말이지.

좋아. 꽤 좋은 전략이야. 안 그래도 그 놈 그거 너무 커버려서 나를 이용해 먹기만 했는데..

이 참에 할애비로서 교육을 좀 시켜줘야겠군. 후계자로서의 능력도 검증이 끝났으니 이제는 이 집안으로 들이는 일만 남기도 했고.

집안으로 들이려면 우선 예절교육부터 시켜줘야겠지... 자네가 이번 일 전담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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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의정 사장에 대한 전화를 받고 오오와다에게 대비하라 지시한 뒤 하루가 지나고.

나는 새로운 청와대의 주인의 초대를 받아 상도동으로 향했다.

"인수위 활동 시작 안 하십니까?"

"그기 다 밑에 후배들이 하는기지 내가 하는기 뭐 있나."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선 되시자마자 저 부터 부르시고... 별 일입니다."

"별 일은 무신. 당연히 니부터 불러야지. 니가 이번 선거에서 해준 공로가 얼만데."

"제가 뭘 도왔다고 그러십니까?"

"뒤에서 탄 채워줬으면 그게 도와준기지. 선거에 들어가는 돈이 한 두푼도 아니고. 니 덕에 한동안 선거자금 걱정은 없다는데 안 부를 수가 있나?

거기다 밑에 후배 아들도 선거 한다고 지갑 마이 비었는데, 그것도 알아서 채워줬으니 감사인사는 해야지."

"그 보다는 당선자님 아버님께 진 빚을 갚을 수 있어 좋으신게 아닙니까?"

내 말에 김응삼 당선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니는 진짜 가리는게 읎어가 좋다. 대놓고 나를 놀리고, 하하. 그래 네 말이 맞다.

평생을 아버지 등골이나 빼먹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아버지 지갑 채워드렸는데 좋지 그라모."

그렇게 나와 김응삼이 마주앉아 신 소리로 문답을 주고 받기를 10분.

드디어 김응삼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만큼 도와줬으니까네. 나도 노대호 금마 처럼 니한테 뭘 좀 줘야하는거 아이가?"

"주신다면이야 받겠습니다마는.... 제가 딱히 바라는게 없습니다."

"바라는 게 없다는 놈이 부르자마자 튀어오고 지랄이고?"

"어르신이 찾는데 안 오는 놈이 이상한 것 아닙니까?"

내 말에 피식 웃은 김응삼이 툭 하고 말을 이었다.

"니는 정치할 생각은 진짜 없제?"

"예."

"그럼 니 사업은 지금 하는 것 처럼 정보통신쪽으로 할기가?"

"당분간은 그럴 생각입니다. 애초에 제 전공이 그 쪽이기도 하구요."

"그라모... 니 나 좀 도와다오."

"예?"

"이번에 내가 핵심으로 밀 사업이 있다 아이가. 그걸 니가 좀 도와줬으면 카는데..."

"어떤 사업입니까?"

내 말에 김응삼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금융실명제. 그걸 니가 도와줬으면 칸다."

그 말에 나는 벙찐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걸 제가 어떻게 도와드린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나라에 도둑들이 많다 아이가. 나라 권력을 빼돌려 먹는 일심회도 있고, 나라 돈을 빼돌려 먹는 잡놈들은 더 많고. 그 놈들을 한 방에 쓸어버려야 나라가 바로 서지 않겠나?"

그 말에 나는 전생의 김응삼 대통령이 행한 두 가지 업적을 떠올렸다.

''일심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이걸 동시에 처리할 생각인가....'

그렇게 나는 그 두 업적을 떠올리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씀에는 공감합니다만... 그걸 대체 제가 무슨 수로..."

나로서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일심회 척결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금융실명제 역시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본인 인사권으로 별들 목 날리고, 긴급조치로 밀어 붙일거면서.... 내가 뭘 돕는다는거지?'

그렇게 내 당혹감 섞인 말에 김응삼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 뒤에서 밀어줄께. 요새 PC뱅킹인가 뭔가 있다매? 그걸 국가표준으로 만든다고 할테니까....

그걸 니가 전부 전담해서 개발해다오. 아 기왕이면 망 구축도 니가 좀 해주고."

"전담... 말씀이십니까?"

"그래 전담. 니는 꿀리는 게 없다 아이가. 세금도 착실히 다 내고 있고. 딴 놈보단 그래도 니가 백 배 낫지."

호박, 그것도 그냥 호박이 아닌 보석 호박이 한 보따리로 굴러들어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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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준이 김응삼과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각, 청와대에서는...

"김응삼이가 태준이놈을 불렀다고?"

"예. 어떻게 할까요?"

"뭘 어째. 바로 김응삼이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데려 와야지!"

"예. 바로 애들 보내겠습니다."

이빨빠진 호랑이 노대호가 태준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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