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쓸어담는 재벌가 서자-51화 (51/200)

051. 미팅 앤 미팅 (1)

컴퓨터를 구성하는 요소.

그 최소 단위를 찾는다면 트렌지스터라 할 수 있겠지만...

나도, 일반 사용자도 거기까진 알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그런 건 전문 연구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내가 알아야 할 건 각 단위 부품 수준.

메인보드

CPU

RAM

하드디스크

3D카드 (미래에는 그래픽카드라 불리는 부품이다.)

이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컴퓨터를 만들어 완제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여기에 주변기기라 할 수 있는 마우스와 키보드는 누가 만들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었으니

그건 따로 납품업체를 찾으면 그만이었고,

인터넷에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들은 QULAB에서 절찬리에 개발중이었으니....

'인터넷을 보급할 준비는 모두 끝난거지.'

물론 여기에 OS를 자체 제작해 공급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미 OS싸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기엔 늦었지.'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었기에 이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포기한 것에도 이유는 있었다.

첫째는 아까도 생각했던 내용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점.

'IBM이 호구짓을 해준 덕분에 IBM의 모든 컴퓨터에 MS-DOS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x86계열 PC는 전부 마이크로소프트가 먹은 꼴이 되었으니... 내가 먹기에는 너무 크다.'

두번째로는 장기적으로는 어차피 OS가 딱히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컴퓨터의 모든 시스템은 전부 인터넷이 잡아먹어버린다.

저장공간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각종 문서작성 및 사무 시스템은 구글 닥스 와 같은 웹앱 기반 서비스들이,

게임도 스테디아나 엔비디아 레디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겨나며 사실상 개인 컴퓨터의 OS따위는 크게 중요해지지 않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실제로 전생에 경험한 미래를 놓고 봐도 MAGA중 소프트웨어 업체는 전통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밖엔 없고,

G를 상징하는 구글, 또 다른 A를 상징하는 아마존 모두 인터넷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업체들이었으니 인터넷이야 말로 진정한 금광이었다.

'거기에 혹자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라고 부르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 볼 만한건 애플 뿐이고 인터넷 업체야 말로 메인이라고 불렀으니까.'

즉, 지금 시점에서 내게 중요한 것은 인터넷 시장을 빠르게 열고,

그 시장에서 기초적인 포탈 플랫폼을 먼저 선점해서 인터넷 자체를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목적을 위해 핵심 하드웨어 업체를 전부 내 품 안으로 끌어들일 준비까지 끝났으니...

"이제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기만 하면 되는거지."

인터넷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때 까지 버틸 돈만 꾸준히 벌어오면 될 일이었다.

----

로버트와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한 뒤 곧장 잠에든 나는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AMD에 신청해둔 견학을 위해 학우들을 이끌고 AMD로 향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내 입장에서야 진짜로 AMD에서 진행하는 견학 프로그램에 참석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곧장 민영과 함께 AMD의 사장 제리 샌더스를 만났다.

"요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요새 업계를 뒤흔드는 QULAB의 요청이 아닙니까."

"저희 쪽의 제안은 들으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그 말에 제리가 말을 이었다.

"미스터 오오와다를 통해 주신 제안 말씀이시지요?"

"예. QULAB과 함께 공동으로 특허동맹을 맺고, 연구소까지 함께 운영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인텔에서 저희가 이번에 내놓은 Am486을 비롯한 x86호환 CPU 생산 기업들에 대한 무차별 소송이 진행중이었던 지라.... 저희로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저작권 침해로 소송에 걸리셨겠군요."

"그것도 그것이지만, 그 부분은 애초에 소송에 대비해 청정실 기법으로 설계해 나름대로 대비는 되어있습니다. 문제는 486이라는 숫자에 대한 상표권 관련 소송이지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숫자에도 상표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까?"

"인텔에서는 보잉의 사례를 들고 왔습니다. 물론 보잉의 경우 보잉이라는 자사명과 함께 모델 넘버를 함께 넣은 것이고, 이번 소송은 단순 숫자이지만... 인텔이 가지는 영향력이 막대한지라...."

그 말에 나는 기회가 왔음을 깨닫고는 슬쩍 말을 내뱉었다.

"그럼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얼마나 손해를 입게 됩니까?"

"대략 약 1000만 달러 정도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소송비용은 별도지요."

"그걸 제가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저희 제안을 받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 안 그래도 그걸 조건으로 걸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막 인텔의 마수에서 벗어날 새로운 아키텍쳐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는데... 금전적 타격을 입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럼 그 조건에 유니버스와 지분 교환까지 추진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지분 교환이라면...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유니버스 지분 30%를 넘기는 조건으로 AMD지분 30%를 유니버스측에 넘기는 건 어떨까요?"

그 말에 제리가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 말인 즉, 유니버스와 아예 그룹을 결성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예. 지분 교환을 통한 완전한 얼라이언스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경영권은 어떻게..."

"서로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그럼 우호지분이 되어주는 것도 가능합니까?"

제리의 말은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호지분이 되어주는 것은 다른 것이니까.

'우호지분이 되어달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으로 유니버스를 택하겠다는 거지... M&A가 쉽지 않겠어.'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입니다. 단, 당신이 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로만 한정하겠습니다."

"그 말인 즉... 내가 대주주에서 밀려난다면 우호지분 자리도 없다는 말이군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리. 당신 지분이 얼마나 되죠?"

"30%정도 됩니다."

"만약에 당신이 돈을 목적으로..."

