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62화 (62/200)

062. 파운드화 공격 (5)

태준의 아쉬움과는 달리 영란은행이 장시간 파운드화의 가치를 유지한 것은 태준에게는 큰 호재였다.

애초에 미래의 역사를 기억하고 실행한 태준은 대강의 사정만 알고 있을 뿐, 그 돈벌이의 원리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아쉽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지만....

"됐어! 계산보다 더 오래 버텨줬어! BOE이놈들 이거 보관하고 있던 금까지 팔아치운거 아냐?"

"알게 뭐야! 그게 우리가 맡긴 금도 아니고! 수익율 나왔어?!"

"아직. 파운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아직 파운드화 정리를 안했거든."

"나오는 대로 바로 알려줘. 사장님께 보고해야하니까."

"오케이."

현지에 있는 전문가들.

미국의 오오와다와 드러켄밀러를 중심으로 한 미국 랜더스 직원들과

일본의 랜더스 직원들

그리고 태준의 선동에 곧바로 뛰어든 각 기관의 외환딜러들은 상상이상의 예상 수익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란은행이 원 역사보다 약 두 배의 기간동안(이라곤 해도 시간단위지만) 버텨줬고,

이 버티는 과정에서 이 작전에 참여한 수 많은 당사자들이 더 많은 파운드화를 빌리고 팔았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공매도의 핵심은 매도 대상의 가치하락에 있다.

즉,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되는 대상을 미래에서 최대한 사들여,

가치가 유지되고 있는 현재시점에 파는 사람이 돈을 버는 게임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치의 유지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더 많은 매도 대상을 빌려올 수 있고,

더 많은 매도 대상을 빌려오게 되면,

이후 가치가 떨어졌을때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가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보통의 헤지펀드라면 여러 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에 버티지 못했겠지만,

태준의 경우엔 전부 본인이 위험을 떠앉아 전부 본인의 실탄으로 만든 것이었고,

끼어든 세력이라고 해 봐야 한국, 아일랜드, 일본의 일부 정치권 인사의 푼돈과 오브라이언 가문정도 였기에, 쉽게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1파운드당 1.9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파운드-달러 환율이 25시간만에 사상 최저치인 0.98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영국 파운드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무려 반토막이 난 수치입니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반토막이 났고,

태준은...

"일단 저희쪽은 정산 완료했습니다."

"얼마나 나왔습니까?"

"모든 채무관계를 해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한 순 수익으로만 5231억입니다. 채권에 이자까지 전부 계산한 결과입니다."

빚을 전부 청산하고, 한국에서만 5231억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속속 들어온 모든 정보를 취합한 결과...

"일본에서 2,200억엔(약 1.3조원), 미국에서 31.5억달러(약 2.4조원)라...."

"각국에서의 수익율은 투자 원금대비 한국이 82%, 일본이 66%, 미국이 80%입니다."

"일본쪽 직원들이 좀 게을렀군요. 그 단순 작업을 그리 못해서야."

"한국 사람들이 너무 잘 한 거 아닐까요? 미국 쪽 수익율도 넘어섰는 걸요."

태준은 도합 4.2조원 가량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 되었다.

모든 빚, 심지어 골드만 삭스에 줄 빚을 제하고 순 수익으로만 그 정도의 돈을 한번에 벌이들인 것이었다.

자신의 자산의 거의 100%, 아니 일본에서의 불법 내지는 탈법적인 대출까지 포함할 경우 자산의 120%에도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빌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산에 두배가 넘는 돈을 단 하루만에 벌어들인 태준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퀄컴이랑 AMD쪽 주식은 골드만 삭스에서 신탁 운용중인 상태지요?"

"예. 1차 대금이 납부되면 신탁된 주식의 일부를 넘겨주는 조건입니다."

"이 참에 아예 대금납부를 다 해서 전부 찾아오도록 하죠. 그리고 미국 쪽에 말 해서 상장폐지 절차도 밟으라고 해주세요.

수수료가 들겠지만... 이참에 빠르게 정리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태준의 지시를 받은 민영이 자리에서 나가자, 태준은 기지개를 켜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2차 목표인 파운드화 공격까지는 제대로 해냈네. 다음 타깃은 IT버블인가. 그 전에 손의정 부터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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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해낸 이 기적같은 사건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국에서는 조지 소로스와 짐 로저스가 얼굴마담으로 나서며 이 모든 계획을 꾸며낸 장본인으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랜더스 회장이라는 사람 진짜 대단하지 않아?"

"나같으면 혼자서 해쳐먹고 말지 굳이 돈 써가며 언론까지 동원해서 홍보 안하지."

"그래서 넌 얼마나 먹었는데?"

"10%? 너는?"

"원체 줄이 길었어야지. 전화도 먹통이고. 5%밖에 못먹었다."

"진짜 그 랜더스 회장 대단하네. 투자의 귀재야."

"돈 잘벌어, 잘생겼어, 젊어. 거참 진짜 신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몰라."

한국에서는 태준이 미국의 조지 소로스의 역할을 해주었기에 그를 '투자의 귀재' 취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대선이 코 앞인데... 카드 하나가 사라져 버리다니."

"그래도 일단은 특혜성 채권매입인 만큼 걸고 넘어지면..."

"이봐. 자네.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이번에 김태준 그 놈 덕 본 사람이 어디 한 둘이야?

주식이든 펀드든 뭐든 돈 좀 굴려봤다는 사람이면 죄다 이득을 봤는데, 그 놈이 발행한 채권을 사줬다고 그걸 특혜라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나?

