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57화 (57/200)

057. 미팅 앤 미팅 (7)

조던 오브라이언은 비행기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인상을 썼다.

"뉴욕을 올 때마다 기분 참 더럽군."

그의 말에 비서인지 하부 조직원인지 알 수 없는 사내가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차를 준비해뒀습니다."

"가지."

사내의 안내에 따라 조던이 차에 오르자, 사내가 옆자리에 재빨리 탑승하며 서류하나를 내밀었다.

"아가씨께서 보내오신 자료입니다. 태준 킴에 대한 정보입니다."

그 말에 아무 말 없이 조던이 자료를 넘겨보던 중, 마지막에 자필로 추가한 듯한 정보에 살짝 헛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사실인가?"

"예. 어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김영욱 대령을 이용할 정도라.... 거 참. 말 그대로 진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군. 이 친구. 겁도 없이 2차 대전의 영웅을 이용해 먹고 말이야."

"명예를 모르니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조던이 허 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꽤 재미있는 친구야... 실리만을 보고 움직이는 돈의 화신이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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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카페에서 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조던을 기다리는 동안 앤이 조던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제 아버지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험한 사람이예요. 제가 제안을 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만나지 않으시겠다면 제가 잘 말해서..."

"위험하다니 어떤 쪽으로 말이죠?"

"말씀하셨던 대로 저희 집안은 아일랜드 갱스터에서 시작한 집안이예요. 지금이야 전부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

"예. 타고난 본성이라는 게 있죠. 필요하다면 당신을 협박할 수도 있어요."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앤. 당신 외탁했나보네요."

"예?"

"어머니를 많이 닮은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오브라이언 가문이면서 갱스터의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 말에 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장난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예요."

"저도 웃자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앤의 진지한 표정을 앞에 두고 나는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갱스터들은 돈이 되면 뭐든지 다 하죠. 정확히는 돈이 되면 뭐든지 다 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갱스터가 되는 겁니다.

일본의 야쿠자만 해도 그렇죠. 근대 이후에 생긴 뼈대있는 아쿠자 가문들은 폐도령 이후 오갈데 없어진 무사집단에서 시작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며 생긴 야쿠자들은 일본의 차별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버린 재일조선인들에 의해 생겨난 것이거든요.

아일랜드 계인 당신네 가문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화이트 니거라 불리며 백인중에 천대받던 아일랜드계 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으니 갱스터가 되는 거죠."

"그런 역사성을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는거죠? 그런 역사가 있다고 해서 갱스터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당신도 그 쪽 사람이면서 위험하다 어쩐다 말해도 되는 겁니까?"

"... 하지만."

그렇게 앤이 말을 잇지 못하자 내가 대신 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갱스터 만큼 돈 되는 일에 필사적인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본성이 악하다? 본성이 선하다? 그런 건 믿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돈 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거죠. 아, 물론 한 배를 같이 타고 있을 때만이긴 하지만요."

"... 그 믿음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이득을 가져다 줄 자신이 있나 보네요?"

"물론입니다."

그 말에 앤이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입에 털어넣고는 호쾌하게 앞에 놓인 각설탕 두개를 입에 털어넣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저는 경고했습니다?"

"경고는 잘 들었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앤이 자신의 아버지를 데리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저기 한 구석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슬쩍 윙크했다.

KOTEC에서 내 경호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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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자리에서 일어난 앤은 자신의 아버지 조던 오브라이언을 맞이하러 가기 전에 잠시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했다.

"제안을 하긴 했어도.... 막상 두 사람이 만난다고 하니 살떨려서 못버티겠네."

앤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앤에게 있어 태준은 자신의 상사인 로버트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임과 동시에,

그 로버트를 속이고 자기와 직접 거래하는 일종의 비밀 고객 같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고,

자신의 아버지인 조던 오브라이언의 경우에는 아버지라는 느낌보다는 자기가 속한 가문의 수장이라는 느낌으로 지금껏 살아왔기에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비록 자신이 제안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저 두 사람을 붙여놓는 것은 심정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미스터 킴이 인맥과 사람을 어디까지 이용하는지를 보고 났으니 더 걱정되네.

만약 아버지한테도 그런 일을 벌인다면... 분명 가만히 있진 않겠지. 이용당했다며 분노하고 죽이려 들 거야.

내가 중간에서 상황을 잘 봐야할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떨리는 자신의 마음을 찬물 세수로 추스른 앤이 백에서 화장품을 꺼내 얼굴을 다듬고 나오자 때마침 저 멀리서 자신의 아버지이자 오브라이언 가의 수장인 조던이 수행비서인 배켓 스미스와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광경에 빠르게 조던에게로 간 앤이 살짝 인사하고는 말을 이었다.