내 말에 제리가 발끈한 목소리로 반쯤 소리치듯 말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리의 당연한 반발이었지만, 나는 그저 웃음으로 그런 반발을 치워내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안 그럴거라 믿지만, 사업은 감정으로 하는게 아니니까요.

각설하고, 당신이 돈을 목적으로 당신의 지분을 팔아치워 놓고 유니버스의 보유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그건 나로서도 반갑지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런 조항을 두는 겁니다. 더구나 AMD는 dual-class stock (차등의결권 주식)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리, 당신이 CEO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리를 이용할 생각은 버리시죠."

제리가 유니버스를 이용해 자신의 CEO자리를 지키려는 것에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가진 꿍꿍이가 있었다.

'AMD도 곧 먹어치워야할 대상인데 굳이 그런 약속을 해줄 필요는 없지.'

그래서 정한게 바로 제리의 대주주로서의 지위였다.

제리가 대주주자리를 유지하는 한 유니버스의 주식은 우호지분으로서 작동하겠지만, 대주주의 지위를 잃는다면 우호지분이 아니게 된다는 조건.

이 조건의 배경에는 지분 교환 이후의 AMD의 지배구조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제리가 가진 주식이 30%쯤 된다는 건 현재 그렇다는 것이고,

유니버스와의 지분 교환을 위해 신주발행을 하게 된다면, 제리의 지분율은 내려간다.

실질적인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겠지만, 어찌 되었든 30%대를 유지하긴 힘든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거기다 상장한지 이제 10년이 넘은 AMD에서 유니버스에 넘겨줄 지분을 마련하려면 신주발행이나, 자사주 매입 밖에 없는데...

'보유 및 양도 목적의 자사주 매입은 애초에 금지되어 있으니까.'

자사주 매입은 상법으로 막혀있으니 방법은 신주발행 뿐이라는 점도 이러한 함정을 파는데 좋은 조건이 되어주었다.

즉, 27%까지 떨어질 제리의 주식 비율을 내가 넘어서기만 한다면, AMD는 사실상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들어간 제안이었던 것이다.

'시장에 나와있는 주식을 매집해 28%만 넘어서도 유니버스가 가진 지분 30%는 더 이상 제리의 편을 들어주지 않게 되고,

그 말인 즉....내가 AMD를 지배하게 된다는 거지.'

그러나 속내를 모를 제리로서는 내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일리가... 있군요."

"대신 제리 당신이 대주주이기만 하다면, 우리 유니버스는 전적으로 당신을 지지할 겁니다."

내 말에 제리가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사회는 어떻게든 통과를 시켜보이겠습니다."

"그럼..."

"예. QULAB에 합류하도록 하죠. 우리 쪽 연구부서를 물적 분할 한 뒤, 특허권 전부를 쥐어서 QULAB과 합병하는 절차를 가지겠습니다. 대신 우리쪽도 QULAB에 참여를 하는 만큼 유니버스와 퀄컴이 누리는 특허사용료 면제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좋습니다. QULAB지분은 분할된 연구부서의 가치에 따라 부여하는 것으로 하도록 하지요. 진행은 오오와다 사장을 통해 하시면 됩니다."

-----

그렇게 AMD와의 협상을 마친 나는 퀄컴의 수장 어윈에게 알리기 위해 그날 저녁 퀄컴의 사무실로 향했다.

홀로 남겨진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리는 어원을 보며 나는 슬쩍 맥도날드의 더블치즈버거를 내밀며 오늘 있었던 협상결과를 이야기해주었다.

"AMD의 연구 개발 부서까지 우리 QULAB에 합류한다고? 그 미스터 오오와다가 들고 왔던 그 제안을 벌써 했다는 말인가?"

"예. 이야기 들으셨을 줄 알고..."

"듣기야 들었지. 헌데 이리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군. 거기다 자네가 미국으로 건너 올 줄도 몰랐고."

"편법을 좀 사용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확히는 로버트를 만나기 위한 핑계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그것까지 훗날 내 먹이감이 될 어윈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그저 거짓말로 가볍게 답한 후 웃어보였다.

그런 내 말에 어윈이 웃으며 내게 말을 이었다.

"잘 됬군! 아주 잘 됬어. AMD가 안그래도 인텔의 공습에 죽네 사네 하는 판이었는데, 그 틈을 잘 노렸군."

"다만 지분에는 변동이 좀 있을 것 같습니다. 물적 분할된 AMD의 연구부서의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만큼...."

"아, 그건 상관 없네. 어차피 QULAB이 가진 특허를 우리는 마음대로 쓸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지분이 조금 줄어든다고 해도 얻은게 큰 만큼 괜찮아.

AMD가 가진 특허면 우리도 더 이상 네트워크 장비에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사세 확대에 아주 큰 도움이 되겠군. 고생했네. 하하핫."

-----

그렇게 어윈의 사후 동의까지 구한 나는 다음날 AMD건의 마무리는 오오와다에게,

학생들은 민영에게 맡기고는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버트와 추가적인 전략도 이야기 할 겸... 뉴욕 S/S 패션 위크도 다녀오기 위함이었다.

'일정이 살짝 꼬인 감은 있는데... 그래도 온 김에 전부 해치우고 가야지.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로버트를 통해서 퀀텀 펀드를 소개해달라는 말도 해봐야....'

그렇게 뉴욕에서 할 일 들을 고민하며 좌석에 앉아있던 그때, 옆자리에서 미모의 백인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킴."

"누구...?"

"처음 뵙겠습니다. 로버트의 비서 앤 오브라이언입니다. 편하게 앤이라 불러주세요. 뉴욕에서의 일정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0