거기다 단기 채권이잖나. 그것도 월 이자 10%짜리. 그걸 매입한 은행들이 손해를 봤으면 모를까, 엄청난 이득을 취한 상황에서 그걸 특혜라고 볼 수 있나 이말이야!"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그게 통할 거 같아!? 외려 그걸 문제 삼는 순간 김응삼이를 대놓고 밀어주는 꼴인데...!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나아!"

손해를 본 사람은 대선 레이스의 유력한 우승후보중 하나인 김태충과

"어떻게 됬나?"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기자들이 몰려가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예 전화선을 뽑아놓은 것 같습니다."

"젠장. 태준이 놈. 꿍꿍이가 따로 있었어... 채권을 매입해 달라고 할 때부터 전부 이걸 노린 거였어...! 우리는 끼지 못하게 하려고."

"설마 도련님께서 그런 의도로 채권 매입을 부탁하셨겠습니까? 그래도 아주 손해는 아니지 않습니까. 10%의 이익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박이사? 하다못해 우리가 태준이 놈이 미국에서 생쑈를 할 때 움직였으면.... 그놈 그거 지 애비한테 앙심 품은 거 우리한테 푼 거 아냐?

다른 재벌 그룹들은 다 한 탕씩 해처먹었는데 우리만 그 놈이 떠넘긴 채권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이러다 그룹 순위 떨어지게 생겼어!"

"그룹 순위는 이미... 사실상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 태준 도련님의 랜더스가 얼마전에 평가액으로만 우리를 제쳤으니까요. 이번 사건으로 그 평가액은 더 올라가겠지요."

"태준이 놈이 우리 위에 있는 것도 말이 안되지마는 그건 그래도 내 핏줄이니 상관 없지! 다른 놈들이 우릴 치고 넘어서는게 문제 아니야!"

태준에 의해 돈이 묶여 자그마한 투자도 할 수 없이 손가락이나 빨며 지켜봐야 했던 태균그룹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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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준이 유명세를 떨치며 한국의 신흥 재벌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그 때,

일본에 있던 손의정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회장님께서 돈을 그렇게 버셨다는 건.... 결국 상장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인데...."

손의정의 고민.

그것은 상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태준에게 돈을 빌려 제프 헨더슨을 인수하고 일본 제일의 IT-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난 것까지는 손의정에게 있어 너무나 완벽한 꽃길이었다.

그러나, 태준이 지난 2년간 미국에서 벌인 일들.

AMD와 얼라이언스를 맺고,

골드만 삭스를 끼워 넣어 퀄컴의 지분 70%를 AMD와 함께 확보해 강제로 얼라이언스에 포함시키고,

연이어 AMD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성공시킨 그 일들은

손의정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AMD까지 인수하실때만 해도 사실상 골드만 삭스 배만 불려주며 자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이지...

회장님의 자금이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때 까지 상장을 미룬게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어."

애초에 손의정이 태준에게 막대한 이자수익을 안겨다주며 상장을 미뤘던 것은 태준의 행보가 이해 불가능한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봐도 무모한 행보였기에 '저러다 망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태준이 망하기는 커녕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버리자, 손의정으로서는 부담감이 가중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이자수익을 내고 있으면 사실상 소프트방코는 아무런 이익도 없이 망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상장해서 빚을 갚자니... 회장님이 이번에 벌어들인 엄청난 자금력으로 전부 먹어치워버릴 것이 뻔하고...

거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네. 이거."

그렇게 손의정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 때, 그의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미스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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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대한 돈을 손에 넣고,

그간 진 빚을 갚고, 온갖 곳에서 감사인사를 받고,

퀄컴과 AMD까지 전부 온전히 내 손아귀에 넣고,

한국이동통신까지 완전히 인수하고 상장폐지까지 마치고,

서울권 한정이긴 했지만 초고속 인터넷 망까지 개통을 마치고 나자

시간은 어느새 92년 12월 18일.

14대 대통령 선거일에까지 이르렀다.

아침 일찍 민영과 함께 투표를 마치고 온 나는 간만에 사무실이 아닌 서울 강남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가 이길까요?"

"누가 이기든 상관 없습니다."

"누구 찍으셨는데요?"

"모든 후보자에게 도장을 찍었습니다."

"예?"

"기권했다고요."

그 말에 민영이 놀란 눈으로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라면 김응삼 총재를 찍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원래 부자는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떻게 정치인들과 거래를 할 지만 생각할 뿐."

그 말에 민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그렇겠네요. 언제나 위기는 가난한 사람부터 찾아오니까요. 그런데 투표는 왜 하셨어요?"

"투표는 국민의 의무 아닙니까."

"거참... 묘한 데서 성실하시다니까. 하긴.. 군 복무 때문에 다시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것도 보면..."

그렇게 나와 민영이 커피잔을 앞에 두고 잡담을 나누고 있던 그 때.

충전 중이던 비화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울림에 민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비화폰을 가져다 주며 말을 이었다.

"오오와다 사장님이신가보네요. 일 다 끝나서 지금 하와이 가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내가 비화폰을 받아들자, 오오와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회장님."

"무슨 일입니까?"

"방금 저희 직원이 보고한 사항인데...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오오와다의 말은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모건 스탠리가 손의정 사장에게 붙었습니다. 도쿄디지털셀(일본의 이동통신회사)을 인수하려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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