"어서오세요. 아버지."

"오랜만이구나. 그 친구는 어디에 있느냐?"

인사를 받자 마자 대뜸 본론부터 이야기 하는 조던의 태도에 앤이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조던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전히 애같은 구석이 있구나.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그걸 다 드러내고."

"미스터 킴에게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조던의 말에 앤이 대꾸하지 않고 사무적인 태도로 말을 잇자, 조던이 말을 이었다.

"가족간의 정은 거래가 끝난 이후에도 늦지 않는다. 거래 전에는 너도 가문사람이 아니라 금융인 아니냐. 금융인들은 믿을 수 없지. 가족이라도 이자를 받는 놈들이니까."

그 말에 앤이 후하고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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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앤과 함께 나타난 조던은 겉보기에도 평범한 인사는 아니었다.

양복 사이로 삐져나온 문신과 넥타이 대신 맨 볼로 타이와 그 볼로 타이를 고정하고 있는 큼지막한 루비 버클.

거기에 중세시대에서 튀어나온 듯, 본인을 상징하는 인장반지를 낀 모습에서 나는 마치 텍사스에서나 볼 법한 레드넥을 떠올렸다.

'과연... 헐리우드를 좌지우지하는 가문이니 그 가주가 평범하진 않겠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저 정도면 대역이 나왔다고 의심조차 못할 정도네. 저렇게 눈에 띄는 대역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 평범하지 않은 외양에 놀란 나는 이어진 자기소개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가 미스터 킴인가?"

"태준 킴입니다."

"나는 조던 오브라이언일세. 자네가 그렇게 찾던 헐리우드의 주인이지."

'지금 자기 입으로 헐리우드의 주인이네 어쩌네 소리를 한 건가?

말이야 딱히 틀리진 않은데... 거 참.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하군.

앤도 보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긴 한 술 더 뜨네.'

그렇게 내가 표정을 관리하며 슬쩍 손으로 반대편 의자를 손바닥으로 가리키고는 자리에 앉자,

조던이 자리에 앉지 않으며 불만스럽다는 듯 잘 정돈된 콧수염을 쓸어내리곤 말을 이었다.

"이래서 금융인들이란."

"바가 아니라 불만이십니까?"

"잘 아는군. 알면서 그러니 더 괘씸해. 어디 샌님처럼 중요한 말을 하는데 커피나 앞에 두고 앉았나?"

그의 말에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냥 앉으시죠."

더는 받아줄 생각이 없다는 내 선언과도 같은 말에 조던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되물었다.

"뭐?"

"술을 마시면서 말할 만큼 서로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어진 내 말에 조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나를 만나게 해달라 한거라고 들었는데..."

"잘 못 전해들으신 모양입니다. 저는 오브라이언 가문에게 이로운 제안을 하겠다 했을 뿐이지, 딱히 오브라이언 가문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하지 않다? 연예계에 투자를 하거나 뭐 그런게 아니란 말인가?"

"예. 그러니 앉으시죠. 제가 선물을 주는 입장에서 장소까지 골라야 합니까?"

내 말에 조던이 빤히 나를 노려보더니 거칠게 웃으며 내게 다가와 얼굴을 쓰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 앤이 왜 자네를 만나야 한다고 그렇게 보챘는지 알겠구만. 이런 배짱이라니. 좋네. 앉지."

그러나 나는 그의 눈이 웃고 있지 않음을 보았기에, 그가 말한 칭찬이 곧 협박처럼 들려왔다.

'그 배짱 만큼의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자네는 각오해야 할 거야. 내게 한 무례를.'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조던의 생각을 가늠하며 다시 자리에 앉은 내가 슬쩍 손을 들어 카페의 웨이터를 부르자 웨이터가 자연스럽게 내 빈 잔과 앤이 마시던 빈 잔을 회수해갔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다른 웨이터가 양 쪽에 커피를 놓아주자 조던이 말을 이었다.

"맹물이군. 위스키라도 타야겠어."

그 말에 나는 살짝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른 뒤 카페 아이리쉬를 주문하고 말을 이었다.

"이러면 조금 손님 대접이 낫습니까?"

"아까보단 훨씬 낫군."

그렇게 도착한 카페 아이리쉬를 마신 조던이 말을 이었다.

"그래.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를 찾은 이유가 뭔가?"

조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나는 드디어 앤의 질척임을 견딘 대가를 받을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돈 벌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요."

"돈 벌 기회? 나에게?"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는 조던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영국의 돈을 털어올 방법인데... 어떻게 IRA도 좋아하겠습니까?"

"내가 IRA의 후원자라는... 그런 헛소문을 믿고 있는건가?"

"헛소문입니까?"

"물론 헛소문이지. 나는 내 식구 건사하기도 벅찬 사람이거든. 독립투쟁? 웃기는 소리지. 이미 독립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독립투쟁을 논하는 그런 머저리들을 누가 돕겠나?"

그 말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얼스터 문제부터 북아일랜드 문제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 문제가 그 문제지.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은 '누가 해처먹느냐'이지 민족의 자주 독립이니 하는 그런 낭만적인게 아닐세."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IRA와의 연계는 부정하시는 거군요."

"물론일세."

"하지만 피이너 팔(아일랜드 공화당)이나, 피너 게일(통일아일랜드당), 신 페인(아일랜드민족당) 과 같은 메이저 당과의 연계나 인연까지는 부정하지 않으시는 군요."

내 말에 어깨를 들썩인 조던이 말을 이었다.

"투자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 이야기를 하러 온겐가?"

"아뇨. 투자 이야기가 맞습니다. 다만, 정확히 제안하기 전에 한 번은 확인을 해야해서요."

"어째서?"

"어디까지 돈을 끌어모으실 수 있을지. 그걸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 말에 조던이 헛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는 자네는 어디까지 끌어모을 수 있기에 내게 그런 소리를 하는가?"

"글세요. 저야 저 자신도 가진 게 많아서요.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일본쪽 정치권과도 인연이 있으니...

상상하시는 것 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일본? 거긴 망하지 않았나?"

"정확히는 국민들만 망했죠. 국가는 아직도 부자입니다. 버블 때 국민 털어먹은게 대형 은행이었고, 그 대형은행을 국가가 털어먹었거든요.

물론... 그렇게 쌓인 불만을 일본이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부자가 맞습니다."

그 말에 조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 뭐... 자네 예상대로 아일랜드 3대 정당과 우리 가문은 분명 인연이 있네."

"IRA가 공식파와 임시파로 갈라지기 전부터 인연이 있으셨을테니까요."

"정확히는 이제 무장투쟁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3대 정당이 모두 이해를 했으니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걸세.

나도 개인적으로는 조약 반대파이긴 하지만... 요즘 IRA를 자칭하는 놈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거든."

그 말과 함께 카페 아이리쉬를 한모금 마신 조던이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취기와 각성효과가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이거 아주 독약이구만."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생각하다니 의외네요."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말이지. 보통의 미국인들과는 달리 그래도 나는 아일랜드 출신이라 건강도 생각하는 걸세. 보통의 미국놈들은 맛있으면 그저 처먹기만 하거든."

그 농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아일랜드. 한국. 일본. 적어도 이 세 나라에게 돈을 빌려올 수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한 배를 탔다고 보는 겐가?"

"안타신 겁니까? 이미 배는 출발했는데 말이죠."

"허허 거참. 그래. 탔다 치고. 계속 해보게."

그 말에 나는 앞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냅킨에 그림을 그려가며 '파운드화 공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즉. 영국은 ERM을 포기하지 않는 한 무조건 우리한테 돈을 가져다 바쳐야 하는 겁니다."

"영국 그 놈들이 ERM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는?"

"그 철의 여왕이 정책적으로 밀고 간 거니까요. 애초에 영국은 전 정권에선 ERM에 반대하고 나왔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밀어붙인 정책인데... 과연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거기에 나라의 자존심도 걸려있기도 하고...."

그 말에 피식 웃더니 조던이 말을 이었다.

"자존심이라... 영국인들에게 중요한 것이긴 하지. 그래 좋아. 함께 하도록 하지.

자네가 가진 랜더스에 우리쪽 운용자금을 신탁하도록 하겠네."

"그렇게 되면 저희 측에 운용 수수료도 함께 물 텐데요?"

내 말에 조던이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 말만 듣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지원사격을 하면 자네는 모른체 할게 아닌가. 아예 자네한테 돈을 주고 굴려달라고 하면 나중에 책임도 물을 수 있겠지."

물론....

'이 영감 이거 나 겁주려고 별 수를 다 쓰네. 나야 좋지. 작은 돈도 아닌데.'

그래봐야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이걸로 미국에서의 일은 전부 끝이군. 중간에 오오와다가 드러켄밀러를 잘 픽업하기만 하면.... 인수부터, 돈 벌이까지 전부 한방에 끝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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